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 오지 전문 인솔 대장의 계획에 따라, 덕유산 국립공원 내 '구산마을 입구 → 거칠봉 → 삼봉산 → 선인봉 → 삼각점봉 → 괘목령 → 자연휴양림 → 낙식곰탕'의 13km, 6시간 30분 구간의 거칠봉을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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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봉(居七峯)
정의: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산(山).
개설: 소백산맥(小白山脈)에 속하는 거칠봉은 높이 1,178m로, 무풍장(茂豊場)의 서쪽에 위치한다.
명칭 유래: 두길리 벌한마을 서쪽에 위치하며 일곱 신선(神仙)이 있던 곳이라 하여 거칠봉이라고 하였다.
자연환경: 거창 지역의 지난 30년간(1971∼2000)의 기후요소별 월 평균값은 평균기온 11.5℃, 최고기온 평균은 18.2℃, 최저 기온 평균은 5.7℃이고, 강수량은 1265.9㎜로 7월과 8월에 집중되어 있다. 풍속은 1.3m/sec이다.
형성 및 변천: 덕유산 지역의 주요 지질은 선캄브리아기(期) 변성암류(變成巖類)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관입한 중생대(中生代)의 화성암류(火成巖類)가 주를 이룬다. 거칠봉이 위치한 지역은 신라통의 화산작용에 의한 분출암인 중성 화산암류가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곳이다.
현황: 거칠봉은 덕유산국립공원에 속하는데, 동쪽 계곡에는 무주구천동에서 흘러내린 원당천(元唐川)이 흐르며, 북서사면에 있는 일사대(一士臺), 일명 수성대(水城臺)는 주변의 수목과 절벽 아래를 흐르는 계류와 더불어 절경을 이루어 구천동 3대 경승지의 하나로 꼽힌다. 또, 반석 위에는 대한제국 말의 학자 송병선(宋秉璿)이 국가가 어지러움을 개탄하여 은둔·소요하며 지은 서벽정(棲碧亭)이 있다. 거칠봉이 위치한 무주군은 경상남북도, 전라북도, 충청남북도 등 5개도 6개 시·군이 함께 만나는 중심에 있으며, 국토의 남북축을 형성하는 대전·진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무주를 관통함으로 서울, 부산 등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에 도달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갖추게 된 내륙교통의 중심지이다. 무주군의 면적은 631.7㎢이고, 인구는 3만 1천 명, 산업구조는 1차산업이 52%, 2차 산업 2%, 3차 산업 46%로 구성된다. 전체 면적의 83%가 산림지역으로 이루어진 농촌지역이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거칠봉(居七峯))]
대중교통이나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매주 산에 오르겠다는 대 목표 아래,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산, 인기 명산, 백두대간 연결 등의 작은 목표를 세워 산행하다가, 소 목표 달성이 눈에 보이는 시점이 되면, 매주 산에 가겠다는 대 전제가 위협받는 시기가 온다. 말인즉, 대중교통이야 언급할 필요도 없고, 산악회의 산행 계획에서 내가 목표한 산을 찾는 게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지금까지 오른 산 중에 가성비 기준 다시 갈만하다고 평가한 산은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손에 꼽을 정도다. 와중에 안내산악회 비용도 계속 오르는 중이고. 해서 어느 순간부터 초행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다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데, 초면의 산은 하다못해 설날, 추석 같은 명절을 포함 매일 산행하는 한 안내산악회의 평일 산행에서나 찾을 수 있어, 안내산악회를 이용한 산행 중, 까만 소 인증 대상이 아닌 대부분은 평일에 다녀왔다.
전문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반도의 총 산의 숫자는 4,440이다. 이중 까만 소와 지자체 등 기관의 인증 대상은 400산이 못 되니, 안내산악회가 보기에 나머지는 다 오지다. 해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오지 산행하는 안내 산악회 기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데, 37년이 걸린다. 물론 4,440 산을 다 오르지는 않아도. 최소 1,000이라면 인증 400을 뺀 600중 일 년에 110번 오지 산행을 할 수 있다. 그것도 주 중 이틀을 할애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물론 한 번 산행에서 하나의 산만 오르는 게 아니라, 대게 두세 개의 산을 연계한다. 이걸 단순 산수로 계산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데, 대략 2년이 조금 더 걸린다. 오늘 내가 오른, 오지 산을,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다시 오르려면 2년 후에나 가능하다. 오늘 못 가면, 2년 후에나 갈 기회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미 모든 인증을 마친 등산객 또는 애초 오지만 찾아다니는 산꾼에게는,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조차 쉽지 않은 오지의 산으로 향하는 안내산악회가 중요하다. 이번에 놓치면 2년 후에나 기회가 돌아오는 산행이라 주말, 주중을 따질 상황도 아니다. 따라서 주말에는 인증꾼으로도 버스가 모자라는 판에, 산행에 목마른 이들을 위해 오지 산행을 감행할 안내산악회는 없다. 과거부터 오지 산행을 전문으로 했던 안내산악회가 있기는 하나, 두 달에 한 번 정도 시도할 뿐이다. 그것도 인증 산행에 밀려, 성원 미달로 취소되기 일쑤지만. 그런데 주중 오지 산행이 가능한 산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버스 한 대를 채울 정도라, 자체 버스를 소유한 안내산악회에서 독점하고 있다. 해서 그 안내산악회와 오지 산행을 계속하다 보니, 특정 요일에 특정 인솔 대장과 반복해서 산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 특정 요일이 월, 목이다. 와중에 목요일 인솔 대장은 가능하면 날머리를 맛집 주변으로 잡는다. 아니면, 버스로 맛집을 찾아가든가. 물론 산행 계획에도 그 사실을 밝힌다. 두말할 필요 없이 나와 딱 맞아떨어지는 인솔 대장이다[산행기]. 비슷한 성향의 대장이 몇 있어 같은 산행이면 그들과 같이 한다.
상황이 이래서, 10주 후의 산행 계획을 공지하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목요일 산행이 됐다. 그리고 이번 목요일의 거칠봉 또한 2022년 11월 16일 산행 계획을 보자마자 신청했다. 그렇다고 다녀온 산에 다시 갈 건 아니라, 산행지도 꼼꼼히 확인했는데, 거칠봉은 처음 듣는 산으로 거칠어서 거칠봉이 아니라, 일곱 명의 신선이 살던 봉우리라 거칠봉(居七峰)이다. 그것도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는 덕유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봉우리! 날머리 또한 그 동네 맛집으로 보이는 식당의 주차장이다. 이건 다른 일정을 고려할 때가 아니다. 모든 일정을 다른 날로 변경하고 무조건 가야 하는 산행이다. 이번 산행은 A 코스가 덕유산의 오지 거칠봉, B 코스는 향적봉 눈꽃 산행이라, 인증꾼과 관광객, 산꾼이 모두가 신청해 두 대의 버스가 출발한다. 당연히 산꾼은 13km에 6시간이 책정된 A 코스를 달린다. 나는 A 코스에서 하산주에 필요한 한 시간 확보가 목표다. 인솔 대장의 특성상, 소요 시간에 하산주 시간도 고려했을 확률이 높아, 필요보다 시간이 많이 남을 수도 있지만.
기상청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당일 덕유산의 기온은 영하 6~5도, 바람은 2~3m/s, 체감 온도는 영하 10~8도 사이로, 최근의 한파에 비하면 따뜻한 날씨다. 다만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는 한다. 어쨌든 등산 준비는 평소와 같이, 더우면 언제든지 벗을 수 있게 얇은 옷을 껴입는다. 점심은 컵라면! 그리고 이번 산행에서 자가 수리한 등산화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다. 아직 신어보지는 않았으나, 겉보기로는 완벽하다.
2 - 1
새벽에 기상해 아침을 먹고,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5시 45분에 집을 나서,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이 6시 40경이라, 승차장 의자에 앉아,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낸 후 6시 51분경 산악회 버스가 정차하는 국립외교원 앞으로 갔다. 비록 목요일이나 외교원 앞에는, 덕유산으로 향하는 두 대 포함 총 7대의 버스가 출발해 생각보다 많은 등산객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6시 59분 민주지산행 버스가 1착, 다음이 덕유산행이다. 문제는 2호 차가 먼저 왔다는 거. 이어서 다른 버스도 들어왔으나, 예정대로 도착한 버스가 다 떠나고 난 7시 3분에 내가 타야 할 덕유산행 1호차가 도착했다. 누군가 지각했다!
예정보다 늦게 출발한 버스는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8시 18분에 옥산 휴게소로 들어가 25분을 쉬었다. 위치상 금산에서 쉬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외다. 그리고 아침을 못 먹고 나온 승객을 위해 휴식 시간을 평소에 비해 5분이나 더 준 걸 보면 생각보다 빨리 들머리에 도착할 거라는 사인으로 보인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를 나눠주는데, 버스에 탈 때 인솔 대장 앞에 있던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왔기 때문에 받지 않았다. 지도라는 게 산에서 사용할 일은 없는데, 산행 후에는 쓰레기통을 찾아 버려야 하는 거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 인솔 대장들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어, 굳이 지도를 프린트해서 나눠주는 대장이 거의 없는데 이 인솔 대장은 변함없다.
지도를 나눠 준 후,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는데, 해발 1,100m가 넘는 봉우리라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다. 예상했던 바다. 해서 들머리의 고도가 좀 높기를 원했는데, 도착해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보호지역이라, 이정표가 있을 리 없어, 산악회에서 나뭇가지에 매단 리본에 의지해 가야 하는 산행이다. 당연히 등산로 상태 최악에 중간중간 조리대 지옥도 있고, 정상석 따위도 없다고. 그리고 A, B 코스로 나눴는데, 애초 거칠봉의 A 코스만 할 생각이었는데, 휴일 덕유산으로 4대의 버스가 떠날 정도로 인기가 좋아, 혹시 휴일이 아니라 평일에만 시간이 나는 등산객을 위해, B 코스 덕유산 향적봉 눈꽃 산행을 추가했다고. 이후 먼저 A 코스, 즉 거칠봉 오지 산행에 참여하는 사람의 현황을 파악했는데, 16명이다. 대장 포함 25명 중 16명이니, 향적봉으로 향하는 등산객은 9명으로 생각보다 적어, 놀라는 눈치다. 그리고 B 코스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는 거로 얘기를 마쳤다.
휴게소를 출발한 버스가 고속도로를 벗어나고, 조금 지나, 슬리퍼를 등산화로 갈아신고 끈을 조인 후 스패츠를 착용했다. 굳이 긴
스패츠가 아니라, 미니 스패츠를 바지 안에 착용하는 게 눈을 막는 데에는 더 효과적이고, 4점식 아이젠과도 궁합이 좋아, 문수산 이후 이 시스템을 애용 중이다. 버스가 들머리인 구산마을 도착 10분 전 인솔 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비탐방 지역으로 들어가는 거니, 마을을 통과할 때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도착 예정이, 계획인 10시 20분보다 30분가량 빠른 9시 50분경이나, 마감 시각은 계획대로 5시로 한다고 했다. 그럼, 산행에는 30분이 추가된 7시간이 주어진다. 13km에 7시간이면, 다른 산행에 비해 여유 있으나, 눈이 많이 내린 전북지역에 등산로도 제대로 없는 오지 산행이라, 여유로울 거 같지는 않았다. 물론 하산주를 위해 1시간의 여유 시간 확보라는 목표는 변함없다. 그런데 정작 버스가 들머리인 구산 마을에 도착한 건 9시 59분으로 추가 시간은 30분이 아니라 20분이다.
2 – 2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등산 앱으로 들머리의 고도를 확인했다. 394m, 최소 500m는 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너무 낮아, 해발 1,178m인 가칠봉까지, 800m 가까이 올려야 한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쉽지 않은 산행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가 막 등산 준비를 마치고 구산마을로 들어서자, 바로 2호차도 도착해 같이 구산마을로 향했는데, 1호차 대장은 마을을 통과할 때 조용히 해달라라고 부탁했는데, 2호차는 그건 얘기가 없었는지, 떠들썩하다. 그들과 함께 마을로 들어서자, 바로 이정표가 나타났다. 우리는 '벌한마을'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한다.
벌한마을 방향으로 좌회전해 70m가량 가자, 다시 이정표다. 직진은 벌한마을과 방재마을, 우회전은 방재마을 옛길이다. 선두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자, 우리와 같이 중간 그룹에 있던 인솔 대장이 손짓으로 우회전하라고 지시한다. 대장의 지시대로 오른쪽, 즉 방재마을 옛길로 들어서, 개천을 지나자, 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눈이 반겨준다. 그리고 포장도로는 얼어붙은 눈으로 미끄러운 게 아이젠을 꺼낼 시점이라, 대부분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젠을 착용한다. 하지만, 아이젠을 착용하기에는 위치가 좋지 않아, 계속 위로 올라, 임도를 벗어나, 등산로에 접어들어 100여 미터를 올라간 후, 더워서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 조끼를 벗어 배낭에 넣고, 아이젠도 착용했다. 등산지팡이도 꺼낼까 하다가, 별 필요가 없어 보여 그냥 두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몸을 가볍게 한 후 다시 선두를 따라, 눈 쌓인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길이 희미하고, 마을이 가까워서인지, 그 희미한 등산로로도 여기저기로 마음껏 뻗어가고 있다. 입산 금지 구역답게 이정표 따위는 없다. 그나마 상태가 좋은 등산로를 따라가는데, 앞서가던 두 명의 등산객이 갑자기 우회전해 봉우리로 향한다. 분명 그 모습을 봤지만, 무시하고 계속 7부 능선을 따라가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등산객의 핸드폰이 삑삑거린다. 등산 앱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경고음을 보내는 거다. 아마 비슷한 이유로 앞서가던 두 사람도 방향을 틀어 길을 만들며 위로 올라갔을 거다. 해서 핸드폰을 꺼내 많이 사용하는 등산 앱의 지도를 보니, 아예 길이 없어, 오지 전문 등산 앱도 확인했다. 역시 길이 없다. 산악회와 같이 오지 않고, 혼자 왔다면, 엄청나게 당황했을 상황이다. 오지 중의 오지라도 등산 앱의 지도에 등산로가 나타나는데, 아예 길이 없는 건 거칠봉이 처음이다.
등산 앱의 지도가 필요가 없다는 걸 확인한 이상, 이제부터는 눈 위에 찍힌 앞선 등산객의 발자국에 의지해 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앞선 등산객 또한 과거 산꾼의 트랙을 따라가는 거라, 가끔 그나마 희미하게 흔적이 있는 등산로를 벗어나기는 하나, 목적지를 놓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급경사도 너무 급경사라, 아이젠만으로 미끄러지는 걸 방지하는 게 힘들어, 배낭에서 등산지팡이를 꺼내 조립했다. 심설 산행의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산악회를 따라왔기에 선두에서 러셀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그런데 햇볕이 잘 들고, 강한 바람을 전면으로 받는 급경사에는 눈이 거의 없으나, 굵은 모래 지역이라, 역시 미끄럽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눈이 쌓인 지역은 눈 때문에, 눈이 없는 곳은 토양 덕분에 체력 소모가 많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은 깊어지고, 이 심설에 러셀을 하며 가고 있는 선두 그룹에 감사하며 위로 올라, 11시 53분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보이는 헬기장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체력 소모가 많았고, 쌓인 눈으로 봐서 해발고도 1,000m가 넘어 보여 비록 등산로는 없으나, 고도는 알려주는 등산 앱으로 확인했다. 1,077m다. 비록 오차는 있지만, 해발 1,000m가 넘었으니, 수직으로 100m 정도만 올라가면 이번 산행 최고 높이의 봉우리인 거칠봉에 도착한다. 남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헬기장이 고지니, 내려가야 하는 건 당연하나, 제발 고도 1,000m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기를 빌며 갔다. 결과적인 얘기나, 해발 1,000m 이상 올라온 이후 선인봉에서 하산할 때까지 그 아래로 내려가는 고개는 없었다. 다시 말해 거칠봉에서부터 선인봉까지 작은 봉우리가 많이 있으나, 100m 이상을 오르내리는 봉우리는 삼봉산과 선인봉 외에는 없어, 일단 거칠봉에 올라서면 나머지 구간은 쉬운 산행이다. 물론 눈이 없을 때!
헬기장을 떠나, 생각보다 낮지 않은 고개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서자,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지금까지 온 거리와 오른 높이를 고려했을 때 거칠봉이다. 고지가 멀지 않다. 그런데, 비록 올려야 할 고도는 높지 않았으나, 조리대 지옥 구간이다.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힘들게 했던, 심설이 조리대를 덮고 있어, 그 지옥을 맛보지 않았는데, 눈이 없다면, 오지 산행이 다 그렇듯 지옥을 제대로 맛봤을 구간이다. 조리대를 밟으며 정상으로 향하는 동안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조리대 때문에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고 언급했던 게 기억났다. 심설이 살렸다. 조리대 구간을 지나자, 눈이 쌓여 있어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나, 칼바위 능선이다. 말인즉 좌우가 낭떠러지다.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관목이 뺨을 때리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심설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암릉 구간을 헉헉대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12시 35분에 등산 앱이 고지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거칠봉 반경 50m 내라, 평소라면 1분 정도 걸리는 거리나, 급경사 암릉에 쌓인 눈 덕분에 5분이 걸렸다. 1분에 10m씩 갔다는 얘기다. 정상에는 앞서가던 두 명의 등산객 외에 여성 산꾼이 무언가를 찍고 있었다. 그리고 앞선 등산객 중 한 명이 쓰러져가는 정상목을 바로 세운 후 그걸 사진 찍었다. 나도 역시 정상목을 사진으로 찍으며 보니, 사각 봉의 각 면에는 각기 다른 글이 음각된 걸 발견했다. '거칠봉', '居七峰', '해발 1,182m', '무주산악회' 등이다. 각 면을 기록으로 남기고, 조금 전에 여성 산꾼이 뭘 찍었는지 궁금해 가보니, 삼각점이다. 거기까지 간 게 아까워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동안 다른 등산객이 다 다음 목적지로 출발했고, 정상 직전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던 한 쌍이 도착해, 그들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길 수 있었다.
이 사진 한 장 찍으러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산꾼의 말대로 정상목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거칠봉을 떠나, 다음 목표인 삼봉산으로 향하기 전 이번 산행 최고 높이의 봉우리에서 주변을 조망했다. 산행 전 산악날씨 예보를 보고, 날이 흐려 조망은 좋지 않을 거라 예상한 그대로 보이는 건 없었으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봉우리라, 보이든 안 보이든 사진 몇 장 남기고, 떠났다. 그런데 거칠봉에서 삼봉산 방향으로 500여 미터를 가자, 다시 조리대 지옥이 시작됐다. 올라올 때와 달리 이번 조리대는 좋은 환경 덕에 키가 커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렸어도, 완전히 덮지를 못해 그 위를 밟고 가는 게 아니라, 그 사이로 길을 내며 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조리대가 다들 고개를 숙이고 있어, 등산객을 공격할 상황이 아니라는 거! 어쨌든 후진은 선두가 길을 낸 덕분에 편히 갈 수 있었다.
겨울 심설 산행은 체력 소모가 심해서인지, 삼봉산으로 향해 오르는데, 배가 고파 오르기가 힘들었다. 하긴 1시가 넘었으니, 점심시간은 이미 지났다. 해서 이런 때에 대비해 배낭 허리띠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갱과 에너지 바를 꺼내 먹었다. 갱은 달아서 좋아하지 않으나, 비상식으로는 최고라 생각해 거의 2년 넘게 배낭에 넣어 다니던 거라, 처치해야 했다. 2년이 아니라 3년인가? 물론 뜨거운 물과 컵라면이 있으나, 눈 쌓인 오지라, 어디 주저앉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비상식으로 급한 불을 끄고, 다시 봉우리를 향해 심설을 헤치고 오르는데,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뭔 고지? 해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삼봉산'이다. 이 동네에 삼봉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둘이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다. 다른 하나는 백두대간에 있다. 정상 반경 50m 내에서 보낸 메시지라 평소라면 1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나, 심설을 뚫어야 해 3~4분이 걸려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런 표지가 없어 여기가 정상이라는 걸 인증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주위에 더 높은 곳이 없으니, 정상이라 여길 뿐!
삼봉산을 떠나, 이번 산행의 마지막 목표인 선인봉으로 향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구름이 걷혀, 앙상한 가지 사이로 주변의 경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울창했을 숲이라, 무성한 잎에 가려 아예 보이지도 않았을 조망이다. 해서 나뭇가지가 가린다고 불평할 상황이 아니다. 겨울 산행의 묘미가 울창한 숲에 가려 평소에 볼 수 없던 걸 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선인봉을 바라보며, 하산주 시간 확보를 위해 서둘러 가고 있는데, 등산로 바로 옆 나무 아래에서 막 점심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산꾼을 발견했다. 등산로 바로 옆인 게 걸렸으나, 나무가 눈과 바람을 막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 혼밥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컵라면 먹을 만한 곳이 없을까 찾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그가 떠난 후, 배낭에서 방석을 꺼내 자리를 펴고 앉아, 컵라면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라면을 먹은 후 남은 뜨거운 물로 만든 녹차 한 모금하고, 1시 55분경 식당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다음 목표인 선인봉으로 향했다. 식당을 떠난 시각이 1시 55분, 날머리인 '낙식곰탕'까지 남은 거리는 대략 5km, 마감인 4시 50분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50분 정도. 고로 하산주를 위해 한 시간을 확보하려면, 1시간 50분 안에 5km를 가야 한다. 여기까지 시간당 2km 정도로 왔으니, 달리지 않으면 하산주는 없다. 딱히 보이는 것도 없지만, 한눈팔지 않고 앞만 보고 가다 보니, 등산 앱이 고지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선인봉'이다. 거칠봉에 도착할 때도 그랬으나, 이번 산행의 특징이 정상에 도착하는 순간이 의외로 쉽게 느껴졌다는 거다. "응, 벌써?" 이런 느낌! 미끄러운 암릉을 힘겹게 올라 정상에 도착해 보니,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는 동안, 지나갔던 산꾼 서너 명이 비록 보이는 건 없으나, 주변을 조망하거나, 늦은 점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와중에 빨갱이가 아니라 ‘빨간 두꺼비 병’을 꺼내는 산꾼도 있다. 그걸 보자 한잔 달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꾹 참고,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하산주를 위해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통신탑이 있는 정상에서 30m가량 내려오자 갈림길이 나타났다. 오른쪽은 임도로 바로 내려가는 길, 왼쪽은 헬기장을 거쳐 작은 선인봉으로 가는 길이다. 이에 관해서는 인솔 대장이 들머리에 도착하기 전 언급한 바 있다. 물론 빠른 건 임도 쪽이나, 가능하면 헬기장 쪽으로 가라고. 현재 시각 2시 35분, 3시까지 날머리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임도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해서 다른 등산객은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 눈 위에 난 흔적을 확인했다. 임도 방향은 등산객이 많이 다녀 거의 평탄화됐으나, 헬기장 방향은 서너 명이 지나간 흔적이 있을 뿐이다. 그럼 볼 것도 없이 헬기장 방향이다. 물론 코스도 제대로 타고, 하산주도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 서둘러 헬기장 방향으로 500여 미터를 가자, 갈림길이 나타났고, 내가 컵라면 먹을 때 추월해 갔던 인솔 대장이 그 앞에서 작은 선인봉 방향이 아니라, 바로 하산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작은 선인봉 방향은 러셀을 하지 않아, 힘드니 바로 하산하는 걸 권하고 있었다. 무시하고 그냥 갈까 하다가, 작은 선인봉에서 날머리로 내려가는 하산로가 없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거칠봉이 비탐방 지역인 것에 반해, 선인봉은 자연휴양림에서 산책로를 조성한 봉우리라 이정표나, 등산로 등이 잘되어 있어, 하산에 별 어려움 없이 빠르게 내려갈 수 있었다. 해서 3시 정각, 임도에서 0.7km 거리임을 알려주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 이정표에서 아래로 내려가니, 뒷면이라 내용이 보이지 않는 입간판이 서 있는 고목이 있다. 서낭당이다! 그걸 보고 내가 기억하는 지도에 오류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 서낭당은 작은 선인봉에서 하산하는 길목에 있는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즉 인솔 대장이 작은 선인봉은 왕복해야 한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았다. 왕복 1km가 넘는 곳은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다. 그 서낭당의 모습을 다양한 위치에서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걸음을 재촉해 3시 7분에 임도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거의 다 왔다.
아래로 보이는 임도는 자연휴양림 순환도로라 그걸 따라 내려가면 휴양림을 벗어나, 마을로 갈 수 있다. 자연휴양림을 구경하며 순환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아무래도 등산지팡이가 걸리적거려, 순환로 중간에 있는 쉼터에서 지팡이를 분해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아이젠도 벗을까 하다가, 포장도로가 아직 빙판이라 계속 착용하고 휴양림 정문으로 향해, 3시 21분에 휴양림 주도로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따라온 순환로는 눈을 치우지 않아 빙판인데, 주도로는 눈을 깨끗이 치웠다. 해서 도로 한쪽에서 아이젠을 벗고, 발을 내디딘다는 게 조금 남아있는 빙판을 밟아 그대로 미끄러져 처박혔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순간 오른손이 먼저 나갔는데, 그 손도 미끄러져 아스팔트에 긁혔다. 그리고 오른무릎은 그대로 빙판에 처박는 바람에 일어서는 거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먼저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억지로 일어나,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휴양림 관리소를 향해 가는데, 손바닥이 아파 살펴보니, 피다!
덕유산 국립공원의 비탐방 지역, 오지 거칠봉에서는 아무런 사고가 없었는데, 산행 종료 직전에 입장료를 받고 개방하는 자연휴양림 도로에서 미끄러져 피를 봤다. 배낭에 상비약이 있어 문제될 거는 없는데. 치료하기 전에 먼저 씻어야 해서 서둘러 휴양림 관리사무소로 내려가, 사무소와 같이 있는 화장실에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배낭에서 밴드를 꺼내 붙였다. 산행 중에 사고는 없었으나, 컵라면을 먹고 선인봉으로 향하는 오르막에서 갑자기 왼쪽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거처럼 아파 한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움직이기만 하면 찢어지는 고통 때문에, 간신히 등산로 옆 나무에 기대서서 2분 정도 휴식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일이 있기는 했으나, 몸의 문제지 사고는 아니다. 어쨌든 휴양림 관리사무소 화장실에서 응급처치하고 길을 재촉해, 3시 38분에 스키 대여점과 식당이 있는 도로에 도착했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에 도착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낙식곰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데, 좌·우 어디로 가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아, 걸어가며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하려는 순간 길 건너로 낙식곰탕의 위치를 알려주는 입간판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200m다. 현재 시각 3시 39분. 마감까지는 1시간 10분 남았다. 어쨌든 하산주 시간 한 시간은 확보했는데, 버스가 20분 일찍 도착해, 추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하산주를 급하게 마셔야 할 뻔했다. 그런데, 도로와 합류 지점에서 낙식곰탕까지도 가깝지 않다. ‘200m가 이렇게 먼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쨌든 국도를 따라, 곰탕집으로 향해 3시 44분에 식당에 도착했다. 덕유산 국립공원의 비법정 구간으로 오지 산행의 정수를 만끽한 거칠봉, 삼봉산, 선인봉 산행이 끝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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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식곰탕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인솔 대장이 버스는 4시 30분에 주차장으로 온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주변에는 곰탕에는 관심 없는 등산객 서너 명이 서성거리고 있다. 그들을 뒤로하고 식당 문을 열려고 보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등산이 끝났으니, 스패츠를 벗고, 등산화 끈을 느슨하게 하려던 참이라, 기분 좋게 스패츠와 등산화를 벗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십여 명의 등산객이 식사 중이다. 물론 소주나 동동주를 반주로. 그런데, 막상 들어가기는 했는데, 테이블이 모자라, 합석해야 하는 상황이라 바로 내 뒤를 따라 들어온 등산객과 같이 앉아, 곰탕과 이슬이를 주문했다. 메뉴를 보기는 했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예상과 다른 게 있다면, 당연히 나주곰탕이라 생각했는데, 전북식 곰탕이다. 전북식 곰탕이란 게 있었나?
곰탕이 나오기 전에 밑반찬을 안주로 다 내려와서 사고는 있었으나, 그나마 허벅지가 산행이 끝날 때까지 말썽을 부리지 않은 것에 감사하는 하산주를 마셨다. 마주 앉은 등산객이 술을 안 마신다고 해서 혼자! 그리고 곰탕이 나와서 탕 속의 고기를 안주로 이슬이를 마시다가 탕에서 전복을 발견했다. '응? 곰탕에 전복, 그래서 비쌌나?' 생각하며 유심히 메뉴를 보니, ‘전북식’ 곰탕이 아니라 전복곰탕이다. 즉 전복이 들어 있는 소머리 국밥이다. 갈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게 나이 탓인가? 전복곰탕을 안주로 이슬이 두 병째 마시고 있는데, 먼저 2호차가 도착해, 그 차 승객이 마감이 아직 멀었음에도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1호차가 도착하자 내 앞의 등산객도 일어나려고 해 '벌써 나가서 추위에 떨려고, 그러냐?'고 물었더니, '빨리 타며, 빨리 출발합니다!'라고 한다. 해서, '어차피 구천동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워야 해서 일찍 못 갑니다!'라고 하자, '아, 그걸 미처 생각 못 했습니다.'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등산객과 산행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후 마감 10분 전이 4시 40분에 식당을 나가 버스에 탔다. 그리고 잠이 들어 깨어 보니, 안성휴게소다. 이슬이 두 병의 효과다. 휴게소에서 이슬이 두 병의 효과의 급한 불을 끄고, 다시 버스에 타 잠을 청했으나, 충분히 자고 일어나서인지, 잠이 오지 않아, 어둠 속의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거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 안성 휴게소를 떠난 지 40분 만인 7시 39분에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했다. 낙식곰탕 주차장에서 4시 50분에 떠났으니, 2시 50분이 걸렸다. 아침에 서울을 떠났던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하는 거로 계묘년 첫 산행이자, 첫 오지 산행을 마감했다.
산악회 계획에서 삼각점봉(작은 선인봉) 왕복을 뺀 덕유산국립공원 내, 오지 '구산마을 입구 → 헬기장 → 거칠봉 → 삼봉산 → 선인봉 → 괘목령/서낭당 → 자연휴양림 → 낙식곰탕'의 12.66km(트랭글)를 5시간 48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5시간 31분, 휴식 17분!
2023년 첫 산행으로 아주 의미 있는 오지 산행이었다!
예상대로 날이 흐려 조망이 좋지 않았으나, 오지 산행이 어떤 건지를 제대로 보여준 산이다.
오지 산행을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