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풍경이 있는 곳 남도향기 그윽한 고흥.
바다를 끼고 달리는 국도변에
고흥을 알리는 8품 9미 10경 입간판이 보인다.
8품은 유자와 석류,참다래,마늘,한우.꼬막 등 청정 고흥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이고 9미는 장어,전어,서대,낙지,매생이 등 남도의 맛을 대표하는 것들이 나열되어 있다.
8품 9미 10경으로는 도저히 고흥을 설명할 수가 없다.
그것은 고흥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매화꽃 흐드러지게 핀 산기슭에서 인생설움 구절구절 육자배기로 풀어내는 남도 아줌씨의 노래가락소리와
푸짐한 남도사람들의 인심이 어우러진 밥상을 받는 호사는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않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힐난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홍길동이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설움으로 살아서 가슴에 한이 맺혔다 하니
나는 "이것이 고흥맛이요"라고 말하지못해 한이 맺히는 우는 범하기가 싫다.
애써 고흥에 내려왔으니 당연지사 고흥을 대표하는
맛을 반드시 보고야 말겠노라는 각오로 남양면 죽암방조제 끝에 있는 '수문식당'을 찾아갔다.
이렇다할 근사한 건물도 아니다.
단층에 개량지붕을 얹은 남도 바닷가 어느 보통의 여염집과 다를바 없다.
푸른색 지붕이 바다와 썩 잘 어울리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매운탕을 주문해놓고
아름다운 경치를 놓칠 수 없어 밖으로 나왔다.
방파제 끝에 수문이 달려 있어 '수문식당'이라는 상호를 썼다는 것을 단박에 알겠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방조제를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풍경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어촌의 풍경들을 쏟아낸다.
겨울철 바다의 푸른빛과 썰물이 빠져나간 회색빛 갯벌에 감도는 부드러운 질감 속에 달큰한 강바람과 짭잘한 바닷내음이 뒤섞이고 저 멀리 햇빛에 반사되어 비치는 바다가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기수지역은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특히 남양면은 바로앞 갯벌에서 나온 꼬막이 유명한데 얼마나 많은 꼬막들이 생산되었는지 이곳 해안가는 조개껍데기가 쌓여 하얀 동산을 이룬다.
저멀리 섬이 아스라이 보인다
아마도 위치상으로 장도라는 섬일 것이다.
장도는 조선시대 코끼리가 유배된 섬으로 웃지못할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대식가인 코끼리를 먹여살리기도 힘든데다 코끼리는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을 밟아죽여 이곳 장도까지 코끼리가 유배를 오게 되었다.
낮설은 이국땅이라 설움이 컸는지 코끼리가 하도 울어서 섬에서 유배를 풀어줬다고 하는 웃픈사연이 깃든 섬이다.
겨울바다라지만 풍경에 취해서일까
온몸을 휘감는 바람이 손길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한참동안 남도의 멋에 빠져있다
음식이 준비된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압력솥에서 갓지은 밥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동강면 박채문 회장님의 친구분이시라는 수문식당의 박금종 사장님을 소개받고 인사를 드렸다.
서로 통성명을 나눈 후 실내를 돌아보니 굉장히 정갈하고 깨끗하다.
박사장님은 어부이자 주방일을 하신다.
그날잡은 신선한 생선을 주재료로 이용해
음식을 만들다 보니 이집의 주메뉴는 언제든지 바뀐다고 한다.
매운탕을 시켰는 데 어떤 식탁에는 운좋게 오늘잡은 메기를 넣고 끓인 매운탕 맛을 보는 테이블도 있었고
그렇지못한 테이블에는 해풍에 말려놓은 메기를 넣어서 끓여내놨다.
어느 것이 맛있다고 단정할 수 없을만큼 각각의 특징이 있다.
생메기탕은 부드럽고 말린 메기는 식감이 쫄깃하다.
곁들이 반찬이 메인요리 못지않은 음식들로 상위에 오른다.
갈치 새끼인 풀치를 꼬들꼬들말려서 만든 풀치조림만으로도 밥도둑이 따로없는 데
여기에다 꼬막이 한그릇 가득이다.
주인장 인심이 좋아 꼬막도 몇 번을 리필해 먹었다.
사실 벌교에서 꼬막정식을 먹는다해도 리필은 언감생시 꿈도 못꾼다.
아무리 이곳에서 꼬막이 나온다해도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인심이 없다면 그리하지는 못할 일이다.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나는 파나물도 입에 착 감긴다.
해풍을 먹고 자라는 파라서 파릇함이 더하고 부드러우면서 파향이 강하다.
압력솥에서 갓지어 낸 밥냄새는 점심 때 대흥식당에서 거나하게 먹어 도저히 저녁을 일찍먹지 못하겠노라는
말이 무색하게 연신 숟가락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남은 밥에 물을 부어 구수한 누룽지로 먹어야 한끼식사의 포만감과 행복감에 방점을 찍는 일이다.
이윽고 주인장과 술 한잔을 권커니 받거니 하며
짧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우리 고향인 고흥을 대표하는 맛집소개를 부탁받았을 때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고흥을 대표하는 맛집이라함은 그냥 맛잇는 곳이 아니라 고흥의 정서와 남도의 먹는 게미가 있는 곳을 말할 터이니 머릿 속에만 맴돌뿐 쉽사리 입밖으로 나오지않지만 앞으로는 자신있게 "이것이 남도 인심이고 남도 맛이다"라며 수문식당을 소개해야겠다.
여름이면 장어탕이 유명하고 서대회 낙지요리 전어회 등 참으로 전라도 스러운 음식맛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니
고향가는 길에 들러보기를 권해본다.
수문식당 전남 고흥군 남양면 월정리 155-5
061 83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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