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 고위성직자, 전국민 복장규정 도입 주장 논란
러시아 정교회의 고위 성직자 한 사람이 남녀 모두 복장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정교회 사회관계실장인 브세볼로드 차플린 이라는 성직자가 여성들의 야한 복장이 성폭력을 야기시킨다며,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 모두에게 복장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제안이 일개 성직자의 개인의견이라고 보기에는 그가 정교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이 크다는 점 때문에 정계와 네티즌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차플린은 여성들이 야한 복장이나 미니스커트 등을 입어 “스스로 남자들과 가까워지려고 해놓고 나중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놀라워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다.
네티즌 약 700 명은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 앞으로 항의청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들은 “복장은 개인의 문제이고, 누구나 옷을 어떻게 입든 성적으로 침해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차플린의 공개 사과와 그에 대한 정교회 내부 징계를 요구했다. 일이 더 커진 것은 차플린이 네티즌의 청원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다시한번 복장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시대와 장소, 종족을 막론하고 “복장은 100% 개인적 문제는 아니었다.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어떤 식으로 처신하는가 하는 것은 사적인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탕한 외모와 행동은 속이 빈 일회성 사랑, 이혼이 예정된 단기간의 결혼, 자식의 불행, 삶의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며 "현재 회사나 대학, 학교 등이 자체 복장 규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며 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인 전체를 위한 드레스 코드를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정부도 나섰다. 정부는 차플린의 의견을 인용하여 차플린을 반박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통령 인권위원회의 미하일 페도포프 위원장은 “차플린의 말대로 러시아에는 이미 공적 장소에서는 남자는 양복과 넥타이를 매고, 여자는 적당한 길이의 치마를 입는다는 따위의 불문율적인 드레스코드가 있다. 또 교회, 공장, 은행 등에도 성문 불문의 복장 규정의 존재하는 등 장소와 상황에 따른 수많은 복장규정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규정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