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Km 웃도는 거리를 반나절 정도 도보로 주파하는 작은 여행을 시작한지 3주 됐습니다. 이번 세 번째는 삼성동에서 분당으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일기예보는 추워지고 비오고 바람 불고 .... 한마디로 '개판' 예보라서 미리부터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했습니다. 그러나! 날씨 탓에 하고 못하고 할 사람이 아닙죠!
우선 인터넷에서 다음지도를 열어서, 탄천을 중심으로 20Km 정도가 되는 코스를 정하기 위해 두루두루 거리재기(이거 무지하게 편리합니다)를 해봤습니다.
거기에 분당 사는 친구의 조언을 합쳐서 정한 코스는 그래서 나름대로 정한 코스는, 삼성역에서 분당의 구미동 부근까지 23Km.
이번에는 골프를 같이 하는 동갑모임에 공고하여 번개모임 비슷하게 했습니다. 일부는 같이 출발하고, 분당에 사는 친구 둘은 중간이나 끝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2주간 동행해주던 조카아이는 회사 일로 참석 못했지요.
드디어 바람 불고 추워진 12월 6일 오후! 같이 출발키로 한 친구가 결혼식 얼굴 내밀기를 하고 오는 바람에 예정보다 늦은 3시 20분 삼성역 출발!
출발 직전에, 혹시 중랑천 일부 구간처럼 가로등이 없을까 싶어 작은 손전등 하나 구매했으나 사용할 일은 없었음!
탄천 둔치에 있는 자전거도로는 삼성동에서 분당 이매촌 이전까지는 양옆에 있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만 돼 있습니다.
삼성동 탄천 주차장에서 광평교(4.9Km 지점)까지는 분당행 기준으로 탄천 오른쪽에 있고, 광평교에서 왼편으로 건너갑니다. 그 다음 서울공항이 끝나는 지점까지는 왼편으로만 자전거 도로가 나 있습니다.
그걸 모르고 탄천주차장에서 자동차운전면허시험장을 건너갔다가 되돌아 나오느라 1Km 정도 다리 품을 더 풀었으니 ... 역시 정보가 약하면 팔다리가 고생합니다 크크
탄천 역시 생태보호 지역으로 관리돼 있어 둔치에는 자연 그대로의 풀섶이 널려 있고, 누렇게 변해버린 억새풀도 정겨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1.3Km 지점에는 대치동에서 잠실로 넘어가는 탄천2교. 바로 이이서 오른쪽으로는 양재천이 탄천에 이어지는 곳입니다. 양재천 끝에서 출발하면 또다른 20Km 코스가 될 것 같은 생각을 머리 속에 담아두고 계속 진행.
그 다음 탄천1교.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다리마다 교각에 마라톤 모임의 간판이 크게 잘 설치돼 있어 이 코스에서 마라톤 동호회가 많이 활동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4.2Km 지점엔 수서IC와 탄천교, 4.9Km 정도엔 광평교가 나옵니다. 이 광평교 밑에서 자전거도로는 탄천 왼편으로 건너가게 돼있습니다.
7.6Km 지점엔 대곡교. 송파구 복정동의 복정역 근처입니다. 동행한 친구가 다리에 약간의 이상신호가 있다고 하여 복정동에서 전철 타고 가라고 할까 싶었으나, 시간이 더 지나자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하길래 다른 말 없이 계속 진행했습니다.
사실 이 친구는 전문가 수준의 등산부터 선수급 스케이트까지 못하는,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살짝 엄살을 피운지도 ..... 하하하
바람은 일기예보와는 달리 별로 없었고, 그나마 바람을 등지고 가는 것이라 불편함 없이 걸었습니다. 역시 걸으면, 내가 걸을 수 있는, 직립보행동물이란 걸 실감할 수 있습니다.
9Km 지점에 왼편으로 태영하수종말처리장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탄천에는 냄새가 난다고 했으나, 추운 날씨 탓인지 냄새로 인한 불편은 전혀 없었습니다. 혹 여름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대략 이 곳부터 탄천 오른편에는 군사시설입니다. 아마 서울공항이겠죠? 그래서 그런지, 한강하구 같은 분위기도 나고, 탄천 중간중강의 모래톱에 그룹 지어 내려앉아 있는 철새들도 정겹습니다.
이제 해는 어둑해지기 시작하고, 바람도 조금 강해졌습니다. 이곳의 분위기는 뭐라 할까 ....... 시골 하구풍경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서울 분당이란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출발부터 전화로 위치를 확인했던 분당 친구가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분당 집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마 거의 만날 지점에 온 듯했습니다.
그러다 여수교(13Km 지점, 성남시 여수동에서 시흥동으로 넘어가느 다리) 부근에서 저 멀리 걸어오는 형체가 보이더니 ... 점점 .....
첫 번째 사람? 은 아니었고, 바로 다음에 컴컴한 어둠 속을 자신 있게 걸어오는 매무새를 보니 아 바로 그 친구네요!!
하하하 사십 넘어서 걷기 하다가 중간에 만나니 새삼스럽게도 얼마나 반갑고 재미있던지! 두 여성동무는 끌어안고 난리 법석을 칩니다 크크크.
여기서부터는 셋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러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진행합니다. 조금 더 가니 14.5Km 지점에 성남제2종합운동장이 보이고, 이어서 아파트 숲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제부터는 정갈한 도시의 잘 관리된 천변을 걷게 됩니다. 자동차 도로가 있는 다리는 수평으로 만들어져 있고, 사람만 건너는 다리는 위로 약간 휘어오르는 곡선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다리이름도 정말 다양하게 계속됩니다. 사송교(14.6Km), 야탑교, 하탑교(15.0Km), 방아교, 이매교(16.2Km), 양현교, 서현교(17.4Km, 황새울공원. 중앙공원에 이어지는 곳), 수내교, 백현교(18.5Km), 신기교, 금곡교, 불정교(20.5Km)까지!
불정교에 도착한 게 7시 35분 정도. 4시간 15분 정도 중간휴식 없이 걸은 셈입니다. 6-7Km 정도에서 오이 깎으려고 잠시 섰던 것 이외에는 계속 걸었지요. 평균 속도는 시속 4.8Km.
분당지역은 주변정리가 참 깨끗해서 보기도 좋고 편안하게 걷기도 좋습니다. 물론 뛰는 분들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아파트 야경도 괜찮습니다.
당초에는 구미동까지 가려고 했으나, 늦은 출발에 허기도 엄습하고, 차를 대기시키기로 한 친구와 약속한 것도 있어 불정교에서 마감! 증빙사진으로 한장 팡! 찍고.
저까지 모두 넷이서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 바깥쪽에 있는 입큰메기집엘 가서 소주 한잔을 쭈욱 곁들여서 푸짐하게 배를 채웠지요.
이야기 나누면서 씩씩한 걸음을 걷는 것도 좋지만, 반대편에서 출발한 친구를 중간에 만나는 것도 작은 도보여행의 색다른 즐거움, 望外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게다가 또 한 친구는 차를 대기시켜놨다가 저녁식사 자리로 편하게 이동시켜 주니 크크크 분당은 참 좋은 곳입니다. 하하하
소주를 곁들인 식사를 끝내고 저는 전철로 강동으로 돌아왔고, 다른 한 친구는 버스로 강남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수고했다'는, '환영 나와서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마무리했습니다.
첫댓글 자주 일일도보기획하시어 즐기시고 .....! 이번엔 삼성동에서 분당까지 23키로의 도보..! 내가 걸어버지못한 코스이기에 부럽구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합니다
용파리님~ 이번 주말 대성리 갈때 만날 수 있겠네요~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