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효자심청 2

-  2010년 -   시각장애인 심봉자씨는 청이를 임신했을 때 큰 사고로 그 전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 사고현장에서 발견 될 당시 이름이 뭐냐는 구조대원의 질문에 ‘심봉자’라고 대답했다는 기록으로 본인의 이름이 심봉자 인 것을 알 뿐, 자신이 어디에 살던 누구인지 청이의 부친은 누구인지 알길이 없었다.그러나 아들 청이를 건강하고 바른 청년으로 훌륭히 키워낸 것이 일생의 자랑이고, 어린시절부터 판소리에 소질이 있던 청이가 ○○음대에 수석 입학 할 국악계의 촉망받는 인재라는 것은 심봉자씨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다만, 보는 이들마다 다들 잘났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청이의 그 잘생긴 얼굴을 직접 두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 심봉자씨의 검진을 위해 청이는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방문했다. 검진을 마친 의사가 말했다. “네, 별다른 변화는 없네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수술법이 임상에 성공해서 승인이 났습니다. 심봉자씨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 수술을 하시면 심봉자씨도 앞을 보실 수 있습니다.”  --------------------- 3천만원. 3천만원.청이는 계속 3천만원을 되내이며 걷고 또 걸었다. 지금 엄마와 살고 있는 반지하 월세 보증금이 천만원. 기초생활수급자인 심봉자씨와 아직 학생인 청이에게는 꿈같은 액수의 돈이었다. 곧 대학생이 된다는 기쁨보다 눈 앞에 엄마의 눈을 뜨게 할 방법이 있는데 아직 능력이 없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눈물이 흘렀다. 그런 청이의 눈에 현수막이 하나 눈에 띄었다. 「원양어선 선원 모집. 기본급 300 수당별도, 신체건강한 남성」  청이의 머릿속에 번개 같은 생각이 스쳤다. ‘그래, 엄마의 눈을 뜨게 할 수 있는데 대학이 다 뭐고, 소리가 다 뭐냐. 다 관두고 돈을 벌자. 몇달 만 모으면 엄마 수술비도 하고, 그 다음엔 반지하 단칸방에서 벗어나 엘리베이터 있는 오피스텔 보증금이라도 마련할 수 있고 좀 더 모으면 작은 아파트라도 구할 수 있을거야.’ 청이는 결심 한 듯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현수막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원양어선을 타러 가기 전날, 청이는 앞 못보는 엄마를 홀로 두고 멀고 먼 바다로 떠날 생각에 막막했다. 심봉자씨에게는 한국대학 입학대신 해외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해 두었었다. “엄마, 불효자식 청이는 엄마 눈 띄게 해 드릴 돈을 벌러 월급 300만원에 원양어선을 타러 갑니다. 제가 돌아 올때까지 부디 건강하세요.” --------------------- 드디어 떠나는 날. “청아, 엄마가 어젯밤에 신기한 꿈을 꿨지 뭐니. 글쎄 청이 니가 혼자 망망대해로 나룻배를 저어서 나가지 뭐니. 분명 네가 넓은 세상에 나가 많이 배우고 더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는 길몽일거야. 짐은 잘 쌌니? 여권은 잘 챙기고? 진짜 엄마가 공항까지 안가도 돼?” 청이는 그 꿈이 쓸쓸히 먼바다의 배위에서 일하게 될 본인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더 이상은 엄마를 속일 수 없어 울며 말했다. “엄마, 실은 제가 거짓말 했어요. 판소리 전공이 무슨 해외유학이란 말입니까. 저는 돈 벌러 원양어선 타러갑니다. 꼭 돈 벌어서 엄마 눈 뜨게 해 드릴거에요.” “청아, 그게 무슨소리니. 안된다. 다 관두고 대학교나 열심히 다녀.” “엄마 이제 어쩔수 없어요. 대학도 등록 포기했고, 회사에서 가불도 미리 해서 꼭 가야 해요.” 청이는 통곡하는 심봉자씨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