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이야기]-416 - 무념 · 응진 역주
서른세 번째 이야기
조띠까와 자띨라
부처님께서 웰루와나에 계실 때 자띨라 비구와 관련해서 게송 416번을 설하셨다.
<조띠까의 과거생 : 아삐라지따>
오래된 옛날 베나레스에 두 형제가 넓은 밭에 사탕수수를 경작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동생이 사탕수수가 먹고 싶어 밭으로 갔다.
‘형 하나, 나 하나, 사탕수수 두 줄기를 베어가야겠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사탕수수 두 줄기를 베어서 단물이 흐르지 않도록 자른 부분을 실로 묶고서 집으로 향했다. 그 당시는 사탕수수를 기계로
짜지 않고 수수에 양쪽 끝을 잘라서 주전자로 물을 따르듯이 똑바로 세워 단물이 저절로 흘러나오게 하였다.
동생이 사탕수수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간다마다나 산에 계시는 벽지불이 멸진정에서 나와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누구에게 공덕을 지을 기회를 줄까?’
벽지불은 세상을 살펴보다가 사탕수수를 들고 가는 젊은이가 지혜의 그물에 들어왔다. 벽지불은 그가 공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가사와
발우를 들고 신통으로 공중을 날아 그 앞에 섰다. 젊은이는 벽지불을 보자 존경하는 마음이 일어나 웃옷을 벗어 높은 곳에 깔고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존자님, 여기 앉으셔서 발우를 내미십시오.”
그는 사탕수수의 끝자락의 묶음을 풀고 사탕수수를 세워 단물을 흘려서 발우에 채워드렸다.
벽지불이 단물을 마시자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존자님께서 나의 사탕수수 주스를 드시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형의 사탕수수도 올리면 어떨까? 형이 사탕수수 대를 돈으로 달라고 하면
돈으로 보상해주면 되고 공양 올린 공덕을 달라고 하면 공덕을 넘겨주면 된다.’
그래서 그는 벽지불에게 말했다.
“존자님, 발우를 다시 내미십시오.”
그는 두 번째 사탕수수 줄기의 묶음을 풀고 단물을 흘러 넣어드렸다. 그는 형이 다시 밭으로 가서 또 다른 사탕수수 줄기를 가져오라고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벽지불은 첫 번째 사탕수수 즙을 마시고 두 번째 사탕수수 즙은 다른 벽지불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생각하고 다시 공양을 받았다. 젊은이는
벽지불의 생각을 알고 오체투지로 삼배를 올리고 서원을 세웠다.
“존자님, 저는 첫 번째 수확한 사탕수수 즙을 보시하였습니다. 이 달콤한 사탕수수 즙을 올린 공덕으로 천상과 인간 세계에서 영광을 누리고
윤회의 끝에 존자님이 깨달으신 경지를 저도 깨달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되기를!”
벽지불은 이렇게 축원하고 ‘바라고 원하는 것이 잘 이루어지기를!’이라는 두 개의 게송으로 된 공양 축원을 하였다. 그리고 젊은이가 어느
날엔가 법을 이해하기를 바라면서 공중으로 날아 간다마다나 산으로 가서 오백 명의 벽지불에게 사탕수수 즙을 나누어 주었다.
그는 이 같은 기적을 보고 돌아가자 형이 물었다.
“어디 갔다 오느냐?”
“사탕수수 밭을 돌아보고 오는 길입니다.”
“사탕수수 밭에 간 사람이 사탕수수 한 두 개 잘라오지 않고 그래 그냥 왔느냐?”
“잘라오다가 벽지불을 만났지 뭡니까? 그래서 그분에게 제 것을 공양 올리고 형 것도 올리면 좋을 것 같아서 올렸습니다. 형이 돈으로 달라고
하면 보상해드릴 거고 공덕을 달라고 하면 공덕을 넘겨드릴 생각으로 말입니다. 둘 중에 어느 것을 택하시겠습니까? 돈입니까 아니면 공덕입니까?”
“벽지불님이 어떻게 하시더냐?”
“내 것은 마시고 형님 것은 오백 명의 벽지불들에게 나누어주겠다면서 발우에 담아 공중으로 날아서 간다마다나로 갔어요.”
동생이 ‘벽지불께서 깨달은 법을 자신도 성취하기를!’이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끝내자 형은 기쁨이 온몸에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고 즉시 자신도
서원을 세웠다.
“이 공덕의 과보로 구경을 깨달아 해탈을 이루기를!”
이렇게 동생은 세 가지 성취를 기원하고 형은 오직 한 가지 아라한과의 성취를 기원하였다.
두 형제는 정해진 수명 기간 동안 살다가 죽어 천상에 태어나 두 부처님 사이 동안 천상에서 보냈다. 위빳시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자 그들은
천상에서 죽어 반두마띠 도시의 한 마을에 사는 귀족 가문에서 또 다시 형과 동생으로 태어났다. 부모들은 형을 세나, 동생을 아빠라지따라고
이름지었다.
둘은 성년이 되자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살았다. 어느 날 형 세나는 사람들이 온 도시를 돌아다니며 삼보가 출현하였다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불보(佛寶)가 세상에 출현하였습니다. 법보(法寶)가 세상에 출현하였습니다. 승보(僧寶)가 세상에 출현하였습니다. 공양을 올리고 공덕을
쌓으시오. 초파일과 십사일과 십오일에는 우뽀사타 재일을 지키고 사원으로 가서 법문을 들어시오.”
세나는 사람들이 아침을 먹기 전에 공양을 올리고 아침을 먹고 나서 법문을 듣기 위해 사원으로 가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디로 가는 중입니까?”
“저도 같이 갑시다.”
세나는 사람들을 따라 사원으로 가서 군중들의 맨 뒤에 앉아 법문을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세나의 마음을 읽으시고 차제설법을 하셨다. 세나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출가하여 비구가 되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그는 부처님께 다가가 출가를 요청하였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재가자여, 출가를 허락받을 가족이 없는가?”
“있습니다, 부처님.”
“그럼 그들에게 출가를 허락받고 오너라.”
세나는 동생에게 가서 말했다.
“이 집에 있는 재산은 모두 네 것이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저는 지금까지 어머니가 죽자 형을 어머니처럼 의지했고 아버지가 죽자 형을 아버지처럼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출가라니요? 우리에게는 많은 재산이 있으니 출가하지 말고 세속에서 공덕이나 쌓으며 삽시다.”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는데 도저히 가정생활을 하면서 법을 성취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반드시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야겠다. 그러니 넌
가정으로 돌아가거라.”
그는 동생을 돌아가게 하고 부처님 아래로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그가 비구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동생은 형의 출가를 축하하려고 부처님과 비구들을 초청해서 일주일 동안 공양을 올리고 나서 형에게 물었다.
“스님은 출가하여 해탈을 얻었는데 저는 오욕락에 얽매여 출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속에 살면서 어떻게 공덕을 지어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훌륭하다! 현명한 이여! 부처님을 위해 간다꾸띠를 지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동생은 형의 제안에 동의했다.
동생은 모든 종류의 원목을 구해서 깎고 다듬고 대패질하고 기둥과 대들보와 서까래를 만들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는 기둥마다 금과 은과
보석으로 무늬를 박아 넣고 거의 모든 나무를 칠보로 장식하여 간다꾸띠를 지었다. 심지어 지붕마저도 칠보로 장식한 기와를 구워 얹었다.
간다꾸띠를 짓고 있을 때 자기와 이름이 같은 조카가 와서 말했다.
“삼촌, 나도 뭔가를 하고 싶어요. 저도 공덕을 짓는데 동참하게 해두세요.”
“조카야, 너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구나. 이 공덕만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단다.”
조카가 여러 번 요구했지만 그는 이 공덕을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조카는 간다꾸띠 앞에 칠보로 단장한 설법전을 지었다.
그가 현재의 멘다까 장자이다.(게송 252번 이야기 참조)
간다꾸띠에는 칠보로 단장한 큰 창문이 세 개 있었다. 그는 창문 아래에 벽돌로 방죽을 쌓은 연못을 만들고 네 가지 향수로 채우고 다섯 색깔의
연꽃을 심었다. 간다꾸띠 안의 종모양의 첨탑에는 황금 바구니를 달고 부처님이 자리에 앉으면 꽃가루가 바람결에 휘날리게 했다. 첨탑의 꼭대기는
산호로 만들고 아래는 칠보를 박은 기와를 얹어서 멀리서 보면 마치 공작이 춤추는 듯 했다. 그리고 칠보 가운데 가루로 낼 수 있는 것은 가루로
만들고 가루로 만들 수 없는 것은 그대로 가져오게 해서 간다꾸띠 밖에 무릎이 쌓일 정도로 뿌려놓았다.
아빠라지따는 간다꾸띠를 완성하자 형에게 가서 말했다.
“스님, 간다꾸띠가 완성되었으니 부처님께서 사용하시길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사용하시게 되면 저에게 많은 복덕이 생길 것입니다.”
장로는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아빠라지따가 와서 간다꾸띠가 완성되었으니 부처님께서 사용하시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다꾸띠로 가서 주변에 가득 뒤덮여있는 칠보를 바라보며 서계셨다. 아빠라지따가 부처님께 안으로 들어가시라고 세
번이나 권했지만 부처님께서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장로를 쳐다보았다.
장로는 부처님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동생에게 말했다.
“아우야, ‘부처님은 저의 유일한 의지처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히 머무십시오.’라고 부처님께 말씀드려라.”
아빠라지따는 형의 말을 듣고 부처님께 오체투지로 삼배를 올리고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사람들이 나무 아래서 밤을 보내고 미련 없이 나무를 떠나듯이, 사람들이 강물을 건너고 미련 없이 뗏목을 버리듯이 보석에 대해
아무 걱정도 하지 마시고 머무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문 앞에서 왜 주저하셨는가?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저녁으로 올 것이다. 그들이 보석을 주워가도 나는 막을 수 없다. 그러면 이 재가신도는 간다꾸띠에 흩어져있는 보석을 주워
가는데도 말리지 않는다고 나에게 화를 낼 것이고 그로 인해 지옥에 갈지도 모른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집안으로 들어가기를 주저하셨던 것이다. 그러나 아빠라지따가 보석을 주워가든 말든 염려하지 마시고 편히
머무시라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서는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빠라지따는 사방에 보초를 세우고 지시했다.
“사람들이 손으로 보석을 집어가는 것은 막지 말고 옷이나 보자기에 싸서 가지는 못하게 하라.”
그는 도시 사람들에게 알리게 했다.
“간다꾸띠 주위에 칠보를 잔뜩 뿌려놓았으니 와서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돌아갈 때 가난한 사람은 양손 가득, 부자는 한손 가득 들고 가도록
하시오.”
아빠라지따는 이렇게 생각했다.
‘신심 있는 사람들은 보석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법문을 들으러 오겠지만, 신심 없는 사람들도 보석에 대한 탐욕 때문에 와서 법문을 들을
것이고, 법문을 듣고 나면 결국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서 온 도시에 알리게 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와서 보석을 주워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빠라지따는 보석이 무릎에 쌓일 정도로 다시 쏟아 부었다. 그리고 특별히
부처님의 발아래에는 오이만한 큰 보석을 두었다. 그에게는 이런 생각이 있었다.
‘사람들은 부처님의 몸에서 나오는 황금빛을 쳐다보느라 보석에서 나오는 빛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부처님을 쳐다보고 나면 보석에 대한 흥미가 사라져버렸다.
어느 날 사견을 가진 어떤 바라문이 이렇게 생각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보석이 부처님의 발아래에 깔려있다고 한다. 그걸 가져와야겠다.’
그는 군중들에 섞여 사원으로 가서 부처님께 참배했다. 아빠라지따는 그가 순전히 보석을 훔치려고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가 가져가지 못하게 하면 좋겠다.’
하지만 바라문은 그의 의도와 달리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는 척하면서 팔을 뻗어 보석을 옷자락에 감추고 사라져버렸다.
아빠라지따는 평정을 잃고 법문이 끝나자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세 번이나 간다꾸띠 주변에 무릎에 쌓일 정도로 보석을 깔아놓고 사람들이 가져가는데도 언짢은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기쁨이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바라문이 다가올 때 보석을 가지고 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보석을 가지고 나갈 때 제 마음은
평정을 잃어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 그의 말을 듣고 대답하셨다.
“재가 신도여, 다른 사람이 그대의 재산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고 싶은가?”
부처님께서는 그에게 서원을 세우게 했다.
“나의 재산이 머리카락처럼 작은 것일지라도 오늘부터 왕이나 도둑이나 어느 누구도 나의 허락없이 가져 갈 수 없기를! 나의 재산이 불에 타거나
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어떤 재난으로도 손실되는 일이 없기를!”
그가 이렇게 서원을 세우자 부처님께서는 축원해 주셨다.
“그렇게 되리라.”
아빠라지따는 간다꾸띠 낙성식을 축하하기 위해 사원 내의 모든 비구들에게 몇 개월 동안 공양을 올리고 시주를 했다. 그리고 스님들과 사미들에게
가사를 올렸다. 그는 이렇게 공덕을 짓고 수명이 달하자 죽어 천상에 태어났다. 그는 천상과 인간계를 윤회하다가 현재의 부처님 재세시에
라자가하에 사는 한 재정관의 집에 잉태되었다. 그는 아홉 달 반 동안 모태에 있다가 세상에 태어났다.
<자띨라의 일생>
이제 자띨라의 탄생과 결혼과 출가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어느 때 베나레스에 매우 아름다운 부잣집 딸이 있었다. 그녀가 십육 세의 꽃다운 나이가 되자 부모는 그녀를 위해 저택의 칠층 꼭대기에 방을
마련해주고 하녀 한 명을 보내 시중들게 하였다. 어느 날 처녀가 창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윗자다라(마법사)가 공중으로 날아오다가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그는 곧 창문으로 들어와 그녀와 관계를 가졌다. 그녀는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하녀는 그녀의 배가 불러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아가씨,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
“걱정하지 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녀는 두려움에 침묵을 지켰고 열 달이 지나자 부자의 딸은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상자를 구해서 그 안에 아이를 넣고 보자기를 덮은 다음 그
위에 화환을 얹고서 하녀에게 말했다.
“이 상자를 머리에 이고 가서 갠지스 강에 띄워 보내라.”
그녀는 만일을 대비해 이렇게 일렀다.
“그 상자에 뭐가 들었냐고 누가 묻거든 아가씨가 공양 올리는 꽃바구니라고 하여라.”
하녀는 그렇게 둘러대고 집을 빠져나가 상자를 갠지스 강에 띄웠다.
멀리 떨어진 나루터에서 두 여인이 목욕하고 있다가 상자가 물결을 타고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그 중 한 여인이 소리 질렀다.
“저 상자는 내 거야.”
다른 여인이 소리 질렀다.
“저 상자 안에 든 것은 내 거야.”
상자가 도착하자 두 여인은 상자를 강둑으로 가져가 열어보았다. 상자안에는 오늘 태어난 갓난아이가 누워있었다. 첫 번째 여인이 아이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이 상자는 내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아이도 내 거야.”
두 번째 여인이 반박했다.
“상자 안에 든 것은 내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아이는 내 거야.”
두 여인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자 법정으로 갔다. 그녀들의 주장을 들은 판사는 중재할 수 없자 사건을 왕에게
넘겼다. 왕은 그들의 주장을 들은 후 간단하게 판결을 내렸다.
“그대는 상자를 갖고, 그대는 아이를 가져라.”
아이를 얻은 여인은 마하깟짜야나 장로의 신도였다. 그녀는 장로 아래로 출가시킬 생각으로 아이를 키웠다.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 아이를
목욕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의 머리털은 감겨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띨라(감긴 머리)라고 이름 지었다. 아이가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장로가 그 집에 탁발을 나왔다. 여자신도는 장로에게 의자를 제공하고 공양을 올렸다. 장로가 공양하다가 아이를 발견하고 물었다.
“재가신도여, 아이를 얻으셨군요?”
“그렇습니다, 장로님. 저는 장로님 아래로 출가시킬 생각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출가를 허락해주십시오.”
“좋습니다.”
장로는 대답하고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장로는 길을 가면서 아이가 부자가 될 충분한 복을 가지고 타고난 것인지 살펴보았다.
“이 소년은 큰 복을 타고 나서 크면 갑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어려서 아직 지혜가 무르익지 않았다.”
장로는 아이를 데리고 딱까실라의 신도집으로 갔다. 신도가 장로에게 삼배하고 아이를 보고 말했다.
“장로님, 아이를 얻으셨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신도님. 그는 나중에 출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얼마 동안 당신에게 아이를 맡기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재가신도는 마치 자기 아들처럼 정성스럽게 키웠다.
재가신도의 집에는 십이 년 동안 팔리지 않은 상품이 창고에 쌓여있었다. 어느 날 그는 다른 마을로 여행을 떠나면서 상품을 가게로 옮기고
자띨라에게 각 성품의 가격을 알려주고 가게를 맡겼다.
“이건 얼마짜리다. 저건 얼마짜리다. 얼마까지 받을 수 있으면 팔도록 해라.”
그리고 그는 길을 떠났다.
도시의 수호신들이 큰 물건부터 후춧가루나 겨자씨처럼 아주 작은 물건까지 집안에 물건이 필요한 사람들을 모두 가게로 유인했다. 그래서 십이년
동안 팔리지 않아 쌓아두었던 재고가 단 하루 만에 몽땅 다 팔려버렸다. 신도가 집에 돌아와서 가게에 물건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놀라
물었다.
“얘야, 상품을 다 잃어버렸느냐?”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지시한 가격대로 다 팔았습니다. 물건을 판 돈이 여기 있습니다.”
재가신도는 너무나 기뻐서 소리 질렀다.
“무한한 복덕을 지닌 아이로다! 어디에 가더라도 무한한 복락을 누리고 살겠구나!”
재가신도는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자 자띨라와 결혼시키고 목수들을 불러 신혼집을 지어주었다. 집이 완성되자 자띨라에게 말했다.
“내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라.”
자띨라가 집에 들어가기 위해 문지방을 넘어 첫 발을 딛는 순간 뒤뜰에서 땅을 가르며 황금산이 솟아올랐다. 왕은 자띨라의 집 뒤에서 황금산이
솟아올랐다는 말을 듣고 재정관의 일산을 내렸다. 그 후로 그는 자띨라 재정관이라고 불렸다.
자띨라 재정관은 세 아들을 두었다. 아들들이 커서 독립할 나이가 되자 그는 세속의 삶을 정리하고 출세간의 길을 가려고 마음먹었다.
“이 세상에 나만큼 많은 재산을 가진 부자가 있다면 출가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출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부자를 찾아보려고 황금벽돌과 황금 채찍과 황금 밧줄을 만들어 하인들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걸 가지고 잠부디빠를 돌아다니며 나만한 재산을 가진 부자가 또 있는지 찾아보아라.”
하인들은 여기저기 여행하다가 밧디야에 도착했다.
밧디야에는 멘다까 재정관이 살고 있었다. 멘다까 장자가 이들을 보고 물었다.
“친구들이여, 무슨 일로 여행 중이시오?”
“우리는 특별한 것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멘다까 재정관은 그들을 보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이처럼 값비싼 물건을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특별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닐 것이다.”
멘다까는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 집 뒤뜰로 가서 한 번 구경해보시겠소.”
자띨라의 하인들이 뒤뜰로 돌아가자 넓은 뒤뜰이 나타나고 거기에는 황소만한 황금양들이 있었다. 하인들은 황금양을 돌아보고 나오자 멘다까가
물었다.
“찾고자 했던 것을 발견하셨소?”
“발견했습니다.”
자띨라의 하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자띨라가 그들에게 물었다.
“나와 견줄 만 한 부를 가진 사람을 발견했는가?”
“주인님은 재산은 보잘 것 없는 것입니다. 밧다야에 사는 멘다까 재정관은 이보다 훨씬 많은 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보았던 것을 전부 이야기했다.
재정관은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기뻐했다.
“나만큼 큰 부자를 발견했다. 그런데 또 다른 부자가 있을까?”
그는 하인들에게 십만 냥의 값어치가 나가는 천을 주고 말했다.
“이걸 가지고 돌아다니며 또 다른 부자가 있는지 찾아보아라.”
자띨라의 하인들은 라자가하로 가서 조띠까 재정관 저택 근처에서 나무단을 쌓고 불을 피웠다.
“왜 불을 피웁니까?”
사람들이 묻자 자띨라의 하인들이 말했다.
“우린 값비싼 천을 팔려고 가져왔는데 살 사람이 없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강도라도 만나면 해를 입을까 두려워 태워버리고 여행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조띠까 재정관이 그들을 보고 자기 하인들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는 하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을 불러 물었다.
“그 융단이 얼마인가?”
“십만 냥입니다.”
조띠까는 십만 냥을 주고 천을 사서 하인들에게 주면서 말했다.
“이 천을 청소하고 쓰레기 치우는 문지기 하녀에게 주어라.”
하녀가 천을 받고 눈물을 흘리며 주인마님에게 가서 말했다.
“주인마님, 제게 잘못이 있으면 때릴 일이지 왜 이런 거친 천을 주고 그러세요? 제가 어떻게 이런 거친 천을 입겠어요?”
“내가 입으라고 준 것이 아니고 침대 아래 발 깔개나 향수로 목욕하고 이 천으로 닦으라고 준 것이다. 그런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지 않느냐?”
“그렇게 쓰면 되겠네요.”
하녀는 값비싼 천을 들고 나갔다.
자띨라의 하인들이 이걸 보고 고향으로 돌아가자 자띨라가 물었다.
“나만한 부를 가진 부자가 또 있던가?”
“주인어르신, 어르신의 부는 보잘것없는 것입니다. 라자가하에 사는 조띠까 재정관은 훨씬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인들은 조띠까의 재산을 자세히 설명하자 자띨라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야겠다.”
그는 왕에게 가서 말했다.
“폐하, 저는 비구가 되고자 합니다.”
“재정관이여, 원하는 대로 하시오.”
자띨라 재정관은 집으로 가서 아들들을 불러 앉혀놓고 먼저 큰 아들에게 곡괭이를 주면서 말했다.
“뒤뜰에 있는 황금산으로 가서 금광석을 한 덩어리 캐어오너라.”
큰 아들은 뒤뜰에 있는 황금산으로 가서 곡괭이를 내려쳤지만 단단한 바위 덩어리처럼 부서지지 않았다. 자띨라는 둘째 아들에게 곡괭이를 주면서
똑같이 말했다. 둘째 아들도 곡괭이를 내리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띨라는 막내에게 곡괭이를 주면서 내보냈다. 막내가 곡괭이를 들고 내리치자
금광석에 곡괭이가 푹 박히면서 금 덩어리가 떨어져 나왔다. 재정관이 아들들에게 말했다.
“아들아 됐다. 그만해라.”
그는 큰 아들과 둘째 아들에게 말했다.
“이 황금산은 너희들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다. 나와 막내를 위해 생겨난 것이다. 너희들은 막내와 사이좋게 지내며 부를 누리도록 하여라.”
이 황금산이 왜 아버지와 막내를 위해서만 생겨난 것인가? 자띨라는 왜 태어난 날 강물에 버려졌는가? 이것은 순전히 과거생에 지은 업
때문이었다.
<자띨라의 과거생 : 금세공사와 세 아들>
먼 옛날에 사람들이 깟사빠 부처님의 사리탑을 세우고 있었다. 이때 한 아라한이 사리탑을 둘러보다가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탑의 북쪽 면이 왜 완성되지 않았습니까?”
“금이 부족합니다.”
“그러면 내가 도시에 들어가서 시주를 받아오겠소. 불사를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시오.”
아라한은 도시로 들어가서 외쳤다.
“탑의 북쪽 면을 완공하려면 금이 더 필요합니다. 금을 시주하십시오.”
그는 사람들을 설득하며 금을 시주받으러 돌아다니다가 금세공사의 집에 들어갔다.
이때 금세공사는 아내와 싸우고 화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앉아있었다. 장로가 금세공사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세우고 있는 탑의 북쪽 면을 완공하는데 금이 부족합니다. 당신이 이 일을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금세공사는 아내에 대한 화를 장로에게 돌렸다.
“부처님은 물속에 처넣어 버리고 당신 할 일이나 하시오.”
금세공사의 아내는 남편의 거친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당신 지금 아주 사악한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요? 당신이 나 때문에 화가 났으면 나를 욕하고 때릴 일이지 왜 부처님께 화풀이하는 거예요?”
금세공사는 큰 두려움에 떨며 장로의 발아래 엎드려 말했다.
“장로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당신이 모욕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부처님이시니 부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할 겁니다.”
“장로님, 제가 어떻게 해야 부처님께 용서를 구합니까?”
“세 개의 황금 꽃을 만들어 사리탑 안에 안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옷과 머리를 물에 적시고 부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로님.”
금세공사는 황금 꽃을 만들면서 큰 아들을 불러 말했다.
“아들아, 내가 실수로 부처님께 거친 말을 퍼부었단다. 그래서 이 황금 꽃을 만들어 사리탑에 안치하고 부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한단다. 그러니
네가 좀 도와주어야겠다.”
큰 아들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거친 말을 한 것은 아버지이지 제가 아니잖아요. 혼자 만드세요.”
금세공사는 둘째 아들을 불러 똑같이 말했지만 둘째 아들도 큰 아들과 마찬가지였다. 그가 막내를 불러 말하자 막내가 대답했다.
“아버지를 돕는 것은 아들이 해야 할 일이지요.”
그는 아버지를 도와 꽃을 만들었다. 금세공사는 한 뼘 길이의 황금꽃 세 개를 만들어 사리탑에 안치하고 옷과 머리에 물을 적시고 부처님께
용서를 빌었다.
<자띨라의 출가>
자띨라는 일곱 생 동안 태어난 날 강물에 버려지는 과보를 받았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강물에 버려졌었다.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아버지가
황금꽃을 만드는데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황금산은 그들을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막내는 아버지를 도왔기 때문에 황금산은 아버지와 막내만을
위해 생겨난 것이었다. 자띨라 재정관은 세 아들들에게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훈계하고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그는 출가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얼마 후에 부처님께서 오백 명의 비구들을 데리고 유행하시다가 자띨라의 아들들의 집에 멈추었다. 자띨라의 아들들은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름동안
공양을 올렸다. 저녁에 비구들이 법당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자띨라 스님, 오늘 그대의 황금산과 아들들을 보고 갈망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스님들이여, 나는 황금산이나 아들들에 대해 갈애도 없고 자부심도 없습니다.”
비구들이 이 말을 듣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자띨라 비구는 마치 자신이 아라한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들의 말을 듣고 대답하셨다.
“비구들이여, 나의 아들 자띨라에게 갈애도 자부심도 없다는 말은 사실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갈애를 버리고
가정을 떠나 출가수행자가 되어
갈애와 존재에 대한 욕망을 파괴한 사람,
그를 일컬어 아라한이라 한다.(416)
<서른네 번째 이야기>
아자따삿뚜의 공격을 받은 조띠까
부처님께서 웰루와나에 계실 때 조띠까 장자와 관련해서 게송 416번을 설하셨다.
아자따삿뚜 왕자는 데와닷따와 공모하여 아버지 빔비사라 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오르자 이렇게 생각했다.
‘조띠까 재정관의 궁전을 빼앗아야겠다.’
그는 군대를 무장시키고 조띠까의 집으로 진격했다. 그는 보석으로 된 성벽에 비추는 자신들의 모습을 조띠까 군대로 착각했다.
“재정관이 부하들을 무장시키고 싸울 준비를 하고 나왔구나.”
그래서 감히 조띠까의 궁전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날 조띠까 재정관은 우뽀사타 재일을 지키기 위해 아침식사를 마친 즉시 사원으로 가서 앉아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조띠까의 첫
번째 성문을 지키고 있는 야마꼴리 약카가 아자따삿뚜를 보고 외쳤다.
“어디를 가는가?”
약카들이 아자따삿뚜 군대를 쳐부수고 추격해왔다. 왕은 도망치다가 다급해지자 사원으로 뛰어들었다. 재정관이 법문을 듣다가 왕을 보고 물었다.
“폐하, 무슨 일로 이렇게 무장하고 오셨습니까?”
“재정관! 그대는 부하들에게 나와 싸우라고 명령해놓고 여기 와서 법문을 듣는 체하다니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
“폐하께서 제 집을 뺏으려고 군대를 동원했습니까?”
“그렇다. 나는 그 때문에 군대를 동원했다.”
“폐하, 천 명의 왕이 달려들어도 제 집을 빼앗을 수 없습니다.”
아자따삿뚜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 말은 그대가 왕이 되겠다는 말인가?”
“그런 말이 아니고 왕이나 강도들이라 할지라도 제 동의 없이는 저의 재산을 실오라기 하나라도 빼앗아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럼 내가 그대의 집을 차지하는데 동의하는가?”
“폐하, 여기 제 열 손가락에 스무 개의 반지가 있습니다. 제가 폐하께 드릴 생각이 없는데 대왕께서 한 번 빼 보십시오.”
왕은 양 다리를 땅에 박고 온 몸을 뒤로 젖히며 온 힘을 다해 반지를 잡아당겼지만 단 하나의 반지도 뽑지 못했다. 재정관이 그걸 보고 왕에게
말했다.
“폐하, 외투를 펴보십시오.”
왕이 외투의 끝자락을 잡고 넓게 폈다. 재정관은 외투 위에서 손가락을 쫙 펴자 스무 개의 반지가 손가락에서 저절로 빠져나왔다. 재정관이
왕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제 동의 없이 재산을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아시겠습니까?”
조띠까는 왕이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삶에 염증이 일어났다. 그는 출가할 생각을 했다.
“폐하, 제가 출가하여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은 ‘재정관이 출가하면 쉽게 궁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단 한 번의 요청에 즉시 허락하였다. 조띠까는 부처님 아래로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그 후부터 그는 조따까 장로로 불렸다. 그가 아라한이 되는 순간 그의 부와
세속적 영광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천신들은 그의 아내 사뚤라까이를 다시 웃따라꾸루로 돌려보냈다.
어느 날 비구들이 조따까에게 말했다.
“조띠까 스님, 그대의 왕궁과 아내에 대해 아직 미련이 남아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스님.”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이 비구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비구들이여, 나의 아들 조띠까에게 재산과 아내에 대한 갈애가 모두 소멸되었다.”
부처님께서는 법을 설하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이 세상에서
세상에 대한 갈애를 버리고
가정을 떠나 출가수행자가 되어
갈애와 존재에 대한 욕망을 파괴한 사람,
그를 일컬어 아라한이라 한다.(416)
--- 석 소원 사경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