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숙 작가의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
- 정남숙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정남숙입니다.
지난 설 연휴는 잘 보내셨죠? 저는 설 연휴에 역 귀성하여 서울에 올라가, 3년 만에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마침, 설 전날이 양력으로 제 생일이라 큰아이는 생일상을, 작은아이는 설상을 돌아가며 차려주었고, 쇼핑, 영화감상, 고궁 나들이 등, 딸 같은 두 며느리의 스케줄 따라 즐길 수 있었지만, 저는 오늘 이 시간이 너무 신경 쓰여 맘껏 즐기지도 못하고, 연례행사처럼 들리는 국립중앙박물관도 포기한 채, 쫓기듯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지금도 몹시 떨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 시간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자리를 모면해 보려고 이런저런 핑곗거리도 찾아보고, 건강상 이유로 보고 듣는 것, 말하는 것이, 예전 같질 않아 나이 탓도 해보려 했지만 단념하고, ‘이왕 맞을 매 먼저 맞자’하고 용기를 내봤습니다. 이 시간 토론할 제 수필집은 토론할 가치도 없을 정도로, 미진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영 관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사실 저는 고희가 훌쩍 넘은 나이에, 남들이 장에 가니 덩달아 따라가듯, 아무런 준비도 없이 수필에 발을 담갔고, 어쩌다가 대한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8년째가 되지만, 지금까지 제가 문인이나 작가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계속 글을 쓴다고는 했지만, 제 글에는 문학적 언어나 문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라, 깊은 감동이나 여운이 없이, 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쓴’ 어설프고 부끄러운 신변잡기에 불과하거든요.
이런 모자람을 채워보라는 의미로 주시는 기회로 알고, ‘매 맞은 자리는 더 굵고 단단해진다죠?’ 오늘의 경험을 기회로 삼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잘 난 자식 같은 글 한 편 쓸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우리 ‘전북 문학관’의 품위와, ‘작가의 문장’ 회원 여러분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너무 두렵고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주신 이 자리의 선생님들이 있어, 올 한 해는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또 한 토론을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 말도 안 되는 제 글 읽고 준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김은실 수필가의 감상 및 질문
안녕하세요? 오늘 독서토론회 순서 첫 번째로 하게 된 김은실입니다. 정남숙 수필가의 세 번째 수필집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를 받고 먼저 느낀 것은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를 이력을 살펴보면 국립 전주박물관 문화해설사, 전주 한옥마을과 경기전, 완판본 문학관 해설사, 전주 기독교 문화해설사 등을 했습니다. 이런 경력으로 보아 작가는 우리 문화와 전통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5부로 나뉘어 있는데요, 책 제목과 가장 부합된 내용은 제4부였습니다.
제4부 백제, 서울에 오다 중에서 153쪽에서 시작하는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를 살펴보겠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국에서 가고 싶은 곳 1위로 뽑혀 찾는 이가 많다. 전주 한옥마을은 많은 사람이 그냥 선호하는 다른 곳과는 다르다. 역사, 문화, 유물, 전통이 어우러진 다양한 문화 복합 유적지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라고 썼습니다. 작자는 그곳에서 문화해설사로서 책무를 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자는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귀히 여겨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의 말 “과거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신채호 선생의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며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가 없는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와 백양 박운식 선생의 “역사는 神이요 나라는 形이다.라며 역사만 잊지 않으면 망한 나라도 다시 세울 수 있다.”라는 말들을 인용해 역사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보아 작자의 역사관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또 내일이 오면 전날과 같은 일상에 무심히 발을 적시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경각심을 주는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어 내 무지에 대한 반성과 정 작가에 대한 감사한 마음에 잠깐 숨을 멈췄습니다. 작가는 역사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집안 어른들께 한자를 배우며 더불어 역사와 전통에 관한 얘기를 듣고 자랐기 때문에 많은 과목 중에서 유독 역사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작가를 통해 숱한 논란 끝에 한국사가 24년 만에 다시 대학 입학시험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24년 동안 한국사는 대학 입학시험 필수 과목이 아니었음을 알았을 때 독자인 난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과거, 즉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자기 생각을 조곤조곤히 밝혀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그의 역사, 국가 사랑을 엿볼 수 있어 감동을 주었습니다.
제1부 사모곡 중 31쪽 <조각보>입니다. “열 자식의 엄마로 그 많은 자식을 어떻게 다 거두고 키웠을까?”에서 그 노고에 가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솜씨가 좋아 겨울엔 솜 포대기, 여름엔 누비포대기를 직접 만들고 하얀 명주 천에 수를 놓고 레이스로 주름을 잡아 예쁘게 장식한 것을 포대기 위에 두르고 다녔고 방한모인 남바위와 풍차도 손수 만들어 씌웠다는 걸 보면 어머니의 솜씨를 닮은 작가 자신도 자투리 천으로 조각보를 만들어 농민경진대회에 ‘모시 밥 상보’를 출품하여 입상했음이 괜한 일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10남매를 낳아 끊임없는 가사에 시달렸음에도 어머니는 당신의 시간을 할애해 솜씨를 발휘했음에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감탄했습니다. 작가가 오늘날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음도 어머니의 근면한 품성을 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1쪽 <나의 재테크>에선 재산 삼분법이나 자금 관리 투자법 등 나름대로 경제 공부를 하였으나 “곳간에 불 지르고 튀밥 주워 먹는다.”라고 말했듯이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까지 날린 개미 투자자들의 애환을 잘 드러내고 있다. 위의 사실로 보아 작가는 주식에 도전한 사실이 드러나는데 개미 투자자들이 대부분 실패하는 거처럼 작가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돈은 돌고 도는 것이라 하니 잠깐 내 몫에 머물다 가는 거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라고. 작가의 시원시원한 마음 크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5부 팔순들의 번개팅 중 206쪽 <구두 수선공>에서 작가는 얘기합니다. 작가는 두 아들을 키웠는데 어쩌면 두 며느리는 시어머니인 작가를 그렇게 공대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늘 비싼 구두만 신습니다. 그 구두는 자신이 산 게 아닌 두 며느리가 사 준 것들입니다. 그것도 작가가 사달라고 한 게 아닙니다. 며느리들이 살펴보고 좀 낡았다 싶으면 지체없이 고가의 구두를 주문하곤 합니다. 말려도 소용없다고 쓰고 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이왕 살 테면 조금 싼 것으로 사라고 해도 노인일수록 좋은 것을 신어야 한다며 최고가의 것으로 막무가내라고 썼습니다.
작가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어쩜 그리 며느리들이 시어머니에게 잘할까 하는 겁니다. 나 또한 두 아들과 며느리들이 있지만 공식적인 행사일에 금일봉은 줄지언정 나를 치장하는 옷이나 구두를 자진해서 사 준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아마 정 작가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지 않겠느냐 생각했습니다.
실린 작품 43편을 꼼꼼히 정독했습니다. 작품 편 편 모두 작가의 역사관과 인생관이 촘촘히 그리고 성실히 나타나 있다고 느꼈습니다. 평범한 여인이 갖은 일상사에서 벗어나 좀 더 지각 있는, 좀 더 사려 깊은 인생을 사는 작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작품은 모두 흩어진 이삭이 아닌 비와 바람, 뜨거운 햇볕을 받아 속 알맹이 단단히 채워 잘 익은 소중한 알곡이라는 말씀드립니다. 불끈불끈 힘이 솟게 하는 수필, 우리에게 인생을 겸허히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펄펄 살아 숨 쉬는 글이었음에 작가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이금영 수필가의 감상 및 질문
안녕하세요? 이금영입니다. 정남숙 선생님의 작품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 독서 토론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작가님이 서문에서 밝히셨지요. 스스로 세련된 문장과 문학성이 부족하다고요? 문학성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3권의 수필집을 쓰셨으니 지금이 바로 ‘화양연화’ 같아요. 두 분 아드님 사회 어디에서도 자랑할 만한 인물로 키우셨고 마음에 꼭 드는 며느님이 성공한 행복한 여인이란 극찬까지 듣고, 시어머니 쌍꺼풀까지 신경 쓰고요, 총명한 손주들과 튼튼한 가족을 이루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평범한 삶이 우리네 삶 아닌가요. 알고 계신 지식을 토대로 여러 해 걸쳐 마음에 두셨던 앎을 세상에 다 내놓으셨고 하고 싶은 일 ‘박물관 역사 문화해설사’ 하면서요. 수필집 3권은 위대하고 소중한 자산이죠? 재산목록 몇 호쯤 될까요?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 중 157쪽에서 “과거는 현재에 이어지고 다가올 미래는 현재가 켜켜이 쌓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하지요. 자세하게 알아내고 그것을 즐기시는 것 같아요. 저도 박물관에 더러 가봤지만, 아직 글을 쓰지 못했어요. 이번 3번째 수필집에서 충분히 전통 안에서 놀이하는 기분으로 귀중한 보물을 사랑하셨다고 봅니다. 3번째 수필집 쓰시기를 잘하셨어요. 사학을 전공하셨더라면 더 깊이 알아내고 좀 더 젊은 나이라면 강의를 했어도 부족함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76쪽 <양띠의 말띠 인생>에서 “세월의 흐름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느리고 둔한 말도 준마의 하룻길을 열흘에는 갈 수 있다고 했으니 둔하고 모자란 재능일지라도 쉬엄쉬엄 일깨우고 멈추지 말자. 늙은 말의 지혜라는 노마지지의 지혜로 노익장을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라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합니다.
230쪽 <안락사 여행>에서는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하지만 사람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법. 잘사는 것과 잘 죽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작가가 젊으면 글이 젊어진다고 하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작품이 어쩔 수 없죠. 젊으나 늙으나 삶의 종착역은 하늘의 뜻이라 믿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으로 살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아직은 굳이 안락사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75쪽 <천년고도 전주>입니다. 1000년이 지난 숨겨진 이야기 ‘견훤 설화’를 알게 되어 흥미진진합니다. “견훤이 전주를 도읍지로 정한 이유 중 하나는 견훤이 전주에 첫 입성 할 때 주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하였지만, 승암산을 보고 도읍지로 확정했다 했어요. 견훤의 아버지 아자개는 효자로 머루주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위해 눈 덮인 산을 헤매다 어느 양지바른 낭떠러지에 머루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따려다가 발을 헛디뎌 바위 밑에서 잠자던 호랑이 등에 떨어졌다. 이에 호랑이가 놀라 그를 등에 태우고 달아나는 꿈을 꿨다는 아버지의 꿈 이야기가, 승암산을 보자 불현듯 떠올랐다고 한다. 임실 박사마을 근처에 ‘아자개 머루주’를 생산하던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속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정남숙 작가는 궁금한 것은 역사의 문헌이나 방대한 자료를 찾아서라도 기어이 알아내는 성격이라고 느끼면서 노력 많이 하셨고 고생 많이 하셨어요.
145쪽 “주님! 이 지역에 그리스도의 문화를 제공하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봄봄 밥차>입니다. “봄봄 밥차가 매주 토요일 길거리로 찾아가고 있었다. 나는 무료 밥차인 ‘봄봄 밥차가 어디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했다. 코로나가 오기 전, 무료 급식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밥퍼 목사로 잘 알려진 최일도 목사와 그가 운영하는 ‘다일공동체’. 최 목사는 청량리 허름한 창고 건물에서 청량리 빈민가 굴다리는 점심 무료 밥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의 기적‘에서 처럼 다일공동체는 이곳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에게 굶주리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종교 단체다. 2017년까지 천만 그릇의 밥을 제공했다 한다. ‘네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말씀 따라 사회사업에 앞장서 실천했다.” 정남숙 작가님은 그가 속해있는 단체가 처음에는 경로당을 순회하며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떡국을 대접하는 일로 시작하여 스스로 내 이웃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마음이 봉사자임을 알았습니다.
181쪽 “청려장이란 1년생 잡초인 명아주의 줄기로 만든 지팡이를 말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청려장>입니다. “명아주는 예로부터 심장에 좋은 식물로 몸에 지니기만 해도 효력이 있다고 전한다. 명아주로 만든 청려장은 효자들이 부모에게 바치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내 몸은 부실해도 마음만은 청춘이다. 그 누군가를 지탱해주는 이 사회의 청려장이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지팡이 없이는 한치의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정서적 장애인, 혼자 걷지 못하여 의지하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생의 길잡이 제3의 다리 지팡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인생의 지팡이 청려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종장에서 마무리가 참 따뜻합니다.
정남숙 작가 수필집을 읽으면서 문장이 약간 길다고 느꼈습니다. 수필집을 퇴고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문학관에서 공부한 것 중에 교수님의 빼기, 더하기 교수법을 염두하고 작업을 하셨는지 질문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시어 세상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글 많이 쓰시기를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응원합니다.
첫댓글 독서토론회 유익한 새로운 문학에세이
작가님과 더불어 토론을 통해 미래 비전
문예창작에 디딤돌이에요
감사합니다 큰절 해헌 (장학웅 시 수필 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