7월 24~26일 여주, 생태적 삶을 향한 한 발짝

[들꽃세상]

참석자 : 달중이, 박사, 풀씨, 박옥균, 조영희, 김환희, 박진교, 한봉순, 이상대, 이지영, 김성숙, 임덕연, 김천영, 덕연샘 어머니, 4학년생 박지안.

<피자 화덕 만들기>

무지 바쁜 사람들이 없는 시간을 만들어 우여곡절 끝에 모였다. 운좋게도 적정기술 공부 모임이 있는 날 남태령 식구들이 여주를 방문하여 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과정을 함께 하지는 못했다. 2박 3일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은 적정기술 사부님인 달중이 한 분뿐이고 나머지는 들락날락 했다. 나도 토요일 오후에 가서 짧은 시간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배우려는 사람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공부는 이어졌고 진도는 쑥쑥 나갔다. 결국, 훌륭한 피자 화덕이 철판 화덕과 로켓스토브 옆에 산뜻하게 만들어졌다.

비록 작은 피자 화덕이지만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정교하여 집을 짓는 과정과 비슷하단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기단을 쌓아 기초를 다지고 벽돌을 쌓아 몸체를 만들고 문을 만들고 지붕을 만드는 과정이 영락없는 집짓기 과정이다. 실제로 다 만들어진 모습을 보니, 집을 한 채 지은 것 같은 성취감이 느껴진다.

벽돌을 정교하게 배열하고 빈틈에 흙을 바르며 몸으로 하나하나 익혔던 과정들. 흙을 발라 벽을 만들 때 황토에다 중간중간 돌을 박아 흙이 마르면서 처지지 않고 단단하게 붙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요령들. 이 모두 하나하나 손으로, 몸의 감각으로 익힐 수밖에 없다. 몸으로 익힌 전과정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몸으로 하는 공부는 힘이 세다.

<여주 텃밭>

여주 텃밭은 무엇이 풀이고 무엇이 농작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풀에 뒤덮여 있었다. 아니, 당근, 파 등이 풀에 눌려 제대로 크지도 못하고 파리하게, 가냘프게 겨우 버티고 있었다. 덕연 샘 어머니께서 지난 수요일 오셔서 며칠간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그나마 앞마당 앞에 있는 밭은 밭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논을 보니, 맙소사! 풀 80에 벼 20이다. 이 정도면 올해 수확은 작년의 절반도 안 될 것 같다. 작년 이맘때는 우렁이가 왕성하게 풀을 먹어치운 데다가 우렁이가 미처 일하지 못한 부분은 우리가 들어가 피를 뽑았었는데 안타깝고 아깝다. 바쁜 덕연 샘이 올해 양봉까지 하시니 여주 텃밭을 돌볼 틈이 없으셨나 보다.

아랫밭에 가보니, 6월말에 캤어야하는 감자를 아직 캐지 않았다는데 감자줄기가 안 보인다. 날이 덮고 수확 시기도 지나 모두 녹아 버렸단다. 풀더미를 뽑아내고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땅을 아무데나 파서 감자를 찾아내야 한다. 비가 와서 질척이는 땅을 뒤져 뒤져서 보물찾기 하는 심정으로 감자를 캤다. 캐고 보니 감자와 당근이 제법 많다. 가뭄과 풀이라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수확물을 선사하는 대지의 여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농부의 경건한 모습을 재현하고 싶어진다.

<저녁 만찬- 텃밭과 적정기술이 만나 행복 식탁을 차리다>

지난 번에 장만했다는 윤이 반들반들 나는 검은 가마솥에 쌀을 안쳐서 로켓 스토브로 밥을 했다. 장마로 눅눅하여 붙이 잘 안 붙어 낑낑대고 있는데 지혜롭고 편안한 소녀 박지안이 나타나 가볍게 불을 붙였단다. 가마솥밥은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것이 찰지고 찰지게 보였다. 먹어보니 콩고물을 묻히면 딱 인절미다. 맙소사! 주인이 없어서 쌀을 찾지 못하여 떡도 안할 거면서 현미찹쌀밥을 한 것이다. 떡밥이니 맛은 구수한 꿀맛. 거기다 옥균 샘이 공들여 만들었다는 바삭바삭한 누룽지까지. 이보다 맛있을 수 없다.

남태령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 노각으로 노각무침과 가지볶음을 하고 열무김치, 배추김치, 각종 초절임에 고추, 당근으로 풍성한 식탁이 만들어졌다. 여기다 상대 샘과 덕연 샘이 지친 여러 샘들을 보신시켜 주기 위해 특별히 하사하신 흑염소탕! 고기를 안 먹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누린내도 안 나고 더 없이 맛있었단다. 상대 샘 왈 흑염소를 먹으면 다음날부터 피부가 탱글탱글해진단다. 실제로 봉타민이 다음날 피부가 탱탱볼이 됐다고 자랑질을 했다. 영양만점의 풍성하고 정감이 넘치는 식탁. 대가족 같은 화기애애한, 아주 스페셜한 저녁 만찬이었다.

[들꽃세상]

덕연 샘 이웃 동네에 화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집이 있어 견학갔었다. 마침 고기를 굽고 있었다. 우리와 모양이 달랐다. 재미있었다.

[들꽃세상]

여러 모양의 화덕들

[낭만샘(안준철)]

'몸으로 하는 공부는 힘이 세다.' 나도 하고 싶당....흑염소탕도 좋지만 몸으로 하는 공부를 하고나면 좀더 실한 사람이 될 것 같은데..

[달중이]

땀흘리며 즐겁게 만드는 작업이었습니다. 9월 모임에서는 맛있는 요리도 함께~

[풀씨기언]

여럿이 작업하면 나 힘들 때 다른 분이 할 수 있어서 좋더란 말이죠.ㅋㅋ 9월에도 함께해요~~ 3일 연수 마치고 올라오는 길에 여주에 들러 화덕 모래를 파낼까 해요. 연통도 자리만 만들어놓은 것 같은데?

[달중이]

연통에 요렇게 생긴 댐퍼(바람문)를 부착해야 합니다... 125mm 연통이에요~

[풀씨기언]

아, 댐퍼를 구해야겠군요.

[풀씨기언]

근디 맛난 거 먹으면서 표정들이 다 왜 저래? 웃으세요~~ㅋㅋㅋ 작업이 많이 힘들긴 했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