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4)
격세지감은
그리
오래지않은 동안
풍속이나 풍습이 아주많이
바뀌어서
딴 세상이 된것같은 느낌을 이르는 말이다.
1. 평균수명.
지금
우리국민들의 평균기대수명은 84세지만
내가
어렸을때는 4,50이 보통이었으며
환갑은 아주 드물었다.
따라서
어떤집에 초상이 났을때
그 주검은
큰 슬픔이었고 애통한 일 이었다.
가족은 물론
일가친척모두가 눈물울 흘리며
진심으로 애도했다.
이때
돈이 있는집은
곡(哭)하는 사람(주로여자),
즉
대신 울어주는 사람을 사서
온 동네가
들을수 있도록 큰 소리로 울게했다.
그것은
망자에 대한 예의이고
동네안에서
가족의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 여행.
서울에서 속초에 가는경우
지금은
아침에 차로떠나
속초에서 점심을 먹을수있지만
그때는
청량리역에서 새벽버스를 타고 출발,
점심때가 돼서야
군축령꼭대기에 도착했다.
그곳 식당들은 손님들을 위해
식당앞 마당에
거디대를 만들어 놓고
그위헤
세수물, 비누, 수건을 준비했다.
오전 내내
덜커덩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왔기 때문에
모두가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은후
다시출발,
저녁때가 돼서야 속초에 도착했다.
여행 자체가 고역인 시대였다.
3. 출생.
그때,
어떤집에서 애기(아들)가 태어나면
긴 새끼줄에
숱과 빨간고추를 매달아 대문에 걸었다.
사내아이가 태어났다는것과
삼칠일,
즉
20여일 동안에는
방문하지 말아 달라는 신호였다.
아들의
탄생을 알리는 기능과 함께
악귀를 쫓는다는 뜻도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방역' 의 지혜이기도 하다.
4. 말이 빨라졌다.
내가
콜센터에 전화하는경우 먼저 양해를 구한다.
'나는 나이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난청이 있으니
말을 크고 천천히 해달라.'
거의 모두가
그렇게 해 준다.
고마운 일이다.
지금 사람들은
전에비해
말이 대단히 빠르다.
알아듣기 힘들때도 있다.
급하기 때문이며
이는 뭔가에 쫓기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무엇에 쫓기는 것일까.
현대를
대가속(大加速)의 시대라고 한다.
자고나면 모든게
너무 빨리 변하고있는게 사실이다.
그래서
모두가 쫓기고 있는것이다.
그 속도에서
잠깐 비켜서면 안될까.
나는 자주 비켜선다.
그래도
자기주체성만 분명하면
불리할것도 없다.
너무 쫓기지 말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사는게 옳지않을까.
5.대가족.
내가 어렸을때
우리집은 3대가 한집에 살았고
그때는
그게 보통이었다.
물론
대장은 할아버지였고
가장 고생하는게 우리 어머니였다.
지금은 1인세대가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개성적으로 혼자사는것,
그게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맞기 때문이다.
그만큼
일찍 독립한다는
진취적인 의미도 있다.
작고 싼
공공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인이 되어 혼자사는건
역시
사회적인 문제다.
맞춤
복지시스템이 뒤 따라야 한다.
6. 영화관.
단성사가 문을 닫았으니
이제
대형 영화관의 시대는 끝났다.
나는
분명 영화광이지만
지금의
오밀조밀한 영화관엔 가지않는다.
스크린이 너무 가깝고
음향이
지나치게 크며
광고가 지루할 정도다.
그래서 지금은
집에서 TV로 영화를 본다.
영화관 보다는 다른 느낌이지만
달리
법이 없기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TV의 화면이 커진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 오브 뮤직' 이나
'벤허' 와같은
웅장한 영화가 없는게 좀 아쉽다.
폭력물이 지나치게 많은건
교육상 좋지않을것 같다.
'서편제' 와 '신세계' 는
국산영화로서는
상당한 수준에 가 있다고 판단한다.
7. 통행금지.
조선왕조실록 1401년 5월20일자에 보면
초경3점(오후8시쯤)부터
5경3점(새벽4시30분명)까지
밖에 나돌아 다니는
사람을 잡아 가두도록 했으며,
성종때
2경에서 5경(오후10시ㅡ오전4시)으로 정착됐다.
이법은
갑오개혁이 실시되던 1895년
근대화 분위기 속에 폐지됐다.
이 통금이 부활된것은
광복후
치안유지를 위해
1945년 9월이며 자정부터 새벽4시까지였다.
그러다
시민의 기본권을 억압한다는
비판이 일었으며
1981년 국회에서
통금해제안이 통과됐다.
내가
이 통금때문에 피해를 본것은
직장에 다닐때 였으며
특히
잔업이나 야근할때
귀가하는 시간이 늦어져
파출소 의자에서 쪼그리고 잔 일이
여러번 있었다.
통금을 해제하면
큰 일이 벌이질줄 알았지만
막상 해제하고나서
큰 사건이
일어난 일은 없었다.
그때의 해방감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정말
통행금지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8. 여권.
지금은 누구나
여권을 신청할수있으며
모두가
복수여권을 발급받는다.
그러나
1970년대 까지만해도
여권발급은
조건이 까다로웠으며
발급받아도
한번만 사용할수있는 단수여권이었다.
회사 총무과에 근무할때
일본출장이 잦은
전무의 여권을 신청하는 일이 잦았는데
구비서류가 물경 72가지였다.
비자발급도 까다로워
일본대사관에서
하루종일 기다리던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
대한민국여권은
세계191개국에서 무비자 입국이다.
한국여권의 힘은
해외여행을 해 보면 피부에 닿는다.
인구5000만이상,
국민소득 3만불이상,
그리고
민주주의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일본,
그리고
한국등 오직 7개국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10위권 안에드는
경제대국이기도 하다.
한국여권의 힘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9. 한문 (漢文).
지난 11월1일
이준석 국힘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표에게
'무운을 빈다' 고 말했다.
키워드사운드에 의하면
네이버 검색창에 '
무운' 이 1만2,600건,
'무운의 뜻' 이 2.320건으로
총 1만5000건이 떴다.
무운(武運)은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이며
'무운을 빈다' 는 것은 승리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무운을 無運,
즉
운이없다로 해석한 기사가 있어
검색창이
달아오른것이다.
한글전용시대의
어처구니없는 헤프닝이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때
엄친앞에서
붓으로 한자한자 쓰면서
천자문을 배웠다.
지금까지
한문때문에
불편한점은 없이살고있다.
우리말 명사의 80%가 한문이다.
한문을 모르는것도
또 하나의 문맹임은 물론
우리가
한문문화권인
동아시아에 살고있는 현실도
잊으면 안된다.
10. 신문광고.
나는 우리나라가
산업화 과정을 지나고 있을때
한,일 합작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회사에는 매일
요미우리, 마이니찌, 산께이등
일본신문이 배달 되었다.
신문기사도 중요했지만
언제나 내 시선은
신문하단의 큼지막한 광고에 끌렷다.
자동차, 오디오등 가전,
냉장고, 세탁기는
정말 그림의 떡이었다.
연전 일본여행때
여관방에 비치된 일제TV를 보면서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다.
우리TV와는 상대가 안될정도로
화면이 나빴다.
지금 우리신문에는
그때보다
더 세련된 가전광고가 지천이다.
우리는
이미 물질적으로 선진국이다.
정치, 사고방식,
행동양식만 따라주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는것이다.
산업화는 건너뛰었지만
선진화는 그게 안된다.
그래서
더 많이 노력해야된다.
생각하는대로 살지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ㅡ 서양격언.
by/yorowon
첫댓글 급격히 변하는 세상 !
우리 어릴적 성장할 때와 지금 현실적으로
너무도 달라 격세지감을 느낀다
교통도 그렇고 모든 것이 빠르다
생각하는 사람! 로댕의 조각상이 인상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