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비행기에 총 쏘는 중공군
조 흥 제
미군 비행기가 시도 때도 없이 와서 폭격을 해댔다.
자다가도 비행기 소리가 요란하면 집 뒤에 있는 방공호로 뛰어 갔다. 비행기가 오면 무섭고 귀찮으면서도 며칠 안 오면 국군이 불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였다. 건너다보이는 동두천에 있는 소요산은 항상 불길 속에 싸여 있었다. 적군이 숨지 못하게 비행기에서 숲에 불을 놓아서였다.
고개 너머 마을 외 친척 댁에 자주 놀러 갔다. 나보다 몇 살 많은 아저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버지가 사랑에서 노 끈을 벽에 매달아 놓고 청올치(칡의 속)로 꼬는 것이 재미있었다. 노 끈은 굵은 실만 한데 기직을 매거나 물건을 붙잡아 맬 때 주로 사용했다.
거기서 자고 난 어느 날 아침, 이웃 마을에 비행기 폭격이 있었다.
비행기는 네 대가 한 편대로 움직인다. 한 대가 폭격하고 올라가면 다른 비행기가 기수를 땅으로 쑤셔 박고 내려와 간단(間斷)이 없다.
그 집에는 중공군들이 머물렀었는데 이웃 마을에 비행기 폭격이 시작되자 그들은 밖에 나가 밭에 엎드려 있다가 비행기가 폭격하고 올라가면 뒤에다 대고 총을 쏘았다. 그 큰 비행기도 작은 총알에 맞으면 떨어지는가 보다. 그들이 아무리 총을 쏘아도 비행기는 맞지 않았고 어디서도 비행기가 총에 맞아 떨어졌다는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 글을 쓰면서 한국전쟁 중 비행기가 얼마나 떨어 졌나 조사해 봤더니 1986대가 추락했다고 한다. 그 중 미군기가 1834대였고 북한기가 152대였다. 사고에 의한 것이 945대였고, 격추된 것이 976대였다.
전쟁 초기에는 북한군의 탱크를 당할 무기가 국군에게는 없었는데 비행기에 의해서 파괴되었다. 미군기를 당할 무기가 북한군에게는 없었는데 고사포에 의해서 격추되었다. 언젠가는 미군기들이 적진 후방에서 폭격을 하는데 먼저 하강했던 비행기가 올라오지 않아 편대장이 내려가는 척하다 올라왔는데 날개를 맞아 간신히 귀환했다. 벤프리트 유엔군 사령관의 아들이 공군 소령으로 북 폭에 참여했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아들의 전사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먼 북쪽 하늘을 바라보더라는 글을 읽었다.
고사포는 비행기 근방에서 터지게 되어 있는 특수 포탄이다. 일본군이 2차 대전 때 높이 떠서 날아가는 B-29기를 보고 고사포를 쐈더니 중간에서 터져 껄껄 웃고 말더라는 글을 읽었었다. 일본의 기술이 미국에 훨씬 못 미친다는 증거다. 내 주위에서는 미군기가 격추되는 장면을 보지 못하였는데 그렇게 많이 떨어졌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한국전쟁 3년 동안(1950. 6.25~1953.7.27)에 사용된 무기, 피복, 먹을 것을 전부 미국이 댔다. 미군뿐 아니라 한국에 파견된 16개국의 유엔군, 한국군의 무기도 미국에서 댔다. 돈으로 환산하면 800억 달러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800억 달러면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인명피해도 엄청났다. 미군만도 14만명이 부상을 당하고 5만여 명이 전사했다. 휴전회담은 당사국인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에 의하여 진행됐다. 한국 대통령 이승만은 반대했지만 돈과 물자를 대 주는 미국의 주장을 꺾지 못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막대한 돈과 인명이 살상되면서도 전쟁은 진전이 없으니 끝내고 싶었으리라.
요즘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와의 싸움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러시아군이 수 없이 죽어 간다. 예비군을 소집하려고 하자 그들은 다른 나라로 간다. 명분 없는 싸움에 하나밖에 없는 아까운 생명을 버리고 싶지 않다고 인터뷰에 응하여 말하는 러시아 젊은이를 보았다. 눈이 뒤집힌 푸틴은 명분만 찾지 사람의 목숨은 염두에 두지 않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