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산 조흥제 구월산은 금강산이나 묘향산에 비하면 규모가 작고 웅장하지는 않으나 아담한 맛이 있고 경치가 절경이다. 예로부터 ‘서해의 금강’이라고 불리워졌다. 이 산은 대동강 하구 남쪽의 황해남도 은율, 온천, 안악, 삼천군 등 4개 군의 경계지점에 솟아 있으며 해발 964m의 사황봉을 주봉으로 하고 있다. 구월산은 약 1억5천 만 년 전에 땅 속에서 뜨거운 용암이 올라오다가 지표면의 약 100m 깊이에 이르러 식어서 굳어진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이 화강암들이 오랫동안 풍화작용으로 깎이고 지각운동을 통해 기묘한 바위와 벼랑, 봉우리와 골짜기를 이루어 놓았다. 면적은 약 110㎢. 구월산은 시황봉을 비롯하여 오봉, 삼봉, 단군봉, 인황봉, 주가봉, 아사봉 등 수 많은 봉우리들과 산성골, 오봉골, 운계골, 화장골, 원명골을 비롯한 깊은 골짜기들이 있어 산세는 몹시 험하고 가파른데 특히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더욱 장엄한 맛을 준다. 구월산은 단군이 은퇴한 산이라 하여 아사달, 삼위, 배각, 중산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월산에는 이름난 용연폭포, 삼형제 폭포를 비롯한 수많은 폭포들과 북쪽 골짜기로 흘러내리는 많은 냇물에는 부연, 마연, 요연이라는 3개의 못이 있다. 산허리에는 7년 동안 대 가물에도 마르지 않았다는 호수인 석담이 있으며 서쪽에는 마당소, 가마소와 같은 소까지 있어 등산길에 오른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산 속에는 금란굴이라고 하는 큰 굴이 있어 ‘굴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월산의 등산 기점은 여러 곳이 있다. 남쪽의 달천 온천 쪽에서 시작하는 코스와 북쪽에 있는 은율군 구월리에 한천줄기를 따라 오르는 코스가 있고, 안악군에 있는 서강 줄기를 따라 오르는 방법도 있다. 북쪽의 한천골짜기를 따라 올라 가노라면 수림이 우거져 햇빛도 보이지 않는 계곡에 화강석 위로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 거기에는 가마와 같이 둥글고 우묵한 늪이라는 ‘부연’, 말이 달리는 듯이 물이 빨리 흘러드는 늪이라 하여 ‘마연’, 산허리에 있는 늪이라 하여 ‘요연’이라고 하는 3개의 늪이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있다. 이를 ‘삼수의 절경’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커다란 바위위에 연못이 생겨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석담도 신비를 더해준다. 동남쪽의 서강 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아주 훌륭한 경치를 이루고 있는 영진포를 볼 수 있고, 서남쪽에 있는 은율군 남동부에 올라서면 산 중턱에 고요연을 비롯한 여러 개의 연못이 우거진 수림 사이로 거울같이 맑은 물이 반짝이고 있다. 오색 무지개를 띈 채 흘러내리는 용연폭포를 비롯한 수많은 폭포들이 산재해 있다. 구월산 정상인 사황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바라보는 전망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구월산의 북쪽 아래로는 은율군의 벌판이 보이고, 멀리 서해의 수평선이 푸른 하늘과 잇닿은 듯 아득히 바라보인다. 저 멀리로는 남포항이 아스라이 보인다. 남동쪽을 바라보면 재령강 유역의 넓은 재령벌이 시야에 꽉 차고 북동쪽 멀리로는 송림시가 보인다. 남서쪽에는 물결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낮은 산들과 언덕들이 그림처럼 떠 있다. 구월산의 연 평균 기온은 9도이며 연 강수량은 1000㎜이다. 첫 서리는 9월말부터 10월 초 사이에 내린다. 이와 같이 좋은 기후 조건에다 지형적으로 한 반도의 중부지방에 위치하고 있어 각종 식물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자연보호구로 지정되어 있는 구월산에는 북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과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두루 분포되어 600여 종이 퍼져 있다. 구월산 일대에는 소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으며, 산기슭과 언덕에는 대추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고욤나무, 복숭아 나무같은 과실나무들이 무한히 펼쳐 있다. 그런가 하면 호두나무, 잣나무, 수유나무, 동백나무, 분지나무 같은 기름나무들도 자라고 있다. 특히 구월산은 식물분포에 있어 남방계통 식물이 유난히 많이 자라는 것이 특징인데 다른 지역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보리수나무, 장구방나무, 병아리꽃나무, 서어나무 등과 분지나무, 생강나무, 진달래 등 활엽수들이 있다. 이 산에는 한반도 특산 식물인 건팽나무와 말리화도 분포되어 있다. 또한 산삼, 황기, 만삼, 당귀, 오미자를 비롯한 약용식물과 다래, 머루, 칡 등의 덩굴 식물도 자라고 있다. 구월산에는 30여 종의 산짐승과 200여 종의 조류, 그리고 다수의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다. 숲속에는 한반도 특산 아종인 복작노루를 비롯해 멧돼지, 너구리, 고슴도치, 등의 산짐승이 살고 있으며 꿩, 꾀꼬리, 삼광도 호반에 두견새, 밀화부리 총호반새 등이 자연을 노래한다. 구월산은 계절에 따라서 독특한 경치를 이룬다. 봄에는 진달래, 살구꽃, 산벚꽃, 복숭이꽃, 배꽃이 만발해서 온 산은 울긋불긋, 곱게 단장하는데 특히 진달래가 유명하다. 4월에는 높은 산마루와 바위 틈, 언덕받이를 따라 수를 놓은듯 진달래 꽃이 화려하게 피는데 김소월이 읊었던 약산의 진달래 경치에 비길 수 없은 절경이다. 여름이면 온 산에 녹음이 우거지고 골짜기마다 시원한 폭포들이 합창을 하면서 꾀꼬리, 밀화부리, 삼광조 등의 아름다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어우러져 더위를 잊게 한다. 가을이 되면 온 산이 붉게 타는 단풍과 무르익은 산 과일, 이채를 띄는 감과 고욤을 비롯한 과일들이 어울려 경치가 절경에 이른다. 더욱이 흰 눈이 소나무 가지에 소담하게 실려 있는 겨울철의 설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구월산에는 명산답게 문화유적들도 적지 않다.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지역에 서 있는 오경루를 비롯하여 9세기 초에 세워졌다는 괘엽사, 그 외에 여러 개의 옛 건물들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려청자를 구워내던 가마터가 남아 있고, 황해도 5대 산성의 하나였던 구월산성 옛터가 있다. 구월산성은 발굴 결과 둘레가 4㎞로서 고구려 때 쌓은 산성인데 산성 서쪽에 있는 집 자리는 산성의 중심 건물로서 고구려 궁터였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 집 자리에서는 고려자기 파편과 고구려 시대 기와, 쇠 활촉등이 발굴되었다. 이 외에도 구월산 주변에는 예로부터 유명한 신천, 달천, 심천 등의 온천과함께 운천 온천도 개발, 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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