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네 번째 오두막을 마련하며
사방에서 아우성입니다.
우리는 왜 집이 없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지내야 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세상은 점점 핵가족에서 혼족으로 변해 가는데
무슨 상관?' 하며 못 들은 척해 왔습니다.
더구나 나도 요즘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
지인들과 소통하기를 좋아하고
독자들은 차츰 활자화된 책보다는
전자책 읽기를 즐겨들 하는데...
누가 오두막 안에 낡은 옷 입고 앉아
옛이야기나 주절대는
너희들을 거들떠나 볼거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마음이 무거워져 갔습니다.
"잘나나 못나나 내 새끼들인 것을,
뿔뿔이 헤어져 지내게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이제 한 지붕 아래 불러들여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련한 저의 네 번째 오두막입니다.
잠시라도 쉼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2022년 10월에 필자
******
...(상략)
그렇게 내 앞에 놓인 울퉁불퉁한 길, 평탄한 길을 어둡거나 밟거나 되돌아갈 생각은 않고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걷다보니 어느새 60년 세월이 흘렀다. 이제 그 많던 식구는 뿔뿔이 흩어져 떠나고 어둑어둑한 길목에 노쇠한 둘만 달랑 남아 있다. 여기까지 큰 재앙 없이 이른 데는 오로지 하늘의 도움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감사한다. 이제야말로 하고 싶은 일 하며, 가고 싶은 곳도 돌아다니면 좋으련만 몸도 여건도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곳은 둘이서도, 먼 곳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다녀올 수 있으니 아직은 살 만하다고나 할까?
...(하략)
- 수필 「씨가 되는 말」(작품집 『발길 머무는 곳에』(예원, 2022)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