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분대장의 시간

[jlove0414]

나는 매우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이다. 말 한마디를 할 때에도 그 말이 듣는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고민하고, 혹여나 강압적으로 느껴지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을지 수많은 고민 끝에 말을 꺼낸다. 이 덕분에 다소 진지하고 진중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또한, 남들에게 많은 시선을 집중받는 상황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훈련소를 통해서 조금은 개선되었지만, 지금은 훈련소에서 쌓았던 추억들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말년을 바라보는 시점이기에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부끄러움 많은 내가 '분대장'이 되었다.

특정한 집단을 대표했던 경험은 초등학생 시절 부반장을 했던 것이 전부이다. 입대를 할 때에도 이러한 자리는 생각해 본 적 없으며, 훈련소에서도 특별한 임무 없이 평범하게 훈련을 받았었다.

사실 분대장으로 내정된 것은 꽤 오래되었다. 자대에 온 이후에 같은 소대 동기는 한 명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동기조차도 영외로 출근하는 불교 군종병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분대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 군생활의 흔적을 남기고자 예전부터 작성했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책의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 계급이 낮았던 입대 초반에 쓴 글들을 읽다가 이러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내 군생활의 목표는 이러한 부조리를 없애고 전역하는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도, 군생활에서도 이와 비슷한 책임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와 아픔을 내 동생은 똑같이 겪지 않기를 원했기에 동생에게 더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타고난 성격적인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군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유효하다. 내가 이등병과 일병 시절에 느꼈던 고생을 내 후임들은 겪지 않기를 원한다.

그리고 마침내 말만 하는 것이 아닌, 이를 현실로 이룰 수 있는 위치에 오게 되었다. 딱 한 분기라는 짧은 기간일지라도 후임들의 군생활에 있어서는 가장 편안한 시기이자 선임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 가치있는 시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나는 노력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과거의 다짐을 잊은 채로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가기 쉽상이다. 나 또한 이렇게 글을 남기지 않았더라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과거의 기록들 덕분에 그 다짐을 잃어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는 행동으로 이루려 한다.

2023. 11. 05. 일요일

병장

[권순호]

귀한 일기이자 글이군요.

저 또한 군생활에서 부조리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좋은 것을 남기고 좋은 것을 물려줄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해야 할 때임을 실감합니다~

[jlove0414]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야고보서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