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시 곽도경 사회자입니다.
두 얼굴
겨울이
여름의 밑그림이듯
봄이
가을을 그리고 있다
꽃이
열매의 얼굴이듯
헐벗음 또한
무성함의 얼굴이다
무성한
꽃인 당신
헐벗은
열매인 당신
하모니카 연주자 방종현 수필가님의 숨어우는 바람소리입니다.
김명희님의 낭독입니다.
입석묘지
모가 다 닳은 돌멩이 하나
한 채의 비석인 양 서가 앞에 박혀 있다
타고 남은 재 기름 되듯
세상 소풍 끝내고 간 하늘에서도
청포를 입고 찾아올 손님을 기다릴*
시인, 시인, 시인들이
등을 보이며 가지런히 서 있는 무덤
곰보 자국 숭숭한 빗돌의 얼굴
접힌 주름마다
아픈 시대의 물결무늬
비문으로 새겨져 있다
손금처럼 새겨진 깨알 글씨들
한 시대의 아우성이
은하수 흐르는 강이 되어
서가 가득 출렁이고 있다
제 몸속 피를 찍어
시대를 증언한 그들 앞에
주워온 몽돌처럼 엎드려
손가락 몇 개로 자판 두드려
지금 네가 쓰고자 하는 게 무어냐
* 한용운, 천상병, 이육사의 시
박숙경 시인의 낭독입니다.
해탈의 순간
두 팔 뒤로 뻗은 채
미동도 없는 저분
노트북 자판 위에서 모니터를 정조준
참선 중이시다
초록 장삼 위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전자파
오늘의 화두는 ‘빛’이다
텃밭 푸성귀 수행처 버리시고
높은 시멘트벽 타오르는 고행
스스로 택하시어 유리문 비집고 들어온
사바세계
사람 사는 일 다 읽으시고
때 묻은 속내 다 보시고
색色과 공空 하나임을 깨닫는 순간
붉은 띠 두 줄
가사로 받아 입으셨다
빛을 찾아와 빛 속으로 입적하신
비단벌레 선사님
마하반야 바라밀다
드디어 열반행 이루시다
정지홍 낭송가님의 낭송입니다.
파킨슨 아저씨
비틀즈를 좋아하셨나 봐
손수레에 올라앉은
낡은 녹음기 한 대
70년대가 줄줄 따라 나온다
최루탄 연기 속에서도
애절했던 그 가락
렛잇비 렛잇비---
기타라도 메고 오시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건네는
속살 보얀 참외 한 조각
맛이라도 보시지
얼굴에 칼자국도 없는데
손사래치며 달아나는
2000년대 여인들
렛잇비 렛잇비---
가게 두어라 그냥 두어라
길바닥엔 널브러진 플라스틱 소쿠리
빨간 고구마 노란 참외
한나절이 지나도록
한 소쿠리도 못 팔고
렛잇비 렛잇비 비에 젖어요
데모하다 잘린 그 형인지도 몰라
어둠의 시간은 찾아오는데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는 어머니*
맹물이 포도주가 될 때까지
렛잇비 렛잇비---
* Let it be - 70년대 유행했던 비틀스의 노래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로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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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회/시산행/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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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1회 詩하늘 시낭송회 ( 초대시인 손영숙) 동영상1
이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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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4
24.04.30 20:5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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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어요. 수진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