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SEGA.com>
[하츠네 미쿠 : Project DIVA (初音ミク : Project DIVA)]는 2009년 7월 2일 첫 출시 된 세가의 리듬게임 시리즈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사의 가상 아이돌 캐릭터 ‘하츠네 미쿠’를 이용해 제작되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용으로 처음 등장 한 후 플레이스테이션3, PS Vita, 닌텐도 3DS, iOS, 아케이드 기기 등 다양한 기종으로 이식되었다.
“(보컬로이드가) 인간의 대용이나 모방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사사키 와타루, 크립톤 퓨처 미디어 프로듀서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를 이야기 하기 앞서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하츠네 미쿠’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청록색 양갈래 머리. 호리호리한 몸매.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독특한 복장. ‘하츠네 미쿠’의 기원은 크게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악기 브랜드로 유명한 야마하(YAMAHA)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음성 합성 프로그램인 [보컬로이드(VOCALOID)]를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를 전문적으로 합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야마하의 보컬로이드 엔진을 여러 회사가 라이선스 했고, 각 회사는 보컬로이드 엔진을 이용한 다양한 특색을 가진 음성 합성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홋카이도에 자리한 크립톤 퓨처 미디어(クリプトン・フューチャー・メディア)라는 회사였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가수 하이고 메이코(拝郷メイコ)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삼아 2004년 최초의 일본어 보컬로이드인 MEIKO를 발매했다. 2006년에는 남성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인 KAITO를 발매했다.
2007년, 야마하는 신형 보컬로이드 엔진인 ‘VOCALOID2’를 발표했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이 신형 엔진을 이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기존의 보컬로이드 프로그램들은 어디까지나 소프트웨어의 이미지가 강했다. 당연히 이 소프트웨어를 다룰 일이 적은 일반인의 관심은 거의 없었다. MEIKO는 겨우 3천장이 팔린 것으로 매출 신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KAITO는 500장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보컬로이드에 대한 전문가의 관심도 매우 낮았다. 보수적인 프로 뮤지션들은 보컬로이드를 부자연스러운 목소리라며 외면했다. 야마하의 엔진을 이용해 영국의 ZERO-G사가 내놓은 최초의 보컬로이드 제품은 상업적으로 완전히 실패했다. 결국 일반인도 전문가도 아닌 아마추어, 그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보컬로이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새로운 전략을 채택했다.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에 캐릭터 속성을 부여했다. 이는 MEIKO와 KAITO에서도 작게나마 시도되었던 것이지만, 이제는 캐릭터를 아예 전면에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이는 실존하는 가수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만드는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을 ‘진짜’ 보컬리스트로 만들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돌 문화에 영향을 받아 귀여우면서도 멋진 스타일을 지닌 ‘미래의 아이돌’을 캐릭터의 컨셉으로 잡았다.
방향이 결정됐으니 이제 차세대 보컬로이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음성 합성의 바탕이 될 목소리를 찾아 나섰다. 프로그램 제작자가 500명의 성우 목소리 샘플을 전부 들어본 끝에 성우 ‘후지타 사키’의 목소리를 보컬로이드의 기반 목소리로 결정했다. 제작진은 그녀의 목소리가 귀여우면서도 미래 아이돌이라는 이미지에 딱 맞는다고 판단했다.
최신 버전인 하츠네 미쿠 V3 <사진출처: mikufan.com>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 차세대 보컬로이드 프로그램에 미래에서 온 최초의 소리라는 뜻을 담아 ‘하츠네 미쿠’(初音ミク)라는 이름을 붙였다. 캐릭터는 전체적으로 ‘미래의 아이돌’이라는 이미지를 테마로 삼았다. 청록색 양갈래 머리에 호리호리한 인상의 귀여운 소녀의 외모를 입혔다. 기본 복장에는 신디사이저의 모습을 반영해 ‘악기’로서의 이미지도 반영했다. 나이는 사춘기 소녀가 ‘첫사랑’을 할 나이인 16세. 이 개발 과정은 크립톤 퓨처 미디어의 블로그를 통해 계속 공개되었다.
‘하츠네 미쿠’는 출시 전까지 냉담한 반응을 받았다. 회사 내에서도 이게 무슨 짓이냐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 관계자가 음악 잡지에 ‘하츠네 미쿠’의 소개를 부탁했으나 “우리 잡지에서 이런 건 소개할 수 없습니다”라며 거절 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2007년 8월 31일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가 발매되었다.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당초 판매량을 1000장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나 초판 분량 1000장이 발매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놀란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직원들의 휴일도 반납한 채 ‘하츠네 미쿠’ 패키지를 추가 생산했다. ‘하츠네 미쿠’는 이후 반 년 동안 3만장 이상이 팔렸다. 1000장이 팔리면 대성공인 시장에서 3만장 이상을 판매했으니 기적이라 부를 만 했다.
인터넷에서 하츠네 미쿠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처음에는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에 미쿠를 이용한 노래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미쿠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미쿠를 주제로 한 소설, 4컷 만화, 아마추어 애니메이션까지 등장했다. 미쿠를 사용한 노래에 맞춘 뮤직비디오도 올라왔다.
한편 그 해 가을, 미쿠 붐에 휩쓸린 사람 중 하야시 세이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세가의 연구개발실에서 근무하던 게임 프로듀서였다. 하야시 프로듀서는 우연히 호기심에 접한 하츠네 미쿠에 홀딱 반해버렸다. 같은 개발실에서 근무하던 프로듀서들도 미쿠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마침내 ‘하츠네 미쿠로 게임을 만들자’며 기획서를 만들어 크립톤 퓨처 미디어에 가져갔다. 세가와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저작권 협상에 들어갔다. 당시 하츠네 미쿠의 인기를 본 여러 게임 회사가 크립톤 퓨처 미디어와 접촉하고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세가가 하츠네 미쿠 게임을 제작하기로 결정됐다. 이후 세가는 대부분의 하츠네 미쿠 관련 게임을 제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8년 초부터 본격적인 게임 개발이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게임 장르로 어드벤처,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상정되었지만, ‘하츠네 미쿠’가 노래를 부르는 캐릭터인 만큼 결국 리듬게임으로 결정되었다. 게임의 제목은 ‘가희(歌姬)’ 하츠네 미쿠를 상징하는 프로젝트 디바(Project DIVA)가 됐다.
2008년 8월 31일 하츠네 미쿠 1주년을 맞아 [프로젝트 디바]의 개발 상황이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제작진은 이후 개발 과정에서 팬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다양한 게임 요소를 도입했다. 세가와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하츠네 미쿠 공식 UCC 페이지인 ‘PIAPRO’를 통해 게임에 사용할 다양한 작품을 모집했다. 이 페이지를 통해 게임에 사용할 의상, 음악, 로딩 화면에 사용할 일러스트 등 2천건 이상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1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2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게임 화면 <사진출처: inside-games.jp> |
약 일년 반의 개발 끝에 2009년 7월 2일 첫 작품인 [하츠네 미쿠 : Project DVIA]가 등장했다. 이 게임은 하츠네 미쿠 ‘캐릭터’를 이용한 리듬게임으로,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은 하츠네 미쿠 곡과 공모를 통해 선발한 의상, 일러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하츠네 미쿠 외에도 다른 캐릭터인 카가미네 린/렌, 메구리네 루카, KAITO, MEIKO도 함께 수록되었다.
[프로젝트 디바]는 어디까지나 캐릭터를 이용한 리듬게임이었기 때문에 노래를 새로 만드는 기능은 없었다. 대신 캐릭터의 세세한 동작까지 직접 지정해 자신만의 PV를 만드는 강력한 에디트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게임에서 PV를 만들고 배경음은 PSP에 담긴 MP3를 불러오는 방식이다. 이 에디트 기능은 이후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만의 큰 특징이 된다.
캐릭터에서 파생된 게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디바]는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두었다. 발매 한 달 만에 1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같은 시기 콘솔 게임 판매량 2위, PSP 게임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하츠네 미쿠의 저력을 과시했다. 캐릭터 게임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공이었다.
[프로젝트 디바]의 인기에 세가와 크립톤 퓨처 미디어 모두 놀랐다. 원래 [프로젝트 디바]는 후속작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일회성 프로젝트였다. 그런 게임이 한 달 만에 1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니 생각이 달라질 만하다. [프로젝트 디바]를 해보고 ‘하츠네 미쿠’의 팬이 되었다는 게이머도 많았다. 그저 그런 캐릭터 게임으로 끝날 줄 알았던 [프로젝트 디바]는 이제 새로운 생명을 받아 움직이고 있었다.
[프로젝트 디바]의 성공에 고무된 세가는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것은 아케이드로의 진출이었다. 사실 일본에서 리듬게임 하면 아케이드 센터에서 하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코나미의 [드럼매니아]나 [유비트], 남코의 [태고의 달인] 등의 리듬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었다. 게다가 세가 역시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 등으로 아케이드 게임에 잔뼈가 굵은 회사였다.
세가는 [프로젝트 디바]의 출시 직후인 2009년 10월 5일,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아케이드(Hatsune Miku Project DIVA Arcade)]의 개발을 발표했다. [프로젝트 디바]와 유사하게 새로운 게임을 위한 곡과 의상을 모집했다. 이미 게임 형식은 잡혀있었기 때문에 개발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출시에 앞서 2010년 1월에 일본 도쿄의 아케이드 센터에서 실시된 테스트에 많은 게이머가 몰렸다.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아케이드 <사진출처: neogaf.com>
[프로젝트 디바 아케이드]는 2010년 6월 23일부터 일본에서 가동을 시작했다. 아케이드 버전은 PSP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그래픽을 자랑했다. [버추어 파이터5]에 사용된 그래픽 기술이 사용되어 ‘하츠네 미쿠’가 좀더 미려하게 표현되었다. PSP의 작은 버튼과는 달리 [프로젝트 디바 아케이드]는 큼직한 버튼을 사용했고 세게 두드리는 ‘맛’도 있었다.
특이한 점은 주로 남성 게이머가 즐기는 게임인 리듬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여성 게이머가 [프로젝트 디바 아케이드]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하츠네 미쿠라는 캐릭터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시기 PSP 후속작도 등장했다. 2010년 7월 29일 발매된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2nd]이다. 게임으로서 완전히 정돈되지 못한 모습이 있던 전작의 여러 부분을 개선했다. 숙련자를 위한 매우 어려운 난이도인 EXTREME이 추가되었고, PSP의 십자키를 함께 사용해 좀 더 다채로운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개선되었다. 일명 ‘파돌리기송’으로 유명한 ‘Ievan Polkka’를 이용한 튜토리얼도 추가되었다.
아케이드에 이어 [프로젝트 디바 2nd]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에 세가는 매년 후속작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1년 [프로젝트 디바 Extend]가 PSP로 출시되었다. [프로젝트 디바]와 [프로젝트 디바 2nd]를 PS3에서 연동해서 즐길 수 있는 DLC인 [드리미 시어터(Dreamy Theatre)]도 등장했다.
2012년 3월에는 닌텐도 3DS 게임인 [하츠네 미쿠 and Future Stars Project mirai]가 출시되었다. 이 게임은 피규어 브랜드로 유명한 굿스마일사의 ‘넨도로이드’ 모델을 사용한 게임이다. 본래 [프로젝트 디바]와 동일한 캐릭터를 사용하려 했지만 3DS의 성능 한계 때문에 2등신 넨도로이드 모델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게임은 보컬로이드 캐릭터들의 귀여운 모습 덕분에 큰 주목을 받았다.
[프로젝트 디바]를 이용한 iOS 리듬게임인 [미쿠 플릭(Miku Flick)]도 같은 달 등장했다. 이 게임은 하츠네 미쿠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에 맞춰 빈 가사에 맞는 문자를 선택해야 하는 다소 독특한 방식의 리듬게임이다. 이 앱 역시 일본 앱스토어 판매량 상위권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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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귀여운 SD캐릭터를 컨셉으로 잡은 프로젝트 미라이 시리즈 <사진출처: 세가 공식 홈페이지> 2 미쿠 플릭 <사진출처: itunes.com> |
이어 2012년 8월에는 PS Vita로 [프로젝트 디바 f]가 등장했다. 게임의 뼈대는 전작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차세대 휴대 게임기인 PS Vita의 성능을 살린 그래픽으로 호평을 받았다. 비타의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스크래치’ 노트와, 특정 구간을 완전하게 쳐야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테크니컬 존’ 등이 추가되었다.
PS Vita 하츠네 미쿠 한정판 <사진출처: classic-gameshop.com>
[프로젝트 디바 f]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츠네 미쿠’ 그림이 그려진 PS Vita 기기에 [프로젝트 디바 f]가 동봉된 한정판은 3만엔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PS Vita판은 일본 발매 첫 주에 16만장이 팔렸다. 일 년 후 나온 PS3 버전은 발매 첫 주에 11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프로젝트 디바 f]는 2013년 초까지 두 기종을 합해 총 39만장의 판매량을 거뒀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는 이제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독보적인 리듬게임이 되어 있었다.
프로젝트 디바 F (PS3) 북미판 <사진출처: 세가 공식 홈페이지>
2013년 11월에는 아케이드 후속작인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아케이드 퓨처 톤(Project DIVA Arcade Future Tone)]이 등장했다. 향상된 그래픽과 물리 엔진을 탑재했으며, ‘슬라이드 패널’을 이용한 새로운 노트 입력과 다양한 곡이 추가되었다. 이어 같은 달에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미라이2]가 발매되었다. 전작과 동일하게 넨도로이드 디자인으로 모델링 된 하츠네 미쿠와 다른 보컬로이드 캐릭터가 등장하는 3DS용 리듬게임이다.
2014년 4월에는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최신작인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F 2nd]가 PS3과 PS Vita용으로 발매되었다. 이 게임은 신곡만이 아닌 PSP판의 명곡을 리메이크한다는 컨셉으로 등장했다. [프로젝트 디바]나 [프로젝트 디바 2nd]에 수록된 ‘벚꽃의 비’나 ‘로미오와 신데렐라’ 같은 곡이 깔끔하게 리메이크 되어 수록되었다. 아케이드에 있던 ‘스킨’ 요소도 추가되었다.
“미쿠를 좋아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우리는 미쿠를 소재로 한 게임을 꼭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기획서를 써 크립톤 퓨처 미디어에 가져갔다.” – 하야시 세이지, 세가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프로듀서
전 세계 동시 발매 예정인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미라이 디럭스 <사진출처: 세가 공식 블로그>
2009년 [프로젝트 디바]가 처음 출시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하츠네 미쿠’ 캐릭터 게임으로 일회성에 그치리라는 예측이 많았다. 프로듀서인 하야시 세이지도 인터뷰에서 후속작을 묻는 질문에 그냥 ‘잘 됐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2015년 현재까지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는 일본 내에서만 450만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철저하게 일본 내수를 겨냥하고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프로젝트 디바 f] 부터는 북미와 유럽 지역에도 정식 발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프로젝트 디바]와 [프로젝트 디바 f]가 정식 발매되었으며, 정식 시리즈는 아니지만 [프로젝트 미라이 디럭스]가 올해 5월 발매될 예정이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물론 ‘하츠네 미쿠’ 자체의 인기가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 하츠네 미쿠는 일본 서브컬처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실체 없는 가상 아이돌이지만 그 인기는 진짜 아이돌 못지 않다. 미쿠가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 광고나 도요타 자동차의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홀로그램 콘서트가 열린다.
영상보기 도요타 북미 지사의 광고 영상보기 201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하츠네 미쿠 콘서트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하야시 세이지 프로듀서가 ‘하츠네 미쿠를 좋아하는 사람이 미쿠 팬을 위해 만든 게임’이라고 자청할 정도로 팬의 시선에서 게임을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는 단순히 캐릭터를 이용해 한 철 장사를 하려는 게임이 아니라, 미쿠를 좋아하는 개발진이 여러 미쿠 팬의 의견을 받아들여 만든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몇 번 언급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가 나올 때 마다 세가와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새 게임에 넣을 작품 공모전을 연다. 팬의 반응은 뜨겁다. 공모전에 참여한 팬의 작품을 보고 개발진조차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콘텐츠가 많다’라 평할 정도다. 팬의 입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하츠네 미쿠가 나오는 게임에 내 손으로 만든 콘텐츠가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가 차원에서도 ‘팬 관리’는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프로젝트 디바]의 성공 이후 세가에서는 회사 내부에 ‘프로젝트 디바 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에서는 ‘하츠네 미쿠’를 사용하는 모든 세가의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부서를 초월해 ‘하츠네 미쿠’를 관리하고 팬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 위원회의 활동 폭은 넓다. 게이머가 이야기하는 개선점을 수집하고 ‘하츠네 미쿠’를 사용한 게임을 언제 출시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북미,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서 벌이는 하츠네 미쿠 관련 해외 사업과 세가가 주최하는 하츠네 미쿠 라이브 콘서트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세가 역사상 이런 시도는 처음이다’라고 평할 정도다. 실제 아이돌을 관리하는 프로덕션 못지 않은 철저함이다.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가 처음 등장한지 올해로 8년째, 게임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가 처음 등장한지 올해로 6년을 맞았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의 무모한 모험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최근 들어서 ‘하츠네 미쿠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는 비관론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나 북미 등에서 콘서트가 열리는 등 해외의 인기는 여전히 높다. 유튜브나 니코니코 동화에 올라오는 미쿠 관련 컨텐츠의 양도 꾸준하다. 타임(TIME)지에서는 ‘2014년 가장 영향력 있는 가상 캐릭터’ 8위에 하츠네 미쿠를 꼽았을 정도다.
타임지가 선정한 2014년 가장 영향력 있는 가상 캐릭터 <사진출처: time.com>
[프로젝트 디바] 역시 꾸준한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일본 내수 게임이던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 최신작이 북미와 유럽에 정식 발매되었다. [프로젝트 디바 아케이드] 역시 현재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서비스하고 있다. 스핀오프작인 [프로젝트 미라이 디럭스]도 일본, 한국, 북미, 유럽에 모두 정식발매 될 예정이다.
노래하는 가상 아이돌 ‘하츠네 미쿠’의 인기는 당분간 식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프로젝트 디바] 역시 그럴 것이다. 올해도 새로운 [프로젝트 디바] 시리즈의 등장을 하츠네 미쿠 팬들은 기다리고 있다.
다음의 오늘은 너의 손으로 장식하는거야! <사진출처: 세가 공식 홈페이지>
· 위키피디아 : Hatsune Miku, 初音ミク, Hatsune Miku: Project DIVA, 初音ミク -Project DIVA-
· SEGA feat. Hatsune Miku Project Official Website
· 크립톤 퓨처 미디어 공식 홈페이지
· INSIDE, 하츠네 미쿠 -프로젝트 디바- 개발비화
· 세가-사미 홀딩스 2011 연간 보고서, Developing Businesses across the Organization to Maximize IP Value
· ITmedia, 크립톤 퓨처 미디어에게서 듣는다
· SEGA x 피아프로 콜라보 공모 페이지
· TIME, The 15 Most Influential Fictional Characters of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