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broken. 2014년 작. 137분.
감독 안젤리나 졸리. 출연 잭 오코넬, 돔놀 그리슨, 미야비, 개럿 헤들런드.
영화 제목 Unbroken의 의미는 '불굴의 사나이'라고나 할까. 이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인한 주인공 루이 잠페리니의 전사 통지서에서였다. 뉴욕 타임즈가 2014년 7월 3일자에 인용 게재한 전사통지서를 보면 "자유를 지키고 신장시키기 위해, 그리고 은총을 불어넣기 위해 용감히 죽음을 택했으며, 애국 전선에 불굴(unbroken)의 자세로 서있었다"고 쓰여 있다. 이 전사통지서를 잠페리니 부모가 받은 것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6월이었다.
그러나 그는 죽지 않았다. 다만 실종상태로 전사자로 간주됐을 뿐이었다.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루이 잠페리니(잭 오코넬)는 태평양 한가운데에 추락, 동료 2명과 함께 고무보트 위에서 무려 47일 동안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된다. 굶주림과 추위, 외로움과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그는 삶에 대한 굳센 의지와 정신력으로 이를 버텨낸다.
하지만 그가 극적으로 구조된 것은 일본 함정에 의해서였다. 이로부터 850일간이란 긴 시간동안 그는 지옥보다 더한 전쟁 포로 생활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에 한 번 일어나기도 힘든,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모두 겪은 잠페리니의 삶 자체야 말로 한 편의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안젤리나 졸리는 "누구보다 강한 삶의 의지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보여준 잠페리니의 인생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잠페리니는 어릴 적부터 이탈리아 이민자란 이유로 멸시받고 자랐다. 때문에 온갖 말썽과 반항으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던 중 형의 권유로 육상을 하게 되면서, 타고난 집념과 노력으로 19살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히게 된다. 그리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 5,0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일약 세계가 주목하는 유망주로 떠오른다. 그 이후의 인생은 위에 설명한 그대로이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If You Can Take It, You Can Make It"이라는 말이다. 굳이 의역하자면, "참고 버티면 결국 이긴다"는 뜻이다. 잠페리니의 형이 육상을 권유하면서 건넨 말이다. 포로수용소에서 악질 간수 와타나베(미야비)로부터 구타 당하고, 고문을 당할 때에도 그는 끊임없이 이 말을 되뇐다. 아마도 그의 자서전을 쓴 로라 힐렌브랜드 앞에서도 수없이 되풀이 했을 말이기도 했다.
비록 영화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종전 후 1946년 결혼한 그는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고초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다 부인의 권유에 따라 빌리 그레이엄 교회의 전도사가 돼 1950년 일본을 방문해 교도소에 수감돼있던 2차 대전 전범들을 용서한다. 영화에서 그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와타나베는 미군정이 끝날 때까지 도피생활을 계속했다.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주자로 참가한 잠페리니가 그를 용서하려 했지만 와타나베는 2003년 사망할 때까지 그와의 만남을 끝내 거부했다.
#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의 3번째 연출작이다. 그녀는 2007년 다큐멘터리 <어 플레이스 인 타임>에 이어 2011년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피와 꿀의 땅에서>를 연출했었다. 앞으론 배우로서보다 영화감독으로서 그녀를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같다.
#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 감독 말고도 호화 스탭진으로 더 큰 유명세를 탔다. 천재 감독으로 불리는 코엔 형제(조엘 코엔, 에단 코엔)가 각본을 썼고, 촬영은 <쇼생크 탈출> <뷰티플 마인드> <더 리더> 등을 찍은 도저 디킨스, 음악은 <색. 계> <킹스 스피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맡았다.
# 로라 힐렌브랜드가 쓴 원작 제목은 <언브로큰 : 2차 세계대전 속 생존, 인내, 구원 이야기>이다. 2010년 출간하자마자 무려 185주간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 악질 간수 와타나베 무쓰히로로 나온 미야비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 내 최고 록스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