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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5일간 스포츠춘추는 ‘박동희의 in 캠프’라는 타이틀로 미국과 일본에 마련된 8개 구단의 스프링캠프 현장을 직접 찾아갈 예정입니다.
‘박동희의 in 캠프’는 기자가 스프링캠프 현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독자들의 궁금증을 실시간으로 풀어 드릴 것이며, 야구팬들이 직접 각 팀 감독들에게 실시간으로 질의하고 답변을 받는 새로운 형식을 취할 것입니다. 야구팬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합니다.
오늘은 ‘박동희 in 캠프’ 네 번째 시간으로 ‘국민 감독’ 두산 베어스 김경문 감독님을 모시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올 시즌 두산의 전력에 관해 궁금한 게 있으시다면 지금 바로 댓글로 질문해주세요. (지금부터의 질문은 스포츠춘추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하며 전적으로 야구팬들의 질문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안녕하세요. 김경문 감독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여전히 멋있으십니다.
반갑습니다. 또 1년이 지났네요(웃음). 먼 길 오셨습니다.
두산의 분위기가 무척 좋은 듯합니다. 선수들 표정에서 ‘올 시즌 꼭 우승하겠다’는 각오와 캠프를 즐기는 듯한 여유가 함께 보이던데요.
일본에 온 지 1달이 지났어요. 1주일 남은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다행히 부상선수가 없습니다. 이 좋은 분위기를 캠프 끝까지 계속 유지하려고 합니다.
미야자키 화산 폭발이 두산 훈련에 지장이라도 있을까 걱정한 팬들이 많습니다. 어떠셨나요.
화산 폭발 때문에 두 번 정도 연습을 소화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실내에서 연습은 꾸준히 했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웃음).
“올 시즌 원투펀치는 외국인 투수, 그러나 김선우의 역할이 가장 중요”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야구팬 여러분과 김경문 감독님 사이의 실시간 질의응답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감독님의 시즌구상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는데요. 아이디 seun님 등께서 올 시즌 두산 선발진 구성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지금 시원시원하게 다 말씀드리면 저도 홀가분하고 좋겠는데, 다른 선수들도 목표를 갖고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발표하면 혹여 실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조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4명의 선발 윤곽은 잡혔어요. 더스틴 니퍼트, 라몬 라미레즈, 김선우, 이혜천이에요. 5선발은 상대 팀에 따라 바꿔가면서 투입할 생각이에요. 때로는 중간에서 뛰었다가 다음 번엔 선발로 뛰었다가, 그런 선수가 5선발로 나오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엔5선발을 확정하지 않고, 변칙적으로 운용하시겠다는 뜻인가요?
5선발까지 확실하게 정하면 좋은데, 지금은 시즌 초까지는 5선발은 말씀하신데로다소 변칙적으로 운영할 생각이에요. 만약 5선발로 뛴 선수가 잘한다면 제 마음도 달라지겠지요(웃음). 밥상 차려줬을 때 그것을 어떻게 잘 마무리하느냐가 5선발로 뛸 선수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일단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상대팀에 왼손 타자가 많고, 특정 투수 유형에 약한 팀하다면 거기에 맞는 적절한 투수진 운용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qwed님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 니퍼트와 라미레스의 상태와 올 시즌 감독이 생각하시는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묻고 계십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음, 솔직히 니퍼트는 메이저리그에 있다가 온 친구라, 그 친구의 스케줄에 훈련량과 강도를 맞춰줬어요. 본인이 원하는 데로 말이지요. 지금까지 불펜투구 2번, 라이브피칭 1번 한 게 다에요. 라미레즈는 아직 불펜투구만 1번 했을 뿐이에요. 니퍼트를 보면 차분하게 자기 할일을 잘 하더군요. 큰 키임에도 팔 스윙이 부드러워요. 우리 수비만 잘 뒷받침한다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줄 투수에요. 라미레즈는 잘 아시는데로 계약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입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요. 이제 불펜투구 1번 했으니까 아직 평가하긴 일러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전 두 투수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우리 식구가 됐으니까요.
이혜천의 복귀로 두산 왼손 투수진이 강해졌다는 평이 많습니다. dldy, qwed님께서도 그 점에 집중하신 듯합니다. "올 시즌 팀의 왼손투수들인 이혜천, 이현승을어떻게 활용하시려는지요. 그리고 기대치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이혜천은 선발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씀을 드렸고요. 이현승은 무척 좋은 상태입니다. 이현승은 지난해 실패를 교훈삼아서 이번 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공도 좋아졌고. 당장 선발로 뛰어도 손색이 없어요.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보면 지금 우리 불펜에선 싸울 선수가 있어야 해요. (이)현승이를 못 믿어서 선발에서 불펜으로 돌린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팀이 되려면 불펜에서 ‘딱’ 필요한 선수가 바로 이현승이기 때문이에요. 본인이야 선발 욕심이 있겠지요. 팀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 점을 선수들이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dns1님께선 올 시즌 불펜진이 어느 선수들로 채워질지 궁금해하십니다. 감독님이 완성하신 두산 불펜진은 8개 구단 가운데 늘 가장 인상적입니다.
정재훈, 고창성, 이현승, 이용찬, 임태훈 등 기존 불펜진과 제대한 김강율 그리고 조승수, 노경은, 정대현, 이현호 등 새로운 얼굴들이 경쟁을 벌어야합니다. 경쟁에서 이긴 선수들이 불펜진의 중심이 되겠지요. 지난해보다는 질적으로 올해 불펜이 좋은 것 같아요. 지난해엔 정재훈, 고창성 둘이 무척 고생을 많이 했어요. 두 선수가 나간 경기에서 승리를 못 잡으면 다음 경기에도 영향이 있을 정도로 두 선수의 역할이 막중했어요.
제 구상입니다만, 김강율, 노경은과 중고참 투수들인 김상현, 김성배 가운데 최소 한명은 치고 나와야 해요. 그래야 우리가 조금 더 힘 있는 불펜을 운용할 수 있습니다.
tony님께선 마무리 투수로 어느 선수를 의중에 두고 있는지 물으십니다. 임태훈과 이용찬 혹은 다른 선수를 의중에 두고 계신지요.
둘 다 생각하고 있어요.
두 선수 모두요?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은 (이)용찬이가 마무리였다가 내일은 (임)태훈이가 마무리를 맡는 등 순서가 조금 바뀔 순 있을 거예요. 보통 앞 경기에서 둘 중의 한명이 많이 던지면 다음 경기는 나머지 한명이 마무리를 맡는 식이 될 거예요. 그동안 태훈이가 고생을 많이 했고, 용찬이는 팔이 건강하니까(웃음). 올 시즌엔 용찬이가 태훈이 앞에서 고생을 좀 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미야자키에 와서 연습경기를 5번 정도 정도했어요. 이용찬을 중간에서 던지게 했어요. 아마 자기가 마무리했을 때 느끼지 못한 중간 투수들의 괴로움과 고생을 잘 알 게 됐을 것이라 믿습니다.
syh2님께선 "어느 투수에게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기시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국내파 투수가 에이스가 되면 좋겠지요. 김선우가 되면 더 좋을 거예요. 하지만, 감독 입장에선 냉철하게 봐서 니퍼트가 에이스가 돼줬으면 해요. 현재는 2선발을 라미레즈로 생각하고 있고. 3선발 김선우, 4선발 이혜천인데…아무래도 선수 컨디션 따라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여기서 에이스는 선발 로테이션 상의 순서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김선우의 3선발이 갖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일단 외국인 투수 2명이 나갔을 때 최소 1승 1패를 거둬야 해요. 그래야 3연전에서 3선발끼리 붙었을 때 이기면 2승 1패가 됩니다. 어쩌면 승부의 끝에 선 투수가 3선발일지 모릅니다. 그게 제 투수진 운용관이기도 해요. 다시 말하면 3선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김)선우는 지난해 팀을 위해 정말 잘해줬어요. 올 시즌도 그만큼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영민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많은 분이 질문해주신 투수진에 이어 야수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두산의 야수진을 볼 때마다 참 대단한 팀이란 생각을 하는데요. 현장의 혜안과 프런트의 육성, 둘의 완벽한 조화가 지금의 두산 야수진을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kdj9님께선 올 시즌 주전 1루수가 누가 될지 궁금해하십니다.
물론 최준석이 1루수로 나가는 게 가장 바람직해요. 그리고 김동주도 3루수 나갔을 때가 우리 타선이 가장 강합니다. 고무적인 건 고영민이 좋다는 거예요. 만약 (고)영민이가 2루수를 차지한다면 오재원이 1루로 갈 수도 있어요. 올 시즌은 ‘누가 딱 이 포지션이다’ 할 것 없이 팀 상황과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줄 예정입니다.
opop님은 “고영민, 오재원의 2루 주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선수를 주전 2루수로 생각하고 계시는지요”하고 묻고 계십니다.
올 시즌 제 목표는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부상선수에 대한 대안도 마련할 수 있고, 팀도 정체되지 않고 발전할 수 있어요. 질 것 다 지고 포스트 시즌 올라가면 뭘 하겠습니까. 우리는 앞으로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합니다. 물론 올 시즌 제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안합니다. 팀이 강팀을 넘어 우승팀이 되려면 여러가지 창의적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wjdt, righ님께선 고영민의 활용법에 대해 궁금해하십니다.
(고)영민이가 3년 연속 연봉이 깎였어요. 본인 스스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예요. 그간 부상도 있었고. 그러면서 자신에게 큰 각오를 하고 나온 것 같아요. 감독이 펑고 배트 들고 그라운드를 그냥 돌아다니는 것 같지만, 선수들이 어떤 마음으로 훈련하는지 다 보고 있어요. 영민이를 보면 캠프 처음과 지금이 한결같이 똑같아요. 뭔가를 간절하게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땐 감독이 뭔가를 옆에서 도와주기만 됩니다.
영민이가 회복하면 우리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겁니다. 정말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거예요. 그리고 지금 연습경기를 하면서 영민이 타구 내용이 지난해, 지지난해에 비해 무척 좋아요. 올 시즌엔 영민이가 잘할 것 같습니다. 물론 오재원도 무척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eoe0님은 “김동주가 버티고 있는 3루수의 주전 자리와 백업 선수는 누가 될지 궁금합니다”하고 물으십니다.
김동주는 올 시즌 제가 다 고마울 정도로 훈련을 빠짐없이 소화했어요. 그리고 손시헌, 임재철, 김선우 등과 함께 팀을 잘 이끌고 있어요. 올해만큼은 이원석도 있지만, (김)동주가 3루에서 잘해줬으면 해요. 특히나 원정경기에선 우리가 초반부터 공격에서 리드하고 있어야 이길 수 있습니다. 동주의 역할이 더 클 수밖에 없어요. 이제 동주와 제가 선수와 감독으로 함께 한지 8년째이 됐어요. 서로의 마음을 잘 알지요. 열심히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일단 동주가 몸 상태나 컨디션이 좋으면 계속 동주를 3루로 맡길 생각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로도 출전하겠지요. 그럴 땐 이원석이 중요한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합니다. 이원석의 상태도 무척 좋아요. (이)원석에게도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원석이 잘해줘야 우리가 우승까지 도전할 수 있습니다.
kkk3님은 두산 우익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계십니다. 어느 선수들이 주전 외야 자리를 꿰찰까요.
외야는 김현수, 이종욱도 있고. 거기다 이성열도 출전할 것이고, 정수빈, 임재철도 출전할 겁니다. 올 시즌 우리팀의 테마는 한 선수가 133경기를 한 포지션으로만 나가는 게 아니라 컨디션 좋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간다는 겁니다. 그게 제 목표에요.
김현수, 이종욱은 외야경쟁에서 다소 유리한 상황이라 볼 수 잇을까요.
그 선수들 역시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 일단은 올 시즌 목표는 선수들을 골고루 쓴다는 겁니다.
jjjs님은 "정수빈, 이성열, 임재철 역시 우익수 경쟁에 뛰어들 것 같다"고 하십니다. 이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실 생각이신지요.
딱 정해진 건 없어요(웃음). 앞에서 말씀드린 데로입니다.
pks7님께선 올 시즌 두산 포수진 운용을 어떻게 하실지 묻고 계십니다.
음, 캠프 기간 중 양의지를 많이 혼냈어요. (양)의지는 지금보다 좀 더 야무져야 해요. 지금까지 식으로 의지가 포수 마스크를 쓴다면 우리 두산은 우승하기 힘듭니다. 만약 의지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올 시즌 용덕한을 지난해보다 더 많이 보게 되실 겁니다. (용)덕한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jeny님께선 양의지의 송구와 수비능력이 지난 시즌과 비교해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물으십니다.
기술적인 측면은 많이 발전했습니다만…지난해 의지가 ·처음 주전이 됐어요. 올 시즌 보면 선수들의 눈빛이 꼭 우승해야 한다는 겁니다. 코치들과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약간 걱정 되는 부분이 포수에요. 우리가 걱정하지 않으려면 의지가 지난해의 경험과 상대팀 분석한 것, 지금 일본팀들과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공부한 것들을 잘 살려야 해요. 경기를 치르면서 자신이 좀 더 보완할 점을 스펀지처럼 빨아드려야 해요. 의지는 더 좋아질 수 있는 선수에요. 굉장한 실력을 보여줄 선수에요. 그렇기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타격 잘하는 것도 좋지만, 자꾸 타격에만 신경 쓰다보면 수비형 포수에게 뒤질 수도 있어요. 의지도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감독이 뭔가 요구하고, 주문할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에요. 정규 시즌 들어가면 뭐라고 조언도 할 수 없어요. 하루하루가 전쟁인데 어떻게 잔소리를 하겠습니까. 선수만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에요.
블로킹 실수가 나온다 치면 그 실수를 계속 줄여야 해요. 블로킹 실수를 막아 우리가 지는 경기를 줄인다면 우리는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의지도 깜짝 놀랄 거예요. 제가 많이 혼을 내니까(웃음). 하지만, 본인이 나중에 알 거예요. 더 냉철해지고, 독해져야 해요. 결국엔 의지가 잘해주리라 믿습니다.
"3, 4, 5번 중심타선은 경쟁없이 고정"
투수진과 야수진에 이어 이제 모든 분이 궁금해하실 타선으로 눈을 돌리겠습니다. 먼저 ssun님은 올 시즌 두산의 1번 타자가 누가 될지 질문하셨습니다. 많은 두산팬은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감독님이 "앞으로 정수빈을 1번 타자로 키우고 싶다"고 하셨던 말을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연습경기하면서 보니까 (정)수빈이 수비가 많이 좋아졌어요. 지금 타선을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이종욱이 1번 나가고, 정수빈이 2번으로 나갈 수도 있어요. 선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안주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꽉’ 잡으란 겁니다. 이 정도까지만 하지요(웃음).
task님은 "올 시즌 3, 4, 5번 중심타자가 누가 될지 궁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김현수, 김동주, 최준석으로 하려고 해요.
kjkj님은 “중심타선은 경쟁없이 확정인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라고 물으십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감독이 반성할 부분이 늘 나옵니다. ‘내가 이렇게 좀 마운드를 운영했으면 어땠을까’, ‘그때 이런 작전이 더 낫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실 감독이란 자리가 경기 끝나면 더 생각이 많아지는 자리에요. 전 우리팀을 ‘어떻게 운영하면 상대팀이 우릴 가장 껄끄러워하고, 팬들이 만족하는 야구를 할 수 있을까’하고 늘 고민해요. 제가 ‘경쟁, 경쟁’하는 것 같지만, 김현수와 김동주, 최준석은 이제 굳이 그런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선수들이 잘하고 있지 않거나 꾀를 부리면 모를까. 하지만, 그 선수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nhyk님께서 "감독님의 통찰력으로 김현수, 최준석 등 뛰어난 타자들이 많이 배출됐다"고 강조하고 계십니다. 덧붙여 이번 시즌 중점적으로 성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는 타자가 누구인지 묻고 계십니다.
윤석민입니다. (윤)석민이가 들어와서 2군 생활을 많이 했어요. 1, 2군을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아마 선수하기 싫었을 거예요(웃음).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어요. 계속 노력했어요. 올해 1군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고. 앞으로 두산에서 꼭 자기 자릴 차지할 선수가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윤석민처럼 끝까지 노력하는 선수들을 주목하시고, 그런 선수들에게 늘 기회를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석민이는 군에 다녀오기 전까지만 해도 코치들에게 지적도 많이 당하고 했던 선수에요. 그러나 군대 다녀와서 많이 달라졌어요. 윤석민에게 지금 3루 수업을 시킬 정도로 기대가 큽니다. 선수로서 자질이 있습니다.
iver님이 질의하십니다. 매우 수준높은 질문이신데요. "2009년 두산은 '발야구'로 많은 각광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엔 힘있고 무게감 있는 야구로 역시 돌풍을 일으켰는데요. 벌써부터 올 시즌은 어떤 야구를 펼칠까 기대가 됩니다. 올 시즌 구상하고 계신 두산의 야구는 어떤 것입니까"
지난해 20홈런을 친 토종타자가 5명이나 됐어요.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복기해보니까 그렇게 많은 홈런을 쳤는데도 팬들께 감명을 준 경기는 2009년보다 더 준 것 같더군요. 물론 토종 20홈런 5명은 대단한 기록이었어요. 아시다시피 두산 홈 경기 때 외야 펜스가 좀 깁니까. (자세를 바꾸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전 그렇습니다. 단 한 경기라도 지난해 포스트시즌 같은 경기를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말이지요. 우리팀에 보면 도루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도루를 할 수 있는 발빠른 선수들이 출루율을 높여야 한다는 겁니다. 예전처럼 팀 도루 1위를 기록할 순 없어도 팀 도루 상위권은 꼭 되고 싶습니다. 주루는 확실히 지난해보단 나아질 것으로 믿고,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발야구’를 지향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ulhe님께서 매우 진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두산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꼽아주시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과 단점을 미리 차단할 전략은 무엇인지 이야기해주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두산의 장점은 예전부터 유지해온 선수단의 인화와 단결입니다. 지금도 참 좋아요. 물론 다른 팀도 인화 단결이 잘 돼겠지만. 단점은 글쎄요. 감독 입장에서 자존심 상해서 단점은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웃음). 있긴 한데 말이지요(웃음).
syjn님은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올 시즌 가장 달라진 점 하나만을 꼽아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고참들을 중심으로 ‘정말 올 시즌 한번 해보자’는 움직임이 느껴져요. 고참들이 팀을 잘 끌어가고 있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보통 감독 계약기간이 마지막일 때 보면 감독이 나서서 뭔가 해보겠다고 막 힘을 쓰곤 합니다. 전 굳이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만, 제가 뭔가 하기 이전에 선수들과 코치들이 하나가 돼 열심히 해주려는 게 참 인상적입니다. ‘창의적 야구’를 한다는 게 지난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아닐까 싶어요.
uove님은 상무에서 제대한 김강률의 보직을 궁금해하십니다. 두산팬들께서 김강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은 듯합니다. 참 많은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김강률은 무한한 잠재력이 있어요. 내심 김강률이 선발진이나 불펜에서 뛰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말 제가 말을 아껴서 그렇지 참 기대가 큽니다(웃음). 단점도 있지만, 속구 구속이 빨라요.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ckdd님은 "지난해 포스트 시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의 감동을 이어줄 올 시즌 키플레이어는 누구입니까"하고 물으십니다.
올해는 전 선수가 두산의 키플레이어입니다. 이 자랑스런 선수들과 올해까지 8년째 함께 하고 있습니다. 팬들께 참 감사하죠.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졌지만, 그 분위기가 올해까지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플레이오프에서 우리가 삼성에 졌음에도 팬들이 엄청난 성원을 해주셨어요. 그 분위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팬들께 그간의 감사함을 전하는 야구를 할 겁니다. 지금 70%정도 선수단 운영의 확신이 섰습니다만, 나머지 30%를 계속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연습경기, 한국 가서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윤곽을 확실히 잡으려 해요. 지금까진 야수는 그림이 잡혀 있어요. 하지만, 투수쪽이 아직 잡히지 않았어요. 서서히 조율하려고 합니다.
"팬이 없는 프로야구는 공놀이에 불과, 끝까지 팬을 즐겁게 하는 야구를 하겠다."
juns님께선 '더그아웃에서 팬들의 응원소릴 들으면 어떤 기분을 느끼십니까' 하고 여쭤보십니다.
사실 경기 중에 더그아웃에 있을 땐 팬들의 응원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기 끝나고 경기장 나갈 때, 지면 지는 데로 이기면 이기는 데로 응원해주시는 팬들을 뵐 때면 참 감사합니다. 물론 선수들 보시려고 기다리셨다가 절 보셨겠지만요(웃음).
사실 제 임무는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기도 하지만,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사인을 잘 해드리고, 인사를 잘 드리는 게 제 임무에요. 그분들은 우리의 고객이니까요. 감독이 왜 감독입니까. 팬을 늘리고, 팀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감독 아닙니까. 선수들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팬들께 무조건 잘하고, 감사하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팬이 없는 야구는 야구가 아니라 공놀이입니다.
bool님께서 "트레이드로 전력강화를 하실 의향이 없느냐"고 물어보십니다.
솔직히 있긴 있어요. 캠프 마치고 돌아가서 시범경기할 때 팀의 미흡한 부분이 나오고, 우리팀에 트레이드 카드가 있고, 상대팀 카드도 적당하면 시도할 의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juns님께선 "두산을 '화수분 야구'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야수의 성장에만 집중된 것 같다. 투수, 그 가운데 선발투수감이 1군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이점에 대한 생각과 유일하게 전지훈련에 참가한 이현호의 활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하고 질의하셨습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감독도 답답합니다. 이현호는 잠재력은 있지만, 다듬을 게 많아요. 지금 너무 크게 기대하는 것보단 내실을 쌓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만약 두산이 5, 6, 7, 8위 전력이었다면 무리해서 쓸 수 잇을 거예요. 하지만, 두산은 어려웠을 때도 늘 4강을 목표로 했어요. 여유가 다소 있다는 뜻이지요. 어린 선수들을 무리시키기보단 잘 키워야 더 큰 선수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에 대한 지적은 감사하고 따끔한 지적으로 귀담아 듣겠습니다. 좋은 질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kari님은 "올 시즌으로 재계약 기간이 종료되십니다. 아직 논의할 상황은 아닙니다만, 향후 거취에 대한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하고 질의하셨습니다.
아직 전 두산의 사령탑입니다. 두산을 사랑해주시는 분들과 저를 지금껏 믿어주신 분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참입니다. 향후 거취는 시즌이 끝나고서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감독이 될 때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어요. 하지만, 절 믿고 기회를 주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위해 꼭 뭔가를 보답하는 게 급선무라고 봅니다.
올 시즌 4강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전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각 팀마다 다 사연이 있잖아요. 각 구단마다 열심히 하고 하기 때문에, 물론 제 머릿속엔 있지만, 모든 팀이 4강 전력이라고 봅니다. 모르긴 몰라도 각 팀마다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서 감독님 4분을 만나니 모두 두산을 4강 아니 우승후보로 꼽으시더군요.
다른 팀 감독님들이 항상 우리 두산을 그렇게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웃음).
마지막으로 두산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팬들께 한말씀 해주시지요. 오늘 두산팬들이 올려주신 질문을 보면서 두산팬들의 야구 깊이와 팀 분석을 보고 속으로 '역시 두산'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렴풋이 아무것도 모르고 감독을 맡았는데, 이제 8년째입니다. 항상 시즌이 끝나면 허전한 뭔가가 있었어요. 차마 말씀은 못 드렸지만, 팬들보다 제가 더 허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요. 프로는 역시 과정보다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젠 결과를 보여 드려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올 시즌을 꼭 팬들께 보답하는 시즌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전 '곰들의 모임'에서 말씀드렸지만, 올해 꼭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우리 두산을 끝까지 믿고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지금까지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두산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부족한 인터뷰임에도 관심 있게 '박동희 IN 캠프'를 봐주신 야구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의 성원과 기대대로 올 시즌 두산이 꼭 위대한 목표를 달성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두산은 현장과 프런트 그리고 팬의 완벽한 조화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팀이 될 것입니다.
다음 ‘감독과의 대화’는 2월 24일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 감독 편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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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진울 감독님^^올해엔 꼭우숭하셔서
우승의 기쁨과함께 임기도 계속 이어가시길^**^
감독님"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