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나면 구정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 그런가 다들 발걸음이 바쁜 것 같습니다. 예전 이맘때 명절 세밑이 되면 할머니와 엄니는 정말 눈코 뜰새 없을 정도로 부엌과 마당을 들락거리고 온 집안엔 기름 냄새가 그득하고 먹을 것이 많아 우리는 늘 손꼽아 기다리는 명절날이기도 했지요. 설날 아침 세배를 마치면 할아버지는 어린 나를 앉 쳐 놓고 족보부터 세뇌교육을 시켰습니다. 넌 배천유씨 충주공파 37대손이다. 알았지 그리고 이북 고향 주소를 물어봅니다. 그럼 난 황해도 연백군 봉북면 송전리 솥바리마을입니다. 하면 달력 뒤에 고향마을을 그리고 우리집이 여기고 여긴 누구네 집 그리고 당신 할아버지 산소가 여기다. 잘 기억했다가 통일되면 가야된다. 고 하여 난 우리 집 주소보다 이북 고향 주소를 먼저 외웠던 같았습니다. 피난 나올 때 대대로 물려쓰던 성경책과 이불보따리만 둘러메고 고향을 떠난 실향민이 가물가물해져가는 고향을 잊어버릴까 손자인 나에게 교육을 시키면서 망향의 한을 달래시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세배가 마치면 엄니가 우리 남매들을 건너방으로 조용히 부릅니다. 그리곤 엄마가 맡았다가 줄께 하면서 받았던 세배돈을 다 뺏다시피 걷고 5원짜리 동전 하나씩 쥐어줍니다. ㅎㅎㅎ 이젠 이북 고향을 잊지 않으려고 어린 손자를 앉쳐놓고 이야기했던 할아버지도 안계시고 그게 벌써 강산이 여섯번이 훌쩍 지나 내가 그때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습니다. 좀 날이 풀리면 구순이 훌쩍 넘은 아버지 모시고 강화도 교동에 가서 저 넘어 보이는 연백 고향 마을보고 오렵니다. 오는 길엔 엄니 고향인 충정로와 다녔던 미동초등학교도 들러 보고요. 구정 명절 연휴 잘 보내세요. 날이 춥습니다. 세밑 금요일 아침 출근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