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어느 신입 교사의 죽음…‘괴물 부모’ 살기 좋은 곳 있다
hello! Parents가 2023년 학교를 들여다보기 위해 만난 학부모들은 자신이 선 자리에서 각자의 최선을 선택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서이초를 시작으로 올 한 해 학교를 뜨겁게 달군 사건·사고의 중심에는 이른바 ‘악성 민원인’으로 불리는 진상 학부모가 있었다. 대체 이들은 어떤 사람일까? 이들은 보통의 합리적인 학부모와 무엇이 다를까? hello! Parents는 『괴물 부모의 탄생』의 저자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찾아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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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디자이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에도 있었어요. 두 나라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저출생과 학벌주의 그리고 무한경쟁. 결국 각자도생의 결과물이에요.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올 한 해 수면 위로 떠오른 진상 학부모를 일컬어 ‘괴물 부모’라고 칭했다. 그는 “2006년 일본에서 서이초 사건과 거의 흡사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괴물 부모는 유별난 한 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가 몇몇 부모를 통해 불거져 나온 것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을 주로 진료하는 청소년 전문가다. 느린 학습자, 장애아 등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중고등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설립자이자 교장이기도 하다. 청소년뿐 아니라 교사도 그를 찾아왔다. 다양한 문제를 품은 교사들을 상담하며 『교사 상처』,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같은 책을 쓰기도 했다.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에서 추도사를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에 따르면 2023년 대한민국은 괴물 부모가 태어나기 적합한 배양지다. 합계 출산율 0.78명(2022년)으로, 두 자녀만 돼도 ‘다자녀’로 인정받는 상황이다. 하나뿐인 아이가 놓인 환경은 경쟁의 강도가 엄청나다.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면서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산층 부모는 자신의 계층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학벌’에 매달렸다. 한쪽에선 대학의 경제적 가치와 효용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쪽에선 자녀의 학벌을 위해 부모가 직접 링 위에 올라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김 교수는 “이런 환경이라고 모든 사람이 괴물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괴물 부모가 태어나기 좋은 환경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