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얼마 안걸려 도착한 스튜디오에는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세트에도 신경을 썼고 음식도 조금 가져다 놓았다. 몰랐는데 사진 촬영을 겸한 것이라 의상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여느 연예 프로그램이 그렇듯이 상대는 예쁜 누나. 직업답게 성격도 활달해서 강민을 보자마자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다.
"잘 부탁해요, 강민 군. 와, 실제로 보니까 더 잘 생겼다. 이렇게 멋진데 기타까지 잘 치니까 얼마나 좋을까?"
"아.... 전.."
이미 머릿 속은 하얗다. 뭘 어쩌면 좋을 지도 모르는 상태로 인터뷰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괜찮았어?"
"뭐가?"
"신입."
"아아, 강민. 응. 기타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무엇보다 열정이 있으니까. 아직 색이 좀 부족한 느낌이 건 사실이지만 곧 자리를 잡겠지."
"그래? 네가 그렇게 얘기 한다니 기대하지."
"잠깐만, 카이. 뭐라고?"
뭔가 잘못 말한 느낌이 들어서 레이가 황급히 카이를 부른다.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내버려 둬, 레이. 카이는 레이한테 인정받고 싶은 것 뿐이니까."
"그거야 알지만.."
"하긴. 카이가 은근히 소심하긴 하지."
심드렁한 말투의 맥스의 한마디에 교수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갛게 변한다. 알고는 있다니까. 그리고 그건 이거랑 다르다고...
"뭐, 나도 좋아하니까... '우리' 레이가 싫다는 건 절대 아니야."
"고마워.."
햇살같은 미소에 하는 수 없이 마주 웃었다.
"아아, 교수. 그런데 말이지 강민은 그러면 어느 학교에 다녀?"
"당연히 카이랑 나랑 같은 학교지."
"역시 그렇구나.. 카이랑 같은 반 되면 재미있겠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강민도 아직 적응을 못해서 그렇지 한번 나사가 돌아버리면... 맞나? 어쨌든 필 받으면 한 성깔 할 것 같지 않아?"
보통 필 받아서 화를 내지는 않지 않나? 어쨌든 맥스의 눈은 비교적 정확하니까 믿을 수 있다.
"아아, 콘티 카이도 들어야 하는데.. 맥스, 카이 좀 다시 불러 와 줄래?"
"응? 아까 좀 걸린다고 하지 않았어?"
"당연히 아직 미완성이지. 그런데 좀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어서. 대결구도를 좀 바꿔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응?"
프로그램 때에는 인터뷰도 일부러 도발적이거나 그게 아니라도 당당히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좀 어색하다. 어째서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때문에 다시 촬영. 표정 관리도 신경을 쓰니까 은근히 어렵다.
"누구랑 제일 친한가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인지 가벼운 질문이 날아온다.
"모두 다랑 골고루 친해 졌어요."
그러면서 환하게 웃어야지. 이건 이 질문이 나오면 이렇게 대답하라고 솔미가 미리 시켰었다.
"아직까지 절친한 정도는 아니지만요."
이쪽이 좀 더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카이랑은...
"숙소 생활은 재미있나요? 'Perfact Blade'는 사생활 이야기를 잘 안하는 팀이라 팬들의 궁금증이 대단한데요."
"네. 방은 각자 쓰지만 보통은 모두가 거실에 모여서 음악 얘기도 하고 연습도 하고 해요."
"어머, 그러면 멤버들 끼리도 잠버릇 같은 건 잘 모르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삭막하지는 않아요."
이것도 솔미의 사전교육. 생각해 보면 자신을 감상을 말할 필요는 없는 지도 모르겠다. '이미지'에 신경쓰다 보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건 한정되어 버리기 마련이니까.
"이번 앨범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컨셉은 나왔는지 궁금하네요. 'Eternal'은 스토리가 있는 앨범으로 큰 인기를 끌었었잖아요?"
"이번 앨범도 큰 틀은 이미 잡아놓은 상태에요. 콘티를 완성하면 곧바로 작업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이건 강민도 들어서 안 'Perfact Blade'의 방식. 아무래도 콘티는 곧 나올 것 같았으니까 곧 볼 수 있겠지. 그러고 보니까 팀의 첫 앨범이라는 'Eternal'은 들어보질 못했다. 이 그룹의 색깔도 모르면서 들어올 수 있었던 건 행운일까나.. 돌아가자마자 들어봐야지.
"강민 군은 음악 활동 외의 활동도 할 계획인가요?"
"그건 아직까지 잘 모르겠어요."
"음.. 여러 곳에서 강민 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참, 카이 군과 교수 군이랑 같은 학교를 다니기로 했다죠?"
절대 모르는 일이다!! 솔미를 돌아보자 그녀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준다. 이건 무슨 뜻이지?!
"몰랐나요?"
"아, 네......"
"그러면 이 말을 들으니까 느낌이 어떤가요?"
"너무 뜻밖이라..."
사실은 '죽었다'는 생각이 괜히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그렇게 말했다가는 정말로 솔미한테 죽겠지?
"있다가 다시 질문할 테니까 잘 생각해 봐요."
아.. 인터뷰라는 건 이렇게 하는 거구나......
"역시 고치는 게 낫겠지?"
"아아.. 그러게. 근데 웬지 약간 'Eternal'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려나. 그러면 어떻게 바꾸지?"
"정말 드럼 솔로도 넣어야 하나.."
익히 아시다시피 컨셉이라는 개념을 음악의 '앨범'에 제일 처음 도입한 것은 그 유명하신 '비틀즈(Beatles)'입니다. (사실 비틀즈 없이는 현대의 대중음악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컨셉앨범이란 앨범 전체가 '컨셉' 즉, 하나의 테마로 이루어진 노래들로 앨범을 구성한 것을 가리키는데 최근에는 그 의미가 더욱 넒어져서 무대라던가 의상 등에도 이 '컨셉'의 개념을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컨셉앨범은 곡들의 특색과 앨범의 특색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프로듀싱상의 어려움이 많습니다. 하지만 임팩트가 강하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저에서 매력은 크다고 볼 수 있겠지요.
소설 속에서도 이제 슬슬 컨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살짝 앞서 설명을 하자면 강민이 없었던 때의 앨범이자 'Perfact Blade'의 첫 앨범인 'Eternal'은 제목처럼 '영원'이라는 테마를 그려내는 것에 주목했었습니다. 노래에 관한 이야기는 곧 나올 것 같으니 생략하고..(그게 제일 중요하잖아!!) 의상이나 배경은 노래의 가사와 분위기에 맞는 것으로 선택했지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인트로(Intro)와 엔딩(Ending)을 제외한 전 곡을 모두 공연하는 대신 딱 한 번씩만 선보이는 독특한 무대공연으로 이목을 끌었는데 '순간이 영원'이라는 대 주제를 퍼포먼스로도 선보이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밴드로 두각을 나타낸 것이 바로 첫 앨범의 효과였지요.
곧 나오는 두번째 앨범 'Knife wing ~ 천국의 문 ~'은 예술성 보다는 대중성에 조금 더 비중을 둔 일반적인 밴드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지만 내용은 글쎄요.. (완벽히 예상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소정의 상품을 드릴 의향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예산이 많이 드는 컨셉일지도요. 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 그룹이니 조금쯤 화려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참고로 설정은 제 마음입니다. ㅎㅎ)
첫댓글 아 이거 읽으려고 얼마나 벼르고 있었던가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읽게됩니다! 시험이 끝나고 자유를 찾은 이 느낌ㅠㅠㅠ 다음편 기대할게요, 흠;; 역시 인터뷰는 솔직한게 좋은데 말이죠- 요즘엔 다 시키니깐ㅠㅠㅠ
ㅎㅎ 시험 끝난 것 축하드립니다. 바쁘실 때죠.. 요즈음 인터넷이 자꾸 깜빡깜빡해서 가뜩이나 느린 진행이 더 느려 지는군요.. 리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