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리(攝理)- 詩; 조영수
강은 제 길을 찾아 흘러 보내야
바다와 몸을 섞을 수 있고
나무는 꽃향기를 멀리 보내야
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답니다
새는 하늘을 멀리 벗어나야
푸른 잎 가득한 숲과 만날 수 있고
품고 있던 마음을 버릴 줄 알아야
따뜻한 이웃을 만날 수 있답니다
만남의 첫 걸음은 어디 부터이고
헤어짐의 끝자락은 어디까지인지
일러주지 않고 몸짓만 뒤채는 강은
멈춤이 없어야 길을 찾을 수 있답니다
세상 안과 밖을 휘돌아 가는 물길은
제 모습 잃지 않고 흐르면서도 고요하고
고요하면서도 흐름을 멈추지 않아야
지긋한 이름 하나 얻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