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시사저널> 조인성처럼 입어야 멋쟁이다

[최서윤]

올 봄 남성 패션 코드는 ‘메트로섹슈얼’…옷에서 ‘마초’ 걷어내야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드라마 [봄날]에 출연 중인 조인성이 세대를 넘어서는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욘사마 3종 세트’라는 상품이 일본에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겨울연가> 주인공 배용준처럼 보일 수 있도록 바람머리 가발과 안경, 목도리를 묶어서 판 것인데, 꽤 인기를 끌었다. ‘욘플루엔자’에 빠진 아내로부터 가정을 구하기 위한 일본 가장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그들은 기꺼이 이 우스꽝스러운 ‘욘사마 3종 세트’를 뒤집어쓰고 첫사랑의 판타지 속으로 아내가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왔다.

자, 이번에는 우리 차례다. 한국의 가장들도 아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가 왔다. 누구를 따라 할까? 박신양의 넥타이를 따라 맬까? 에릭의 콧수염을 따라 기를까? 비의 노출 의상을 따라 입을까? 장동건의 갈기머리를 따라 할까? 답은, 조인성이다. 조인성이 나오는 드라마 <봄날>을 보라. 드라마를 보되, 그의 연기를 보지 말고 그가 입은 의상을 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눈치 빠른 10대, 20대는 벌써 조인성 따라잡기에 한창이다. 요즘 대학가 신입생 환영회를 가 보면 남학생은 조인성, 여학생은 임수정으로 교통 정리가 되어 있다. 동대문 패션몰은 이미 조인성 스타일로 도배가 되었고, 인터넷 쇼핑몰도 그의 의상과 소품을 모방한 것들이 평정했다. 분명 조인성이 대세다. 따라 입자. 조인성처럼 입고 ‘멋치’에서 벗어나보자. 

패션계에 부는 ‘조인성 대세론’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메트로섹슈얼 코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4년 영국의 문화비평가 마크 심슨이 인디펜던트에 쓴 글에서 언급하면서 처음 쓰인 이 말은 대도시 전문직 종사자를 뜻하는 ‘메트로’와 여성 취향의 스타일을 의미하는 ‘섹슈얼’의 합성어로, 새천년 들어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패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케이블TV에서 메트로섹슈얼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메트로섹슈얼의 선두 주자로는 손톱에 분홍 매니큐어를 바르는 것으로 모자라 아내의 속옷까지 몰래 훔쳐 입었다는 영국의 데이비드 베컴이 있다. 할리우드의 메트로섹슈얼 패션 선두주자로는 배우 주드 로를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흔히 안정환이 베컴에 비유되곤 했다.

	ⓒ제일모직 메트로섹슈얼 스타일(위·오른쪽 사진들)은 이제 패션 리더를 넘어 일반 남성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메트로섹슈얼이 국내에서 둥지를 튼 것은 꽤 오래 전 일이다. 치마 차림으로 노래를 불렀던 김원준이나 김건모, 스튜디오에 모피 코트를 입고 나온 홍록기가 있기는 했지만, 너무 시대를 앞선 나머지, 혹은 의상을 소화하지 못한 나머지 단지 기괴한 옷차림으로 받아들여졌을 뿐이다. 꽃미남 신드롬과 몸짱 열풍, 그리고 점점 커지는 우먼파워와 같은 일련의 유행 현상과 맥락을 같이하면서 국내에서도 메트로섹슈얼 패션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드라마 남자 주인공 의상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슬픈연가>의 연정훈이나 <쾌걸춘향>의 재희, <봄날>의 조인성이 입고 나오는 의상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메트로섹슈얼 스타일의 압권은 조인성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조인성을 따라 입자’는 말이 청천벽력처럼 들릴 것이다. 신사복에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백팩(등에 메는 가방)을 메는 것이야 어찌어찌 따라해 보겠지만, 그 울긋불긋한 셔츠와 모피 코트를 어떻게 따라 입을 수 있겠는가? 중년 남성들의 패션과 조인성 스타일의 거리는 마돈나와 순결과의 거리만큼 멀어 보인다.

흰 바지는 조인성 따라잡기의 시작

그러나 우리가 따라 할 조인성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이 아니라 <봄날>의 조인성이다. <발리…>에서 재벌 2세로 등장했을 당시 그의 패션 코드는 럭셔리였다. 그러나 <봄날>에서 메트로섹슈얼 패션으로 코드를 바꾼 그는 단숨에 대중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염려하는 것과 달리 <봄날>에서 그가 입고 나온 의상들의 패션 함수는 복잡하지 않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따라 입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의 패션 코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조인성 패션의 강점은 경우의 수가 적은 것을 들 수 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이나 <풀 하우스>의 비와 다른 점은, 조인성 패션은 기본 형식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정장 스타일에 캐주얼한 재킷을 덧입거나, 캐주얼한 셔츠에 정장이나 코트를 껴입는 것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조인성 패션의 핵심이다.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되 다양한 변화를 줌으로써 편안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패션 칼럼니스트 정순원씨(위)는 근육에 집착하지 말고, 원색에 도전하고, 여성복도 참고하라고 충고한다.

흔히 패션 디자이너들은 여성보다 남성이 멋내기가 쉽다고 말하는데, 여성에 비해 남성이 경우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여성은 옷을 한 가지 고르면 그에 맞추어서 속에 받쳐 입는 옷과 외투는 물론 신발과 핸드백, 심지어 머리 모양까지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지만, 남성은 기존 스타일에 하나의 포인트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인성 패션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역발상이다. 남성복은 아래에서 위로 밝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조인성은 때로 아래를 밝게 입어 산뜻한 느낌을 준다. 흰 바지는 조인성 따라잡기의 중요한 코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보통 남성복은 주중에 입는 의상과 주말에 입는 의상으로 나뉘는데, 조인성 패션은 이 이분법을 파괴하고 있다. 주중 의상과 주말 의상을 적절히 혼합해 단정하면서도 활동적인 느낌을 주고 화려하면서도 얌전한 것이 조인성 패션의 매력이다. 옷을 통해서 일과 놀이를 통합하는 것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조인성 패션의 핵심은 옷에서 ‘마초’를 걷어낸 것이다. 셔츠나 재킷을 입을 때 어깨를 강조하지 않고 폭이 좁게 조여 입는다. 색상도 과감하게 원색을 고르고, 무늬가 있는 것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조인성 덕분에 남성복의 영역이 넓어졌는데, 특히 빨간색 코트를 남성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이 공으로 꼽힌다.

그러나 조인성 패션은 조인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 적지 않다. 훤칠한 키와 날렵한 몸매의 뒷받침이 없는 배불뚝이 직장 남성이 따라 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초 과정이 필요하다. 메트로섹슈얼 패션 가이드북 <지금 당장 넥타이를 잘라라>를 쓴 패션 칼럼니스트 정순원씨는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중년은 장점 살리기보다 단점 감추기가 중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자기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개성을 창출하라(유행은 패션의 참고서일 뿐이다. 억지로 유행을 따르면 자칫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다). 근육에 집착하지 말라(어설픈 근육은 옷맵시를 망칠 뿐이다. 차라리 다이어트를 해라). 원색에 도전하라(원색 옷은 당신의 삶을 흑백에서 컬러로 바꿔줄 것이다). 여성복도 참고하라(여성복의 소재 색상은 남성복에 그대로 재현된다).

정씨는 “중년 남성의 경우 장점을 살리는 것보다 단점을 감추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드라마 주인공보다 프로그램 진행자를 참고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얼굴이 크고 배가 나온 단점을 넉넉한 옷차림으로 덮고 안경을 써서 지적인 이미지를 주는 김용만 같은 진행자 스타일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봄을 시샘하는 마지막 추위마저 수그러들고, 이제 완연한 봄 날씨다. 마지막으로 강조하지만, 이번 봄에는 정말 조인성이 되어 보자. 남성복 코너를 새롭게 단장한 백화점들이 당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백팩과 스니커즈 슈즈, 흰 바지’로 구성된 ‘조인성 3종 세트’로 무장한 당신의 모습에 아내와 자녀들은 감동할 것이다. 

[804호] 입력 : 2005년 04월 11일 13:58:13 / 수정 : 2005년 04월 19일 13: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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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기사지만 인성씨가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한 이유를 너무 분명히 알 수 있는 글이라서 퍼왔어요.

역쉬.. 기사 제공해준 황금박쥐양에게 오백만배를 드리며..

[유아현1]

역시 인성군이 최고!!!!

[이예지3]

조인성 따라하기.....보통 남자들은 힘겨워보여요 ㅋㅋㅋㅋㅋㅋ

[박선희5]

그래게여... ㅎㅎㅎㅎㅎㅎ 넘 넘 공감... 100%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