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답사 후기
이번 답사지는 고흥지역의 이순신장군 유적지이다. 고흥은 임진왜란 당시 흥양현으로서 전라좌수영 관하 5관 5포 중 1관 4포가 있었던 곳으로 그야말로 전라좌수군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곳이다. 단일군에 이렇게 많은 수군진이 있는 곳은 오직 고흥군 한 곳뿐일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언젠가 반드시 답사 필수코스로 염두에 두었는데, 마침내 이번 2014년 후반기 정규답사지로 선정된 것이다.
날씨가 좋지 못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침에만 흐렸을 뿐 대체적으로 맑은 날씨 속에서 답사를 하게 되어 다행이었다. 이번 답사에는 신청자가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예년의 경우에는 25명 내외 정도가 참가하여 버스 좌석이 상당수 비었었는데 이번에는 버스가 만원이라 승용차를 이용한 회원이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이유는 아무래도 8.19쓰나미의 결과 회원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지만, 다수회원이 외부지향적이고 야전성과 호전성(?)을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천 만남의 광장에서 29명, 섬진강휴게소에서 5명, 광양읍로터리에서 5명, 승용차로 2명, 고흥만남의 광장에서 김해도호부사가 버스에 올라 총 42명의 회원이 참가하였다. 만남의 광장에서는 고흥군청 관계자 2명(관광계장 및 학예사)이 함께 하였다. 우리의 방문이 알려진 것은 전적으로 정걸장군 후손이신 정종욱선생님이 포두면사무소에 알렸고 이를 공유한 고흥군청 관계자께서 방문객에게 다가가는 적극적인 홍보자세로 이날 합류한 것이다. 특히 답사 전일에 4개진 모두를 안내해 주시겠다고 연락왔을 때 답사 주관자로서 참으로 든든한 마음이었다. 사실 이번 4개진 답사를 위해 사전 답사를 충분히 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조직에 매인 몸으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평소 가보지 못한 곳에서 혼자 사전조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답사지 절반은 대강 알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알 수 없어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임계장님(이제 1관4포)의 지원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항상 답사 때마다 하는 일이지만 기본학습과제를 버스 안에서 하려고 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1명이 빠졌지만 광양로터리에서부터 총무 주관으로 각자 소개를 하다가 마무리하지 못한 채 고흥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다. 이후 시간이 부족하여 나머지 회원들의 소개는 약식으로 하고 말았다. 소개를 마친 후부터 첫 번째 답사지인 녹도진에 도착하기까지 기본학습과제를 공부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정걸의 생애와 활동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임진왜란 때 매우 큰 공을 세웠음에도 아들과 손자가 연이어 사망하여 그 공적을 조정에 알리지 못함으로써 선무원종공신 명단에도 오르지 못한 것에 가슴이 아팠다. 판옥선을 만든 인물, 이순신장군을 도와 군비를 확립하고 거북선 건조에도 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산포해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행주대첩에도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50년 이상 무관직을 역임하면서 83년간 생애를 보낸 정걸장군은 가히 16세기의 수군명장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정걸의 활약상은 만시지탄이지만 길이 드러내어 선양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주제는 조선시대 전라좌수영 수군진보성에 대한 것이다. 전라수영에서 좌수영과 우수영으로 나눠진 과정, 수군진의 설치와 변천과정, 진보성의 특징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버스 안에서 하는 학습은 자료집에 머리를 숙이고 해야 하므로 쉽게 피곤해진다. 따라서 10분 정도만 하다가 중지하였다. 너무 짧게 했다고 생각한 회원도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갑자기 다음과 같은 마음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이다. “많이 하면 뭐하겠노, 소고기 사먹겠지...”
기본학습과제에 대한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임과장님의 고흥군 사업 소개가 있었다. 23쪽 분량의 유인물까지 준비해 오셨다. 제목은 “이순신프로젝트 소개자료”이다. 단기사업3개, 장기사업 9개 등 총 12개 사업을 추진하여 고흥의 이순신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 계획안을 보니 8년 전에 추진하던 경남의 이순신프로젝트 사업이 떠오른다. 예산은 경남도보다 훨씬 적지만 매우 알차게 구상된 듯한 느낌이다. 이순신프로젝트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10시 10분경에 도착한 첫 번째 답사지인 녹도진은 현재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녹동 일대인데, 과거 녹도진성의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북쪽 외곽부근에 성곽 흔적이 남아있으며, 진성 내에 쌍충사가 있고 쌍충사 입구 부분에 녹도만호를 지낸 인물들의 선정비 5기가 세워져 있을 뿐이다. 쌍충사는 정해왜변(1587년) 때 왜구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이대원장군과 임진왜란 때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한 정운장군을 함께 모셨기에 쌍충사라 불린다. 1683년(숙종9)에 사액을 받았다. 이곳에서 참배를 한 후 소록도와 거금도 해상을 바라보며 그날의 상황을 그려보았다. 미모의 학예사가 보충설명을 하였다. 당시의 녹도진 지도와 이은상이 지은 관련 책자를 가지고 녹도진의 유래에 대해 열성적으로 해설하였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학예사이다.
두 번째 답사지는 발포진이다. 발포진은 현재 고흥군 도화면 발포리 내발마을 일대로서 4개진 중에서도 가장 유적이 많이 남아 있고 관련 기념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 발발하기 12년 전에 발포만호로 근무한 행적때문이리라. 발포진성과 현대 시기 건립된 충무사, 이충무공유적기념비, 굴강 등이 있으며, 최근 조성된 발포역사전시체험관과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열녀송씨순절바위 등을 답사하였다. 역사전시체험관은 학습장소로 훌륭했지만 점심식사 시간 때문에 간략히 보고 포두면으로 이동하였다.
12시 30분경에 포두면사무소 옆에 위치한 일조식당에서 돼지갈비를 주메뉴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정걸장군 후손이신 정종욱선생 3형제분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몇년전 정걸장군 관련 논문을 작성할 때 맺은 인연으로 이날 재회한 것이다. 정선생님은 원래 메뉴였던 갈비탕 대신에 돼지갈비를 푸짐하게 대접해 주셨다. 일조식당은 돼지갈비로 유명한 식당이라고 한다. 정종욱선생님께 재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회비가 굳었기에 총무님의 얼굴이 환해졌다.
식사 후 정종욱선생의 안내로 답사를 하였다. 첫 번째 답사지는 정걸장군 신도비와 유허비였다. 원래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을 한 곳에 모아 건립한 것이다. 이어서 안동사를 찾아 정종욱선생 동생분으로부터 안동사의 유래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시간관계상 느티나무 5그루(귀목이라함)는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점심시간에 반주를 겸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하게 된 탓이리라. 그래도 소고기 사먹지 않고 돼지갈비 먹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정종욱선생님께 정걸장군 선양에 힘쓰겠다는 약속을 마음속으로 드린 후 다음 답사지인 사도진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 1관4포님과 양미소학예사의 설명을 듣는 호사를 누렸다. 사도진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중간에 해창만공원에 들러 용무를 한껏 보고 사진촬영도 한 후 사도진에 도착했다. 현재의 고흥군 영남면 금사리 사도마을 일대로서 사도(蛇渡)의 유래가 재미있다. 사도진의 뒷산이 사두(蛇頭)와 같이 생겼고, 앞 섬은 와도(蛙島)인데 뱀이 개구리를 넘본다는 의미로 사도(蛇渡)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1관4포님이 이곳 어촌계장님을 섭외한 관계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900년 된 은행나무(소개판에는 511년)는 고목으로 수명은 다했지만 그 엄청난 둘레크기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사도진 역시 그 흔적이 별로 없다. 잔존석렬은 현재 민가의 뒷담으로 사용되고 있는 부분과 북동쪽 성벽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뒷산 봉수대는 남산과 마찬가지로 모두 5기가 존재했다고 한다. 수군진 관련 비석은 1기, 귀부는 2기가 남아 있을 뿐이다. 비석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촬영을 했는데 전문촬영자가 너무 많아서 마치 스타들이 취재 나온 수많은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발포만호, 중완구, 뱀밭님, 행주산성, 김해도호부사, 윤효전님 등 전국의 명 사진기사님들이 총 출동한 느낌이었다.
마지막 답사지는 여도진이다. 여도진은 현재 고흥군 점암면 여호리 여호마을 일대이다. 여도진성의 성곽은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성 곳곳에서 잔존석렬이 남아 있어서 성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1관4포님이 섭외한 지역주민이 우리들을 안내해 주셨다. 여도진 비석군은 여호리 마을입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답사를 마친 후 1관4포님과 학예사님은 고흥 만남의 광장에서 작별하였다. 하루 종일 정말 노고가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고장 고흥을 뒤로한 채 우리는 저녁식사장소인 대대선창집으로 향했다. 대대는 군대의 연대, 대대 의미가 아니라 순천시 대대동에 위치하기 때문이란다. 순천만 갈대밭을 보러 온 관광객들이 붐비는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이곳 식당에서 먹은 짱뚱어탕은 참으로 맛있었다. 봄 답사 때 격군이 섭외한 짱뚱어탕은 맛이 별로였는데 비격진천뢰님이 예약한 이곳은 정말 맛도 좋고 여러가지 반찬들이 푸짐하였다. 비격진천뢰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저녁 식사 후 먼저 뱀밭님과 작별 인사를 고하고 출발 때와 역순으로 작별을 한 후 이날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바쁜 일들이 많았음에도 제쳐두고 답사에 참가해 주신 회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수도권과 충청도 등지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 주신 회원님들께는 더욱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참석을 하지는 않았지만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도 각별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이배사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정규답사는 이배사 공식행사인 만큼 이배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회원님들이 답사후기를 올릴 준비를 하는 동안 격군의 입장에서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세세한 내용들은 다른 회원님들의 답사후기를 통해 전달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내년부텀 욜씸할께염^^
내년에는 답사 없음.
@격군(格軍) 믄일이래요?
@*사천현감(배시남) 내년에는 원래 답사가 없는 해잖아요? 골든벨하는 해이기에...ㅎ
@격군(格軍) 글쿤요^^
출근해서 보고 지금 또보고 ~ 함께 댕겨왔네요 ㅎㅎ
답사후기......잘 봤습니다.....수고하셨구요....다른 많은 분들도 정성과 열정...그리고 수고로움이 있었음을 함께 느껴봅니다....동참하고 싶었는데....못가서 안타까울 뿐입니다....나중에 혼자가봐야겟죠.ㅎ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