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가족입니다/이혜란/보림
* 행복한 우리 가족/한성옥/문학동네
발제: 16기 [혜윰] 안성희
나는 가족(家族)이란 말보다 식구(食口)라는 말을 즐겨 쓴다. 그 밑바탕에는 일본식 한자어(かぞく)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객지 생활을 자주 하게 되면서 '한 지붕 아래, 한 상에 둘러 앉아 밥을 함께 먹는 일'만큼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돈독하게 해 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체득한 탓일까..
<우리 가족입니다>는 엄마, 아빠, 남동생, 그리고 내가 찍힌 사진과 함께 '우리 가족은 네 명입니다' 로 글을 연다. 가족 소개가 끝난 뒤, 깜박 잊고 있다가 뒤늦게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떠올리긴 하지만..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여러 불편함을 겪던 신흥반점집 딸.. (사족: 이혜란 작가의 후속작 <뒷집 준범이>를 통해 여자아이의 이름이 '강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은 '우리 가족은 다섯 명입니다'로 이야기를 닫는다. 먼저 보여준 사진 옆에는 할머니 사진도 함께 놓여 있다.
끊어 낼 수 없는 혈연관계(가족)로 받아들였던 할머니와 한 지붕 아래, 한 방을 쓰고, 같이 밥을 먹으며 점점 한 식구가 되어 가는 것을 지켜 볼 수 있었다.
할머니에게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서야 자신 곁에 돌아온 할머니를 묵묵히 수발하는 장면과 그런 아버지 곁에서 불평없이 뒤치다꺼리를 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가슴 언저리가 묵직해져 감을 느꼈다.
마지막 장에 쓰여진 깨알같은 작가의 말을 읽은 뒤에는 그 묵직함이 점점 위로 올라와 목울대까지 뜨겁게 만들었다. 책을 덮으려는데 뒤늦게 '할머니, 그리고 나의 부모님 이중남, 배연희 님께' 라는 작가의 헌사가 보이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무리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라고 해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참 많은 상처들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보인다.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내 안의 상처도 그렇게 터져나온 것일까..
분위기를 바꿔서...
빨강의 강렬함, 금지 표시, 불붙은 도화선, 그 끝에 매달린 폭탄을 배경으로 행복한 듯 웃고 있는 <행복한 우리 가족>을 만나보자. 그런데, 책을 넘기자마자 "뻥~" 이라는 소리가 지면을 가득 채운다.
표지에 있던 폭탄이 그 사이에 터진건지...행복한 우리 가족이라는 말이 뻥이라는 건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꾹 누르고 큰 소리를 질러대기로 시작해서 쓰레기 분리 안 하기, 미리 줄 서있다 새치기는 기본(부끄러운지, 뛰어오느라 힘들었는지 엄마의 얼굴은 빨갛다..) 불법 유턴하기, 과속하기, 고속도로 운전하며 통화하기, 외부 음식물 반입하기, 먹고 뒷정리 안 하기, 금지선 안에 들어가 사진 찍기,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기.... 장애인차량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며 숨가빴던 하루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자신들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악행(?)을 저질러 놓고도 식당에서 장난치는 꼬마들을 보며, 애들 간수를 안 한다며 불평을 하기도 한다.
자기 눈에 박힌 대들보는 안 보이고 남의 눈에 박힌 작은 가시는 커 보인다고 했던가..
참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
나 역시 행복한(?) 소연이네 가족의 가시만 찾아내는데 연연하여 내 행동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있겠지만서도.. (뜨끔뜨끔...)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가 무심결에 한 행동이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없었는지 뒤돌아보자..
첫댓글 가족이란? 내가 편안히 쉴 수 있고 내가 보둠어 줄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내 가족만 생각한다면.... ? '가족'이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