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대 남자의 일생
베타보이로 자라, 찌질남으로 살다,
왕따 가장으로 . . . . 이 시대 ‘남자의 일생’
'남성 퇴화 보고서''남자의 종말''내 남자의 사생활'
모두 올해 출간된, 남성의 위기를 다룬 책들이다.
성대결의 결과는 이미 뒤 집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적인 특성이 유리한 시대라는 게 중론.
유연함과 소통이, 목표가 아닌 관계가 우선인 시대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불행 끝, 행복 시작’과는 거리가 있다.
바람직한 균형을 기대했건만, 현재까지는 적응에 실패한
남자의 뒷걸음질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이는 ‘승자’로 보이는 여성에게도 재앙이다.
아들을 키우고 뒤처지는 배우자를 이끌어야 하는
수고가 더해졌기 때문에 ‘진정한 독박’이라는 푸념도 터져 나온다.
남성의 위기가 세대별로 어떻게 표출되는지 살펴보았다.
과도한 남성성이 일종의 장애가 되는 시대다.
여성에 비해 학교에서의 적응도 더디고,
늙어서는 요양원 입소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여성을 돌보는 것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바뀐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 남성을 위한 책이 요즘 봇물이다.
출판 관계자들은 “10여 년 전 30대 여성을 위한
처세술 책이 쏟아졌던 것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꾀하는 남성들이 늘었다는 신호다.
남성의 고난은 초등학교 교실, 취업전선 등에서 일찌감치 시작된다.
“아들 키우다 미쳐버릴 것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회사원 김모(40·여)씨는 매일 저녁 속이 터진다.
“책을 펼쳐놓고 10분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그런데 닌텐도를 하거나 놀 때는 몇 시간씩 화장실도 안 간다.
도대체 왜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김씨는 자기 할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딸 키우는 엄마들이 부럽기만 하다.
김씨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검색 엔진에 ‘아들 키(우기)’까지 넣으면
연관 검색어로 ‘아들 키우다 미쳐버릴 것 같아요’가
제일 먼저 뜬다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김씨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선
여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월등하게 좋다.
수준별 학습을 하는 영어 수업의 최상급반은
사실상 여자반이다. 12명 중 3명만이 남학생이다.
“남자 아이들은 오래 집중을 못하고 성적이
떨어져도 크게 상심하거나 자존심 상해하지 않는다.
반면 여자 아이들은 대체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해내는 습관이 몸에 배 있다.”
김씨의 말이다.중학교 교사인 이지영(39·여)씨는
“남녀 학생의 차이를 학생 생활 지도에서 느낀다”며
“여학생들과 달리 남학생의 경우 단순하고 명확하게 말한 뒤
이걸 복창하게 해야 제대로 이행한다”고 말했다.
학업 성취도에선 여학생들보다 남학생의 편차가 훨씬 크다는 것도 특징이다.
전교 1, 2등은 남학생이지만 그 외 상위권은 대부분 여학생이 차지한다.
대신 비행, 폭력, 게임 중독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거의 남학생이다. 상당수가 베타보이로 자란다는 말이다.
베타보이란 공부에서 알파걸에 밀리고 심리적으로 나약한 남자를 뜻한다.
현행 학교 시스템이 남자 아이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보다 움직임이 크고 활동적이다.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억제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학교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언어 능력이 발달한 여자는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반면
체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남자는 몸이 묶인 기분을 느낀다.
아들을 둔 학부모들은 이 때문에 남녀공학을 기피하려고
이사를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남녀공학에선
남학생이 ‘바닥을 깔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교사의 여성 편중도 아들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국 초·중·고 남녀 교사의 비율은
각각 56%와 44%로 남자 교사가 많았지만,
97년을 기점으로 여교사 수가 남교사를 앞질렀다.
지난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은 76.2%이며, 전체 여교사 비율은 65%에 달한다.
초식남 혹은 찌질남
취업 전선에서 남성 지원자들이
이미 ‘소수자’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학교 성적, 영어 성적 등 일반적인 스펙, 필기시험 성적, 면접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기술 등 수치로 드러나는 항목은 모두 여성이 월등하게 좋다.
남성 지원자에게 유리한 것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을 것”이라는 막연히 기대뿐이다.
A공기업의 인사 실무자인 최모(38)씨는 매년 성비를 맞추기 위해 고심한다.
최씨는 “필기 전형에서 여성이 합격자의 60%를 넘긴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고,
요즘엔 면접 성적도 훨씬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담당자들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자 직원이 좀 더 뽑힐 수 있도록 애쓴다”고 귀띔했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최종 면접관인 임원에게 미리 언질을 해 ‘불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최씨는 “인사 실무자들이 노력을 해도 지난 하반기 채용 때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이 과반을 넘어 뒷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취업과 진학에서 어려움을 겪는 남성이
훨씬 먼저 등장한 미국은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남자의 종말'의 저자 해나 로진에 따르면 미국 사립대는 남성들을
이미 사회적 약자로 여기고 암암리에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을 실천한다.
백인 남성의 권력 독점을 무너뜨리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남성의 진입을 위한 통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 상담 교사는 중성적인 이름을 가진
남학생들에게 “남자다움을 강조하거나,
운동 실력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을 것”을 조언한다.
여성이 약진하는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남성의 전략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개조 혹은 현실 회피다.
‘화장하는 남성’ ‘초식남’의 등장은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은 최선을 다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있는 셈이다.
남성 주도적 사회에서 여성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를 입었던 것과 다르지 않은 현상이다.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분노로 표출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남성의 부진을 분노로 풀어내는
남성연대의 활동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2008년 만들어진 이 단체는 여성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한다.
단체의 자유게시판은 여성이 저지른 범죄,
여성가족부와 여성을 향한 욕설로 도배돼 있다.
상식적인 기준에서 이해하기 힘든 화법을 구사하지만,
적어도 온라인에서의 호응도는 만만치 않다.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성재기씨는
‘상임대표 성재기의 찌질한 변명’이라는 단체 소개글을 통해
“한국 여성 10명 중 3명은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또 “한국 여성의 높아진 눈높이에 달하지 못하는 평범한
남성”을 위해 국제 결혼을 주선하는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소외된 아버지
“엄마=행복하고 고맙고 날 기다리는 사람 vs 아빠=밉고, 싫고 날 힘들게 하는 사람”
다음소프트가 분석한 트위터에 나타난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미지다.
권미경 다음소프트 이사는 “어머니, 아버지 연관 감성을 비교해 보니
어머니는 ‘행복하다’ ‘고맙다’ ‘기다리다’와, 아버지는 ‘밉다’ ‘싫다’ ‘힘들다’와 같은 단어와
연관된 비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뿐만이 아니다.
아버지를 언급한 비율은 어머니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권 이사는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트위터에 올라온
‘엄마와 전화하다’와 ‘아빠와 전화하다’를 비교해 보니
엄마(15만1453건)가 아빠(6만7571건)보다 2.2배 높았다”며
“어머니와 접촉하고 일상생활에서 소통해야 할 일이
아버지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은퇴로 한 차례 충격을 받는 중년 남성은
자신이 가정에서도 더 이상 쓸모없어진 것을 깨달으면서 좌절한다.
어머니가 지배하는 가정에서 경제력을 상실한 아버지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김모(64)씨도 ‘자리가 없어진’ 남편 중 하나다.
김씨는 최근 처가 쪽 식구들과 모여 밥 먹는 자리에서
아내(63)가 “가게에 가서 맥주 좀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켜 충격을 받았다.
“우리 집 아이들이 있고, 조카들도 다 보고 있는데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싸울 수도 없어 참았다”고 말했다. 그가 참은 가장 큰 이유는
외손자의 돌잔치에서 사진을 너무 오래 찍는다고 싫은 소리를 했다가
크게 싸운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동차 뒷좌석에
손자들의 카시트 두 개를 채우니 자리가 없다며 택시 타고 오라고 할 때가 있는데,
정말 스스로 짐처럼 여겨졌다”고 한탄했다.
김씨가 최근 겪은 사례는 아버지의 권위 상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아내는 경제권을 쥐고 있고, 운전도 잘하고, 살림에도 능하다.
반면 김씨는 가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집에 있으면 세 끼 밥을 차려줘야 하는 ‘삼식이’로 전락한 존재다.
이의수 남성사회문화연구소장은
“베이비부머가 퇴직을 시작한 2년 전부터
집에서 겪는 괴로움을 호소하는 상담자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호소는 “직장에서 밀려난 후
집에는 내 자리가 없고, 아내는 무섭다”로 요약된다.
아버지 없이도 집안이 돌아가게끔 탄
탄한 기반을 닦아놓은 아내의 말에 따라야 하는데,
그대로 따르기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이런 내면의 갈등은 종종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소장은 “여성이 겪는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관은 흔한 반면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는 남자들이 찾을 곳은 매우 적다”며
“이들을 돕기 위한 전문적인 기관 설립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자는 1만 년간 겪어온 일...남자들, 패닉에 빠질 것 없어”
통섭의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분석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개미제국의 발견' 등을 쓴
최재천(58·사진)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여성시대’를 일찌감치 예언한 학자 중 하나다.
저서'여성시대에는 남성도 화장을 한다'(2003)에서
그는 “유연성과 감성, 다양성이 21세기 문화코드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요소를 두루 갖춘 여성적 가치가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썼다.
12일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현재의 여성우위 현상에 대해
“그동안 남성 쪽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던 힘의 균형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의 위기’라는 지적에 공감하나.
“위기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본다.
21세기는 여성들이 제자리를 찾는 시대가 될 거다.
사실 남성이 주도권을 잡은 건 현생 인류 25만 년 역사에서 최근 1만 년밖에 안 된다.
수렵·채집 시절엔 그렇지 않았다. 사냥은 힘센 남자가 했지만 허탕 치는 날이 많았다.
여자가 채집하는 먹거리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더 많았다. 남성의 발언권이 세지 않았던 거다.
농경시대가 되면서 달라졌다. 농사가 워낙 고달픈 노동이다 보니
남자 역할이 커졌고 남자는 수확물을 곳간에 쟁여 열쇠를 차지했다.
산업혁명 이후 한참이 흐른 지금은 두뇌와 정보력, 네트워킹 능력,
공감 능력 등이 필요한 산업이 주력이 됐다. 여성이 눌릴 이유가 없다.
'제1의 성'을 쓴 인류학자 헬렌 피셔 같은 학자는
“21세기엔 경제권도 여성이 가져간다”고 단언할 정도다.
그동안 눌려 있던 여성의 능력이 시대 변화와 더불어 드러났을 뿐이다.
남자들은 패닉에 빠질 것 없다. 여자들은 지난 1만 년 동안 겪어온 일이니까.”
-사회생물학, 즉 남녀의 유전자 차이로 남자의 위기를 본다면.
“유전자도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거지,
유전자가 다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포유류 암컷과 수컷의 성염색체는 XX와 XY로 다르다.
XY는 XX에서 한 부분이 떨어져나간 거다. 이 모자란 부분 때문에
남성이 특정 질병에 여성보다 훨씬 취약하다는 걸 수많은 의학 자료들이 보여준다.
암컷 쥐와 수컷 쥐를 똑같이 굶기면 수컷이 훨씬 먼저 죽는다.
진화론으로 얘기하면 암컷은 새끼에게 젖을 먹여야 하니
에너지를 축적·관리해 적절히 쓰는 능력이 발달한다.
그럴 필요가 없는 수컷은 에너지를 한번에 확 써버리는 습성이 있다.
인간 수명이 짧았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특성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남성이 예전엔 노출될 필요가 없던 일에
자꾸 노출되니 적응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환경 변화에 남성의 적응력이 더 떨어지는 이유를 좀 더 설명해 달라.
“속성의 차이가 있다. 수컷은 무모한 동물이다.
수컷의 목표는 어떻게든 암컷의 선택을 받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물려주는 거다.
암컷은 그 유전자를 받아 잘 키워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지향적이다. 이런 특성이 요즘처럼
취업에서 성적을 중요시하는 상황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습 태도·학교 생활 등을 고려해 다면평가를 하는
요즘 추세에선 여학생을 따라가기 힘들다.
정규분포곡선을 그려보면 수컷은 변이의 폭이 굉장히 크고,
암컷은 평균 주변에 몰려 있는 식이 된다.
대체로 우수한 성취를 보이는 비율은 여자가 높지만
아주 뛰어난 두뇌가 나오거나 흉악한 범죄자가 나올 확률은 남자가 더 높다는 얘기다.
미국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하버드대 총장 시절
“여자는 태생적으로 남자보다 수학·과학을 못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서머스는 남녀차별주의적 발언을 한 게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본 것이었다.”
-실제로 우수한 여학생이 많아진 걸 체감하나.
“남녀공학 두 군데, 여학교 한 군데에서 강의를 해봤다.
경험상 여학교 학생들이 제일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남녀공학에선 남학생들이 대개 C학점이나 D학점을 받으니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웃음). 반면
여학교는 거의 전원이 열을 올려 공부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성적대로 뽑다 보면
남자 수가 너무 적어진다’며 일부러 남자를 배려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우리 사회도 선발 기준을 바꾸든지
남자를 위해 쿼터를 두는 식으로 가지 않겠나. 인위적 조작이라고만 볼 게 아니다.
다양성을 위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소수자 배려)이 흑인과 여성을 배려했듯 말이다.”
-여성이 육아와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에선
여성우위가 실감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맞다. 그래서 능력 있는 여성들이 많아지는
21세기엔 저출산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제로’가 된다 해도 놀랄 게 없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머리 좋은 여성이라면
지금 같은 육아환경에서 아이를 낳을 이유가 없다.
일하는 데 불리하고 승진에 불리하고 삶도 고달프다.
그래서 나라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하는데
초점을 지금처럼 여성한테만 맞춰선 안 된다.
육아휴직을 남자도 쓰게 해야 한다.
육아는 남녀 공통의 몫이란 인식이 퍼져야 저출산 문제가 풀린다.
임신·출산도 고통스러운데 육아 부담도 여성 혼자 지게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
첫댓글 남자이기에 겪는 하나의 시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