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호(江湖)애 병이 깁퍼 듁님(竹林)의 누엇더니 ( 자연을 사랑하는 깊은 병이 들어 은서지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 관동 팔백리(八百里)에 방면(方面)을 맛디시니 ( (임금이) 800리나 되는 강원도 지방의 관찰사의 소임을 맡겨 주시니 ) 어와 셩은(聖恩)이야 가디록 망극(罔極)하다. ( 아, 임금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그지 없구나. ) 연츄문(延秋門) 드리다라 경회남문 바라보며 ( 경북궁의 서쪽 문으로 달려들어가 경회루 남문을 바라보며 ) 하직(下直)고 믈너나니 옥절(玉節)이 알픠 셧다. ( (임금께) 하직하고 물러나니, 임금이 내리신 관찰사의 신표가 행차의 앞에 섰다. ) 평구역 말을 가라 흑슈로 도라드니, ( 평구역(양주)에서 말을 갈아 타고, 흑수(여주)로 돌아드니 ) 셤강(蟾江)은 어듸메오, 티악(雉岳)이 여긔로다. ( 섬강(원주)은 어디인가, 치악산(원주)이 여기로다. ) 쇼양강(昭陽江) 나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 소양강(춘천)에서 흘러 내리는 물이 어디로 흘러간단 말인가? ) 고신(孤臣) 거국(去國)에 백발도 하도 할샤 ( 임금님 곁을 떠나는 외로운 신하가 백발도 많기도 많구나. ) 동쥬ㅣ 밤 계오 새와 북관뎡(北寬亭)의 올나하니, ( 동주(철원)의 밤을 간신히 세우고 북관정에 오르니 ) 삼각산 뎨일봉(第一峰)이 하마면 뵈리로다. ( 삼각산 제일봉이 웬만하면 보이겠구나. ) 궁왕(弓王) 대궐 터희 오쟉(烏鵲)이 지지괴니 ( 옛날 태봉국 궁예왕의 대궐터였던 곳에서 까막까치가 지저귀니 ) 쳔고(千古) 흥망(興亡)을 아난다 몰아난다. ( 천고의 흥망을 알고 우짖는 것인가, 모르고 우짖는 것인가 ) 회양(淮陽) 녜 일홈이 마초아 가탈시고. ( 회양이라는 네 이름이 (중국의) '회양'이라는 이름과 마침 똑같구나. ) 급댱유(汲長孺) 풍채(風彩)를 고텨 아니 볼거이고. ( 중국 '회양' 태수로 정치를 잘했다던 급장유의 풍채를 다시 볼 것이 아닌가? )
2. 영듕(營中)이 무사(無事)하고 시졀(時節)이 삼월인 제, (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때에 ) 화쳔(花川) 시내길히 풍악(楓岳)으로 버더 잇다. ( 화천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 행장(行裝)을 다 떨티고 셕경(石逕)의 막대 디퍼 ( 여행 장비를 간편히 하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어 ) 백쳔동(百川洞) 겨테 두고 만폭동 드러가니, ( 백천동을 곁에 두고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 은(銀)가튼 무지게 옥(玉)가튼 룡(龍)의 초리 ( 은 같은 무지개처럼, 옥 같은 용의 꼬리처럼 ) 섯돌며 뿜는 소리 십리예 자자시니, ( (아름다운 폭포수가) 섞이어 돌며 뿜어내는 소리가 십 리에까지 자자하니 ) 들을 제는 우레러니 보니난 눈이로다. ( 멀리서 들을 때엔 우레 소리 같더니, 가까이서 바라보니 온통 하얀 눈빛이구나. ) 금강대 맨 우층의 션학(仙鶴)이 삿기치니, ( 금강대 맨 꼭대기에 선학이 새끼를 치니 ) 츈풍(春風) 옥뎍셩(玉笛聲)의 첫잠을 깨돗던디, ( 봄바람에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에 첫잠을 깨었던지 ) 호의(縞衣) 현샹(玄裳)이 반공(半空)의 소소 뜨니, ( 흰옷, 검은 치마로 단장한 학이 공중에 솟아 뜨니 ) 셔호(西湖) 녯주인을 반겨셔 넘노는 듯. ( 서호의 옛주인과 같은 나를 반겨 넘나들며 노는 듯하네. ) 소향노(小香爐) 대향노(大香爐) 눈 아래 구버보고, ( 소향로, 대향로봉을 눈 아래로 굽어보고 ) 졍양사(正陽寺) 진헐대(眞歇臺) 고텨 올나 안잔마리, ( 정양사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 녀산(廬山) 진면목(眞面目)이 여긔야 다 뵈나다. ( 금강산의 참모습이 여기(진헐대)에서 다 보이는구나 ) 어와, 조화옹(造化翁)이 헌사토 헌사할샤. ( 아아, 조물주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 날거든 뛰디마나 셧거든 솟디마나 ( 날거든 뛰지 말거나 섰거든 솟지 말거나 할 것이지, 날고 뛰고 섰고 솟은 변화무쌍한 봉우리) 부용(芙蓉)을 고잣는 듯 백옥(白玉)을 믓것는 듯, ( 부용(연꽃)을 꽂아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아름다운 산봉우리여 ) 동명(東溟)을 박차는 듯 북극(北極)을 괴왓는 듯. ( 동해 바다를 박차는 듯, 북극성을 괴어 놓은 듯, 그렇게도 힘찬 기상의 봉우리여. ) 놉흘시고 망고대(望高臺) 외로울샤 혈망봉(穴望峰)이 ( 높도다 망고대여, 외롭구나 혈망봉이 ) 하늘의 추미러 므스 일을 사로리라 ( 하늘에 치밀어 올라가 무슨 일을 아뢰려고 ) 쳔만 겁(千萬劫) 디나도록 구필 줄 모로난다. ( 오랜 세월 지나도록 굽힐 줄을 모르느냐? (그 지조가 놀랍구나) ) 어와 너여이고, 너 가트니 또 잇난가. ( 아, 너(망고대, 혈망봉)로구나. 너 같이 지조가 높은 것이 또 있겠는가? ) 개심대(開心臺) 고텨 올나 즁향셩(衆香城) 바라보며, ( 개심대에 다시 올라 중향성을 바라보며 ) 만이쳔봉(萬二千峰)을 녁녁(歷歷)히 혀여하니, ( 만 이천봉을 똑똑히 헤아려 보니 ) 봉(峰)마다 맺혀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 봉우리마다 맺혀 있고 끝마다 서려있는 기운이 ) 맑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맑디 마나 (맑거든 깨끗하지 말거나,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거나 할 것이지, 맑고 깨끗함을 함께 지닌 산봉우리의 수려함이여.) 뎌 긔운 흐텨 내야 인걸(人傑)을 만들고쟈. ( 저 맑은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재(人材)를 만들고 싶구나. ) 형용(形容)도 그지업고 톄셰(體勢)도 하도 할샤. ( 모양도 끝이 없고 몸가짐새도 많기도 많구나 ) 텬디(天地) 삼기실 제 자연(自然)이 되연마는, ( 천지가 생겨날 때에 자연히 되었지만 ) 이제 와 보게 되니 유졍(有情)도 유졍할샤. ( 이제 와서 보게 되니 (천지창조에) 조물주의 뜻이 깃들어 있기도 하구나. ) 비로봉(毘盧峰) 샹샹두(上上頭)의 올라 보니 긔 뉘신고. (비로봉 정상에 올라가 본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인가? (저렇게 아득하니 아마 없을 것임) ) 동산(東山) 태산(泰山)이 어느야 놉돗던고. ( (비로봉을 바라보니,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네. 공자는 동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고, 태산에 올라서 천하를 작다고 했으니) 동산과 태산 중 어느 것이 높던가? ) 노국(魯國) 조븐 줄도 우리는 모라거든, ( 노나라가 좁은 줄 우리는 모르거늘 ) 넙거나 넙은 텬하(天下) 엇띠하야 젹닷 말고. ( 넓거나 넓은 천하를 공자는 어찌해서 작다고 했는가? ) 어와 뎌 디위를 어이하면 알 거이고. ( 아! 공자의 저 높은 정신적 경지를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 것인가? ) 오라디 못 하거니 나려가미 고이할까. ( 오르지 못하는데 내려감이 이상하겠는가? ) 원통(圓通)골 가난 길로 사자봉(獅子峰)을 차자 가니, ( 원통골의 좁은 길로 사자봉을 찾아가니 ) 그 알픠 너러바회 화룡(火龍)쇠 되어셰라. ( 그 앞에 넓은 바위가 화룡소가 되어 있구나 ) 천년(千年) 노룡(老龍)이 구비구비 서려 이셔, ( 마치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어 ) 듀야(晝夜)의 흘녀 내여 창해(滄海)예 니어시니, ( 밤낮으로 흘러내려 넓은 바다로 이어졌으니 ) 풍운(風雲)을 언제 어더 삼일우(三日雨)를 디련난다. ( 용아, 너는 풍운을 언제 얻어 임금의 은총을 백성에게 내려 주려느냐? ) 음애(陰崖)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사라. (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모두 살려 내려무나. ) 마하연(磨河衍) 묘길샹(妙吉祥) 안문(雁門)재 너머디여, (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 외나모 써근 다리 블뎡대(佛頂臺) 올라하니, ( 썩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 천심절벽(千尋絶壁)을 반공(半空)애 셰여 두고, ( (조물주가) 천 길이나 되는 절벽을 공중에 세워두고 ) 은하슈(銀河水) 한 구비를 촌촌히 버혀 내여, (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잘라내어 ) 실가티 플텨이셔 뵈가티 거러시니 (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었으니, (그렇게 십이폭포의 모습이 아름다우니 ) 도경(圖徑) 열 두 구비, 내 보매난 여러히라. ( 도경에 그려진 십이폭포가 내가 보기에는 여럿이구나 ) 니뎍션(李謫仙) 이제 이셔 고텨 의논하게 되면, ( 이백이 (<망여산폭포>에서 여산폭포를 극찬했는데), 이제 있어서 다시 의견을 나누게 되면 ) 녀산(廬山)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하려니. ( 여산폭포가 십이폭포보다 낫다는 말을 아마도 못할 것이다. )
3. 샨듕(山中)을 매양 보랴, 동해(東海)로 가쟈스라. ( 금강산중을 계속 보겠는가, 동해로 가자꾸나. ) 남여(籃輿) 완보(緩步)하야 산영누(山映樓)의 올나하니, ( 가마를 타고 천천히 산영루에 오르니 ) 녕농벽계(玲瓏碧溪)와 수셩뎨됴(數聲啼鳥)는 ( 눈부신 푸른 시냇물과 여기저기서 지저귀는 새울음소리는 ) 니별(離別)을 원(怨)하는 듯, ( 나와의 이별을 원망하는 듯하고 ) 졍긔(旌旗)를 떨티니 오색(五色)이 넘노는 듯, ( 깃발들은 서로 오색이 어우러져 넘노는 듯하고 ) 고각(鼓角)을 섯부니 해운(海雲)이 다 것는 듯. ( 북과 피리를 섞어 부는 것에 따라 바닷구름이 다 걷히는 듯 ) 명사(鳴沙) 길 니근 말이 취션(醉仙)을 빗기 시러, ( 밟으면 소리를 내는 모랫길에 익숙한 말이 취한 신선을 비스듬히 실어 ) 바다흘 겻테 두고 해당화(海棠花)로 드러가니, ( 바다를 곁에 두고해당화꽃밭으로 들어가니 ) 백구(白鷗)야 나디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난. ( 갈매기야 날아가지 말아라, 내가 네 벗이 될지 어찌 알고 날아가느냐 ? ) 금난굴(金蘭窟) 도라 드러 총셕뎡(叢石亭) 올라하니, ( 금난굴을 돌아 들어서 총석정에 오르니 ) 백옥누(白玉樓)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 마치 옥황상제가 사는 듯한 백옥루의 남은 기둥 네 개가 서 있구나 ) 공슈(工수)의 셩녕인가, 귀부(鬼斧)로 다다믄가. ( 공수가 만든 공작품인가? 조화를 부리는 귀신 도끼로 다듬었는가? ) 구타야 뉵면(六面)은 므어슬 샹(象)톳던고. ( 구태여 육면으로 만든 기둥의 벽은 무엇을 본뜬 것인가 ) 고셩(高城)을란 뎌만 두고 삼일포(三日浦)를 차자가니, ( 고성은 저만치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 단셔(丹書)는 완연(宛然)하되 사션(四仙)은 어데 가니. (사선이 남석으로 갔다는) 붉은 글씨는 바위에 뚜렷한데, 영랑, 남랑, 술랑, 안상은 어디로 갔는가) 예 사흘 머믄 후의 어디가 또 머믄고. ( 여기에서 사흘을 머문 후에 어디로 가서 또 머물렀던 것인가? ) 선유담(仙遊潭) 영낭호(永郞湖) 거긔나 가 잇난가. ( 선유담, 영랑호 그곳에나 가 있었던가 ) 쳥간정(淸間亭) 만경대(萬景臺) 몃 고데 안돗던고. ( 청간정, 만경대 몇 곳에 앉았던가 ) 니화(梨花)는 발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 배꽃이 벌써 떨어지고, 접동새가 슬프게 울 때, ) 낙산(洛山) 동반(東畔)으로 의샹대(義相臺)예 올라 안자, ( 낙산 동쪽 언덕으로 의상대에 올라 앉아 ) 일츌(日出)을 보리라 밤듕만 니러하니, ( 일출을 보려고 한밤중에 일어나니 ) 샹운(祥雲)이 집픠는 동 뉵뇽(六龍)이 바퇴는 동, ( 상서로운 구름이 피어나는 듯, 여섯 마리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 바다헤 떠날 제는 만국(萬國)이 일위더니, ( 바다에서 해가 떠날 때는 온세상이 흔들리더니 ) 텬듕(天中)의 티뜨니 모발(毛髮)을 혜리로다. ( 하늘에 치솟아 뜨니 가는 터럭도 모두 셀 수 있을 만큼 환하다. ) 아마도 녈구름 근쳐의 머믈셰라. ( 아마도 흘러가는 구름이 해 근처에 머물까 두렵구나 ) 시션(詩仙) 어데 가고 해타(咳唾)만 나맛나니. ( 내 심정과 같은 시를 읊은 이백은 어디 가고, 그의 시(등금릉봉황대)만이 남았느냐? ) 텬디간(天地間) 장(壯)한 긔별 자셔히도 할셔이고. ( 천지간에 굉장한 이야기가 그의 시에 자세히도 표현되어 있구나. ) 샤양(斜陽) 현산(峴山)의 텩툑을 므니 발와 ( 석양 무렵 현산의 철쭉꽃을 잇달아 밟아 ) 우개지륜(羽蓋芝輪)이 경포로 나려가니 ( 신선이 탄다는 수레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 십리(十里) 빙환(氷紈)을 다리고 고텨 다려, ( 십 리나 뻗어 있는 얼음을 다리고 다시 다린 듯한 잔잔한 호숫물이 ) 댱숑(長松) 울한 소개 슬카장 펴뎌시니, ( 큰 소나무에 둘러싸인 속에서 마음껏 펼쳐져 있으니, )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를 혜리로다. ( 물결도 잔잔하기도 하구나, 그 물 밑의 모래를 셀 수 있을 만큼 맑구나 ) 고쥬(孤舟) 해람(解纜)하야 뎡자(亭子) 우희 올나가니 ( 한 척의 배를 띄워 정자 위에 올라가니 ) 강문교(江門橋) 너믄 겨틔 대양(大洋)이 거긔로다. ( 강문교를 넘은 곁에 동해 바다가 거기로구나. ) 둉용(從容)한댜 이 긔샹(氣像), 활원(闊遠)한댜 뎌 경계, ( 조용하도다 이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여. ) 이도곤 가잔 데 또 어듸 잇단 말고. ( 이곳보다 아름다운 경관을 갖춘 곳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 홍장(紅粧) 고사(古事)를 헌사타 하리로다. ( 고려 우왕 때의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야기가 야단스럽다고 하겠구나. ) 강능 대도호(大都護) 풍쇽(風俗)이 됴흘시고, ( 강릉 대도호는 풍속이 좋구나. ) 졀효졍문(節孝旌門)이 골골이 버러시니, ( 효자, 열녀, 충신을 표창하는 붉은 문이 고을마다 널렸으니 ) 비옥가봉(比屋可封)이 이제도 잇다 할다. ( 집집마다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 시절의 태평성대가 지금도 있다고 하겠구나. ) 진쥬관(眞珠館) 듁셔루(竹西樓) 오십쳔(五十川) 모든 믈이 ( 진주관 죽서루 밑의 오십천 흘러내리는 물이 ) 태백산(太白山) 그림재를 동해로 다마 가니, (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가니 ) 찰하리 한강(漢江)의 목멱(木覓)의 다히고져. ( 차라리 그 그림자를 한강의 남산에 닿게 하고 싶어라. ) 왕뎡(王程)이 유한(有限)하고, 풍경(風景)이 못 슬믜니, ( 관리의 여행길은 유한하고, 풍경은 싫지 않으니 ) 유회(幽懷)도 하도 할샤, 객수(客愁)도 둘 듸 업다. (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구나, 나그네의 근심을 둘 곳이 없구나 ) 션사(仙사)를 띄워 내여 두우(斗牛)로 향(向)하살까. ( 신선이 탄다는 뗏목을 띄워서 북두칠성 견우성으로 향해 볼까? ) 션인(仙人)을 차자려 단혈(丹穴)의 머므살까. ( 사선을 찾으러 단혈이란 동굴에 머물러 볼까? ) 텬근(天根)을 못내 보와 망양뎡(望洋亭)의 올은말이, ( 하늘 끝을 끝내 보지 못하여 망양정에 오르니 ) 바다 밧근 하늘이니 하늘 밧근 므서신고. ( 바다 밖은 하늘이니 하늘 밖은 무엇인가 ) 갓득 노(怒)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대, ( 가뜩이나 노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였길래, ) 블거니 쁨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 물을 불거니 뿜거니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 은산(銀山)을 것거 내여 뉵합(六合)의 나리는 듯 ( 마치 은산(파도)을 꺾어 내어 온세상에 흘러내리는 듯 ) 오월(五月) 댱텬(長天)의 백셜(白雪)은 므스 일고. ( 오월 하늘에 백설(포말)은 무슨 일인가 )
4. 져근덧 밤이 드러 풍낭(風浪)이 뎡(定)하거늘, ( 어느덧 밤이 깊어 물결이 가라앉아서 ) 부상(扶桑) 지척(咫尺)의 명월(明月)을 기다리니, ( 해뜨는 곳 가까운 곳에서 떠오를 명월을 기다리니 ) 셔광(瑞光) 쳔당(千丈)이 뵈는 듯 숨는고야. ( 상서로운 달빛이 구름사이로 보이다가 이내 숨는구나 ) 쥬렴(珠簾)을 고텨 것고 옥계(玉階)를 다시 쓸며, ( 구슬로 만든 발을 다시 걷어 올리고 층계를 다시 쓸며 ) 계명셩(啓明星) 돗도록 곳초 안자 바라보니, ( 샛별이 돋아나도록 꼿꼿이 앉아서 명월을 바라보니 ) 백년화(白蓮花) 한 가지를 뉘라서 보내신고. ( 연꽃 한 가지(달)를 누가 보내셨는가 ) 일이 됴흔 세계(世界) 남대되 다 뵈고져. ( 이렇게 좋은 세상을 남들에게 다 보여주고 싶구나 ) 뉴하쥬(流霞酒) 가득 부어 달다려 무론 말이 ( 좋은 술을 가득 부어 달에게 묻는 말이 ) 영웅(英雄)은 어디 가며 사선(四仙)은 긔 뉘러니, ( "영웅은 어디 갔으며 사선은 그들이 누구이더냐" ) 아모나 만나보아 녯 긔별 뭇쟈하니, ( 아무나 만나 보아 옛소식을 묻자 하니 ) 션산(仙山) 동해(東海)예 갈 길도 머도 멀샤. ( 선산 동해에 갈길이 멀기도 멀구나. ) 숑근(松根)을 볘여 누어 픗잠을 얼픗 드니 (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서 선잠을 얼핏 드니 ) 꿈애 한 사람이 날다려 닐온 말이, ( 꿈에 신선이 나타나 나에게 이르는 말이 ) 그대를 내 모라랴, 샹계(上界)예 진션(眞仙)이라. ( "그대를 내가 모르겠는가, 그대는 하늘나라에 살았던 신선이라 ) 황뎡경(黃庭經) 일자(一字)를 엇디 그릇 닐거 두고 ( 황정경 한 글자를 어찌 잘못 읽어 ) 인간(人間)의 내려와셔 우리를 딸오난다. (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 잠깐만 가지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 븍두셩(北頭星) 기우려 챵해슈(滄海水) 부어 내여, ( 북두칠성을 술잔으로 삼아기울여서 창해수를 술로 삼아 부어 내어 ) 저 먹고 날 머겨늘 서너 잔 거후로니 ( 저 먹고 나에게 먹이거늘, 서너 잔 기울이니 ) 화풍(和風)이 습습(習習)하야 냥액(兩腋)을 추혀드니, (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쪽 겨드랑이를 추켜드니 ) 구만리(九萬里) 댱공(長空)애 져기면 날리로다. ( 높고 아득한 하늘에 왠만하면 날 것 같은 기분이로다. ) 이 술 가져다가 사해(四海)예 고로난화, ( " 이 술을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고루 나누어 ) 억만창생(億萬蒼生)을 다 취(醉)케 맹근 후의, ( 모든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 잔 하쟛고야. ( 그때 다시 만나 또 한 잔을 하자꾸나 " ) 말 디쟈 학(鶴)을 타고 구공(九空)의 올나가니, ( 이 말이 끝나자 신선이 학을 타고 높고 아득한 하늘로 올라가니 ) 공듕(空中) 옥쇼(玉簫) 소리 어제런가 그제런가. ( 공중에서 들려오는 옥피리 소리가 어제인지 그제인지 모르게 아득히 들려오는구나 ) 나도 잠을 깨여 바다흘 구버보니, (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 기픠를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 깊이를 모르니 그 바다 끝을 어찌 알겠는가 ) 명월(明月)이 쳔산만낙(千山萬落)의 아니 비쵠 데 업다. ( 명월이 온 산과 촌락에 비치지 않은 곳이 없구나 ) - <송강가사> - |
◆ 관동팔경 : 강원도 동해안의 여덟 군데의 명승지
( 청간정, 경포대, 삼일포, 죽서루, 낙산사, 망양정, 총석정, 월송정 또는 시중대 )
◆ 갈래 : 가사(양반가사, 기행가사, 정격가사(마지막 구가 시조의 종장과 유사) )
◆ 연대 : 선조13년(1580년), 작자가 45세 때
◆ 문체 : 가사체, 운문체, 화려체
◆ 사상적 배경 : 유교의 충의사상과 도교의 신선사상
◆ 표현상 특징
㉠ 3·4조 4음보의 율격 사용, 결사의 마지막은 시조의 종장과 같은 3 · 5 · 4 · 3의 음수율이 사용됨.
㉡ 표기는 숙종때의 표기이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활용함.
㉢ 공간의 이동에 따란 화자의 정서 변화가 보이며, 작자의 호탕한 기상이 드러남.
㉣ 영탄법과 대구법의 묘를 살렸고, 적절한 생략법의 구사로 문장의 멋을 살림.
㉤ 경치의 객관적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작가 자신이 자연에 몰입하여 새로운 시경과 시상을 창조함.
㉥ 자연물을 인간의 삶에 적용시켜 주관적으로 변용함.
◆ 출전 : 송강가사 이선본(1690)
◆ 영향 관계
경기체가 안축의 <관동별곡> → 가사 백광홍의 <관서별곡> → 정철의 가사 <관동별곡>
(1330년) (1556년) (1580년)
◆ 의의 : 서정적인 기행가사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승화시킨 가사임. 과감한 생략과 압축을 통해 리듬감과 박진감을 줄 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음.
◆ 주제 : 관동 지방의 절경과 풍류 및 연군・애민의 정
◆ [관동별곡]에 나타난 함축적 의미
㉮ 금강산 유람 ⇒ 위정자로서의 책임감 속에서 사유 <갈등>
㉯ 동해 유람 ⇒ 인간 본연의 모습 발견과 개인적 욕구 <갈등>
㉰ 밤중의 꿈 ⇒ 인간의 양면성이 공존하는 자리 <해소>
※[관동별곡]은 기행문이면서 동시에 인간 본연의 갈등을 표출해서, 인간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 송강 가사에 대한 평가
① 이수광의 지봉유설 : 아국가(我國家).., 정철소작최선(鄭澈所作最善)…, 성행어후세(盛行於後世)
② 홍만종의 순오지 : …… 신악보지절조야(信樂譜之絶調也)
③ 김만중의 서포만필 : 송강 관동별곡 전후미인가 내아동지이소 자고좌해 진문장 지차삼편(松江 關東別曲 前後美人歌 乃我東之離騷 自古左海 眞文章 只此三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