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剛山 (1992. 월산 山 6월호) 조 흥 제 옛 사람들은 금강산을 보기 전에는 산수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 하였으며 ‘돌이 만 가지 재주를 부리며, 물이 천 가지 재롱을 피우며, 나무 또한 가득하니 천하 명승이 여기 다 모인 것 같다.’고 하면서 세계적 명승지인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였다. 그만큼 금강산의 절경이 특출해 그 어떤 말이나 글로도 표현하기가 힘들다. 금강산은 태백산맥의 북부에 자리잡고 있는데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 고성군, 금강군, 통천군의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넓이는 530㎢, 북쪽에서 남쪽까지의 길이는 60㎞, 동서의 너비는 40㎞이다. 해발 1639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하는 금강산은 오봉산, 월출봉, 수정봉, 옥녀봉을 비롯한 50여 개의 큰 봉우리들과 함께 하늘을 찌를듯이 톱날처럼 들어선 1만2천봉, 30여 개나 되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들, 웅장한 바위산의 층암절벽과 20여 개의 전망대, 온정령을 비롯한 7개의 고개며, 금강문 등 6개의 문이 어우러져 천하절경을 이루고 있다. 또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계곡들, 거울같이 투명한 못들과 이 못들을 이어주며 감돌아 흐르는 계곡물, 오색무지개를 이루며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폭포들이 자태를 뽐내 말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은 북쪽으로 1000m 이상의 옥녀봉, 상등봉, 오봉산, 선창산, 금수봉 등이, 남쪽으로는 월출봉, 일출봉, 차일봉, 백마봉 등이, 서쪽으로는 중항성, 영추봉이, 동쪽으로는 채하봉, 집선봉 등 1만2천봉이 에워싸고 있다. 그리고 온정령과 내무재령을 비롯한 수많은 계곡 사이로부터 신계천, 온정천, 남강 금강천, 동금강천 등 크고 작은 강-하천이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금강산은 지역에 따라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구분하는데 작게는 20여 개의 구역과 수많은 동, 계곡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외금강이 남성적인 산악미를 갖추고 있는 반면에 내금강은 계곡미를 대표하여 여성적인 산수풍경을 자랑한다. 내금강은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하여 서부지역을 일컫는다. 이 지역의 절경들로는 주봉인 비로봉에서의 일출과 함께 만폭동, 망경대, 수렴폭포, 망군대, 명연담, 금강문, 구성구역을 꼽을 수 있다. 만폭동은 비로봉의 남쪽 내무재령 기슭에서 흘러내리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골짜기를 따라 1.6㎞ 구간에 걸쳐 8개의 큰 못과 폭포를 이루는 절경이며 망경대는 이름 그대로 높이가 60m 정도에 너비가 10여m에 달하는 앞면이 거울과 같이 반을 가리는 바위이다. 외금강은 태백산맥의 금수봉, 선창산, 온정령, 월출봉, 안무재령, 차일봉, 백마봉 등을 이은 분수선의 동쪽 비탈면 지역에 위치한다. 외금강은 다시 온정, 만물상, 구룡연, 수정봉, 전불봉, 선창, 백정봉, 선하, 발연소, 송림, 은선대구역으로 나뉘는데 하한계, 만물상, 신계사터, 옥류계, 구룡연, 상팔담, 12폭포, 구룡소 등 명승들이 곳곳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집채 같은 바위들이 길을 막아 첩첩이 겹쳐 있는 사이로 ㄱ자 모양의 구멍이 난 금강문을 거쳐 이른 옥류봉은 미끄러운 반석위로 흰 구슬같은 물이 비단필을 편듯 부서지며 반짝이는 선경으로 별유천지이고 그 뒤편으로는 하늘에 핀 꽃송이인양 천화대가 솟아 있다. 천화대 옆 서북쪽으로 맑고 깨끗한 옥녀봉이 솟아 있고 옥류동에서 200m 지점에는 파란 구슬을 연달아 꿰어 놓은 듯 아름다운 2개의 담소가 맞붙어 있는데 위쪽 담소에서 아래쪽 담소로 흘러내리는 연주폭포와 연주담도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는 명소다. 이 계곡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은 비봉폭포와 무봉폭포인데 세존봉의 중턱에서 약 150m 길이로 떨어지는 비봉폭포는 금강산 4대 명폭 중 하나이다. 폭포 위로는 산이 보이지 않고 흰 구름에 덮인 하늘만이 보이는데서 떨어지는 폭포가 마치 봉황새가 긴 꼬리를 휘저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 같아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 폭 20m 규모의 무봉폭포에는 봉황새가 춤을 추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비봉폭포의 직각을 이룬 개울 위쪽에 있다. 무봉폭포와 비봉폭포 사이에는 봉황새 모양의 봉황바위가 있다. 그러나 폭포를 이야기하자면 구룡폭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설악산의 대승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폭인 구룡폭포는 그 높이만도 84m로 세존봉의 한 가운데로 뇌성벽력과 같은 물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린다. 구룡폭포의 웅장한 폭포수는 그 아래에 깊이 13m의 웅덩이를 만들어 현기증을 일으키는데 이곳이 구룡연이다. 외금강에는 이외에도 금강산 8선녀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상팔담과 바위 3개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삼선암, 머리에 둥그런 돌을 이고 있는 귀면암, 그리고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만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만물상 등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해금강은 외금강의 동쪽에 있는 삼일포를 비롯한 해안가 지대이다. 해금강은 삼일포 지역과 해금강 구역으로 나뉜다. 삼일포 구역은 삼일포, 동구암과 서구암, 적벽강 일대를 일컫는데 대표적인 명소는 북강 북쪽 기슭에 있는 삼일포이다. 관동 8경의 하나로 신라 때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의 4 신선이 사흘 동안 호수 위에서 놀았다는 삼일포는 둘레가 8㎞, 수심 9~13m로, 호수의 면적은 0.76㎢이다. 해금강 구역은 삼일포에서 6㎞ 떨어진 해금강리, 구읍리, 고봉리 지역의 해안과 앞 바다 지역이다. 해금강은 푸른 동해와 기암괴석,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데 이곳은 조선왕조 중기의 명필인 양사언이 금강산 경치를 즐기며 놀았다는 봉래대(양사언의 호)도 자리잡고 있다. 금강산은 경치가 절경인 만큼 갖가지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다. 첫째는 산악미다. 금강산의 산악미는 금강산의 특유한 아름다움 가운데서도 제일이며 산세의 기묘함과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은 특히 뛰어나다. 금강산이 대자연의 신비경을 이루는 것은 지질 및 지질학적 발전에 기인한다. 금강산의 지질층은 중생대에 생긴 흑운모화강암으로 이루어졌으며 주변은 신생대 편마암과 혼성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암석들은 온대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융기운동과 풍화작용에 의해 처음에는 땅속 깊이 묻혀 있던 화강암체가 드러난 다음 하나의 층을 이루면서 급하고 깊은 골짜기가 생겼다. 이것이 장구한 세월 동안 풍화작용에 의해 부서지고 깎이면서 깊은 절벽, 기이한 바위를 이루어 오늘날의 산 모습을 형성하였다. 주봉인 비로봉 뿐 아니라 국사봉, 호룡봉, 백마봉, 차일봉, 일출봉, 월출봉들과 외무재령, 내무재령, 온정령, 오봉산, 선창산 등 내금강과 외금강의 수많은 봉우리들과 영, 산들은 볼수록 기이하고 아름답다. 금강산은 결코 하나의 산이라기보다 기암괴석으로 괴고 쌓은 듯한 무수한 봉우리들의 대집단이다. 산악미 가운데는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돌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듯한 946m의 석가봉이며, 비로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장군다운 위용을 한 채 서 있는 장군봉(1560), 그 봉우리 위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쌓은 성과 같다 하여 장군성을 부르는 바위들은 볼수록 장엄하기 그지 없다. 풀뿌리 하나 자라지 못하게 날카로운 바위들이 서있는 집선봉이나 채하봉은 거악하고 날카롭기로 제일이며 관음연봉과 천녀가 절승경개에 이끌려 하늘도 잊은 채 돌로 굳어졌다는 천녀봉은 산세가 장중하고 늠름하다. 여기에 귀면암, 토끼바위, 봉황새 바위, 수미탑, 다보탑, 등 천태만상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과 여러 가지 탑들은 세상에서 가장 재능 있는 석공들도 무색케 할 신비로운 경치들이다. 둘째는 계곡미다. 금강산은 1만2천 봉우리에 못지않게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깊고 얕은 계곡의 황홀경이다. 한하계곡, 만상계곡, 세체계곡, 선하계곡, 송림계곡, 용천계곡, 만전계곡, 백전계곡, 원통계곡…, 금강산의 그 수 많은 계곡들은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징과 정서를 가지고 있다. 구룡연 계곡에는 비봉폭포를 비롯한 우리나라 3대 폭포 가운데서도 최고인 구룡폭포, 깊이 13m의 구룡폭포수가 소용돌이치는 구룡연, 금강산 8선녀 전설이 깃든 상팔담, 연주담, 봉황담, 옥류담과 같은 절경들이 펼쳐진다. 어느 옛 시인은 옥류동 절승을 돌아보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던가. ‘높이 솟은 세존봉은 동남으로 안아 막고, 부르기 좋은 옥녀봉은 서북으로 반겨 섰는데 앞에 솟은 천화대와 뒤에 솟은 소옥녀야 뾰족하거던 곱지나 말거나 험준하거던 기특하지나 말았으면 한 가운데 희 밝게 내려오던 솟돌 같은 한 장 바위는 옥소반 같고 그 위로 흐르는 물은 구슬을 굴리는 듯 그 앞에 담기는 물은 넓거던 깊지나 말거나 깊거던 맑지나 말았으면 어쩌면 이다지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풀어 헤쳐 주는가 범기봉 아래 펼쳐진 만폭동 계곡은 글자 그대로 도처에 폭포와 담소가 자기의 이름들을 가지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백룡이 서리고 있다는 백룡담, 소름이 끼치도록 검푸른 흑룡담, 푸른 물결 위에 물안개 감도는 벽하람, 진주처럼 맑은 진주담, 천지조화를 부리는 화룡이 숨어 있다는 화룡담과 배처럼 생긴 배소, 거북처럼 생긴 거북소 등은 뛰어난 아름다움을 저마다 자랑한다. 금강산에서도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완전하게 드러내 놓고 황홀경에 빠뜨리는 곳은 바로 만폭동, 내금강 만전구역을 지나 만폭동 입구인 금강문을 지나 올라가노라면 천지를 가득 채우며 울려 퍼지는 대교향악단의 연주와 같은 격동적인 소리를 듣게 된다. 만개의 폭포가 있는 골이란 이름처럼 비파담의 물소리는 마치 비파를 타는 것 같고, 넓은 반석 위로 흐르는 물소리는 깊숙하고 온화한 감을 자아내며 마치 따뜻한 봄날에 만물이 소생하는 것 같은 감을 느끼게 한다. 금강산의 계곡 가운데 으뜸은 구성동 계곡인데 온정령을 넘어 쑥밭까지 2㎞ 올라 가 구성반에서부터 용마석까지 8㎞ 구간의 담소와 폭포, 봉우리와 계곡 풍경은 그 변화가 매우 심하다. 금강산의 4대 명폭 중 하나인 옥영폭포를 비롯한 수십 군데에 있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지축을 울리는가 하면 동룡계, 영풍계 등의 맑은 시내와 구일담, 구포담은 침묵 가운데 전설을 속삭이며 때로는 미끄러져 내리기도 하고 뚝 떨어지기도 하며 아름다운 선율을 그려낸다. 셋째는 호수미이다. 금강산에는 삼일포를 비롯하여 영랑호, 감호 등 맑고 고요한 호수들이 진주알처럼 박혀 있어 절승경개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삼일포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둘레가 8㎞, 평균 수심 9~13m로 청산이 팔을 벌려 푸른 물을 안은 듯, 36 봉우리를 비껴 담은 거울처럼 맑고 푸른 호수다. 여기에는 잉어를 비롯하여 붕어, 황어, 메기, 뱀장어 등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다. 영랑호의 둘레는 4.3㎞이며 수심 10m 정도인데 반달 모양으로 휘어진 이 호수의 해안가로는 해당화가 붉게 피고 모래밭과 소나무, 기묘한 바위들이 어우러져 볼수록 아름답다. 영랑호에서 남쪽으로 2㎞ 지점 구성봉 아래에 놓여 있는 감호는 선녀가 떨어뜨린 거울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호수 둘레는 3㎞, 수심은 2~3m 정도의 원형이다. 감호에도 잉어, 송어, 붕어, 버들치 등 물고기가 많으며 고요하고 아늑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하여 얌전한 처녀에 비유하고 있다.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에 위치한 시릉호는 감창치료에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달밤의 경치가 절승이다. 시릉호는 호수와 바다와 산이 한데 어우러져 경치가 아름답고 금강산으로 오가는 휴식과 휴양지로 유명한데 북한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넷째는 해양미이다. 금강산 자락이 물속에 잠겨 있는 해금강은 푸른 소나무와 기묘한 바위, 흰 모래, 푸른 파도로 하여 바다의 절승으로 이름 높다. 해금강에는 기묘한 바위기둥과 푸른 소나무와 우거진 동독도, 전도, 백섬, 솔섬, 혈도, 뱀섬 등과 총석정 금란굴, 남애리의 간지섬, 형제섬, 해만물상, 구음리의 소봉도, 대봉도 등 수많은 섬들이 바다 위에 떠 있다. 해금강의 경치 가운데 통천군 굼붕강 하구로부터 고성군까지의 해안절벽과 기묘한 바위는 천하제일의 절경인데 그 중에서도 으뜸은 총석정이다. 통천군 통천읍의 앞 바다에 위치한 총석정은 예로부터 관동 8경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수많은 돌기둥을 바다에 세워 놓은 천연적인 것으로 믿기 어려운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총석정은 그 자체의 신비감과 아름다움과 함께 해돋이며 푸른 물결이 비늘처럼 부서지는 파도, 온 천지가 은빛으로 넘실대는 달밤의 풍경이 신비경을 더 한다. 금빛 난초가 있다는 금란굴은 총석정에 버금가는 절경으로 길이 15m, 높이 5~7m, 폭은 3~5m이다. 현무암 기둥을 단칼에 도려낸 것 같은 굴속에 들어가면 이상한 이끼로 인하여 주홍빛 노을이 엷게 비치는 것 같은데 굴 입구는 유달리 흰 색을 띄고 굴 안에는 갈매기와 오리, 박쥐들이 살고 있다. 이와 함께 바다에 솟아 있는 만물의 형상을 가진 기암괴석들이 즐비한 해만물상은 별유천지다. 끝없이 설레는 바다 위에 크고 작은 이끼 낀 바위와 섬들, 해당화가 붉게 피는 흰 모래밭, 푸른 소나무를 머리에 인 낭떠러지, 바다 물결이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위로 갈매기들이 날아오르는 광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사공바위, 칠성 바위, 해금강문, 쥐바위, 고양이바위, 누룩바위, 수렴도, 얼룩바위, 부부바위, 잉어바위, 사과바위, 수많은 바위 이름처럼 각양각색의 기암괴석은 파란 바닷물에 그림자를 드리워 신의 조화에 감탕을 금치 못하게 한다. 다섯째는 전망이다. 금강산은 가까운 곳에서 굽어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 바라보는 원경이 더욱 일품이다. 주봉인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1만2천봉과 동해의 모습이 장엄하며 이곳에서의 일출은 특히 유명하다. 내금강의 기묘한 산봉우리들은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정양사에서의 전망, 아침에는 구름이 흩어지고 저녁에는 구름이 모여든다는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중향성 모습은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또한 수정봉에서의 외금강 풍경이 일품이고 세존봉(1122)에서는 구룡연, 상팔담과 멀리 동해바다까지 시원하게 바라보게 된다. 이곳에서는 흰 구름이 허리를 두를 요운대, 선녀의 입김 같은 구름이 떠도는 부운대, 신선과 선녀가 하늘로 오르내렸다는 승선대와 강선대, 신선들을 맞이했다는 영선문, 선녀들의 놀이터였다는 동석의 여래반석이 있는데 하봉과 집선봉이 바라보이고, 구정봉과 옥녀봉 너머로 수많은 봉우리들이 아스라이 펼져진다. 여섯 번 째는 색채미다. 물과 들, 꽃과 나무 열매들이 제각각 독특한 색을 나타내며 한데 어울린 금강산은 천하절경이다. 비봉폭포에 햇빛 영롱한 7색 무지개가 피어나고 폭포수는 은빛, 금빛, 구슬을 쏟아 놓다가도 이내 문양 고운 비단처럼 누워 흐르면서 수정같이 반짝인다. 그런가 하면 해금강의 춤추는 듯한 금물결과 달밤의 금물결과 은물결은 말과 글로 표현하기조차 부족하다. 하늘을 찌를듯한 1만2천봉, 기암괴석의 층암절벽들은 아침-저녁 햇빛의 변화로 자주색이나 밤색, 회색이나 은색, 때로는 흰색을 나타낸다. 게다가 금강산에 수를 놓은 듯 붉은 색, 노란 색, 보라 색, 분홍색, 등 갖가지 꽃들이 피어날 때면 말 그대로 금강 보석과 같이 아름답다. 분홍색 진달래의 뒤를 이어 산을 곱게 물들이는 철죽꽃, 바위 틈에서 그윽한 향기를 풍기는 쑥동백꽃과 함께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가 어울려 거대한 꽃무늬 천을 연상시킨다. 가을의 타는 듯한 단풍은 예로부터 풍악산이라 불리운데서 알 수 있듯이 정신마저 몽롱하게 만든다. 가을철 단풍과 함께 나뭇잎이 다 떨어진 후 열려 있는 괴불나무, 백암나무, 까마귀 밥, 마가목, 야광나무 열매들은 붉은 구슬을 매단듯 가을의 경치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일곱 번째는 수림미다. 금강산이 그처럼 취할듯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하고 풍부한 갖가지 나무와 화초들의 아름다운 꽃과 열매가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에는 봄에는 화려한 꽃으로 밝고 유쾌한 감정을 주며, 여름에는 싱싱한 녹음과 밝은 색들이 조화를 이루어 서늘하고 선뜻한 감을 갖게 하고, 가을에는 붉게 타는 단풍으로 힘과 용기를 안겨 준다. 금강산의 수림에서 특이한 것은 비로봉 기슭의 나무들이 한결같이 하늘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 눕거나 퍼져 자라고 있는 것이다. 평지에서 잘 자라는 잣나무, 전나무도 이곳에서는 모두 옆으로 누운 상태로 자라고 있다. 여덟 번 째는 바람과 구름의 조화미다. 금강산의 안개와 구름은 천지조화 중에서도 신비한 동화세계를 연상하는 듯 마치 요술사가 재간을 부리는 것 같다. 천선대에 올라서면 구름에 탄듯 하다가 안개구름이 움직일 때면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숨바꼭질하듯 사라졌다 나타나는 절묘한 관경이 펼쳐진다. 구룡대에서 절벽을 휘감으며 흰 솜같은 안개구름이 떠돌면서 상팔담과 골짜기를 가렸다가는 이내 열어 주는데 마치 선녀가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가 가리는 것처럼 신비하다. 망군대에 올라 안개에 휘감긴 금강 연봉들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다도해의 섬들처럼 보이고 산봉우리 아래도 실안개 감돌 때면 마치 구름을 탄 신선 같은 느낌을 받는다. 금강산의 바람은 봄에는 갖가지 꽃들의 그윽한 향기로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 주는 시원한 바람으로, 가을에는 단풍들이 살랑대어 넋을 잃게 하고, 겨울에는 눈보라를 일으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한다. 금강산은 오랜 역사를 거쳐 내려오면서 풍악, 개골, 상악, 선단, 봉래, 기달, 널반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 왔다. 삼국시대에는 ‘풍악’으로, 통일 신라 때에는 ‘개골’과 ‘상악'으로, 그 후에는 ‘봉래, 금강’으로 자주 불려 왔다. 이러한 이름들은 주로 새하얀 매부리가 서릿발 같다 하여 붙인 ‘상악’이나 기암괴봉을 형상화하여 붙인 ‘기달’과 같이 산의 아름다움에서 유래되었거나 ‘선산(신선이 사는 산)’, ‘널반(성불의 성지)’과 같이 신선이나 불교와 결부시켜 붙인 것이다. 금강산은 신비한 자연경관으로 하여 계절에 따라 각기 그 이름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봄이면 새싹이 돋아나고 만물이 소생하며 1천여 종의 꽃 피는 식물들이 골짜기와 봉우리들을 꽃으로 장식하고 그윽한 향기를 풍긴다 하여 보석에 비유, 금강산이라 부른다. 여름철의 ‘봉래산’은 높은 봉우리와 암릉 절벽을 감도는 흰 구름, 햇빛도 스며들지 못하는 울창한 녹음과 소낙비가 지난 뒤 온 산을 폭포로 장식하는 여름철 아름다운 경치를 두고 부르는 이름이다. 가을에는 온 산이 울긋불긋 타는 듯한 단풍으로 뒤덮이고 갖가지 식물들의 열매와 과일이 주렁져 가을의 경치를 ‘풍악산’이라 부르며, 온 산이 흰 눈으로 단장하고 눈꽃과 얼음기둥으로 장식되어 기암괴석들이 마치 앙상하게 뼈만 남은 것과 같다하여 겨울철에는 ‘개골산’이라 부른다. 금강산은 우리나라에서 강우량과 적설량이 가장 많은 지역의 하나인데 특이한 기후 현상의 하나는 봄과 가을철에 해안으로 부터 덥고 메마른 바람이 초속 40m 이상으로 부는 이른바 ‘금강내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금강산의 기후는 동쪽 비탈면과 서쪽 비탈면에서 차이가 나는데 동쪽 비탈면은 따뜻하고 강우량도 많다. 연평균 기온을 보면 고성에서는 11.4도, 금강에서는 8.9도이며, 연 강수량은 바다 쪽의 고성이 1750㎜, 내금강 쪽은 1200㎜ 내외이다. 이러한 기후 조건으로 금강산은 식물 분포상 중부식물분포를 대표하는 곳으로서 온대만부계통 식물부터 아한대성 식물에 이르기까지 식물의 종적구성이 다양하고 풍부한 지대로 되어 있다. 금강산 식물 종류는 현재 1145 종이다. 금강산의 식물은 그 분포에 있어 바다의 영향과 자연 지리적 특성으로 현저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금강산의 동쪽 비탈면인 외금강 일대에는 참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참나무 속 수종들과 일부 남방계통 식물이 분포되어 있으며 서쪽 지역인 내금강 일대에는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부게꽃나무, 복작나무 등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북부계통 식물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해금강 지역에는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해양조건에서 자라는 소나무, 해당화나무, 때죽나무, 향수꽃 나무 등이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참대죽신대, 검정대 등 참대류 식물과 남북계통 식물이 자라고 있다. 금강산의 식물분포는 지역에 따라 종류에서뿐 아니라 숲의 무리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식물은 낮은 지대로부터 높은 지대에 이르기까지 소나무 단순림, 소나무와 참나무의 혼효림 등 여러 가지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금강산의 식물분포에서 특징적인 것은 특산 식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금강국수나무와 금강초롱은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1속 일종의 희귀한 고유특산식물로서 북한의 천연기념물이다. 1909년 금강산에서 최초로 발견 된 금강초롱은 도라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서 최근들어 강원도 전역, 특히 금강산 일대와 북대붕 산맥 일대의 양덕, 맹산 주변, 그리고 마식령 줄기인 매봉산과 영의대산, 세포군지역 등으로 분포지역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금강초롱은 꽃이 크고 아름다워 관상식물로도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식물상의 진화를 규명하는데 있어 학술적 의의가 크다. 꽃은 7월 하순부터 8월에 걸쳐 자주색의 초롱 모양으로 3~4개가 아래로 드리워진다. 금강국수나무도 1917년 금강산 일대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금강산에는 동양목조건축술의 극치를 자랑하는 유점사, 장안사, 신계사, 표훈사 등 4개의 큰 절을 비롯하여 108개의 절들과 돌탑, 돌초롱, 돌부처, 비석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표훈사와 몇 개의 암자만 남아 있을 뿐이다. 금강산 4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표훈사는 1300년 전인 670년에 건립한 사찰로서 내금강 만폭동 어귀에 자리하고 있다. 포훈사는 원래 20여 채의 건물로 이루어진 큰 규모의 사찰이었으며 현재는 반야보전과 능파루, 영산전, 명부전, 어설각, 산신각, 판도방 등만 남아 있다. 현재의 건물은 조선왕조 때인 1778년에 개축한 것이다. 금강산에는 보덕암이라는 매우 특이한 형태의 암자가 눈길을 끈다. 표훈사에서 남쪽으로 들어가 금강문을 거쳐 상팔담 부근에 위치한 이 보덕암은 고구려 때 처음 건립한 것으로 현재의 건물은 1675년 조선 중기에 다시 세운 것이다. 보덕암은 20m가 넘는 아슬아슬한 절벽 중턱에 걸려 있는 암자인데 7m 정도의 구리기둥 한 개가 집을 떠 받치고 있어 바람이 세게 불거나 3~4명이 올라가 흔들면 흔들린다. 그러나 전반적인 보존상태는 양호한 편으로 신비롭기조차 하다. 보덕암 뒤편으로는 보덕굴(길이 5.3m, 폭 2m, 높이 2m)이 있는데 이 굴은 옛날에 마음씨 착한 처녀가 홀아비를 모시고 살았다는 보덕각시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금강산은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절경으로 인해 많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금강산의 전설은 거의가 오묘한 자연 경관을 신선과 결부시키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 와 목욕하고 있는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 선녀와 결혼했다는 ‘나뭇군과 선녀’의 전설은 구룡대에서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상팔담에 얽힌 이야기다. 만폭동에는 용궁에서 놀러 나온 거북이가 굳어져 만들어졌다는 금강산의 맑은 계곡물을 마시고는 살이 쪄 용궁으로 통하는 바위 구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위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금강산의 소문을 듣고 옥황상제를 졸라 구경 온 달나라 토끼가 금강산의 절경에 넋이 팔려 시한을 어겨 바위로 변한 구룡연의 토끼바위, 그 후 옥황상제가 내려왔다가 역시 감투를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구경하다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굳어버린 세존봉의 옥황상제 바위, 금강산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옥녀봉 꼭대기에 올라 그 아름다움에 놀라 입을 벌린 채 굳어졌다는 개구리바위 등도 금강산의 절경을 찬미하는 전설들이다. 내금강의 혈망봉 꼭대기에 있는 큰 구멍은 옛날 제석보살이 세상 만물을 만들면서 천지개벽이 다시 올 것에 대비, 직접 심혈을 기울여 만든 금강산만은 하늘에 끌어올리기 위해 산봉우리에 뚫어 놓은 것이라는 전설도 있다. 금강산 경치가 하도 좋아 하늘의 신선이 내려 왔다가 차마 떠날 수 없어 바위로 굳어졌다는 삼선암이나 옛날 온성골의 노인들이 삼신암을 찾아 노닐다가 선녀들과 어울려 사흘간 술대접을 받고 오니 어느 새 300년이 흘러 동네가 변해버렸다는 이야기 등은 금강산과 신선들을 연관시켜 경치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전설들이다. 금강산에는 수많은 사찰과 암자가 있었던 이유로 불교와 관련된 전설도 많다. 금강산의 4대 사찰 중의 하나인 정양사는 본래 동쪽으로 향해 지었다가 다시 남향으로 앉혔다고 한다. 정양사에는 돌부처 하나만 남아 동쪽을 향해 앉아 있었는데 어느 날 늙은 중의 꿈에 돌부처가 나타나 ‘내일 임금이 올 테니 나를 남쪽으로 돌려놓아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고려태조 왕건이 이 절을 찾아 왔고, 늙은 중의 말을 들은 왕건은 정향사를 남향으로 재건축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내금강 망경대 일대의 지장봉, 극락문 등 명승지는 모두 불경에 나오는 염라국의 관직과 지명을 본 따 이름을 붙였고, 그에 맞는 전설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금강산에 살던 착한 청년이 갑자기 죽어 염라대왕에게 끌려갔다. 명부의 10왕들은 그를 꿇어앉히고 명경을 들이대며 전생에 지은 죄를 실토하라고 했다. 그러나 명경대는 아무런 죄과가 지치지 않았다. 그의 착한 마음으로 해서 다시 세상에 들어왔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 청년이 지옥에서 나온 곳이 바로 내금강의 망경대 앞이라는 것이다. 이런 수많은 전설들은 금강산의 절경에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