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밤에 약주한잔 거나하게 하셔서
친구 분들을 집으로 이끄셨다.
어린 우리는 자다 일어나 인사하곤 했었다.
이때 한 푼이라도 쥐어주는 어른들이 있는가 하면
생 까고 인사만 받는 야마리(?)빠진 어른도 있었다.
(남의 집에 빈손으로 오는 게 어딨노....니미럴...)
여자들은 남편 출근시키고 대부분 어느 한집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그래서 어느 한집에 소파 갈면 대 여섯 집에서 소파가 갈리곤 했다.
한집에 갈치 구우면 대충 몇 집이 같이 갈치 굽는다.
(남편 몰래 카바레도 같이 다니고....)
집에서 뭔가가 이뤄졌던 문화가 이젠 완전히 바뀌었다.
나도 우리 아버지 닮아서 친구들을 집에 잘 초대했다.
친척들이 우리 집에서 노는 걸 엄청 좋아했고
직장동료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맛난 것을 먹이기도 했다.
좋은 시절은 얼마가지 않았다.
딸들이 머리 굵어지고는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외부인’을 집으로 데리고 오지 마라는 것이다.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집구석은 엉망으로 변했다.
구석구석 먼지투성이고 옷은 여기저기에 벗어 던져 놓았다.
남들 눈이 무서워 그동안 치우고 닦으며 살았는데
그 눈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파트 앞에 조그마한 커피집이 잘된단다.
남편 출근시키고 집 대신 이제 커피 집으로 모이는 것이다.
마치 그 옛날 우리가 물레다방에 들렀다 집에 가듯이...
애들이 공부하러 독서실 대신 커피 집에 가고
지 혼자 뭔가를 할 때는 꼭 커피 집엘 간다.
커피집은 뭐가 남아서 저런 영업을 할까 괜히 걱정이 된다.
(커피한잔 시켜놓고 몇 시간을 저렇게 죽치고 앉으면...)
가끔은 나도 팔공산 언저리에 있는 예쁜 카페에 혼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앞에 앉은 중년의 여인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혼자서...청승맞게시리...
“근데...이런데서도 커피 한잔 사줘도 되나???”
“선불주고 커피 먹는다고?”
.
.
.
.
역시 후불제인 다방이 좋아.....
첫댓글 ㅎ 글을 읽으니 내도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차 한잔 생각이나네요
좀 청성 맛은감 집에서나
한잔해야것당~ㅎ
해심님 새해 복많으받으셨지요
늘 잼나고 좋은글 올려주시는 복으로요
새해에도 부탁드려요 멋쟁이 해심님~~
우째 글을 맛깔스럽게 잘쓰실까 ㅎㅎ
병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