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건 작가 때문입니다. 양각양으로 충격의 데뷔를 했고, 특공무림으로 아재력 충만한 개그실력을 보여주고, 무림사계로 정점을 찍은, 나름 인지도와 실력 있는 무협소설가 한상운이 극본을 썼습니다. 다른 작품들이야 호불호도 갈릴 것이고, 신선하고 흥미롭다는걸 제외하면 아주 뛰어난 작품이라고 보긴 힘들지만, 무림사계 하나 만큼은 우리나라 무협 역사에 반드시 남을 아주 훌륭한 작품이였죠. 그 한상운 작가가 무림사계 이후 무협소설계를 떠나 무심한듯 시크하게, 친애하는 나의 적 등 일반 소설을 몇편 쓰더니, 어느 순간 각본가로 활동하기 시작하더군요. 각본가로 시작할때는특이하게도 백야행, 스파이, 굿와이프 등 리메이크 작들의 각본 작업을 주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림사계를 너무 좋아하는데다가, 한상운 작가 특유의 개그도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원작 없이 한상운 오리지널로 제작되는 이번 작품에 꽤 기대를 했습니다. 게다가 캐스팅이 한석규-김현주-서강준이라니 더욱...
개인적으로는 왓쳐는 (한상운 작가의 팬 입장에서 볼때) 절반 정도 성공한 작품이라고 평가합니다. 한상운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에 깔려있는 하드보일드-느와르 스러운 정서는 잘 살린것 같습니다.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 중에 누구 하나 선인이 없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안 속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드라마 내내 잘 살아있죠. 다만 제가 아주 높게 평가하는 무림사계 같은 경우 비슷한 정서를 가지면서도 그 안에 한상운 특유의 이상한 개그가 섞여들어가면서 긴장감을 완화시켜주고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줬었죠. 근데 왓쳐에는 개그 비슷한것도 없죠. 그게 한상운 작가의 개그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아쉬운 점이였습니다.
그리고 한상운 작가의 팬 입장을 떼고 보면 더더욱 좋은 평가는 못줄것 같습니다. 크게 긴장감을 줬던 사건들이 알고보니 시시한 것들도 있었고, 수수께끼를 계속 던지면서 스릴을 발생시키는 드라마인데 떡밥들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은 아니더군요. 뭐 그렇다고 나쁜 드라마 수준은 아니고, 한번쯤 볼만한 작품, 다음작을 기대해볼만한 작품 정도로 평가합니다.
다만 이 드라마에는 아주 큰 장점도 하나 있습니다. 드라마 ost가 바로 그 장점인데요. 드라마 엔딩 시그널로 많이 쓰였던 김태성 감독의 watcher는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귀에 계속 맴돌정도로 인상적이였고, 최근 본 드라마를 통털어서도 가장 훌륭한 ost라고 생각합니다.
* 멜로가 체질
스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죠. 사실 스물, 극한직업 둘 다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아주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여서 그냥 이름만 들었을뿐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습니다. 근데 이 작품, 유튜브에 공식영상이 어마어마하게 있습니다. 요즘 드라마 홍보를 유튜브로 많이 하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영상이 많습니다. 거짓말 좀 보태자면 드라마에 있는 개그장면은 대부분 유튜브에 있다고 봐도 될 정돕니다. 그걸 몇개 우연찮게 보게되었고, 의외로 재미있어서 결국 드라마 전체를 보게되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봤던 유튜브 클립들 몇개 올립니다.
1.천우희-안재홍
"임진주 작가님 힘쎄냐고요? 더럽게 쌥니다. 생맥주를 앉은 자리에서 12잔을 원샷을 때리고, 술은 소맥이라면서 그때부터 말아먹기 시작해요. 생맥주 12잔이 웜업이였던거예요. 그 사이에 안주는 또 얼마나 많이 먹은줄 알아요? 여기 계신 부장님들은 감히 하루 내에 소화시킬 수 있는 양이 아니였어!"
2. 전여빈-손석구
"안으면...... 포근해.."
3. 한지은
"감독님 욕하시는 중에 죄송한데요..."
저는 개그가 취향에 맞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 정말 괜찮습니다. 시청률이 1프로대로 감독 이름값에 비해선 크게 망했다고 들었는데, 믿기 어려울 정도로 괜찮은 드라마입니다. 개그가 취향에 맞으면 강추 할수 있고, 개그가 취향에 좀 안맞더라도 한번쯤은 볼만합니다. 시청률은 처참했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꽤 흥행했다고 하는데 그게 납득이 갑니다. 여러 연령이 볼 드라마로는 부적합한 부분이 있지만, 젊은 층에는 아주 강렬하게 어필할 요소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단점을 찾자면 작가-감독(둘 다 이병현)의 개그 스타일이 너무 강하게 박혀있어서, 모든 캐릭터들이 다 비슷한 템포로 문어체의 대사를 치고, 같은 스타일의 개그를 합니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다른 스타일의 손석구 씨 같은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이 드라마 ost는 장범준이 열일 했죠.
정봉이가 노래를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닌것 같은데, (기타도 이 장면 때문에 일부러 한곡만 연습했지 원래는 전혀 칠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이 장면에서는 너무 매력적입니다. 뭐 노래 자체도 워낙에 좋고, 드라마보다 이 노래가 더 유명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히트한 노래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외에 왓쳐랑 같은 음악감독인 김현상씨가 작업한 ost 자체도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현상 씨의 moonlight 가 좋더군요.
그리고 음악 감독이 같다보니 나오는 개그, 왓쳐의 watcher가 삽입되기도 했습니다ㅋ 뭐 여기 뿐만 아니라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에 나왔던 stand by your man이 cp-정혜정 작가 씬에서 쓰이기도 하고, 온갖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
다들 잘 아시겠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감독 - 이우정 작가가 만드는 슬기로운 시리즈의 최신작이죠.
초대박을 터뜨렸던 응답하라 시리즈 만큼의 폭팔력은 없지만 슬기로운 시리즈도 나름의 잔잔한 매력이 있죠. 깜빵생활도 괜찮았었고, 이번 의사생활도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의사생활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출연진들이 직접 연주하는 밴드도 매력적이고, 무엇보다 조정석 배우가 미쳤습니다. 원래 연기 잘하고, 다재다능하고, 매력 있는 배우였지만 꽤 긴 필모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끼기엔 이번 이익준 역이 가장 걸맞는 옷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립니다.
그 이익준의 등장.
이 장면에서 보이듯, 뭔가 장난 스럽고 잔망잔망 거리는 캐릭터인데, 이게 조정석 배우랑 너무 찰떡입니다. 신원호 pd 전작들을 보면 주연급 배우가 주연을 맡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주연들중에 가장 인지도 높은 배우라면 정우 정도? 그런데 정우도 당시에는 조연급이였지 드라마 주연급은 아니였죠. 그런데 이번에는 조정석, 정경호, 유연석 같은 주연급을 세명이나 쓰기로 한 이유가 뭔지는 제가 정확하게 알수는 없지만, 조정석은 완벽한 캐스팅인것 같습니다.
pd-작가가 검증된 조합인 만큼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도 높고, 캐릭터도 매력적이니 이 드라마는 딱히 안 볼 이유를 못찾겠습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그냥 대놓고 판타지라는거... 이익준 자체가 말도 안되는 캐릭터죠. 공부는 딱히 안하는데 서울대 의대 1등 이고, 노는거 굉장히 대놓고 좋아하고, 춤 잘추고, 노래 잘하고, 밴드 리더이고, 오만데 다 오지랖 부리면서 모든 사람들이랑 다 친하고... 등등 그냥 대놓고 먼치킨이죠. 친구들도 다 똑같이 사기캐이고, 친구들 관계 등도 싸그리 판타지입니다. 그냥 판타지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봐야지, 현실성을 따지면 곤란한 드라마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에 더 매력을 느끼는게, 주연들이 실제 밴드를 구성해서 매회 마다 한곡씩 실제 밴드 연주와 노래를 한다는겁니다. 첨엔 그냥 시늉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진짜 연습을 해서, 진짜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합니다. 뮤지컬 배우이신 전미도 님이 보컬을 맡으면 그건 아마추어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인지, 일부러 음치 캐릭터를 줘서 밴드의 보컬리스트는 조정석 배우가 맡고 있습니다. 조정석 씨는 클래식 기타로 대학 진학을 노렸다고 하니 일렉은 처음이라 하더라도 기타 자체는 아마추어 수준은 아닐것이고, 그 외에 나머지 배우들은 거의 처음 하는것 같습니다. 그런 배우들을 데리고 매주 한 곡씩 연주 장면을 넣고 있습니다. 이건 정식 ost로 발매가 되기도 하고 그냥 극중에서 지나가면 끝이기도 합니다. 여태 나온 리스트를 정리하자면.
밴드 연주곡
정식 OST
1화
부활 - lonely night
권진아 - lonely night
2화
베이시스 - 좋은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조이 -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3화
쿨 - 아로하
조정석 - 아로하
4화
캐논변주곡
규현 - 화려하지 않은 고백
5화
크라잉넛 - 밤이 깊었네
어반자카바 - 그대 고운 내사랑
6화
동물원 -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곽진언 -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7화
모노 - 넌 언제나
제이래빗 - 넌 언제나
8화
서지원 - 내 눈물 모아
휘인 - 내 눈물 모아
9화
송골매 - 어쩌다 마주친 그대
이소라 - 바람이 부네요
보시다시피, 기본적으로는 밴드 연주곡을 프로 가수가 부른 노래가 정식 ost로 발매되는게 대부분이지만, 3화에는 조정석 배우가 부른 아로하가 정식 ost로 발매되기도 했고, 4, 5, 9화처럼 ost랑 밴드 연주곡이 아예 무관하게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이 긴글을 작성하는 이유가, 9화에서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연주하는 슬의 밴드 장면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열다섯번쯤 돌려보다가 이 좋은걸 나혼자 보지 말고 남들한테도 좀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조정석 배우의 보컬을 좋아하진 않는데,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기가 막히더라고요. 편집되고 짜여져 만들어진 극 화면에다가 연기자 특유의 연기력 까지 더해지니 아주 그냥... (pd님 제발 어쩌다 마주친 그대 ost 제발 제발 제발...)
안타깝게도 슬의 밴드 연주 장면은 유튜브에 업로드 된게 없어서 올려드리질 못합니다. 직접 드라마를 통해서 보시길.
최근에 코로나 덕에 본 드라마 몇개가 인상적이기도 했고, 때 마침 드라마 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음악이 훌륭하다는 묘한 공통점들이 있어서 몇자 적어봅니다. 아직 세월이 하 수상하여, 시간이 남아 주체가 안되시는 분들은 한번쯤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전미도 배우도 뮤지컬에서 입지가 대단하지만, 조정석 배우도 '납득이'로 영화 데뷔하고 '더 킹 투하츠' 드라마 나오기전엔 뮤지컬에서 꽤나 이름을 알렸다고는 하더라구요. 각 노래마가 조금씩 달라지는 조정석 배우의 보컬이 전 너무 맘에 들어요. 슬의의 5명이 99즈라고 불리듯 제가 99인것도 더 반갑기도 하네요 ㅎㅎ
사실 제가 조정석 배우의 노래를 썩 안좋아하는건 기술적인 문제나 그런건 아닙니다. 뮤지컬 배우라곤 해도 정식 가수도 아닌데, 이 정도면 충분히 차고 넘치죠. 근데 그 발음으로 겉멋 부리는게 전 너무 싫어서... 근데 정식 발매한 아로하 들어보면 그런게 전혀 없거든요. 극중에선 익준이 캐릭터에 맞춰서 일부러 그러는것 같기도하고ㅋ 그거빼면 저도 아무 불만 없습니다ㅋㅋ
슬의생은 드라마 보다보면 던지는게 많은데 회수를 잘 안하더라구요. 이게 1주 1회 방송이라 다음 주면 떡밥들도 까먹으니 그런가...전 6회까지 몰아보고 이후에 한 주 한 주 보는데...조연급들의 이야기는 떡밥만 던지고 그냥 흐지부지 된 것들이 많아요. 재밌어서 보는데 작은 부분들에서 조금 아쉽더라구요. 멜로가 체질은 99프로 만족 드라마입니다. 전여빈이랑 죽은 남친 연기가 1프로 깍아먹은...
셋 다 저도 재미있게 봤던 작품들이네요. 왓처가 시작은 그럴 듯했던 데 반해 해결점들이 좀 시시했다는 것과, 그럼에도 끝까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좋았다는 감상에도 동의해요. 전 서강준의 감정 연기도 좀 아쉽더라고요. ost도 좋았죠. 근데 저에게 ost 베스트는 이승열의 ' 아웃사이더'요. 전 요즘도 차에서 왓처랑 나의아저씨 ost 들어요ㅎ
첫댓글 슬의에서 유명배우들을 주연으로 한건 각 과마다 일어나는 스토리도 풀어나가야하는데 유명배우가 중심을 안잡아주면 시청자들이 안그래도 의학용어 많이나와서 어려운데 헷갈릴까봐 유명배우들로 캐스팅했다네요
나름의 이유가 있었군요. 커리어 별로 없는 사람들 데려다가 띄우는게 특기인 감독이라 이번엔 왠일인가 했네요.
전미도 배우도 뮤지컬에서 입지가 대단하지만, 조정석 배우도 '납득이'로 영화 데뷔하고 '더 킹 투하츠' 드라마 나오기전엔 뮤지컬에서 꽤나 이름을 알렸다고는 하더라구요.
각 노래마가 조금씩 달라지는 조정석 배우의 보컬이 전 너무 맘에 들어요.
슬의의 5명이 99즈라고 불리듯 제가 99인것도 더 반갑기도 하네요 ㅎㅎ
사실 제가 조정석 배우의 노래를 썩 안좋아하는건 기술적인 문제나 그런건 아닙니다. 뮤지컬 배우라곤 해도 정식 가수도 아닌데, 이 정도면 충분히 차고 넘치죠. 근데 그 발음으로 겉멋 부리는게 전 너무 싫어서... 근데 정식 발매한 아로하 들어보면 그런게 전혀 없거든요. 극중에선 익준이 캐릭터에 맞춰서 일부러 그러는것 같기도하고ㅋ 그거빼면 저도 아무 불만 없습니다ㅋㅋ
손석구씨 캐릭터 너무 매력적!!
이병현 감독님이 손석구 캐릭터로 극 하나 해줬으면 싶을 정도죠ㅋ 저 사실 손석구 씨 때문에 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얼마 안나와서 당황하기도 했지만요ㅋㅋ
슬의생은 드라마 보다보면 던지는게 많은데 회수를 잘 안하더라구요. 이게 1주 1회 방송이라 다음 주면 떡밥들도 까먹으니 그런가...전 6회까지 몰아보고 이후에 한 주 한 주 보는데...조연급들의 이야기는 떡밥만 던지고 그냥 흐지부지 된 것들이 많아요. 재밌어서 보는데 작은 부분들에서 조금 아쉽더라구요.
멜로가 체질은 99프로 만족 드라마입니다. 전여빈이랑 죽은 남친 연기가 1프로 깍아먹은...
떡밥 회수 안한게 좀 있었나요? 전 그런건 못 느꼈는데.. 의사 쪽은 거의 다 했거나 하는 중인것 같은데. 환자 쪽이 뭐가 있었나? 잘 모르겠네요ㅋ
한상운 작가는 무협좀 써주지 ㅠㅠ 진ㅉ 독보적인데 ㅠㅠ
셋 다 저도 재미있게 봤던 작품들이네요.
왓처가 시작은 그럴 듯했던 데 반해 해결점들이 좀 시시했다는 것과, 그럼에도 끝까지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긴장감이 좋았다는 감상에도 동의해요. 전 서강준의 감정 연기도 좀 아쉽더라고요. ost도 좋았죠. 근데 저에게 ost 베스트는 이승열의 ' 아웃사이더'요. 전 요즘도 차에서 왓처랑 나의아저씨 ost 들어요ㅎ
한상운 작가가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군요! 무협소설 팬이었는데, 뭔가 좀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