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진지동굴
송악산은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해 있고,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은 물론이고 한라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둘레길과 더불어 동굴 속에서 산방산을 배경으로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다하여 방문했다.
현재 송악산 정상은 자연휴식년이라 올라갈 수는 없지만 둘레길을 걷는 건 가능하다.
1시간 정도 소요되고 많은 관광객들이 둘레길을 걷는다.
최종 목적지는 송악산 진지 동굴.
바닷가라서 바람때문에 난 이제 뒤지겠다 싶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바람을 뚫고 내려갔다. 저기 오른쪽 아래 절벽에 진지 동굴들이 여러개가 있다.
의외로 내려가니 지형물이 바람을 막아주어 버틸만했다.
송악산 둘레길과 진지동굴은 다크 투어리즘 코스였다.
이번에 새로 알게된 용어인데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둘러보며 교훈을 얻기 위하여 떠나는 여행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올레길 10코스가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첫번째 동굴에선 형제섬이 보인다고 한다.
형제섬은 바다 한가운데 바위처럼 보이는 크고 작은 섬 2개가
형과 아우처럼 마주보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난 잘모르겠다.)
바다에 잠겨 있다가 썰물 때면 모습을 갯바위들이 드러나서 섬의 개수와 모양이 달라보이기도 한다 한다.
무인도인데 스킨다이빙을 즐기려는 다이버들이 많이 찾아온다 한다.
무인도라 당연히 못갈 줄알았는데 정기도 항선이 없을 뿐,
모슬포나 사계리포구에서 어선을 타고 15분이면 갈 수도 있다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형제섬은 내 목표는 아니었다.
산방산이 보이는 동굴이 오로지 내 목표였는데 소문에 따르면 다섯번째인가 여섯번째 동굴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돌밭을 지나가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바닷가의 돌들 수준이 아니라 온통 미끄럽고 큰 돌들이 가득한 공간이라 이동하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6번째 동굴에 도착했는데 충격적이게도 동굴이 무너져있었다.
송악산 진지동굴 보는 걸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기 때문에 너무 실망감이 컸다.
간조시간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맞춰오는 건
아이 새벽이나 한창 여행 다닐 낮시간 밖에 없어서 불가능해서 이곳에 오기까지 노력을 많이 했었다.
힘없이 터벅터벅 돌아가면서 그래도 다른 동굴에서라도 동굴 샷만이라도 남기자
이런 생각으로 다음 동굴에 들어갔는데 다섯번째 동굴에서
원하던 산방산 뷰를 볼 수 있었다.
안쪽은 잘 안보이는데 이 상태에서 동굴이 무너지면 진짜 무섭겠다 싶었다.
바위돌들 사이에 조심조심 삼각대를 설치했다.
자세한 설명을 나오는 길에 확인할 수 있었다.
진지 동굴 자체가 자살 폭파 공격을 하기 위해 구축한 군사 시설이라는데
그 이야기를 듣곤 좀 충격적이었다. 일제강점기 말 패전에 직면해서
해상으로 들어오는 연합군 함대를 향해 소형 선박을 이용한 자살 폭발을 시켰다.
본인들이 자폭하진 않았을 것이고 애먼 다른 나라 국민들 데려다 썼겠지.
이 동굴을 뚫는데도 제주도 주민들을 강제 동원했다고 한다.
이 곳 뿐만 아니라 제주도 아주 곳곳에 진지 동굴이 엄청 많다.
올레길 9코스를 걷다가 산방산 진지동굴을 만나기도 했고
사라봉에서도, 그리고 그냥 동네 오름을 올라가다도.
일단은 12개라고 하는데 섬뜩하다.
사람들이 많이 있길래어 이리로 가면 되나보다 하고 옆길로 빠져 따라갔는데
오는길에 설명문을 보기 위해 안내문이 있는 곳으로 가보니
여기가 붕괴위험에 진입금지 지역이란 경고표시를 발견해서 간담이 서늘했다.
생각해보니 6번째 동굴 무너진 거 보니 진짜 붕괴 위험이 심하긴 할 것 같다.
대평리
대평리 마을은 위의 송악산 산방산이 있는 동네 옆동네에 있다.
안덕 계곡 옆으로 굽이치는 골목을 내려가면 깊은 곳에 있는데
그래서 보통 사계쪽에서 중문으로 교통편들이 곧장 가서 메인 관광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볼 것이 많이 있지는 않지만
쉬러 힐링 여행을 하러 온다면, 그리고 한달살기 같은 여행을 원한다면 딱 좋은 장소로 추천하고 싶다.
대표 관광지로는 해안절벽 박수기정이 있다.
박수기정쪽에서 시작되는 올레길 9코스가 아주 다채롭고 아름답다.
박수기정에 '박수'는 마실 샘물을, '기정'은 솟은 절벽을 의미한다.
용왕의 아들이 살았었는데 마을에 학식이 높은 스승에게 학문을 배우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사당 근처에는 냇물이 밤낮없이 흘러 물소리가 시끄러워 늘 공부에 방해가 되었는데
글공부를 마친 용왕의 아들이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소원하나를 말해달라하니
냇물의 물소리가 시끄럽다고 그 소리를 없애 달라 했다 한다.
그래서 용왕의 아들은 이곳에 박수기정을 만들어 방음벽을 설치하고,
동쪽으로 군산을 만들어 주어 물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소리는 모르겠지만 이 병풍같은 박수기정과 군산오름 덕분에
대평리 마을은 겨울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바닷가임에도 바닷바람이 심하지 않고 따뜻한 편이다.
대평리는 제주도 방언으로 난드르인데
평평하고 긴 들판을 뜻한다. 워크맨에서 한국관광공사 직원이
스페인 같다고 추천한 장소기도 한데 스페인은 모르겠지만 이국적이긴 하다.
우리나라가 굽이치는 길을 따라 집들이 잘 없기 때문에
나는 이탈리아 남부에 있는 어느 소도시 같다고 느꼈다.
안덕계곡에서 밤에 내려오면서 대평리를 내려다 보면 아름답다.
그렇게 대평리를 처음 방문한 사람은 그 모습에 끌려 대평리에 계속 오신다.
마을에 야자수가 많이 있다.
또 서쪽이다 보니 아무래도 해가 지는 일몰을 잘 볼 수 있다.
날 좋은날 바닷가에 가서 일몰을 보면 잘 볼 수 있다.
근처에 함께 볼만한 장소로는 비치카페 휴일로와 군산오름이 있다.
또 마지막으로 대평리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별이 정말 쏟아질 듯이 잘 보인다는 거다.
제주도에서 산쪽에 있던 송당리를 제외하고 두번째로 잘 보이는 곳이다.
그래서 밤에 바닷가로 산책가면서 별 구경을 하면 정말 끝내준다.
마늘 밭 사이에서 별을 올려다 보거나 바닷소리 들으면서 별 보는 기분은 정말 최고다.
한번쯤 가볼만한 마을, 대평리.
언제든지 추천하는 곳이다.
그 자체로 천천히 즐기기 좋은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