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페루,
급한 마음이 들었던 볼리비아,
언젠가 꼭 다시 가고싶은 아르헨티나,
답답하지만 활기 넘쳤던 브라질,
독특한 칠레,
그리고, 아쉬운 에콰도르..
지난 1월 14일 자정 쯤에 호주에서 엘에이를 거쳐, 리마를 통해서 ‘남미대륙’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6월 13일 아침에 산티아고를 출발, 쿠바로 들어갑니다. 남미를 떠나는 것이죠.
무려 다섯 달, 151일 동안 있었던 남미에서...
페루 36일(1월 14일 ~ 2월 3일, 5월 9일 ~ 5월 25일)
볼리비아 11일(2월 3일 ~ 2월 14일)
아르헨티나 47일(2월 14일 ~ 3월 15일, 4월 8일 ~ 4월 25일)
브라질 13일(3월 15일 ~ 3월 28일)
칠레 26일(3월 28일 ~ 4월 8일, 4월 25일 ~ 5월 9일, 6월 12일)
에콰도르 18일(5월 25일 ~ 6월 11일)
제가 여행출발한지 딱 200일 되는 날이 6월 12일인데, 그 200일 동안 151일을 남미에 있었네요. 어지간히도 오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남미 대부분을 돌아다닌 것은 아닙니다. 남미 대륙 북부 쪽은 발자국 조차 남기지 못했으니까요. 남미가 넓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넓을 줄은 꿈에도 미처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곳을 다니면서, 여러 번 느낀 것이 있습니다.‘앗. 이곳은 남미 같지 않은데..??’
‘남미 같은 곳’. 이 말은 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입니다. 남미는 거대한 대륙입니다. 그 거대한 대륙을 ‘남미’라는 한 단어로 뭉뚱거리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에콰도르와 브라질이 전혀 다른 것은 당연한데 말입니다. 이 선입견을 없애버릴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수확이었습니다.
남미는 저에게 의미가 많습니다. 제 모습을 조금씩 여행자로 바꿔준 곳이기도 하고(물론 여전히 초보 여행자의 티를 못 벗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곳이기도 하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남미를 나가는 것이 아쉽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올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는 모릅니다. 지금 밟고 다니는 이 길을, 다시는 밟을 수 없을 수도 있고, 지금 주위에서 숱하게 들리는 왁자지껄한 스페인어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아니, 다시 밟고, 다시 들을 가능성이 더 적습니다. 남미는 한국과 너무 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바쁘게 살아야 할 것이라는 이유도 있긴 합니다. 새삼스럽게 지금 밟고 다니는 이 길과 숨쉬고 있는 이 공기가 소중하게 생각되는 순간입니다. 어디 담아갈 수도 없고 말입니다. 남미를 떠나 중미로(중미라고 해봤자 쿠바 한 나라입니다. 그것도 길어야 일주일..^^) 떠나는 날짜를 일찌감치 확정한 이유는, 머뭇거리다가는 일 년이고 이 년이고 나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남미는 이렇게 제 마음 속에 깊이 콕 박혀버린 것일까요..
길에서 장거리 버스 세워 타기, 흥정해서 택시 타기, 색색의 인디오들, 왁자지껄한 스페인어, 봉고차 콜렉티보, 뚜껑 없는 변기, 주유소와 거리를 가득 채운 티코 택시, 은행을 비롯해서 작은 가게 앞까지도 총을 들고 지키는 경비원들, 전화방, 1근에 1달러짜리 쇠고기, 1병에 1달러짜리 와인, 아르헨티나의 마떼, 1솔짜리 위조 동전, 운동화도 닦으라고 하는 구두닦이들, 무려 4시간동안의 점심시간, 정찰제 투어 가격, 신호등 앞의 잠깐 공연, 버스 짐칸에 배낭 실을 때의 팁, 의사 가운 같은 특이한 국립학교 교복, 도시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세멘테리오, 3리터 짜리 콜라, 마늘만한 옥수수 알, 양파만한 마늘, 29인치 텔레비전만한 늙은 호박, 살 때 그 자리에서 직접 잡아주는 염소와 닭과 꾸이, 아침에 먹는 아르헨티나의 달빵(메디아 루나), 아사도 먹을 때 먹었던 소뇌와 소혀, 그 많은 거리 환전하는 사람들, 숱한 호객꾼, 사기꾼들, 참 자주 웃는 남미 사람들..
지금 제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어쨌든.
저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녀온 유럽으로 갑니다.
도대체 유럽은 어떠하길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는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습니다.
과연 갈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아니면 그냥 다들 가니까 가는 곳인지 말입니다.
그래요. 1솔짜리 위조동전.. 위조한다고 든 돈이 더 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저도 기념으로 하나 들고 있지요. 남미를 먼저 다녀와서 유럽에 가면 느낌이 어떨까. 남미처럼 소박함은 없지요. 아마도 남미가 그리울걸요. 유럽은 깨끗함과 화려함으로 대변되지 않을까. 그래도 사람 사는 땅 다 똑같으니..느껴보세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실것 입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날은 전쟁을 의미할지도 모르니깐요. 당신의 마음속에 항상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 오래 오래 간직하도록 빌께요. 유럽으로 가면 아마 여행이 시시할것 같네요. 왜냐하면 그곳에는 사랑이 별로 없기때문입니다. 우리가 배운 합리주의 정신이....
첫댓글 님이 부럽군요. 여행의 알찬수확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니 말입니다. 사람마다 여행의 관념이 다르고 얻는것이 다르지만 저도 님과같은 여행자이고 싶군요.
살구씨~그럼 유럽에서 뵐수있기를~~^^"
그래요. 1솔짜리 위조동전.. 위조한다고 든 돈이 더 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저도 기념으로 하나 들고 있지요. 남미를 먼저 다녀와서 유럽에 가면 느낌이 어떨까. 남미처럼 소박함은 없지요. 아마도 남미가 그리울걸요. 유럽은 깨끗함과 화려함으로 대변되지 않을까. 그래도 사람 사는 땅 다 똑같으니..느껴보세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실것 입니다.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날은 전쟁을 의미할지도 모르니깐요. 당신의 마음속에 항상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 오래 오래 간직하도록 빌께요. 유럽으로 가면 아마 여행이 시시할것 같네요. 왜냐하면 그곳에는 사랑이 별로 없기때문입니다. 우리가 배운 합리주의 정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