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다."
붉은빛은 아니지만, 하얀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다녔다.
"이제 따사롭네. 처음 널 만났을때랑은 전혀 다른것 같다."
과현은 조용히 계룡산의 하늘을 쳐다봤다.
이제 조금은 과거와 대화할 마음이 생겼달까. 서울에 있던 월세방은 다 처분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능력도 증오하면서, 자제하지 않으려 했다.
"나같은, 그리고, 그녀같은 한이라면, 그런 거라면 망자와 산자의 다리가 되는 것도
좋은일이겠지.."
그때 그의 머리 위로 나비 한마리가 날아갔다.
일 : 04. 06. 18
필 : 은색여우
제 : 붉은나비의 잔영
부제 : 종장
붉은나비의 잔영
-종장
"성불할 수 있다고!!"
"다시는, 그런 일 저지르지 말아요. 나같은 사람 만들지 말아요."
"이대로 소멸하는 건 두고 볼수 없다고!!!!!!!"
과현은 계룡산이 떠나가라 외쳤다. 새들은 푸드덕 일제히 날아올랐고, 풀벌레들도
조용해졌다.
"그대가 날 잊더라도, 난 소멸되지만 당신을 잊지 않을거예요."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붉은나비의 영체가 다리 부터 서서히 가루로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소멸해 버리면, 그런건 아무것도 소용없단 말이야!!! 아무것도!!!!"
그리고, 그때... 그는 마음 깊숙히 눌러왔던 힘을 깨웠다. 당연한 일일지도,
전생이 그렇게 강한 영력을 가진 사람이었으니...
"나 망자와 산자 사이에 다리가 되는 사람이니, 나의 이 권능에 의해 저승사자를
강림시키나니.."
"그런거 하지마! 그런건.. 네 생명을 깎아먹는단 말이야! 이 바보야!"
"명계의 지장보살께 간절히 바라옵건데, 여기 이 사라져 가는 구천의 망자를
대자대비한 자비로 보살피어, 보살님의 광명이 명계 곳곳이 길이 빛나게 하소서."
"바보야! 지장보살님을 현신시키는 건... 무리라고!!!"
과현은 순간 입에 비릿한 것이 올라왔지만, 버텼다. 하지만, 조금은 바깥으로 흘렀
다. 그걸 본 붉은나비는 '바보야!'라고 외쳤다.
"이대로... 네가 사라지는걸 보고 싶지는 않아. 내가 사랑했었고, 사랑하는 사람
이니까."
그때 그 간절한 부름을 지장보살은 들은 걸까? 밤중에 찬란한 광명과 함께 무언가
흐릿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아, 구천을 떠도는 한많은 망자여..."
"지장보살 님이시다."
과현은 순간 비틀거렸지만,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서 중심을 잡았다.
"지장보살님께 바라옵건데, 이 불쌍한 망자를 명계에 보내주시길 간절히 청하옵니다."
"너의 그 간절한 바램이 명계의 나에게 까지 들렸다. 그러니, 그 소원을 어찌
아니 들어줄 수 있겠느냐.."
지장보살은 빛으로 휩싸인 손으로 붉은나비의 영체를 한번 훑고 지나갔다.
"참 많은 아픔을 가졌구나. 그 아픔은, 증오가 되었다가 다시 사랑이 되어서 피어났
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지장보살님.."
"그대가 자살한 죄는 업으로 남고 남았으나, 이 남자의 희생과, 너의 희생의 갸륵하
여 그 업을 풀어주도록 하마."
그렇게, 붉은나비와 지장보살은 떠올랐다. 과현은 멍-하니 지켜보다가, 웃으면서
떠나가는, 붉은나비를 바라봤다.
"잘가요."
"잘있어야돼. 나중에 볼때까지."
"나중에 볼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너무나도 작게 중얼거려서, 붉은나비는 알아들을 수 없는 듯 했다.
"아아, 이런거라도 잘 봐둬야 하는데.. 뿌옇다."
"잘있어요. 과현씨.."
"잘가요... 접(蝶)이씨.."
그렇게, 사라져간 그녀. 그리고,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었다.
그리고 깨어났을때는..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보였다. 온화한 미소의 할아버지가, 뭐라고 말씀하시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걱정말라고, 이제는 편하게 쉬라고, 너의 업보는 다 사라졌으니 쉬라고
말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서울로 올라갔다.
"네가, 그 녀석이구나."
나는 2대에 걸친 싸움을 종결지으러 붉은나비의 저택을 찾았다. 망령의 어미가,
된 악령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곳. 좋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더러워진 곳.
그렇게 더럽혀질 바에야. 사라지면 좋을 곳..
"화염이여.."
화염부들로 휩싸인 집. 그리고, 나의 한마디와 함께, 집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그리고, 들려오는 하늘을 찢는 듯한 귀곡성.
그리고, 차례차례 들려오는 작은 비명소리.
아이의 비명같기도, 고양이의 비명같기도 한.. 그런 소리.
그런 소리를 뒤로한채,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나의 머리 위에 불씨가 지나갔다.
"붉은나비다."
붉은색 나비같은 불씨. 나는 손에 쥔 부적을 쥐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 부적은 말이다. 정말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을 지켜주는 소망의 부적이란다.
필요할때 쓰거라."
할아버지의 말이 공허한 하늘에 울려퍼졌다.
------------------후기..
와아.
완결입..<-
그리, 무섭진 않은.. 공포물이었지만..
그래도, 이래저래 많은 경험이 된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보니, 카페와서
처음으로 완결지은 녀석 같습...<-
하여튼, 붉은나비의 잔영.
그 자그마한 추억. 그 추억들 잘 보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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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붉은나비의 잔영 그 마지막 페이지 -종장
은색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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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6.18 18:5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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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설..잘쓰시네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