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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의 연구를 결정적으로 촉진시킨 것은 구조주의이다. 구조주의적 방법론이 주로 언어학에서 정립되었기 때문에 모든 종류의 기호에 언어학적 모델이 확대 적용되어 온 경향이 있는데, 이런 전이는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언어학에서 규명된 구조, 계열, 연사, 대립 관계 등의 개념이 모든 기호 체계에 적용될 만큼 확장되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기호학적으로 어떻게 전이되고 변형될 수 있는가? 소쉬르(1916)는 <랑그>와 <파롤>을 구분한다. <랑그>―화자가 사용하는 규칙의 목록. <파롤>― 그것을 사용하여 다른 이들과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이른바 개인적 행위. <랑그>는 추상적 실체이자 모델이며, <파롤>은 <랑그>가 개별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즉, 랑그는 추상적으로 기술될 수 있고 관계의 총체를 나타내는 체계이자 <구조>이다. (구조로서의 랑그의 개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수많은 언어학자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었다.) 소쉬르의 관점 ― <랑그는 하나의 체계로서 그것의 모든 구성 부분들은 공시적인 상호 의존 관계로서 분석될 수 있고 또 분석되어야 한다.> 랑그의 변화는 구성 요소 일부분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연쇄적 단위/공존하는 단위, 부분적인 현상/체계 전체와 관련되는 현상들 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하나의 분석 대상으로 묶일 수 없다. (서양 장기의 예 : 각각의 말들의 관계 체제는 매번 바뀌며 체계의 모든 변화는 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의 가치를 변화시킨다. 즉, 모든 통시적 변화는 구성 요소들의 새로운 공시적 관계를 정립시킨다.) 즉 공시적 연구는 그 구성 요소들을 마치 불변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통시적 연구는 체계의 변화와 발전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시니피앙/시니피에 관계를 비롯하여 그것의 조합 규칙이 응고되어 마치 불변하는 것처럼 생각해야 한다. 랑그의 경우 그것의 코드는 사회적 결정 작용 덕분에 생겨난다. (코드는 언어 사용이 만들어 낸 평균치이다.) 코드가 자리잡는 순간부터 화자들은 동일한 개념을 가리키기 위해 동일한 기호들을 사용해야 하며 이런 기호들을 동일한 규칙을 통해 조합해야 한다. 언어 코드는 <닫힌 체계>인가 <열린 체계>인가? (머릿속에 이미 관계 체계가 결정되어 있는가?/조합 원리에 따라 언어 연속체를 생성할 수 있는 타고난 <능력>을 갖는가?) 3.2. 계열과 연사 : 분절 체계 코드의 개념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은 특정한 기호의 목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 그는 특정한 규칙에 따라 자신이 조합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이 두 개의 축은 <계열>과 <연사>이다. 계열의 축은 기호와 규칙의 목록을 나열하는 선택의 축이며, 연사의 축은 본래 의미의 담화를 구성하기 위하여 더욱 복잡한 연속체로 구성되는 기호들의 조합의 축이다. (예: 음소 계열에서 몇 가지 음소 선택하여 연사적 축에 배치하여 /말/이라는 단소를 만듬.) 계열과 연사의 개념은 더 큰 규모의 실체에 적용될 수 있으며, 조합한다는 것은 곧 연사구를 만들기 위해 계열의 요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언어의 이중 분절은 무엇인가? <일차 분절>은 시니피에를 갖는 단위들의 분절이다. (즉, 단소/형태소) 일차 분절의 단위들은 또 분절된다. <이차 분절>의 단위는 <음소>이며 그것들은 시니피에를 갖기보다는 서로를 구분하는 가치만을 가진다. 음소는 음의 변별적 특징을 갖는 최소 단위인데, 머릿속에 존재하며 개별적으로 실현될 때는 물리적으로 다를 수 있다. 3.3. 대립과 차이 영어에서 pet, bet, let, pit, pot, pen, peck을 가지고 세 가지의 계열이 각기 연사적 차원에서 작용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보면 ① 상위 차원의 연사구(문장에 해당하는) : /I bet you let your pet out of the pot/ <틀림없이 너는 너의 동물을 항아리에서 나오게 했을 거다> ② p e t b i n l o k 이 아홉 개의 음소들을 다른 두 개의 음소와 결합시키면 위에서 제시한 단어들을 만들 수 있다. 이 때 /pet/과 /bet/과 같은 기호의 차이는 그것을 구성하는 첫번째 소리의 차이로 구분된다. /b/를 /p/로 바꾸면 의미가 변한다. 즉 계열에서의 음소들은 <대립 체계>를 구성한다. → “모든 커뮤니케이션(따라서 모든 의미 작용)이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대립 관계에 기초한다.”라는 주장과도 상통.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우리는 항상 존재/부재, 예/아니오, +/-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b/와 /p/가 대립하는 이유를 음성학적으로 살펴 보면, 둘 다 양순음이지만 /b/는 유성음이고 /p/는 무성음이기 때문에 대립한다. ③
. 즉, p, b, n, m, k, g 같은 음소들은 서로 대립적인 음성적 자질들을 갖는다. 그러나 이 모든 음성적 자질들이 음소를 구분하는 데 쓰이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b/와 /p/과 대립되는 이유는 유성음이냐 무성음이냐 하는 것이지만 /n/과 /m/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변별적 자질들은 조음적 특징과 별 관계가 없으며, 따라서 조음적 특징 중에서 변별적 자질들은 의미 단위들의 연사적 조합을 만들기 위해 언어의 계열 속에서 대립 체계로 작용하는 특징들만을 선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영어에서 /i/와 /i:/는 구분되지만 프랑스에서는 구분되지 않는다. (음운론자들은 서로 변별되는 자질들, ‘음소’를 연구한다. 음성학자들은 그것의 구체적인 현상들, 한 소리의 발성 따위,를 연구한다.) ------- 원칙적으로 하나의 체계는 차이와 대립 관계로 구성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관여성을 갖는 것은 한 요소의 본질이 아닌 그런 성질의 존재 여부이다. 어떤 요소의 물리적 성질이 어떻고 저떻고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요소가 존재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 텅 빈 가치/가득찬 가치 의 존재 여부. 예) 기초적인 행열 - + + + 이 행열은 /n/과 /p/라는 비의미적 단위 사이에 존재하는 체계적인 관계를 나타낼 수 있다.
이런 단위들은 또한 두 신호의 차이도 나타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시니피앙의 형식적인 요소의 단계에서만 나타내었다. 물론 시니피앙-시니피에의 관계까지도 특정지을 수 있다.
이런 행열은 어떠한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이 결합되는지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시니피에를 하나의 대립 관계로 구성하며> 이런 시니피에의 대립 관계를 시니피앙의 대립 관계와 대응하게 만든다. 체계와 코드의 차이점 : 빨간색/초록색의 대립 체계. <통과>/<멈춤>의 대립 체계. 그러나 코드는 하나이며 그것의 기능은 첫번째 시스템의 가치를 두번째 시스템의 가치와 의미론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빨간 신호판의 존재/가 <멈춤>을 의미하게 한다. 체계와 코드는 자주 혼동된다. 여기에는 환유적 이유가 있다. 즉 언어에서 체계는 의미 작용을 가능케 하기 위해 조직되며, 결국에는 특정한 코드와의 관계를 통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시니피앙의 체계는 시니피앙의 그것(또는 의미체계)와 관련이 없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결합은 필연적이지 않다. (초록색-금지, 빨간색-통과 가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체계는 객관적인 이유 때문에 구성되지만 코드는 자의적으로 정립된다. 따라서 코드는 시니피앙 체계의 요소들과 시니피에 체계의 요소들 사이에서 의미적 대응 관계를 정립한다. 코드의 관점에서, 한 단어의 시니피에가 제한되는 이유는, 그것과 유사하다기보다는 다른 시니피에를 갖는 단어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neige(눈)/은 에스키모인들에게는 몇 가지 단어, 새하얀 눈, 함박눈, 등등 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시니피에를 분류하는 <체계>에 관한 엄격한 연구가 필요해진다. 옐름슬레우(1957)에 따르면 의미론에서 구조주의적 접근 방법을 적용하는 일은 시니피에 그 자체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기호의 위치적 가치에 대한 연구를 의미한다. 시니피에는 대치commutation(시니피앙을 바꾸면 시니피에도 바뀐다)와 교체substitution(시니피앙을 바꿔도 시니피에는 바뀌지 않는다)의 조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치의 조작을 통해서는 체계의 불변수를, 교체의 조작을 통해서는 문맥적 변이형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도표는 <관념>들을 제시한다기보다는 체계에 기초하는 가치들을 드러낸다. 이런 가치들은 개념이라고 불리는 것에 해당하지만 그것들은 오로지 차이에 의해 존재되고 이해될 수 있다. 즉 이런 차이들은 자체의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체계의 다른 요소들과 대립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시니피에가 과연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으며, 단지 하나의 코드 안에서는 특정한 시니피에가 특정한 시니피앙과 결합한다. 이런 시니피에는 흔히 <개념> 또는 <관념>으로 정의되며, 일종의 평균적 사용법을 통해 인식된다. 그러나 기호학이 코드의 존재를 정립하는 순간부터 시니피에는 더 이상 정신적 내지는 존재론적, 그리고 사회적 실체가 될 수 없다. <이때부터 시니피에는,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집단이 받아들인 것으로서, 코드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관계 체계 덕분에 기술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다.> 3.4. 모델로서의 구조 레비 스트로스 역시 소쉬르의 <구조>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현상들을 커뮤니케이션 체계로 간주한다. 레비스트로스의 정의. 1. 구조는 내적 응집력이 지배하는 체계이다. 2. 구조는 상이한 현상들을 서로 비교한 다음 동일한 관계 체계로 환산했을 때 비로소 드러난다. 지속적인 추상화 및 모델화 작업을 통해 신체와 나무에 공통되는 코드, 즉 양쪽 모두를 동일시할 수 있는 <통일된> 구조를 설정할 수 있는데, (p122-123) 이 때 이 구조는 하나의 <실체>이며 그것을 관찰하는 사람과 상관없이 그냥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구조는 <자체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적 현상들의 분석틀을 제공하고 그 관계 체제를 밝힐???) 모델에 불과하다. 구조-코드는 단순화될 수 있으며, 더욱 폭넓은 현상들을 예언할 힘을 가진 코드의 코드 존재 여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단순화 작업은 거듭되며, 코드의 코드를 규명하여 극단적으로는 인간의 모든 문화적 및 생물학적 행태 안에서 동일한 리듬과 동일한 관계(즉 동일한 작용과 기초 관계)를 드러낼 수 있는 원코드Ur-code까지 거술러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의 위험성 :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구조주의의 모델 자체로 축소해 버린다.) 사실상 이런 압축된 구조의 모델에 도달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구조주의적 방법론의 목적은 분석하고자 하는 현상들을 하나의 구조로 수렴시킬 수 있는 이론적 모델로서의 구조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이런 구조는 모든 종류의 수정과 모든 종류의 보완에 열려 있어야 한다. 즉 코드는 일련의 커뮤니케이션 규약들의 모델이자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술하기 위해 이론적으로 존재하는 모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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