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2750) (1992. 6월 월간 산) 조 흥 제 백두산맥은 조선산맥의 한아비다. 산에 3층이 있으니 그 높이는 200리가 되고 넓이는 천리에 걸쳐 있다. 그 꼭대기에 못이 있으니 이름은 달문이다. 둘레가 800리로 남으로 흘러 압록강이 되고, 동으로 흘러 두만강이 된다. 백두산은 부수령 남북으로 뻗어 연지봉, 소백산, 설한등령, 철영 등에 걸쳐 있거니와 한 가닥이 동남으로 내달으며 치솟아 도봉, 삼각산을 이루고 그 사이로 한강수가 흘러가고 있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한 해설 문이다) 백두산은 우리나라 산 가운데서 가장 높은 해발 2750m의 장군봉(일명 병사봉)을 정상으로 중국과 국경을 이루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양강도 삼지연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다. 백두산의 나이는 대략 1000만년~200만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백두산을 탐사한 북한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백두산은 대략 6단계에 걸쳐 형성되어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백두산의 나이로 볼 수 있는 1단계는 백두산 바닥에서 알칼리 현무암이 표출된 시기인 1000만년~200만 년 전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흔적으로 북한 학자들은 백두산 형제폭포 바닥에 있는 현무암을 제시하고 있다. 그 단계는 약 200만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이때는 여러 화산에서 끈적끈적한 조면암및 영안암 용암들이 솟아나와 부근에 원추형 또는 종 모양으로 쌓였다. 이 암석은 천지의 기본 바닥을 이루면서 전체 주위에 연속적으로 놓여 있으며 그 두께는 약 400~500m에 달한다. 이 무렵부터 현재의 백두산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는데 이후 백두산은 휴식기에 들어갔고 이 사이에 대연지봉, 소연지봉 등 작은 기생화산들에서 얼마간의 현무암이 뿜어져 나왔다. 6단계는 1000년 전의 대량적인 부석의 분출시기인데 이때의 분출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대폭발이었다. 이때의 흔적들은 백두산 일대에서 나오고 있는 타다 남은 솣돌이 입증하고 있다. 백두산의 화산활동은 최근까지도 계속된 것으로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1597년(선조 30년)8월26일 대포 소리 같은 요란한 굉음과 함께 큰 돌들이 뿌려져 나왔고, 붉은 색의 흙물이 솟아 나왔으며 1668년4월에는 백두산에서 솟구친 재가 함경북도의 경성까지 날아왔다고 한다. 또 1702년과 1892년에도 백두산에서 화산작용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화산작용에 의해 백두용암지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의 동북지방까지 펼쳐 있는데 이 용암지대의 남북 길이는 40㎞, 동서 240㎞로서 전체적인 면적이 4만5천㎢에 달한다. 백두산은 여진족, 중국의 한족, 그리고 우리민족이 서로 관련되어 있는 성스러운 산이므로 그 이름도 다양하게 불러워졌다. 크게 분류해 보면 여진 말에 기원을 갖는 장백산과 우리나라에 기원을 둔 백두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자의 ‘長’은 ‘길다’의 뜻과 ‘영원’ 또는 ‘상시’라는 뜻이 있는데 장백산의 경우는 ‘영원’ 또는 ‘언제나 白山’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두산도 항상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백두산의 적설기간이 9개월이어서 이듬해 5월까지여서 백두산이 백산으로 보이는 것은 백두산의 꼭대기를 덮고 있는 백색부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두산은 해발 2750m의 장군봉과 2741m의 백암봉을 두봉으로 하는 수많은 봉우리들로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세와 그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천지로 이루어져 있다. 장군봉에서 천지를 향해 오른쪽으로 1.1㎞ 떨어진 곳에 망천후(2712)가 솟아 있고 망천후에서 분화구 능선을 따라 북동쪽 1㎞ 지점에는 쌍무지개가 자주 비끼어 이름 붙여진 쌍무지개(2626)가 자리잡고 있다. 망천후에서 북서쪽에는 흰 바위로 이루어졌다 하여 명명된 백암봉(2741)이 있다. 장군봉의 북서쪽 맞은편에는 산이 해를 가린다는 차일봉(1586)이 있고, 이 봉우리 옆에는 지형이 평평한 데다 풀까지 나 있어 사슴의 놀이터라는 녹명봉이 있다. 녹명봉으로부터 분화구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가면 산봉우리가 늘 흰 구름 속에 잠겨 있다는 백운봉(2691)이, 남쪽으로 1.3㎞ 지점에는 푸른 암석으로 되어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청석봉(2662)이 솟아 있다. 장군봉의 남서쪽에는 제비봉이 있는데 이 봉우리는 백두산의 고유한 계절새인 고산제비(칼새)가 많이 모여든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장군봉과 망천후 사이에는 백두산의 만물상이라고 하는 비로봉을 비롯한 기암괴석들이 금강산의 만물상과도 같이 솟아 있다. 장군봉을 호위하듯 솟아있는 비로봉은 천지호반의 산악미를 대표하는 하나의 독특한 산체로서 비교적 뚜렷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비로봉과 그 주변에는 마치 천지를 지키는 듯 앞발을 괴고 앉아 있는 것 같은 곰 바위도 있고 오랜 세월에 비-바람에 패이고 다듬어져 만들어진 촉매바위, 사자바위, 무지개바위를 비롯하여 각양각색의 바위들이 만물상을 이루고 있다. 비로봉 주위의 만물상은 맑은 천지에 비쳐진 광경, 피어오르는 천지 안개 속에 나타나는 비로봉의 모습, 비로봉에서 천지에 비낀 무지개, 이런 것들은 볼수록 신기하고 기이한 백두산과 천지의 풍경이다. 장군봉에서 압록강 발원지로 발길을 옮기면 이곳 역시 새로운 만물상이 펼쳐져 있다. 압록강 발원지 부근 상류는 아찔하여 깊은 계곡으로 되어 있는데 이 계곡의 양쪽에는 고색찬연한 이끼들이 덮인 바위들이 수천년의 세월 속에 씻기고 다듬어져 기묘한 절경을 이루고 있다. 백두화산이 분출할 때 나온 현무암이 흘러내려 식을 때 생긴 틈을 따라 빗물이 새어 들면서 씻어 내려 형성된 수많은 돌기둥들이 마치 다듬어서 묶어 세운듯이 아름다운 조각미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 절벽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무수한 폭포들을 형성하여 그 경치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기암괴석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낙타처럼 생긴 낙타 바위, 제비 잔등같이 생겼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제비 등판, 곰 같이 생긴 곰산 등이다. 백두산 기슭에는 천지에 수원을 둔 폭포들이 많아 고산 풍경의 위용을 돋워주고 있다. 백두산 기슭 대각봉에서 장군봉 쪽으로 올려다보면 흰 비단 필을 늘여 놓은듯 백두폭포가 장엄하게 흘러내리고 있다. 이 폭포는 해발 2200m 에 위치해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는 폭포인데 높이가 20m에 이른다. 이 폭포의 주변 바위들에는 꽃이 만발하는 봄철과 단풍이 드는 가을철에는 낮은 지대와는 달리 은빛 고드름이 죽죽 달려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백두 폭포에서 1㎞ 정도 덜어진 형제 폭포가 있다. 이 폭포는 두 개의 폭포가 바위 벼랑에서 나란히 떨어진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형제 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이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면서 무지개가 서면 백두산의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백두폭포와 형제폭포는 백두산 남쪽 기슭에서 시작되는 압록강 발원지에 있다. 소백산골 안의 비탈진 바위 벼랑에는 40m 폭포가 있고, 백두산 동남 기슭에는 묘하게 생긴 현무암의 수직 절벽으로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18m의 폭포가 있다. 백두산은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북쪽에 위치해 있는 데다 해발이 높은 산이므로 고산 기후의 전형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백두산은 특히 북쪽으로 넓은 아시아 대륙에 직접 잇닿아 있으며 기슭의 전반적 지대가 북쪽으로 가면서 낮아졌으므로 겨울에 찬 북서풍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그리고 여기서는 북쪽으로부터의 찬 공기와 남쪽에서 오는 더운 공기가 부딪쳐 수축되면서 비 또는 눈이 되어 떨어지거나 구름과 안개가 대지를 덮어 버리는 때가 많으며 일정한 방향이 없는 특이한 바람이 불고 기온이 시시각각 변하기도 한다. 백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가장 낮은 지대로서 장군봉의 연 평균 기온은 -8.3도, 7월 평균 기온은 14~16도이다. 7월 하순 천지 호반에서는 17.8도까지 올라간다. 백두산은 하루 기온 분포에서도 차이가 심하다. 아침과 낮, 저녁 사이의 차이가 심한데 7월의 낮 기온이 16도 일 때 새벽 4~5시에는 6~8도로 내려간다. 그러므로 여름에도 저녁과 아침은 초가을, 평지에선 늦은 가을 같은 느낌을 준다. 백두산의 겨울 추위는 매우 혹독하여 -40도를 오르내리며 천지 호반에서는 보통 -43도이고, 최고봉인 장군봉 부근은 -50도까지 내려간다. 백두산에서는 가을철은 일찍 오고 봄철은 늦게 시작되며 겨울이 몹시 긴 것이 특징이다. 더운 여름에도 눈 얼음이 1.5m 이상 쌓여 있고, 햇빛을 잘 받는 곳에서도 땅 속 0.9m만 들어가도 영구 동결층이 나타난다. 천지 호반 골짜기들에는 7~8월에도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눈더미가 여기저기에 있어 계절을 잊게 한다. 백두산 마루와 천지호반에서는 백두산 지역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아침 9~10시경에 해가 잘 비치고, 이때가 지나고부터는 백두산 기슭에서보다 일조시간이 적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백두산 일대는 지대가 높고 주변이 평평한 지대이므로 바람이 매우 강하고 복잡하여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겨울철은 북서풍이 많이 부는데 초속 30m, 심지어 50m까지 불어 눈가루와 부석을 멀리 말려 보낸다. 무주봉에서 얼마간 오르면 산림 한계선이 나타나는데 여기에 드문드문 서 있는 좀이까라나무들의 가지는 남동쪽으로만 뻗어 있고 그 반대쪽에는 가지가 없다. 좀 더 오르면 부석 모래언덕이 나타나는데 이것 또한 북서풍이 계속 불어 그 결과 형성된 특이한 풍경이다. 천지호반의 기상현상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특이하다. 바람이 세게 불고 복잡하게 변하는 천지호반에는 매우 강한 돌개바람의 한 형태인 ‘용권 현상’이 자주 일어난다. 이 현상은 땅 위에서 일어나는 돌개바람과 비슷한 것으로 물 위에서 갑자기 거대한 물기둥이 불시에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신기한 현상을 말한다. ‘용권 현상’이 천지 호반에서 일어날 때는 주먹 같은 돌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기도 한다. 커다란 용권이 일어날 때는 놀랍고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강한 회오리바람에 의하여 그 중심부에서 굉장한 물기둥이 수십m나 타래져 오르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솟아올라 200~300m나 이동한다. 이때 그 부근의 수면에서는 큰 외류가 생기며 물기둥 주위에는 물안개가 뽀얗게 인다. 안개와 구름이 많이 끼고 그것이 조화를 부리면서 나타나는 기상 현상 또한 백두산의 특이한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안개는 주로 여름철에 매달 평균 15일 정도 끼는데 하루 중에서도 아침과 저녁에 심하다. 아침에 끼었던 안개는 해가 뜨면 사라졌다가 다시 끼며 비를 가져 온다. 그래서 백두산에서는 비가 자주 내린다. 백두산의 연간 강수량은 2500㎜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고 연간 강우 일수도 180일 정도다. 여름철에는 하루에 5~6 차례 비가 내리는 날이 많다. 백두산 주변은 해발 1400m 이상으로 하층 구름의 높이와 엇비슷하므로 산마루에 올라 바라보면 높은 산봉우리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백두산은 중국 동북지방의 최고봉 답게 밀림이 우거져 산림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백두산에는 모두 1700여 종의 식물들이 분포되어 있는데 산림 한계선은 2000m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 아시아 지역은 온대의 철바람기후지대로서 산림자원에서 기본을 이루는 것은 활엽수림이다. 그런데 그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백두밀림만은 북부지방에서 자라는 이깔나무를 비롯한 아한대 식물로 이루어져 있다. 지형 조건과 기후 조건의 영향으로 백두산의 식물들은 낮은데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교목수림, 관목수림, 초원지대, 지의류지대로 바뀐다. 산림 한계선인 2000m를 지나면 나무들은 볼 수 없고 고산 식물들이 자라는 초원지대가 펼쳐진다. 이 지역은 나무가 없는 대신 고산 식물들이 피우는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황홀하게 한다. 해마다 진분홍색 진달래가 화짝 피어나는 5월20일경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6월 초순에는 왕백산화와 황산참꽃의 꽃바다가 펼쳐지고 중순에는 메저지꽃, 6월 하순과 7월에는 노란 만병초와 가솔송, 좀참꽃, 들쭉, 두메양귀비, 두메꼬리풀의 꽃향연이 벌어진다. 그리고 8월의 각가지 꽃바다에 이어 가을철에는 두메오이풀과 바위구절초, 쌀파도풀 등의 꽃들이 피어난다. 그런가 하면 20~30㎝ 정도의 두께를 가진 두툼한 이끼가 수북이 깔린 백두산 천지 호반에 활짝 피어나는 만병초와 들쭉, 고사리, 두메취, 잠자리꽃, 두메국화, 흰범의 꼬리, 좀참 꽃, 금매화들은 백두산의 독특한 꽃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해 주고 있다. 이러한 고산지대의 꽃들은 꽃송이가 아주 크고 색깔이 다양한데다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백두 밀림에는 또한 유명한 산삼, 만삼, 왕대황, 세신, 백작, 황기를 비롯한 100여 가지의 약용 식물과 무수해, 고사리, 도라지, 더덕, 버섯 등 110여 가지의 산나물들이 있다. 그리고 매년 수천 톤의 들쭉(포도와 사촌간으로 술이나 가공식품으로 이용)을 딸 수 있는 3만여 정보의 들쭉 밭이 있다. 또 그 향기가 100여 리에 미친다는 백기향, 백산차, 만병초, 곰향나무 등 귀중한 식물자원이 자라고 있다. 식물자원 뿐 아니라 자연 동물의 보금자리이기도 한 백두산에는 1222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백두산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의 경우 하등무척추 동물들인 골뱅이류, 갑각류, 거미류, 진드기류, 자족류 등 114 종이고, 고등 무척추 동물들인 디랭이류, 톡톡 벌레류, 하루살이류, 잠자리류, 사마귀류, 돌미끼류, 메뚜기류, 벌류 등 각종 곤충류들이 868 종이며, 척추동물인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들은 240 종이다. 북한의 백두산 탐험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같은 동물 가운데 북한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96종이며 세계적으로 새롭게 알려진 것은 5종인데 뱀눈나비과의 노랑무늬 뱀눈나비, 큰산뱀눈나비, 북방흰띠 애기범눈나비와 숫돌 나비과의 연한불빛 숫돌나비, 그리고 회동나비과의 작은 멧회롱나비가 새롭게 채집된 것이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에선 없던 숲새를 비롯하여 긴꼬리올빼미, 멧닭, 세가락딱따구리, 유리딱새, 제비솔딱새, 노랑솔딱새와 누렁이(말사슴) 허항렁첨서 등 조류와 짐승이 발견되었다. 백두산 일대는 동물의 수직적 분포에서 일정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해발 1000m 까지는 별 특징이 없으나 1300~1700m 지점은 긴꼬리 올빼미, 작은 알락 딱따구리, 작은 발새 노랑허리솔개, 긴꼬리 오목눈등이 살고 있다. 1700~2000m에는 누렁이, 산양, 멧닭, 숲종다리, 제비 딱새등이 살며 2000m 이상에는 바위종다리, 우는 토끼쥐류, 칼새 등이 서식한다. 백두산 밀림 속에는 범과 곰, 이리, 늑대, 멧돼지, 사슴, 백두산 노루, 사향노루, 검은 돈, 살달 등이 많다. 천연 기념물인 백두산의 조선 범은 우리나라 산짐승 가운데 가장 힘세고 날랜 동물로서 산중의 왕이다. 몸길이는 150~180㎝이며 몸무게는 140~200㎏이나 된다. 조선 범은 보통 하룻밤 사이에 80~90㎞의 먼 거리를 달리곤 한다. 백두산에 사는 곰들은 대체로 몸집이 큰 것이 특징인데 480㎏ 이상 되는 놈도 있다. 조류로서는 딱따구리, 들꿩, 부엉이, 동고비, 흰올빼미, 휘파람새, 잣새, 저광이, 원앙새 등이 숲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그리고 산천어, 열목어 등 어류, 묵살모사, 미끈도마뱀 등 파충류와 북개구리 등 양서류도 있다. 한편 백두산 천지는 세계적으로 높은 산 정상에 있는 화산호로서 세계 최대일 뿐만 아니라 자연 경관에 있어서도 단연 손꼽히고 있다. 동 아프리카에 있는 빅토리아 호는 최대 수심이 80m에 불과하고 남아프리카 중앙 안데스 산지에 있는 티티카카호의 최대 수심도 304m이다. 이에 비해 천지의 최대 수심은 384m이며 평균 수심이 213m이다. 최대 수심과 평균과의 차이는 170m로서 이는 천지의 전반적인 수심이 매우 깊다는 것을 말하며 분화구의 전체 깊이로 볼 때 40% 정도 물이 차 있음을 의미한다. 백두산 천지는 평면상으로 보면 분화구의 모양과 일치하지 않는다. 분화구가 불규칙적인 곡선으로 이어지는 원형에 가까운 반면 천지는 동쪽을 밑면으로 하는 사다리꼴 모양을 하고 있다. 천지의 둘레 길이는 14.4㎞이며 최대 길이 4.64㎞, 최대 폭은 3.550㎞이다. 평균 폭은 1.975㎞이다. 천지의 넓이는 9.165㎢로 분화구 전체 넓이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천지의 수량은 19억5천5백만t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수량은 초당 1t의 능력을 갖춘 양수기로 계속해서 퍼 낸다 해도 60여 년이 걸려야 하는 대단한 양이다. 천지 물은 빗물과 약수가 섞인 신선하고 깨끗한 물이다. 즉 천지 물의 원천은 빗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다른 지역과 달리 부석층을 통과하면서 여과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광물질을 포함하는 깨끗한 물로 되는 것이다. 천지 물의 성분을 보면 칼슘이온, 마그네슘이온, 염소이온, 유산이온, 산화알루미늄 등이 알맞게 포함되어 있어 위생학적으로 최고의 식수라 할 수 있다. 천지의 연 강수량은 2501㎜로서 이의 4분의1인 600㎜의 비만 내린다해도 증발이나 달문(천지 물이 흘러내리는 좁은 골짜기)을 통해 빠져 나가는 물을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강수량은 대단한 것이다. 천지는 수심이 깊어 호면과 수중과의 기온 차가 심한데 7월의 경우 호면의 수온은 평균 4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이 워낙 맑고 깨끗해 가을철에는 투시도가 14m에 달한다. 천지의 연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서 1, 2월의 최저기온은 -50도에 이른다. 기온이 -45도로 떨어지면 물을 뿌려도 공중에서 얼어붙고 사람이 10분 정도만 지나면 감각을 상실한다. 가장 더울 때는 8월로 최고 기온은 18도이고 최저기온은 3.4도이며 월 평균 기온도 9.4도에 불과하다. 천지는 겨울이 되면 상상을 초월한 혹한으로 결빙되는데 9월에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하여 12월 초에 이르면 완전히 결빙을 이룬다. 완전히 얼어붙은 천지의 얼음 두께는 150㎝에 달하며 그 위로 평균 2m 정도의 눈이 쌓인다. 결빙된 천지는 이듬해 6월 중순에 완전히 풀린다. 그런데 혹한에도 불구하고 천지가 12월 초에 접어들어서야 모두 얼어붙게 되는 이유는 수심이 깊고 수량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람에 의한 물결과 얼음 파괴 작용, 주변에 산재해 있는 온천과 지역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천지의 결빙 과정에서 흥미롭고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비로봉 절벽의 착빙현상과 호안빙뢰 현상이다. 비로봉 절벽 착빙현상은 천지가 완전히 얼어붙기 직전에 진행된다. 12월 초에 초속 40~50m의 강한 북서풍이 불면 달문쪽으로부터 강한 물결이 일기 시작해 비로봉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진다. 이때 부서진 물방울들이 상승기류를 타고 높은 절벽에까지 올라가 얼어붙는 과정이 반복, 남극의 빙산을 방불케 한다. 빙뢰현상이란 강이나 호수 등에서 얼음이 덧쌓이는 현상을 말한다. 천지에서는 강한 북서풍으로 남동, 남서 연안에 얼음과 물방울이 날려 와 덧쌓여 망뢰구역을 형성하는데 이곳 얼음면은 매우 울퉁불퉁해져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다. 천지의 얼음은 다른 호수들의 얼음에 비해 몇가지 물리역할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금속에 대한 마찰 계수가 대단히 커 평지 호수의 얼음보다 2~3배나 되며 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균열현상이 독특해 모양 자체가 신비롭다. 특히 균열현상 때 발생하는 요란한 소리는 마치 천둥이 치듯 진동한다. 첫눈은 8월 중순부터 9월초순 사이에 내리고 다음 해 6월 중순까지 눈이 내리는데 직경이 2㎝나 되는 함박눈이 쏟아지기도 한다. 적설량은 지역에 따라 수m에서 수십m까지 쌓이는데 높은 기압과 바름으로 인해 대단하게 다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때로는 거대한 눈 사태가 일기도 한다. 우레와 번개, 벼락 현상도 빈번해 연간 103회나 되며, 기압도 낮아 1월의 경우 최저 690mb까지 내려간다. 천지 주변은 영구동결층으로 덮여 있다. 7~8월 여름철에도 지표면이 녹는 깊이는 80~90㎝ 밖에 안된다. 천지에는 온천수도 솟는데 천지 서남쪽 기슭에 있는 온천수는 수온이 73도에 달한다. 장군봉 아래 천지 가장자리 900m의 길이로 퍼져 있는 이 온천은 최근에야 그 존재를 확인했다. 이제까지 비밀로 남게 된 원인은 겨울철 천지 탐험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다가 겨울철에는 수십m의 눈이 쌓이고 여름철에는 수면이 겨울철에 비해 1.5~2m 정도 높아져 온천수의 구멍이 천지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이었다. 이 온천은 분출량도 많은데다가 수온도 73도의 고온을 유지, 양질의 온천으로 평가되는데 온천수의 광물질 총량은 L당 2,300㎎이다. 주 양이온은 나트륨과 칼륨이며 주 음이온은 중탄산으로 중탄산 나트륨 온천에 속한다. 즉 이 온천은 인체에 좋은 중요한 약수 성분인 탄산이온이 적당량 함유되어 있어 내복 치료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고온이어서 온열치료에도 특효가 있다. 특히 천지의 온천은 온천수로서의 치료효과 뿐 아니라 백두산의 화산활동과 천지의 변화과정을 연구하는 활동적 가치도 크다. 천지호반에는 여러 가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정착성 동물과 계절성 동물, 어쩌다 한-두 번씩 나타나는 동물에다 곤충류까지 합하면 천지호반의 동물상은 매우 다양하다. 정착성 동물로는 다랑 토끼, 들쥐와 천지 종달새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새들이 있으며 계절성 조류로는 칼새, 북층박새가 있다. 그리고 1년에 몇 번 밖에 찾아오지 않는 새들은 희귀한 붉은 베티티, 붉은 물까마귀, 물오리, 갈매기, 지렁이 후루티, 노랑 할미새, 조롱이, 또한 산검정 범나비, 은오색 나비를 비롯한 각종 나비, 장수잠자리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잠자리 등 곤충류도 많이 살고 있다. 이와 함께 백두산 일원에 살고 있는 호랑이나 곰, 사슴 등의 짐승들이 가끔씩 천지 호반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편 천지 호반에는 수생식물을 포함하여 39과 168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천지 호반의 식물 가운데 특수한 종류로는 만병초와 천지 진달래를 들 수 있다. 만병초는 눈 속에서 움트고 겨울을 이겨내고 마침내 2월에 물기가 오르고 꽃망울이 피기 시작한다. 천지 호반의 북동쪽에 군락하고 있는 천지 진달래도 이때쯤이면 물이 올라 꽃이 만발하는데 분홍주단을 펼쳐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천지 호반에는 식용식물로 고사리, 두메취, 들쑥 등 20여 종에 이르고, 각종 향료식품과 흰범꼬리, 씨범꼬리, 두메양귀비, 등대시호, 황기와 같은 약용식물도 20여 종이 있다. 또한 가문비나무, 좀이깔나무, 물황철나무, 자작나무, 베들과 나무들도 많은데 이런 나무들은 강풍 때문에 키가 작고 줄기가 무성하지 못하여 가까이에서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다. 천지 호반 뿐 아니라 바위나 벼랑 등에는 얼룩꽃지의, 두메사슴지의, 구름나무지의와 같은 지의류, 식물들이 널리 퍼져 있다. 천지 호반의 초본식물 생육밀도는 대단히 높아서 1㎡ 당 520대까지 자라는 곳도 있다. 엄청난 규모의 천지에는 과연 생물체가 살고 있을까? 80년대 중반 중국에서는 천지에 에느(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염수호인 에스에 살고 있다는 괴물)와 비슷한 괴물이 출현했다는 보도를 여러 차례에 걸쳐 목격담을 곁들여 보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천지에 그같이 커다란 생물체는 물론이고 작은 물고기조차 살고 있지 않다. 천지 속에는 식물성 떠살이 생물 5종, 작은 동물 및 곤충류 4종, 물속 식물(이끼류)등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지에 이와 같이 조그만 물고기도 살고 있지 않은 것은 물의 성분이나 수온, 먹이조건 때문이 아니고 번식조건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천지의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인 달문에서 1㎞ 정도 내려가면 높이가 무려 68m인 장백폭포가 있는데 이 폭포로 인해 물고기가 천지로 올라 갈수 없기 때문에 물고기의 번식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천지에도 물고기가 서식하면서 번식하고 있다. 천지의 물고기 서식은 북한 당국의 천지의 생태계 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60년대 4차례에 걸쳐 모두 5종의 물고기 446 마리를 방류한데 따른 것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 60년 최초로 양강도 삼지연에서 잡은 붕어 10 마리를 천지에 옮겨 넣는데 이어 84년 산천어 100마리, 89년 참붕어 120마리를 방류했다. 최근에는 천지의 생태학적 조건에 적합하다는 버들치 116마리, 종개 100마리를 추가로 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