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9. 22.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루카 8,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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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님의 참가족 ♣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아니고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에페 2,19-22).”
우리는 주님 안에서 한 가족입니다.
그런데 영적인 가족과 육적인 가족을 대립 관계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교회 공동체는 ‘큰 가정’이고, 각 가정은 ‘작은 교회’입니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 구성원은 신앙생활의 동료이면서 동시에 가족이고,
가정의 식구들은 가족이면서 동시에 신앙생활의 동료입니다.
신앙생활과 가정생활은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생활이 아니라,
하나로 일치되어 있어야 하는 하나의 생활입니다.
‘가족’이라는 말은 아직 신앙인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요한 10,16).”
‘우리 밖에 있는 양들’도 목자이신 예수님의 양입니다.
(교회 공동체 밖에 있는 사람들도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그들 자신들이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부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들 가운데에는 가족을 멀리하라는,
또는 버리라는 가르침으로 오해할 수 있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하느님의 나라 때문에 집이나 아내,
형제나 부모나 자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여러 곱절로 되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루카 18,29-30).”
이 말씀들은 실제로 가족을 멀리하거나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들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떤 과부에게 자녀나 손자들이 있으면, 그들은 먼저 자기 가정에 헌신하고
어버이에게 보답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일입니다(1티모 5,3-4).”
“어떤 사람이 자기 친척 특히 가족을 돌보지 않으면,
그는 믿음을 저버린 자로 믿지 않는 사람보다 더 나쁩니다(1티모 5,8).”
가족은 가장 먼저 사랑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군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예수님께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알려드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19-21)”
여기서 예수님의 말씀은, 당신을 찾아온 가족들을 “그들은 나의 가족이 아니다.”
라고 부정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가족들이 찾아온 일을 계기로 삼아서
‘영적인 참가족’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가르치시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이라는 말은, 다음 말씀들에 연결됩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v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루카 6,46)”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따라서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라는 말씀은, ‘영적인 참가족’의 정의를 내려 주신
말씀이기도 하고, ‘참가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가르침이기도 하고, “나의 참가족이 되기를 바란다면, 즉 구원받기를 바란다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해야 한다.” 라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참가족이 되는 것은 곧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뜻을) 실행하는 것은 예수님의 참가족이 되는
방법이기도 하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뜻을) 실행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수님이 모든 인간에 대한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계시는 주님이라는 것을
믿는 사람은, 멸망을 피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주님의 계명들을(명령들을) 최선을 다해서 실천합니다.
(그것은 그 계명들을 실천해야만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 계명들을 실천하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고
멸망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에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예수님의 계명들을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은 믿는 것이 아닙니다.
(머리로는 믿어도 실천이 따르지 않으면 그것도 믿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생활’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는데,
머리로만 믿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그것은 신앙생활이 아닙니다.
신앙과 생활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앙생활과 종교생활을 구분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사 참례 잘하고, 공동체의 전례나 행사나 활동에 참여하는 일도 잘하는 것은
종교생활을 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종교생활을 잘하는 것을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믿음 없는 사람도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생활은 잘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믿는 사람은, 주님께서 바라시는(명령하시는) 일들을
제대로 실천하는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은 겉으로는 잘 안 보일 때가 많지만, 주님께서 보고 계신다는 믿음으로,
누가 보거나 안 보거나 간에 충실하게, 믿는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말씀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나오는 ‘바위’와 비슷합니다.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다(루카 8,13).”
말씀을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또는 신앙과 생활이 하나가 되지 않은 사람은,
신앙에 뿌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뿌리가 없는 신앙은 얼마 가지 않아서 말라 버리게 됩니다(루카 8,6).
◈ 원문보기▶ Rev.S.Moyes 송영진 모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