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4관왕, MVP 품었다” 스피드스케이팅 고병욱 |
제97회 전국체육대회가 2월 23일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개막, 나흘간 열전을 마치고 2월 26일 막을 내렸다. 올해 동계체전은 빙상과 스키, 바이애슬론, 컬링, 아이스하키 등 5개 정식 종목에 봅슬레이-스켈레톤, 산악 등 2개 시범 종목을 더해 총 7개 종목에 걸쳐 진행됐다. 선수 2,748명, 임원 1,213명 등 총 3,961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으며 경기는 서울과 인천, 경기, 강원, 경북 등에 걸쳐 배치된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서울은 태릉국제스케이트장과 목동 아이스링크, 인천은 선학국제빙상경기장에서 경기가 열렸고 성남 탄천빙상장, 강원도 알펜시아 리조트와 용평 리조트, 하이원 리조트, 경북 의성 컬링경기장 등이 이번 대회 경기장으로 사용됐다. 공식 대회 일정은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이었지만 빙상 전 종목과 스키 스노보드 종목은 2월 초에 사전 경기로 미리 진행됐다. 또 아이스하키와 컬링 역시 경기 일정 관계로 대회 개막 이전인 19일부터 미리 시작해 경기를 소화했다.
동계체전은 1920년 2월 한강 특설링크에서 열린 최초의 전국 규모 빙상 대회인 전조선 빙속 경기대회를 효시로 한다.
2002년부터 종합 우승을 놓치지 않은 경기도가 올해도 우승을 차지, 15년 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기도가 금메달 80개와 은메달 73개, 동메달 71개를 획득, 종합 점수 1,266.5점으로 1위에 올랐고 서울이 금메달 60개와 은메달 51개, 동메달 46개로 종합 점수 979.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강원도는 금메달 54개와 은메달 66개, 동메달 49개로 종합 점수 950.5점을 얻어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동계체전은 4관왕 13명, 3관왕 14명이 배출됐다.
한국 신기록은 나오지 않았고 빙상 스피드스케이팅에서 3개, 쇼트트랙에서 9개 등 대회신기록만 12개가 나왔다. 또 봅슬레이·스켈레톤, 산악 경기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시범 종목으로 열렸다. 특히 봅슬레이·스켈레톤은 최근 우리나라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종목으로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 정식 경기장이 없어 출발 구간의 성적만으로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같은 트랙을 쓰는데 일반적인 트랙 길이는 약 1,200m에서 1,300m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는 출발 구간 약 50m 정도 길이의 스타트 훈련장밖에 없기 때문에 이 구간의 기록만으로 순위를 정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기구와 함께 도약한 뒤 기구에 올라타는 시점에서 경기가 끝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관계자는 “국내에 경기장 시설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대회는 모두 이와 같은 스타트 대회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97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일반부 4관왕에 오른 고병욱(26·의정부시청)이 선정됐다. 고병욱은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일반부 5,000m와 10,000m에서 우승했고 매스스타트와 8주에서 우승하며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남자 일반부 5,000m에서 6분50초58의 기록으로 우승한 고병욱은 10,000에서는 17분49초53을 찍으며 역시 금메달을 획득했다.
장거리 부문에서 실력을 발휘한 고병욱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많은 도움을 준 소속팀 의정부시청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병욱은 “동계아시안게임과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3년 만에 정상 탈환, 대회 신기록 수립”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
‘빙속 여제’ 이상화(27·스포츠토토)가 2월 초 사전경기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500m에서 우승했다. 이상화는 여자 일반부 500m 경기에 강원도 대표로 출전, 38초10의 대회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으는 이상화는 2위 김유림(의정부시청)의 41초47을 무려 3초37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또 38초10은 2013년 동계체전에서 자신이 세운 대회 기록 38초45를 0.35초 앞지르는 것이었다.
지난해 동계체전에 무릎 통증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상화는 2012년 일반부로 동계체전에 처음 출전한 이후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이상화는 올해도 노르웨이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에 출전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게되자 실전 감각 유지를 위해 국내로 돌아와 체전에 출전했다. 그는 1,000m 경기 출전 여부도 검토했으나 무릎 보호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았다.
“도전은 현재진행형, 대회 2관왕 차지” 스피드스케이팅 박승희
박승희(24·스포츠토토)는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해 화제를 모은 선수다. 박승희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2관왕에 올랐던 선수다. 그러나 2014년 10월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세계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여자 1,000m와 3,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고 500m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16년 만에 동메달을 따내며 간판으로 활약한 박승희가 쇼트트랙 대신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의 도전은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번 동계체전에서도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1,000m와 1,500m를 휩쓸었다. 이상화와 마찬가지로 강원도 대표로 출전한 박승희는 먼저 2월 3일에 열린 1,000m에서 1분21초87을 기록해 이 부문 체전 2연패에 성공했다.
지난해 동계체전 여자일반부 1,000m에서도 우승한 박승희는 이날 2위 김유림(의정부시청)의 1분23초96의 성적보다 약 2초 앞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그는 2월 4일에 이어진 1,500m에서도 2분09초57을 기록해 대회 2관왕이 됐다. 특히 1,500m에서는 2위 윤지원(동두천시청)의 2분16초75와 거의 7초 이상 간격을 벌리며 압도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이로써 박승희는 2015년 동계체전에서 500m 은메달과 1,000m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올해는 1,000m와 1,500m를 석권하며 성공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적응을 알렸다.
“동메달이지만 빛난 연기” 피겨스케이팅 유영
유영(12·문원초)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다. 지난 1월 열린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니어부에 출전해 총점 183.75점으로 우승한 것이다.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우승한 유영은 ‘피겨 여왕’ 김연아가 갖고 있던 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영은 이번 동계체전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 동메달에 머물렀다.
지난해 동계체전에서는 우승했던 유영은 2월 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초등부에서 쇼트프로그램 52.94점, 프리스케이팅 109.77점을 받아 총점 162.71점으로 3위에 올랐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플라잉 싯스핀을 하려다 스케이트날이 얼음에 끼여 시도조차 하지 못해 0점에 그쳤다. 금메달은 총점 174.55점을 받은 임은수(13·응봉초), 은메달은 173.20점의 김예림(13·군포양정초)에게 돌아갔다.
유영은 “그동안 너무 들떠 있었다. 앞으로 우승해도 자만하지 말고 연기에 집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언니들이 종합선수권대회를 끝내고 더 열심히 연습한 것 같다”며 “스피드와 점프 연습을 더 해야겠다”고 각오를 새롭게 했다. 대회 도중 몇 차례 실수를 한 유영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스핀에서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끼는 등 운이 나빴다”며 “경기장이 약간 더워 빙질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체전 지킴이, 올해도 3관왕” 크로스컨트리 이채원
이채원(35·경기도체육회)은 동계체전의 ‘산 증인’이다. 중학교 2학년 때였던 1996년 동계체전에 처음 출전한 이채원은 이번 대회까지 금메달만 63개를 획득하며 동계체전 최다 금메달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08년 동계체전 4관왕에 올라 처음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으며 2010년과 2015년 대회에서도 체전 MVP에 뽑혀 유일하게 동계체전 최우수선수상을 세 번이나 받은 선수가 됐다. 동계체전 MVP는 1993년 대회부터 수상자를 정했다.
이번 대회 개막식에서 선수 대표로 선서한 이채원은 올해 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개막식장에서 만난 이채원은 “외국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고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컨디션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컨디션이 좋았다면 올해도 어김없이 4관왕이 될 뻔한 셈이다. 이채원은 스키 크로스컨트리 여자 일반부 클래식 5km와 프리 10km, 복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15km 계주에서만 은메달로 아쉬움을 남겼다.
강원도 평창 출신인 이채원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크로스컨트리 프리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채원은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과 2018년 동계올림픽으로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이채원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0위권(36위)을 기록했는데 평창에서는 20위권에 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큰 미래 향해 달리다” 아베 마리야
이름이 특이한 아베 마리야(17·일동고)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바이애슬론 선수다. 성(姓)은 아버지를 따랐고 이름은 어머니 뜻에 따라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그는 2월 25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경기장에서 열린 바이애슬론 여고부 18k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아베 마리야는 이번 대회에 출전할 몸 상태가 아니었다.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제2회 동계청소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23일에야 귀국,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귀국 후 곧바로 강원도 평창으로 이동, 24일 열린 개인전에 출전했으나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평소 기량만 발휘했다면 우승도 노릴 만한 기량이었으나 장시간 비행에 따른 체력 저하와 시차 적응 등의 문제로 단체전 금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육상 중장거리 선수 출신인 아베 마리야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바이애슬론을 시작, 경기 경력은 다소 짧은 편이다. 그러나 올해 청소년 동계올림픽 6km 스프린트에서 출전 선수 49명 가운데 11위에 오를 정도로 빠른 기량 향상을 보이고 있다.
류귀열 대한바이애슬론연맹 이사는 “체력이 좋고 사격에서 집중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앞으로 경험을 더 쌓으면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평가했다.
아베 마리야는 “키가 작은 것이 단점인데 오히려 더 빠르고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가 돼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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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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