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체질'이란 말을 많이 한다. 같은 약이라도 체질에 맞으면 잘 듣고 안 맞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고도 한다. 과연 체질이 무엇일까? 20년 넘게 섭생(攝生) 연구에 몰두해온 허봉수 박사는 사람의 기운이 음과 양으로 나뉘며 기운을 돕는 음식을 먹으면 원인 모를 두통은 물론 아토피,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밥상 하나만으로 당뇨나 고혈압 같은 고치기 힘들다는 병을 낫게 한다니 사람들은 그를 만나기 전에 미심쩍다는 듯 의문을 품는다. 모 방송국 PD는 “섭생으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 그 전에 내 병을 낫게 해주어야 한다”는 제의를 해오기도 했다. 한국섭생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는 허봉수(43) 박사는 그런 사람을 만날수록 당당하다.
“얼마 전에 중년 신사 한 분이 찾아왔더군요. 당뇨를 앓고 계시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셨어요. 도대체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간의 일들을 물어보니 1년 동안 청국장이 몸에 좋다 하여 꾸준히 드셨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피부에 뭐가 돋더래요. 그래서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죠. 쉽사리 낫지 않아 오래 피부과 치료를 했죠. 이것이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물을 주입하는 거라 갑상선호르몬 장애가 왔고 이로 인해 당뇨까지 발병한 거였어요.”
양인 사람은 음의 음식을, 음인 사람은 양의 음식으로 균형
허씨는 당장에 청국장 섭취를 멈추게 하고 체질을 점검해 알맞은 식단을 짜주었다. 음의 체질인 그가 양의 체질인 사람에게나 받는 콩을 오래 먹음으로 해서 병이 생겼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었다. 식단을 바꾸고 난 뒤 그 사람은 당뇨는 물론 갑상선 장애도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동물이건 식물이건 남자와 여자로 성별이 정해져 태어나듯 몸의 체질 역시 음과 양으로 정해져 있다는 거다. 그래서 양인 사람은 음의 음식을, 음인 사람은 양의 음식을 먹음으로 해서 양과 음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이 균형이 지켜지면 건강한 것이고, 균형이 깨지면 병이 된다. 요즘 신경성 질환이나 원인 모를 만성두통, 무기력증이 늘어나는 것도 그는 모두 먹는 음식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가 체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다. 국수를 먹은 날이면 형과 아버지는 속이 더부룩하다, 소화가 안 된다 하며 손가락을 따거나 따뜻한 바닥에 배 깔고 누워 있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상해서 어머니께 여쭤보니 사람마다 소화해내는 음식이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는 그 뒤로 아버지와 형의 국수 그릇에 감자와 양파를 넣어주셨어요. 형은 그 뻑뻑한 감자를 아무리 먹어도 체하는 일이 없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는 찰떡만 먹으면 아파서 끙끙대는 것도 신기했어요.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그래서 그는 대학에서 화학과 영양학을 전공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학원에서 응용영양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체질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체질은 고사하고 고단백, 저지방 음식이 건강하게 사는 지름길인 양 생각하는 것도 그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산으로 들로 생태 연구를 나섰다. 밭에 쪼그리고 앉아 나물이며 곡식 하나하나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육류의 생태 조건도 비교해 나갔다.
“제주도에는 돼지가 유명하고 대관령은 소가 유명하죠. 봉평의 메밀이니 강원도의 감자니 하는 특산물도 예외는 아니에요. 연구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그 지역마다 재배가 잘되는 식품이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 지역의 조건이 그 동식물 자라기 적당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바로 음과 양의 기운의 조화였던 거예요.”
사람은 환경과 문화의 지배 속에 자신에게 필요한 조건이나 음식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눈을 잃었지만 동식물은 그것을 제대로 찾아낸다. 양의 기운이 강한 것은 볕이 덜 들고 물기 많은 음의 성질을 좋아하고, 음의 기운이 강한 것은 볕 잘 들고 건조한 곳에서 잘 자란다. 양의 성질을 띤 미나리는 물 속에서 자라며 빛을 덜 받기 위해 잎사귀가 좁고 가느다랗다. 양의 기운이 넘치는 인삼이 햇빛을 가린 그늘 속에서만 자라는 것도 그런 이치다.
“그런데 사람만 제 조건 살피지 않고 이것저것 먹어대요. 소를 풀어놓으면 콩밭으로 가는 것도, 토끼가 아무 풀이나 먹지 않고 제 좋아하는 것만 골라 먹는 것도 그래서예요. 입맛을 찾는 게 아니라 몸맛을 찾아 먹어야 몸 속이 편안해집니다.”
귀한 음식이란 자기 몸에 맞는 음식
그는 귀한 음식이란 자기 몸에 맞는 음식이라고 한다. 비싼 인삼만 귀한 게 아니라 도라지고 더덕이고 간에 내 몸에 맞으면 귀한 음식이고 약이 되는 음식이다. 아무리 좋은 유기농 야채를 먹고 명상을 해도 음식을 가려 먹지 않고선 건강할 수 없다. 그래서 이것저것 섞어놓은 햄버거니 피자는 그에게 음식 아닌 독처럼 보인다. 여러 매체에서 몸에 좋은 음식이 한번 소개되면 유행처럼 너나할 것 없이 그것을 따라 먹지만 그것 역시 독이고, 보리니 현미 같은 서로 다른 기운의 곡식을 섞어놓고 파는 건강잡곡도 그의 눈에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 것들이다.
“어린아이들 머리 좋아지게 한다고 이것저것 찾아 먹이는 어머님들 많지만 음식이 체내에 들어가 활성화되지 못하면 그것 역시 무용지물입니다. 저는 아이를 셋 두고 있는데 어려서부터 체질에 맞는 음식으로 이유식을 하고 지금까지 몸에 맞는 음식을 골라 먹이면서 키웠어요. 그 아이들은 요즘 흔하다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짜증도 내지 않아요. 늘 몸과 마음이 편안해요. 머리 좋아지는 것은 몸과 마음이 제 용량 다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저절로 이루어지는 거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조언하는 자신의 체질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연구원에서 세밀하게 검사를 받아 전문 영양사가 만들어주는 식단이 없어도 누구나 자신의 체질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몸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거다. 밀가루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거나 돼지고기를 먹으면 설사를 하는 이상 신호 모두가 몸의 소리다. 어제 무엇을 먹었더니 아침에 두통이 심해졌고, 속이 더부룩하더라 하는 식단 일기를 차곡차곡 정리해보면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알 수 있고 더불어 체질도 파악할 수 있단다. 귀한 사람 몸에 아무 거나 집어넣는 일은 휘발유 넣는 자동차에 경유를 넣는 일이고, 인삼을 땡볕에서 재배하려 하는 것과 같은 이치란다. 환경이나 문화의 영향으로 쉽게 자신의 체질을 알기 힘든 경우도 있다. 또 음인의 사람은 양의 기운을, 양인의 사람은 음의 기운을 좇기 때문에 상당부분 반대 체질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럴 때는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그때 먹었던 음식에 대한 반응이나 본디 성격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체질에 따라 서로 반대되는 기운의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섭생의 기본이다.
▲ 양의 체질
머리가 크고 피부색이 희다.
어깨가 넓고 직선이다.
목이 굵고 짧다.
허리가 가늘고 엉덩이가 빈약하다.
다리나 발목이 가늘다.
몸이 따뜻하다.
찬물을 좋아하고 찬음식을 먹어도 탈이 없다.
잘 때 똑바로 누워 잔다.
성욕이 별로 없다.
사교적인 성격이다.
직선적이고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못한다.
신중하다.
쉽게 화내고 쉽게 풀린다.
▲ 음의 체질
얼굴이 작은 편이다.
어깨가 좁고 둥근 곡선이다.
목이 가늘고 길다.
허리가 굵고 엉덩이가 크다.
몸이 차고 냉한 편이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고 찬 것을 먹으면 탈이 난다
잘 때 엎드려 잔다.
성욕이 강하다.
내성적이고 혼자 있길 좋아한다.
소심하고 지나치게 자신의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 양체질에 나타나는 음식 거부 반응
찹쌀, 현미, 감자-소화장애
미나리-혈압상승
쇠고기-소화장애, 두통,
전신피로, 피부질환
녹용-혈압상승이나 신경계통 장애
닭, 계란 등-중풍, 뇌졸중, 대장염,
치질, 피부질환
소주, 인삼-천식, 숙취, 중풍, 간질환
우유-기관지염, 천식, 호흡기질환,
▲ 음체질에 나타나는 음식 거부 반응
보리밥-소화장애, 뱃속 부글거림
밀가루-소화장애, 속쓰림
팥죽-더부룩함, 신트림
콩 및 콩제품-소화기질환
생선-피부질환, 중풍, 염증
조개, 오징어 등-두통
돼지고기-배변 불쾌감, 염증
과일-포도는 속쓰림, 귤은 대변이상
참외는 설사
▲ 양인의 밥상
콩밥, 머위대와 들깨소스로 맛을 낸 탕, 가지나물, 순두부, 시금치나물, 마른새우볶음, 호박전, 백김치, 상추와 된장 쌈
▲ 음인의 밥상
쌀밥, 감자카레, 고사리나물, 총각무김치, 도토리묵, 계란찜, 무생채, 치커리와 토마토 샐러드
▲허봉수 박사는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화학 및 응용영양학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식품 및 생약기술연구소, 십자병원 영양연구실장 등을 지내면서 영양가 높은 음식이 사람에게 과연 이롭기만 한가 의문을 품었으나 이에 대한 자료가 없어 십수 년 산으로 들로 직접 동식물의 생태 연구를 다녔다. 현재 한국섭생연구원(www.subseng.com)을 운영하면서 생태식에 대한 상담과 더불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를 진행중이다. 그간 '밥으로 병을 고친다(동아일보사)', '내 몸에 맞는 음식 궁합(한국방송출판)', '약이 되는 체질 밥상(한문화)', '체질섭생학(신기출판)' 등의 책을 냈고, 최근 자신이 직접 자신에게 맞는 생태 밥상을 차릴 수 있는 정보를 모은 '밥상이 의사다(책장)'를 펴냈다.
(여성조선 글 이선정 사진 권영근(F1 Studio)
첫댓글 성격을 보면 양의 체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