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하는 분들일수록 조급하게 서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축적된 자기 이야기가 태산같이 쌓여 있다 보니 그것들을 단번에 그럴듯한 작품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서러이나 시창작으로 바로 들어가는 경우를 흔히 보는데 십중팔구는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늦을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글쓰기는 이야기거리가 두둑하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아무리 좋은 재료가 준비되었다고 해도 그것을 버무리고 조리할 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음식의 만이 손끝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글스기도 글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우선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간단하나산문 형식의 글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운문부터 시작하는 것은 축약과 비약의 요소에 먼저 길들여질 우려가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데생을 충분히 해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문을 통해 기본적인 어휘력과 문장력, 구성력을 터득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모든 문학 장르의 기본이 되는 요소입니다. 수필과 고설 같은 산문 장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시나 극본 같은 장르 역시 어휘력과 문장력, 구성력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습니다.이런 기본기가 충분히 습득되지 않은 채 시를 쓰면 생경하고 난해한 시가 되기 쉽고 거칠고 짜임새없는 극본이 되기 쉽습니다.
어휘력은 단어를 풍부하게 알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말은 워낙 그 표현이 풍부해서 한가지 뜻에서 여러 가지 단어군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어휘들을 충분히 자기것으로 소화하고 있어야 하며 또같은 종류의 말이라도 전체 문맥의 흐름과 분위기에 맞게 잘 골라 쓸 줄 알아야 하바니다. 이를테면 ‘쓸쓸하다’고 해야 할 자리에 ‘고독하다’고 하면 의미의 단절과 과장을 불러오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요. 한 문장 속에 스며들어 빛을 발하는 가장 적절한 어휘는 단 하나 뿐입니다. 가장 적절한 말을 골라서 쓸 줄 아는 능력이 어휘력인 것이지요.
어떤 분들은 이 어휘력 배양을 위해 국어사전을 외우기도 하는데 문학에 있어서의 어휘는 문장 속에 융화되어 있어야 제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므로 뛰어난 작품을 많이 읽는 것이 어휘력 향상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그 말들이 자신의 무의식 속에 육화되도록 해야 합니다.
문장력은 어휘력이 바탕이 되고 남의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됩니다. 좋은 문장은 필요없는 군더더기가 없고 읽기에 편하도록 적절한 호흡을 가진 것입니다. 너무 긴 문장이 장황하게 계속되면 문맥의 의미가 불투명해지고, 너무 짧은 문장이 반복되면 단조로운 느낌을 주게 됩니다. 탄력있는 문장은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듯이 길고 짧은 문장이 적당하게 섞이면서 이어져야 합니다.
구성력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능력입니다. 글감의 대상으르 기능전결로 배치하는 것은 너무 흔한 방식이므로 때에 따라 결말을 먼저 제시하거나 절정 부분을 글머리에 내세우는 등 여러 가지 구성의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