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이 철인 만큼 등산을 많이 가는데, 그넘의 뱀 때문에 걱정이……
뱀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람들은, 백반(白礬)이나 붕사(硼砂) 또는 담배 가루를 몸에 지니거나 신발 속 또는 텐트 주변에 뿌리기도 하고, 문어를 가지고 다니기도 하지만, 필자는 산채 갈 때마다 석웅황(石雄黃)을 작은 주머니에 넣어 시계처럼 오른 쪽 팔목에 차고 다닌다.
석웅황은 한약재로서 화장품 재료로도 쓰이는 붉은 빛깔의 광물이다. 황화비소(黃化砒素)가 함유되어 있는 석웅황은 독성이 있어 독극물로 취급되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구입하기는 좀 힘들지만, 잘 아는 한약방이나 약령시(藥令市)를 통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석웅황은 웅황(雄黃), 석황(石黃), 요황(腰黃), 황금석(黃金石), 웅정(雄精)이라고도 하는데, 작년 2003년 9월 15일 시작해서 지난 3월 23일 54회로 종영(終映)된 MBC의 인기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에서 중종(中宗)이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이, 임금을 위해 사용하는 물을 떠 오는 샘이 석웅황이 매장되어 있는 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그 물에 황화비소가 녹아 있었기 때문임을 의녀(醫女) 장금(長今)이 밝혀냄으로써 그 존재성이 일반인에게 어느 정도 알려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석웅황은 사람에게는 그 냄새가 그리 독하지 않으나 후각이 사람에 비해 극히 예민한 뱀에게는 치명적이라, 꿩이 알을 낳은 뒤 뱀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그 주변에 콩알만한 석웅황을 물어다 놓기도 한다는데, 이토록 신통한 효험을 가진 이 석웅황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눈엣가시 같은 대원군(大院君)을 인질로 데려간 청나라의 원세개(遠世凱)가 대원군을 살해할 목적으로 대원군의 숙소에 몰래 독사를 풀어 넣고는 다음 날 대원군이 필히 사망했으리라 생각한 그가 대원군의 방문을 열어제쳤다가 태연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다음 날 다시 독사를 집어넣은 뒤, 문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스르르 대원군 쪽으로 다가가던 뱀이 무엇 때문인지 갑자기 몸을 돌려 밖으로 도망치듯 달아나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 것을 본 원세개는 '과연 하늘이 내리신 분이로다' 하며 대원군을 ‘아버지’라고까지 부르며 존경했다고 한다. 한데 사실은 대원군이 독살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심복 한 명이 대원군의 속옷 속에 석웅황 주머니를 채워 두었던 것이다.
석웅황은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산채 시 소지할 분량은 밤톨 크기 정도면 충분하다 하겠다.
참고로, 부산대학교 지질학과의 모(某) 교수에 의하면 부산의 금정산(金井山)[도심 가까이 있는 이 산에서는 필자가 캔 바 있는 화려한 산반 '금계관(金鷄冠)' 외에 중투도 여러 번 채취된 바 있음] 동편(東便)에는 석웅황이 다량 매장되어 있어 뱀이 서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너무 과신을 하시면 위험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