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와
4대강에 얽혀 정국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중에도 내년
지방선거는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거꾸로 매달려도 돌아가는
시계가 국방부에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선거 시계도 국방부 시계 못잖게 정확하다. 내년 지방선거의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누가 뭐래도 서울시장이다. 여기에 여야의 모든 정치역학이 응축되고 녹아들어갈 것이다.
오세훈 현 시장을 논외로 하면 이계안 전 의원은 여야를 통털어 가장 먼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사람이다. 서울시를 걸어다니는 것이 그 출발이다. 이계안 전 의원을 여의도
커피숍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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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전 의원 ⓒ프레시안 |
"오세훈, 수우미양가 중 '미' 받기도 어려워""서울시장 출마
준비를 시작했나?"
"그렇다. 정치할 때 처음부터 준비를 꼼꼼히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예 처음부터 서울시장을 준비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오세훈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명박'이라는 별명도 있는 것 같던데?"
"그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시장출마할 때 뉴타운을 발표하고 대표 브랜드로 해서 열광을 받았는데 뒤에 온 오세훈 시장은 그거 뒷수습하는 데 세월을 다 보내고 있다.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사안을 두고 한 사람(이명박 대통령)은 발표하고 한 사람(오세훈 시장)은 이어가는데, 이미 조직의 피로도나 서울시민의 피로도가 엄청나게 높다. 오세훈 시장이 내세운 공약이나 정책 중 생각나는 게 하나라도 있나? 나는 하나밖에 생각 안 난다. 뉴타운을 이명박 대통령이 약속한 것보다 두 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취임하고 나서 보니까 끔찍한 것 같아 취소한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시절 제안한 뉴타운 말고 오세훈 시장의 고유한 아젠더가 애초에 있었는지 의심이 간다."첫 번째 답변부터 거침이 없다. 오래 생각하고 깊이 느낀 결과일 것이다.
"지난번에 오세훈 시장이 깜짝 등장하는 과정 자체가 그랬던 것 아닐까?"
"오세훈 시장이 내세우는 것이 디자인, 창의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 그 사람 신선하다'고들 하는데 뒤집어 보면 이 사람은 시장 나올 때 아무 준비도 안했다는 뜻이다. 뒤늦게 시장을 하면서 '창의'를 내세워 프로세스 만들고 아젠다를 발굴해가면서 일하고 있다. 시장이 일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제한된 예산을 능률적으로 쓰는 것이다. 그런데 오시장이 지금 예산을 잘 쓰고 있나? 정주영 회장 말씀 중에 '니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나'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하고 싶다."이 전 의원은 서울시 뉴타운, 한강
르네상스 지구, 광화문
광장을 많이 돌아다녀봤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이 벌이는
사업현장을 걸어 다니면서 직접 보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걸어다니면 그런게 더 잘 보이나?"
"한마디로 세금을 허드렛 물처럼 쓰고 있다. 한강 르네상스를 보자. 한강관리의 첫째는 물 관리다. 상암지구 둔치에 큰 나무를 심어 놨다. 보기 좋으라고 심어 놓은 것 같은데 홍수가 나면 그런 나무들이 유속을 죽이기 때문에 피해 면적이 넓어지게 된다. 오 시장이 그런걸 아는지 모르겠다. 예쁜게 다가 아니다. 7월부터 서울 시내를 걸어 다녔는데 보도블록 공사를 매일 본다. 사람이 다니는 보도가 확보돼 있는 곳도 거의 없다. 보도에 자전거도 집어넣었다. 보행자와 자전거와 자동차가 한 길을 놓고 경쟁하는 곳도 있다. 교통법규 같은 도시 운영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오 시장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광화문도 자주 걷는데, 엄청난 사람들이 오더라. 오시장은 이걸 자기 치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이 광화문 분수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면, 서울에 정말 갈 곳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연이 심해 공기도 나쁘다. 두 시간 지나면 목이 아프다. 오시장은 그런 문제를 위해 어떤 배려를 했을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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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계안 전 의원 ⓒ프레시안 |
"청계천처럼 서울광장도 시각효과(visual effect)를 노렸다고 보는가?"
"서울광장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보면 치매노인 요양센터, 청소년 수련관을 구마다 짓고 있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것에 대해서는 시장, 구청장, 국회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같다. '저거 내가 지었다'고 보여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치매노인요양센터를 지으면 노인들을 몇 분 모실 수는 있지만 수용 인원은 한정될 것이다. 건물 짓는 예산을 풀어서 간병인 같은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을 노인들의 집에 파견한다면 어떨까? 하드웨어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지 소프트웨어에 투자 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 복지 예산도 시각효과를 노리고, 정치적인 치적을 만드는 식으로 쓴다는 것인가?"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광화문에 한 것들이다.""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이 박하다. 한나라당에서도 시장출마 희망자들이 슬슬 움직이는 것 같은데 이들이 오세훈 시장보다 더 나을 거라고 보나?"
"내용은 봐야 하겠지만 선거만 보면 그렇다. 오시장하고 선거를 하면 지난 4년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시장되고 나서 이 대통령 숙제(뉴타운)만 했고, '창의'를 앞세워 시장되고 나서야 자기 일을 만든 후보를 뽑았었는데 지난 4년간 과연 서울시민의 삶의 질이 좋아졌느냐, 라고 물을 것이다.""오세훈 시장에 대한 평가 선거가 되기 때문에 공격 포인트가 많다?"
"그렇다. 오세훈 시장에게 점수를 높게 줄 수 없다.""점수를 준다면?"
"수우미양가로 얘기하면 '미'를 주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와도 오시장보다 셀거라 했는데, 누가 강적인가?"
"김문수 지사가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도전을 하겠다고 나오면 위협적이다. 원희룡, 정두언 의원도 서울시 거쳐 대권가겠다면서 나서면 쉽지 않을 것 같다."한나라당에서 서울시장에 거론되는 사람은 오세훈 시장, 정두언, 공성진, 원희룡, 나경원 의원, 유인촌 문광부장관 등이다. 민주당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 국민참여당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 그리고 진보신당에서는 노회찬 대표가 거론된다. 서울시장을 거친 사람은 자천타천으로 대선후보군에 들었다. 조순, 고건이 그랬고 이해찬, 한명숙이 그랬다. 대통령이 된 사람도 있다. 이계안 전 의원은 이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했다. 선거가 정치적으로 흐르면 자신의 강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걱정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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