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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보도 대국민 사과, 인력 감축할 것" 공언
KBS 이사회, 여권 이사 6명만 표결해 임명 제청
야권 5명은 퇴장…"무리수와 위법으로 점철 무효"
언론노조 "윤석열 꼭두각시 사장, 당장 물러나야"
KBS본부 "거수기 역할 서기석 이사장 즉각 사퇴"
민주 "총선 앞두고 KBS 집어삼키려 정말 노골적"
윤석열 정권에서 KBS 차기 사장으로 낙점됐다는 설이 오래전부터 파다했던 박민(60)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기어이 공식 내정이 되자 언론계 현업단체와 KBS 내부 구성원들이 들끓고 있다.
방송 문외한에 '윤석열 아바타'인 인물이 이대로 낙하산 사장이 될 경우 KBS가 어렵게 견지해오던 공영성이 급격히 파괴되고 정권 나팔수로 삽시간에 전락할 게 뻔하다는 위기의식이다. 이 때문에 박민 사장 임명 제청은 원천 무효이며 스스로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야권에서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KBS의 편파 보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며 인사청문회 검증 등을 벼르는 상황이다.
KBS 이사회는 13일 오전 임시이사회에서 표결을 거쳐 박 전 논설위원을 KBS 제26대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이사회가 KBS 사장 임명을 제청하는 공문을 인사혁신처로 송부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을 제출받은 때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
현재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국감 일정이 끝나는 오는 27일 이후에야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 이후 과방위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과정까지 남아있어 박 후보자는 빨라야 11월 초 정도에 사장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임기는 해임된 김의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2월 9일까지다.
KBS 이사회가 김의철 사장의 해임안을 의결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의 모습. KBS 이사회 관계자는 표결 결과 서기석 이사장과 이사 등 6명이 모두 찬성해 의결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야권 인사 5명은 해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2023.9.12. 연합뉴스
박 후보자는 1991년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을 지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2019∼2022년 제8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지냈고, 서울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관악언론인회 제12대 회장을 맡고 있다. KBS 외부 출신이 사장 내정자가 된 건 2003년 정연주 전 KBS 사장 이후 20년 만이다.
박 후보자는 미리 제출한 경영계획서에서 보도 및 시사 공정성 회복을 위한 혁신 방안으로 '취임 후 대국민 사과와 새로운 KBS 다짐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불공정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혁신 다짐'을 제시했다. 또 그는 '고연령 및 고호봉 인력 감축'을 하겠다며 수신료 분리 여파에 따라 인력 감축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안 등을 내세웠다. 사장에 취임하면 KBS에 어떤 파란이 일어날지 충분히 예견되는 대목이다.
이날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사 5명(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은 공모 절차가 무효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서기석 이사장과 이틀 전 보궐이사로 임명된 월간조선 기자 출신 이동욱 이사 등 6명이 사장 후보 임명 제청을 강행했고, 야권 이사들이 이에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여권 이사들만 남아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앞서 KBS 이사회는 사장 후보 공개모집에 응한 12명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거쳐 박 전 논설위원과 최재훈 KBS 부산방송총국 기자, 이영풍 전 KBS 신사업기획부장 3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이사회는 지난 4일 이들 세 사람 가운데 최종 후보를 정하기 위한 표결을 진행했지만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상위 득표자인 박 전 논설위원과 최 기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불가피해졌다.
이 과정에서 서기석 이사장이 결선투표를 이틀 뒤에 진행하겠다고 선언하자 야권 이사들이 당일 곧바로 투표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야권 이사들은 이때 결선투표가 이뤄지지 않아 이번 공모 절차가 무효화됐다며 재공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후 여권 측인 김종민 전 이사가 다음 날인 5일 사퇴했고, 결선투표 대상에 올랐던 최 기자도 같은 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박 전 논설위원이 단독 후보가 됐다.
KBS 이사회가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제26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한 13일 오후 KBS 본관 앞에서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사들이 최종 후보를 당초 예정했던 지난 4일 정하지 않아 공모 절차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재권, 류일형, 이상요, 김찬태 이사. 2023.10.13. 연합뉴스
야권 이사들은 이사회 직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 방송 KBS가 암흑기에 들어섰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며 "수신료 분리 징수와 KBS 2TV 민영화 등 공영방송 KBS에 적대적인 윤석열 정부가 '낙하산 사장' 내리꽂기로 KBS 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이번 사장 제청 과정은 박민 씨 한 사람만을 위한 비상식적이고 위법적인 무리수의 연속이었다"면서 "방송 문외한에다 경영 능력조차 전혀 확인받지 못한 박민 씨가 KBS 사장으로 제청된 것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대로 윤 대통령과의 친분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 이사들은 윤석열 정부와 여권 이사들이 군사 작전하듯 박민 후보자의 사장 제청을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분명한 위법 사실이 없는데도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를 해임한 뒤, 곧바로 적법하지 않은 온갖 사유들을 끌어모아 김의철 사장을 해임했다는 것이다. 사장 후보자 공모 마감 뒤 휴일을 제외하고 단 사흘 만에 서류 심사로 면접 후보자 3명을 압축, 최종 면접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데 대해서는 "졸속 그 자체"라고 규정했다.
특히 지난 4일 최종 면접을 실시한 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상위 득표자 2명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선언했던 이사장이 돌연 일방적으로 투표 중단과 연기를 결정하는 납득할 수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낙하산으로 지목된 후보가 여권 이사 내부의 이탈표로 과반 득표가 불확실해지자 표결을 무산시키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사 투표권의 명백한 침해이자, '10월 4일 투표를 통해 사장 후보자를 제청한다'는 사장 선임 규칙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박민 후보자는 서류 검증과 최종 면접 과정에서 허리 디스크로 군을 면제받은 이력과, 신문사 재직 시절인 2021년 편집국장을 마친 직후 3개월의 무급휴직 기간 동안 한 민간 기업의 비상임 자문역으로 15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논란이 됐다. 이에 이사회는 전체 의견으로 최종 면접 전까지 두 의혹 사항을 소명할 진단서 등 근거 자료를 제출할 것을 두 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박 후보자는 응하지 않았다.
야권 이사들은 "그런데도 이사장을 포함한 여권 이사들은 도덕성 검증 책무를 외면하고 표결 강행을 통해 박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면서 "박 후보자에 대한 검증 소홀 문제는 앞으로 진행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분명히 쟁점이 될 것이며, 관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여권 이사들은 큰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제26대 KBS 사장 제청 과정이 누더기나 다름없게 된 것에 대해 죄송함과 안타까움, 분노를 느낀다"고 전했다.
결론적으로 ▲비상식과 위법으로 점철된 박민 KBS 사장 제청은 무효다 ▲부당한 절차로 낙하산 사장 제청을 주도한 서기석 이사장은 이사장직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들은 '이사장 해임안'을 안건으로 오는 18일 임시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측이 13일 오전 KBS본관 2층에서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이동욱 보궐이사 임명 철회 요구'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M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이사회를 앞둔 오전 9시 30분 KBS본관 2층에서 '낙하산 사장 선임 반대, 이동욱 보궐이사 임명 철회 요구'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에서 "이번 사장 선임 절차는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야욕에 이사회가 적극 가담해 벌인 더러운 정치적 야합이나 다름없다.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며 "친윤 낙하산 사장 선임을 위해 거수기 역할을 자임한 KBS 이사회와 서기석 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성명을 발표하고 "공영방송 50년 역사를 더럽힐 윤석열 아바타 사장 임명 제청은 원천 무효"라며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답정너' 이사회였다"고 평가했다. 결선투표를 서기석 이사장 직권으로 중단한 데 대해 "여권 추천 이사 6명의 의견이 갈리자 박민 후보에 대한 이탈표가 나올 것을 우려한 반칙이자 꼼수였다"며 "게다가 김종민 이사가 사퇴하면서 여권 추천 이사의 과반표가 부족하게 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5·18 민주항쟁 왜곡에 앞장선 이동욱 씨를 서둘러 임명해 겨우 숫자를 맞췄다"고 짚었다.
또 "임명된 지 이틀밖에 안 돼 KBS 사정에 깜깜이인 이동욱 이사가 과연 사장 후보를 결정할 자격이 되는가? 누가 봐도 '친윤 사장'인 박민 후보를 옹립하기 위한 추태가 50년의 역사를 가진 공영방송에서 백주대낮에 벌어졌다"면서 "다음 주로 예상되는 김의철 전 사장의 해임집행정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박민 후보는 국회 청문회 문턱조차 넘지 못할지 모른다. 이토록 허술하고 급박하게 졸속으로 진행된 공영방송 사장을 과연 누가 인정하겠는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 이사회의 오늘 의결이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해체에 거수기로 전락한 치욕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앞세운 정실인사는 처음부터 자격 미달이며 임명 제청은 원천 무효다. 윤석열 꼭두각시 박민은 당장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논평을 내고 "박민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의 친분이 언급되며, 김의철 전 사장이 부당 해임되기 전부터 내정설이 공공연히 돌았다"면서 "공영방송과 연결고리가 없는 박민 후보자는 방송에 대한 전문적인 자질이나 능력 면에서 검증된 바 없다"고 단언했다. 민언련은 "박민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검열이나 다름없는 게이트키핑 강화, 공정성 확립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자·제작자 배제 등 KBS의 독립성을 지키러 온 것이 아니라 파괴하러 온 것임이 더욱 명백해진다"며 마찬가지로 사퇴를 주장했다.
11일 국회에서 정연주 전 방통심의위원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해직 방송 기관장'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9.11. 연합뉴스
야권도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애초부터 '친윤석열 정실 인사'인 박민 후보자가 낙점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민 후보자는 말도 안 되는 인사였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랜 관계, 막역한 사이라는 것을 빼고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수신료 분리 고지, 김의철 전 사장 해임에 이어 박민 후보자까지 KBS를 집어삼키고야 말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속내는 정말 노골적"이라며 "무대포 언론 장악의 끝은 윤석열 정권의 몰락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KBS의 공공성을 지킬 역량 있는 사장 후보 선출을 위해 도입했던 시민평가와 검증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고, 극우보수 인사까지 이사회에 앉히며 낙하산 사장을 내리꽂으려는 윤석열 정권의 의도는 분명하다"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 KBS의 비판 기능을 무디게 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것이다. 허수아비 낙하산 사장으로 언론을 장악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는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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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윤정권은 언제 끝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