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오파야에서 옛 기억은 새록새록 솟아나고(식도락 후기)

[다예]

혼자 하는 여행은 일견 로맨틱 해보이지만 실상은 외롭고 서글프다. 

혼자 무작정 떠난 태국 여행길에서 외로움을 달래준건 와인이었다. 

챠오프라야 강변의 호텔에서 홀로이 와인잔을 비우며 세차게 불어오는 강바람을 벗 삼아 잔뜩 구어낸 새우와 게를 포식하던 일은 기억도 아득한 15년 전 얘기다....

챠오파야강 넘실넘실 소란하지만 

강 둑의 새벽사원 장엄한 듯 고요하다

외로움 삭이며 흐르는 강물 물끄러미 바라보니 

잔 든 나그네에게 바람만이 벗하자 한다. ^^

이름도 너무나 정겨운 챠오파야 레스토랑.... 

태국 사람들은 ‘ㄹ’ 발음을 안 해서 챠오프라야가 챠오파야로 들린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처럼 챠오파야강은 방콕을 두리뭉실 돌아 흐른다.

커피색 강물이라 좋게 말하지만 우리 눈엔 장마철에나 볼 수 있는 흙탕물이고 그 흙탕 속에서 얽혀 살아가는 수많은 군상들이 있다.

새삼스레 떠올려보면 수상가옥의 반라의 사람들, 담넌사두악 시장의 장사꾼아줌마들, 롱테일 보트의 기사들...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무수히 밟은 태국 땅이고 엄청나게 먹어본 태국 요리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땅이 그립고 그 땅 음식은 여전히 군침 돌게 만든다.

레스토랑을 들어서니 아쉽게도 태국의 정취를 느낄 수가 없었다...

최소한 태국의 데몬(왕궁의 수호신)상이나 타이식 가구라도 몇 점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생뚱맞게 미국 만화의 액자가 놓여있어 내심 정통 태국의 맛을 찾긴 어렵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내 옆에 앉은 꾸찌님 역시 그렇게 생각 했단다.

결론적으로 미리 말하자면 차오파야에서 내 놓은 음식은 내가 태국 현지에서 먹어 봤던 정통 태국 요리하곤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오파야의 요리는 과거 수많았던 나의 태국 식도락기행을 떠올리게 했고 

이 글은 차오파야에서 내놓은 음식과는 무관하게 내 추억 속에 깃들인 태국 음식과의 추억의 회상 이라고 여겨주기 바란다.

애피타이저로 사테이까이, 뽀삐야톳, 무양 세 가지 요리가 한 접시에 나온다고 했다.

사테이는 꼬치를 말하고 까이는 닭을 말한다. 사테이까이는 말 그대로 닭꼬치 요리이다.

꼬치 요리 하면 사실 중국이 으뜸이다. 정말 가지가지 요리를 꼬치에 꿰어 조리해낸다.

그런데 동남아 길거리에서 구워 파는 닭꼬치는 중국의 꼬치 촬 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중국의 촬이 기름이 쪽 빠지게 바짝 구운 다음 그 위에 각종 향신료를 뿌려주어서 바삭바삭하는 식감을 주는 반면, 

동남아의 사테이는 연하고 베어 무는 순간 육즙과 쏘스가 입 안 가득 넘쳐흐른다.

내가 먹어본 최고의 사테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길거리에서 먹어본 것이다.

태국실크의 아버지 짐톰슨이 살았다는 짐톰슨 하우스를 구경하고 나오니 바로 옆 골목에서 리어카 행상이 닭고기꼬치를 팔고 있었다. 

두 개를 사서 집사람과 같이 동시에 한입 베무는 순간 터져 나온 환호성 ... 

우와~~~ 이렇게 맛있을 수가...

난 아직도 그 때 이 사테이까이의 맛을 잊지 못한다.

뽀삐야톳 은 중국의 춘권처럼 밀전병속에 갖가지 소를 넣고 기름에 튀긴 요리다, 

얇게 싼 전병이 노릇하게 튀겨져서 바삭 깨어 물면 입안에서 과자처럼 아삭거린다.

그리곤 얇은 피안에 감싸진 당면 새우 양파 버섯 등의 향과 맛이 함께 섞여 기분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춘권을 잘 만들어 튀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얇고 균일하게 만든 피 속에 잘 다져진 소 정확한 튀김 시간 

오늘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진 말자 하하하

무 는 돼지를 말하고 양 은 바비큐란 뜻이다. 그래서 무양은 돼지고기 구이를 말한다.

동남아의 돼지는 참 맛있다. 

태국 돼지도 예외는 아니라 숫불 위에서 아무런 양념 없이 로스구이 해먹어도 맛있지만 태국식 소스에 재서 구우면 더욱 풍미가 강해진다. 

마늘 양파 설탕 후추 생강 등 기본적인 쏘스의 베이스는 비슷하나 태국식 쏘스의 비밀은 남쁘라(생선액젓) 와 코코넛 밀크에 있다. 코코넛 밀크의 향긋함과 남쁘라의 발효된 깊은 맛이 태국 요리의 모든 곳 깊숙이 숨어있는 것이다.

전채를 먹는다는 것은 공장한 호사이다. 

먹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우리네 역사를 보자면 식욕을 돋구기 위해 식사를 한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태국 요리 역시 태국 현지에서 전채를 주문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사테이나 뽀삐야로 요리의 시작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좀 재미있다 느껴진다.

하지만 식도락 공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식자재 도매상에서 제공하는 싸구려 춘권과 돼지고기 미트볼 튀김 그리고 광동의 딤섬 레스토랑에서 서비스로 내오는 지마홍소 (참깨로 둘러싼 앙꼬빵 튀김)가 나온다. 

한눈에 냉동된 레디메이드 식품 이란 걸 알겠지만 디저트에나 나오는 앙꼬 빵 튀김이 지금 나오는 건 이해하기 곤란했다.

어쨌든 애피타이저로 식욕을 돋구고 나면 샐러드를 시작으로 태국의 코스 요리는 시작된다.

오늘 요리의 시작은 얌탈레 부터이다.

얌은 샐러드 탈레는 해물(원래는 바다란 뜻이란다) 그래서 얌탈레는 해물 샐러드를 말한다.

얌의 또 다른 의미로 시다 라는 뜻이 있다. 

똠얌꿍이란 태국의 대표적인 스프가 있다. 

똠이 끓이다 라는 뜻이고 얌은 시다 꿍은 새우 란 의미임으로 새우가 들어간 새콤한 찌개란 말이다.

똠얌꿍의 신 맛을 내기 위해서는 레몬그라스와 라임을 충분히 사용한다.

그래서 얌탈레하면 라임과 레몬그라스 태국 생강인 갈랑가를 언뜻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마늘 다진 것과 태국 고추 프릭키누까지 합세해서 오징어 새우 생선살과 버무리면 얌탈레 완성이다. 

새콤하고 달콤하고 적당히 매운 그래서 애피타이저로 너무나 손색이 없는 그것이 내가 먹어 봤던 얌탈레이다.

그러나 마치 김치 겉절이에다가 남쁘라(멸치 액젓 같은 발효조미료)를 잔뜩 끼얹고 그리고 무지하게 쏟아 부은 태국 고추 다진 것 ....

이 것이 오늘 나온 얌탈레다. 두 번 먹고 나니 혀가 마비 되서 얼얼하다.

식전 와인으로 제공된 화이트 와인은 샤도네이 베구드

한입 머금은 순간 식초 같은 강한 산미와 감당할 수 없는 미네랄의 강한 느낌이 잔을 도로 떼게 만들었다.

얌탈레와 샤도네이 베구드 이건 도데체 어떤 마리아쥬 인지.....

얌탈레를 먹고 마비되서 얼얼한 혀는 샤도네이 베구드의 거칠기만한 강렬함을 잊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메인 디쉬로 준비한 요리가 네 가지로 보인다. 

게, 닭, 돼지, 소 후후 육해공군을 모두 망라했다.

아마도 우리 모임이 식도락 모임이기에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

제일 먼저 등장한 요리는 닭 요리다.

까이팟바이카파오

까이는 닭 팟은 볶음 바이카파오는 영어로는 sacred basil 로 바질 향이 나는 태국 허브이다. 

까이팟바이카파오는 닭고기를 바질과 함께 볶은 요리다.

태국 요리의 맛은 쏘스에 있다, 거기에다 풍부한 허브를 함께 곁들이면 쏘스의 짙은 맛을 허브가 향기롭게 씻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한국의 음식문화는 향기에 약하다. 비좁고 척박했던 우리 땅이 그다지 풍부한 농산물을 생산해내지 못해서이다. 

반면 태국의 음식마다 들어있는 갖가지 허브는 참으로 여러 가지 향기를 만들어낸다. 

그 중 대표적인 허브가 팍치라고 하는 풀이다. 중국에선 샹차이 영어론 coriander 우리나라에선 고수나물이라 한다. 

태국이나 중국 요리마다 들어있는 이 나물의 향 때문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이 많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중독처럼 찾는 게 또 이 나물이다.

그 밖에 라임 레몬그라스 바질 등등 우리에겐 생소한 수많은 허브가 태국 요리에 깊은 맛을 더해준다.

두 번째로 등장한 요리는 무톳끄라티엄프릭타이

끄라티엄은 마늘이고 프릭타이는 후추다

무톳끄라티엄프릭타이 는 마늘과 후추를 함께 기름에 볶은 양념 으로 돼지고기를 구워낸 것이다.

방콕의 배낭여행자 거리인 카오산 로드의 카페의 메뉴에 항상 내 주의를 끈 것이 바로 끄라티엄 프릭타이 다. 

물론 태국 글은 눈 뜬 장님이므로 그 옆에 쓰여 있는 garlic and peper를 찾아서 시키면 낭패를 보지 않았다.

마늘 후추는 한국 사람들하고는 뗄 수 없는 궁합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제일 곤란한 것이 음식 주문이다. 메뉴판을 들여다봐도 뭐가 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옆에 영어라도 쓰여 있으면 다행이다.

그래서 내가 제일 선호 하는 음식점이 눈으로 보면서 시키는 곳이다. 

홀로이 하는 방콕여행에서 발 아프고 배가 고파오면 샴스퀘어에 있는 마분콩 쇼핑몰로 가곤했다. 

한 층 전체를 음식 백화점으로 만든 이곳에 발을 딛는 순간 확 밀려오는 태국 특유의 향신료 냄새에 일단 얼을 뺏긴다. 

이곳에 있는 푸드코트는 태국의 음식은 다 모아놓은 것처럼 종류가 엄청났다. 

이 곳의 장점이 바로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만드는 걸 직접 볼 수 있기에 무슨 재료가 어떻게 들어가는지 다 알 수가 있었다.

먹성 좋은 나에게 이곳은 태국 어느 곳보다 맘에 들은 최고의 명소 였다.

이 곳에서 제일 먼저 주문하는 것이 랏카오(덮밥) 이다. 

여러 가지 종류의 덮밥이 있지만 압권은 당연 카우카무랏카오 이다. 

카우카무는 돼지족발인데 태국의 향신료를 죄다 감싸 안았는지 향긋하고 부드럽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추억속의 요리는 지금 생각해도 입에 절로 침이 고이지만 눈앞의 요리는 손이 잘 가지 않을 정도로 처참했다. 

동네에서 배달하는 양념 치킨 과 돼지 비린내 물씬 풍기는 평범한 볶음.... 

태국의 향 과 맛은 실종되고 가끔씩 보이는 샐러리를 베어 먹을 때 이질적인 충돌이 일어난다.

그리고 등장한 메독 지방의 벨레그라브란 와인 .... 

나름대로 조사해본 자료에 말똥냄새가 난다했는데....

말똥을 냄새 맡아본 적도 없는 나는 역으로 벨레그라브의 향기 속에 숨어있는 부담스러운 냄새가 말똥 냄샌가 보다 생각했다.

옆에 앉은 꾸찌님은 와인도 음식도 손을 대질 않는다.

나 역시 취하는 맛으로 눈 딱 감고 말똥향내 나는 붉은 액체만 들이킨다.

 

누아는 소고기 팟은 볶음 남만호이는 굴쏘스를 말한다.

누아팟남만호이는 소고기 굴쏘스 볶음 나에겐 너무 익숙한 요리다. 

이름마저 생소한 피노타쥐 와인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와인이다.

부르고뉴의 피노누아 와 론 지방의 쌩소를 교배시켜 만든 포도가 피노타쥐 이다.

이 와인은 남아프리카에서만 생산된다고 한다.

잔을 들고 향을 맡으니 피노 누아의 부드러운 향기가 올라온다.

일 전에 마셨던 즈브레이 샹베르땅의 향과도 유사하다.

목으로 넘길 때의 느낌은 그다지 부드럽지만은 않다.

음~~좋네요. 소리가 회원님들 입에서 절로 나온다.

취기들이 오르는지 좌중은 옆의 사람 하는 얘기도 듣기 힘들 정도로 시끄럽다. 

역시 적당한 알콜은 우리 마음속의 빗장을 풀게 하고 다변이 되게 만든다.

비록 기대했던 요리는 아니지만 짝퉁 요리 만으로도 아련했던 태국 여행의 추억을 생생이 불러낸다.

요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와인은 사랑을 생각나게 한다. 

쳇바퀴 돌아가듯 빤하게 진행되는 일상에서 잠시잠시 부딪히는 와인과의 조우는 작은 축복이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듯 카쇼와 멜롯의 빨간 열정은 내 고갈된 감성을 서서히 채워주기 시작한다. 

차갑게 식어있던 내 심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오래된 사랑의 추억은 눈에 아른거린다.

반쯤 감긴 눈동자가 나에게 말해줬지

도대체 왜 술 취한 바람은 

오래 전 식어버린 사랑을 또다시 불러일으켰는지. 

나에게 줘! 

나에게 줘! 

나에게 햇살 한 움큼만!

뿌는 게 팟은 볶음 봉카리는 카레

뿌팟봉카리는 게의 살을 잘 발라낸 다음 게 껍데기 안에 게살을 새우 야채 굴쏘스 와 함께 카레와 계란으로 볶아낸 것을 담아낸 요리이다... 

카레의 매콤한 맛과 계란의 부드러움이 잘 조화된 아주 아주 맛있는 요리다.

아울러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추억이 깃들어 있다.

96년에 치앙마이 트레킹을 마치고 2박3일 고락을 같이 했던 동반 여행자들과 세칭 애프터를 가졌다. 

미국 호주 체코 등지에서 온 젊은 여행자들과 치앙마이 시내 야시장에서 이것 저것 음식을 골라 한상 가득 차려놓고 열심히 먹는 중 이었다. 

나는 뿌팟봉카리의 맛에 홀딱 반해서 다른 것 제쳐두고 열심히 게 뚜껑만 잡고 아작아작 씹고 있었다. 

순간 빠직하는 소리와 함께 몰려오는 아픔 ....

퉤 뱉어내니 게 쪼가리와 함께 아말감 파편 이 조각이 같이 나오는 것이다. 

그때부터 한 쪽으론 씹지 못하고 이가 안 나간 쪽으로 조심조심 씹는데 어쩌다 음식이 반대편으로 가기만 하면 자지러지게 아픈 것 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 보며 제인, 수잔, 피요나는 덴티스트가 이 아파 쩔쩔매는 건 처음 본다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다음날 아침 치과를 찾기 위해 영어 안 통하는 뚝뚝이 운전사한테 입을 벌리며 이를 가리키고 아픈 표정 짓고 또 한 번 그렇게 쇼를 해서 젊은 친구들을 두 번 웃겨 주었다.

그리고 등장한 칠레와인 베르누스

콜차과 밸리에서 생산된 와인은 어떤 와인이던지 믿을만하다.

블렌디드 와 카쇼 두가지 와인 모두 합격점 이상이다.

다만 카쇼 특유의 강하고 힘찬 모습이 아닌 오히려 피노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러운 자태를 보인다.

베르누스 얼핏 미의 화신 비너스가 아닌가 했으나 확실히 venus 가 아닌 vernus 다.

베르누스는 붓 꽃 일명 사프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크로커스란 청년과 이미 약혼자가 있었던 리즈라는 처녀와 이루지 못한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로 탄생한 꽃이라 한다.

죽음으로 끝난 못 이룬 사랑에 대한 투정 일까, 아쉬움일까 

사프란으로 환생한 크로커스는 해 보기가 부끄러워 밤에만 꽃을 피운다.

그리곤 리즈를 향한 갈망과 열정을 꽃 술 가득 숨기고 있다 꽃잎 열어 화사하게 내뿜는다.

아~~천하의 어느 향기가 이에 비할 손가.

사나이 

넋 앗아간

아릿한 선혈조각

보라빛

앙가슴에

고이 두루 간추리다

송송송

고운님 향해

영영 지고 피는 순정 

베르누스의 향기는 사프란의 그것처럼 은은히 잔 속에서 풍겨난다.

못 이룬 사랑을 와인으로 말하려는지....

고기요리를 먹고 나면 이제는 주식이다.

고기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쌀밥이나 면을 먹어야 식사를 했다고 느낀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태국음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카오팟이다. 

태국 쌀은 찰기가 없어서 볶음밥을 만들기에 안성마춤이다. 

그런데 사실 태국에 찰기 없는 안랑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치앙마이의 고산족들은 전부 찰기 있는 밥을 먹고 있고 대나무 잎이나 바나나잎으로 싼 찰밥은 길거리 곳곳에서 행상들이 팔고 있다. 

찰기있는 쌀 즉 미국 애덜이 쟈포니카 라고 하는 쌀을 카오냐오라 하고 찰기 없는 쌀 인디카를 카오챠오 라 한다.

카오산의 허름한 숙소에서 느즈막히 일어나 거리의 카페로 들어가면 늦은 아침을 즐기는 서구의 여행자들과 엉켜 앉게 된다. 

아침은 거의 카오팟끄라티암(마늘 볶음밥) 그리고 히야시 잘된 싱하 맥주를 꿰차고 볶음밥을 안주 삼아 전날의 해장을 한다. 

테이블에 항상 쎄팅되어 있는 4가지 양념인 남쁘라와 간장 식초 고추... 

난 간장에 남쁘라를 약간 섞고 종업원에게 훨씬 더 매운 고추인 프릭키누 를 달라고 한다. 

그리곤 간장 남쁘라 프릭키누를 섞어서 카오팟에 뿌리곤 어이구 매워 매워 하며 얼얼한 혀를 싱하 맥주로 식힌다.

오픈 카페이므로 거리를 지나는 젊은 여행자의 통통 튀는 모습을 눈요기 하면서.....

키마우는 면이 넓은 쌀국수를 말한다 

그러니까 팟키마우탈레는 해물볶음국수란 뜻이겠지.

밥보다 면을 더 좋아하는 내 식성이지만 난 베트남의 쌀국수 퍼 를 빼놓고 내 입에 맞는 국수를 여행지에서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나마 쌀국수도 베트남 현지에서 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먹어본 것이 더 일품이었으니까.

국수의 본고장 중국에서도 산서의 도삭면 산동의 작장면 란주의 라면 가장 대중적인 우육면 도 식성좋은 내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볶음 국수는 더했다.

간장하고 기름이 범벅되어서 색깔은 시커멓고 맛은 짜기만 해서...

메뉴판에 차오미앤 이나 프라이드 누들 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팟키마우탈레 역시 간장에 쩔어 까맣게 물들어있다.

요리는 패스....^^;;

몬테스알파시라가 나온다.

역시 명불허전이다... 나를 와인의 세계로 이끌어준 몬테스알파......

몬테스알파 시리즈를 대할 땐 항상 고마운 마음 가득히 마음속 깊이 인사를 드린 후 마시곤 했다.

앞에 앉은 세이란 님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시라는 정말 저를 너무 행복하게 해줘요....라고

나 역시 베르누스와 몬테스 알파를 마시고 행복한 충일감에 젖어있다.

나는 와인을 찾아 헤매고 와인을 나를 찾아 헤맨다.

자기와 궁합이 딱 맞는 와인 찾기도 힘들고 

와인에 음식을 매치 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마치 서로 어긋나는 길을 걷는 연인처럼...

相思想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儂訪歡時歡訪儂 (농방환시환방농)    내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願使遙遙他夜夢 (원사요요타야몽)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一時同作路中逢 (일시동작노중봉)    같이 떠나 노중에서 만나를 지고

먹고 마시고 노는 일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

특히 젊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나이 들면 점차 까다로와지는 입 맛 탓에

먹고 마시는 일도 까탈스럽게 따지게 된다.

내내 음식 타박하는 나와 꾸찌님 덕분에 제대로 맛을 즐기지 못했을 세이란님에게 미안해하면서 이 글을 쓴다.

열심히 노력한 운영자들에게도 이번 모임을 어긋나는 꿈길  이라 평한 것 역시 미안하며 

테라소나님 말처럼 시니어들이 식도락모임에 많이 참가해서 젊은 회원님들과 호흡을 같이하며 즐길 수 있는 포괄적인 모임으로 승화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명실공이 와인소믈리에 카페의 대표모임으로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

[세이란]

다예님 후기가 너무 멋져요^^..근데 제게 미안하시다니요..흔히 접할 기회가 없는, 음식이름도 생소한 태국 음식에 대해 설명도 많이 해주시고 이모저모 많이 알려주셔서 전 오히려 감사했어요^^

[다예]

세이란님 만나서 반가워요....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꿈 꾸시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와룡선생]

대단한후기네요! 읽기도힘든데 쓸려면...^^ 후기잘읽고갑니다. 오랜만에 만나뵈서 반가웠어요. 항상건강하세요.

[다예]

와룡선생 에 참석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木香]

멋진 글사위를 접할 때마다 어떤 분인지 뵙고 싶었는데, 그 날 마주하질 못한 것 같네요. 쓰신 후기도 뭔가 차원 높은 것 같아요. 공부도 되고 잘 읽었습니다. ^^

[다예]

멋진 글사위가 아니라 나이든 사람의 투정에 불과합니다...하하하 ^^

[꾸찌]

망설이다 나간 모임 비슷한 나이에 다예님 옆에 앉아 좋은시간 보냈어요...다음 모임에 뵙기를 기대하면서...

[다예]

저 역시 다음 모임에 뵐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유포리아]

저랑 같이 가세요...............저두 태국홀릭에 빠져있는데........방콕의 맛집은 제가 다 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