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마술사, 류원정-가요무대를 보고>
오늘 류원정이 가요무대에 올린 곡은 이미자의 스탠다드 넘버인 <삼백리 한려수도>였다.
1972년 작사계의 거목인 정두수가 쓰고 박춘석이 곡을 부친 노래다.
이미자의 대표곡인 만큼 트윈(twin) 이미자로 평가받는 류원정이 부른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노래는 그림같은 한려수도의 섬색시가 님을 그리워하다가 동백꽃처럼 붉게 가슴이 타오른다는 연정을 그린 것이다.
노을진 한산섬에 갈매기 날으니
삼백리 한려수도 그림같구나
굽이굽이 바닷길에 배가 오는데
밤마중 섬색시의 풋가슴 속은
동백꽃럼 타오르는데
류원정은 맑고 고운 청아한 음색으로 섬색시의 청순한 순정을 애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미야말로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는 마술사의 경지에 이른 느낌을 준다.
인트로에서 아웃트로에 이르기까지 한올 한올 격정적인 각도의 음율을 풍부한 성량에 담아 노래했다.
그미의 장기인 중저음에서 고음으로 뻗어가는 고난도의 음처리법은 이 노래에서도 빛나고 있다.
이슬이 구르는 듯한 청정한 음색은 노래의 아우라를 살려 내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류원정만의 개성적 창법인 불꽃창법이 ‘동백꽃처럼’ 붉게 타올랐다.
제2의 창법으로 불리는 무대매너와 코스티움도 일품이었다.
류원정은 흰 원피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시청자들은 알프스 소녀나 신데렐라가 무대에 오른 착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흰 드레스는 노래의 주제와 아우라를 고조시키기 위한 고도의 코스티움 전략이었다.
달밝은 밤에 사랑하는 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 소녀의 청순하고 애절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흰 드레스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한산섬의 청천에 뜬 밝은 달빛을 연상시킨 것도 흰 드레스였다.
소녀의 순결한 이미지와 흰 달빛은 그대로 하얀 드레스에 녹아들어 극적 효과를 거둔 것이다.
감정이 고조되는 대목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가 애절한 눈빛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은 그미가 노래의 주인공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손을 조용히 올렸다 내려 놓는 동작도 애절한 감정표현과 정적 이미지를 고조시키는데 일조하였다.
이처럼 류원정은 완전히 노래 속의 주인공이 되어 혼연일체의 극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귀재인 것이다.
류원정은 노래 자체인 제1 창법에서 뿐 아니라 무대매너, 코스티움같은 제2 창법에서도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번 무대는 리메이크의 귀재 류원정의 존재를 부각시킨 특별한 자리였다.
진정 ‘리틀 이미자’가 아니라 ‘트윈 이미자’로 자리잡은 그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한 특별무대였다.
이미자도 그미의 노래를 들으면서 진정한 자신의 후계자를 발견한 기쁨과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첫댓글 멋지게 표현 해 주셨네요---전문인 느낌 입니다
그리운 문천지에도
비가 오고 있겠네요
문천지님 정말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못 느끼는 감정 및 느낌을 수필가처럼 표현을 넘넘 잘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표현이
예술입니다
모두 과분한 말씀입니다
그저 보고 느낀 대로 쓴 글입니다
문천지님의 내용을 읽고 가요 무대에서 원정님이 불러주었던 곡
17년 18년 모두 듣고 왔습니다 ㅋㅋㅋ
확실히 세월의 성숙함을 숨길 수가 없네요 들을수록 깊이
빠져 들어가는 느낌 받았네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음치인 저도 음악 공부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