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자락 첩첩 산중에서 농장을 하시는 부모님을 둔
덕분에 전기불도 중학교 3학년 때에야 구경을 했고, 모내기,
벼베기, 과일나무 전정하기 등 못하는 일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집이 동네에서 떨어진 외딴곳이라 친구들과 놀기보단 개미나
들꽃, 풀벌레와 벗하며 자랐고, 쑥캐기, 나물뜯기, 고사리꺾기,
도토리 따기, 미꾸라지잡기가 제 취미이자 놀이였습니다.
도회지에 사는 요즘, 화분에 돋아난 잡초 한 포기, 집안에
기어 들어온 개미 한마리에서도 가슴속에 묻어둔 고향을 느낍니다.
싱아님의 고향에 대한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부러움에 한숨 쉬었습니다.
내 고향은 경남 산청군 단성면 방목리 석대.
그곳은 이제 더 이상 제 고향이 아니랍니다.
어느날 동네 어른들에게서 '동네 뒷산에 큰 회사의 농장이 들어선다더라'라는 믿기지 않는 말들이 떠 돌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울울창창했던
나무숲이 사라지고 허연 생채기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식회사 진로 포도농장'
마을 뒷산이 온통 포도밭으로 변하면서 일자리를 찾아서 낯선 사람들이
이사를 오기 시작했고, 농장직원들의 사택이 들어서면서 옛마을은 없어져
버렸습니다.
실향민.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사람들이거나, 댐건설로 수몰된 고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후 진로농장이 부도가 나면서 전원주택단지가 조성돼서 그곳 어디에서도 어릴적 모습을 찾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몇년전에 문득 고향이 그리워져서 찾아갔다가 너무나 변한 모습에 상처받은 후 여태까지 가 보질 않았습니다.
한없이 한없이 얘기를 계속하고 싶지만 수업이 있어서 다음에 또...
싱아님!
계속 좋은 글 올려 주세요.
저도 가끔 글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