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숭실고등학교 다닐 80년대 중반 무렵에 난 친구의 꼬임으로 학교 인근 교회가 갔더랬다. 당시 날 꼬셨던 친구넘은 고2임에도 교회에서 기타로 찬양을 리드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그해 여름 1박 수양회를 갔던 일영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중고딩들이 둥그렇게 앉아 노래를 불렀고 걔는 기타를 쳤다. 쓰파 근데 내가 짝사랑하던 예일여고 최모양이랑 또 한 명의 동명여고 교회 공식 퀸카가 걔 양옆에 다가가 앉아 찬양곡 책을 펴준다. 이제 자극 받은 난 계주에게 갔다주라는 엄마 곗돈을 뽀리까서 낙원상가 가서 기타 하나를 호기롭게 장만하여(승낙보다 용서가 빠른 법) 가장 만만한 서유석의 '가는세월'부터 어설피 치며 독학하기에 이른다. "고3때는 내가 반드시 수양회 가서 양 옆에 여자를 끼고 기타를 잡으리라!"란 다짐은 의외로 큰 에너지를 끌어올려 손끝에 딱지가 여러번 앉기를 반복 나의 기타 실력을 일취월장했고 코드보다 어려운 주법도 다양하게 마스터 하였다. 결국 난 고3때 예배 전 찬양곡 시간대에 불려나가 기타를 퉁겼고 수양회때 마침내 내 옆에 중딩이긴 하지만 ㅠ 여자 둘이 책을 펴주게 되었으니.
아 그러던차에 대학입시가 다가오고 난 반드시 대학가서 그룹사운드를 결성하여 대학가요제에 나가기라 다짐했다. 대학가요제의 미끼는 고딩때 양 옆 여자들 앉히는 것보다 더 큰 자극을 주어 열공한 끝에 난 무사히 대학에 합격했고 경영학과 안에서 일단 보컬과 베이스 드럼 등 멤버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몇몇이 의기투합되어 합주도 좀 하고 하던 차에 신입생 서클 모집을 곳곳에서 했고 나랑 베이스랑 대학가요제를 가고자 하는 목적으로 노래 서클을 들어갔다. 그런데 첫 환영회식때 쓰파 막걸리 파도타기를 열라 시키더니 서클 회장님이 일어나 이렇게 외치는거시다. "동지여! 자 이제 우리 신입동지들도 왔는데 다같이 건배하고 가열차게 노래 하나 부릅시다!" 이어진 노래 "최촤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또 이어진 노래 "살리고~ 살리고~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한 손을 하늘로 뻗치면서 이러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아니 동지라니? 가열차게 라니?" 언어와 손동작이 왜 이래?" 그러더니 양 옆 선배들이 노래운동을 통해 민중을 계도해야 한다는 등 '민중과 지식인'과 '해방 전후사의 인식'을 읽으라고 권장했다. 곧이어 어디선가 회식을 하던 탈춤서클 몇몇이 꽹가리와 장구를 들고 나타나 "다시 학교로 가즈아~"라고 외치더니 우르르 학교로. 밤 10시가 됐는데 잔디밭에서 막걸리 사다놓고 꽹가리 장구와 노래가 어우러지길 어려번, 난 전사하고 집에와 쓰러졌다. 우리 멤버 베이스는 그날 이후 서클에서 도망가고 난 그들에 포섭(?)되어 연합집회 공식 세션맨이 되었고 ㅜ 나의 특기는 하이코드를 잡고 투쟁가 전주인 "자자자잔 자자자잔"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인데 이것은 거의 내가 지존이다. 물론 나보다 더 잘치는 선배들이 얼마나 많으랴만은 투쟁가의 강력한 소리와 주법은 내가 전대협 노래패를 평정했다. 쓰파 뿌듯하다. ㅎㅎ
전두환은 물러나고 이기자 수색대대를 어찌하여 가게 됐는데 거기서도 간간이 기타를 퉁기긴 했지만 군생활이 하도 고되어서 그냥저냥 내 주특기를 살려 고참들 연애 상담이나 해주고 밤에 라면을 얻어먹곤 했는데. 낭중지추라 했던가! 상병을 달고 4주간 특공훈련을 마치고 부대 복귀하여 10일 휴가를 앞두고 있었는데 인사계가 다정하게 날 부른다. "**아 너 휴가 연기해야겠다." "네? 왜요?" "알다시피 일주일후에 부대 회식이 있잖냐. 그때 반주자가 없는데 정** 상병이 기타를 널 추천하더라고" 쓰파 여친 못본지 6개월도 넘어가는데 ㅠ 휴가 연기라니? 정신이 아득했지만 까라면 까야지. 그리고 고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삼청교육대 교관까지 지내신 인사계님의 지시 아니던가! 그날부터 일과 후 조립식 막사 한귀퉁이에서 드럼 베이스 기타 셋이 그룹사운드를 결성하고 부대 회식때 할 곡들을 선정하여 연습에 들어갔다. 뭐 당시 군바리들이 좋아하는 노래야 뻔하지 일단 윤수일 '아파트' 하나 때려주고!
난 제대해서도 과 멤버들과 다시 의기투합하여 대학가요제를 나가기로 하고 사당동 합주실까지 구해서 맹 연습을 하였지만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결국 난 MBC 대학가요제 무대가 아닌 '호헌철폐 독재타도'의 연합집회에서 군대 회식에서나 기타를 퉁겼으니 아! 내 팔자가 기구하다. 지금은 노쇠하여 음주가무에만 천착하면서 연주보다는 노래방 음원에 맞춰 가끔씩 예전 대학가요제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얼마전엔 휘버스의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을 불렀는데 딱 내 타입의 노래이다.
그렇다고 내가 꿈을 접고 과거 얘기만 하는건 아니다. 내 우리 딸 둘에게 공약 한 바, 60살 넘어서 뮤지컬 배우 될거라 했고 지금 술 자중하고 몸 만들기 들어갔다. 으흐흐~ 군대 흑역사 사진 두개 투척해 볼랍니다. 좋은 하루들 되세요 ㅠ
첫댓글 멋집니다~
사진보니 옛날생각 나네요 ^^
저두 군대에서 밴드,, 쿨럭 쿨럭
여기 벤동 에 숭실후배님이 계셨네요..
전 79년졸업 후암동시작 62회졸업(평양81회)입니다.
후배님 반갑습니다.
ㅎㅎ 반갑습니다. 선배님. 저는 은평구 신사동~
아~~ 2학년때 전방입소 훈련 이기자 부대 갔었어요. ^^
앗
숭실중 충암고입니다
숭실고면? 광주요?
무등산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무엇이 두려우냐 출정하여라~~~~~~<==앗 여기서 이라믄 안되는데.흐흐.
제가 88년에 고딩어가 됐으니. 몇해 선배시겠네요.
아 전 숭실은 아닙니다.
근데 대학은 묘하게 선배이실것 같다는... ㅡ. .ㅡ
서울에 있는 숭실고입니다.^^ 신성우랑 동창이고 김태원이 숭실고 야간 나왔고 이승철이 숭실 옆 대성고 제 동생은 윤석렬 나온 충암고 나왔지요. 불광천을 낀 학교에 딴따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흐흐.
@늘푸르른 영등포 지역의원 김민석도 동문입니다.
@늘푸르른 그렇군요^^서울.. 광주에도 숭실중.고가 있죠, ^^
메탈리카 잉위맘스틴 본조비 등 곡들 수집하던 고딩때, 헤비메탈 잡는 밴들 형들 보면 그냥 우와~~ 했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늘푸를님 제대후 머리를 장발로 기르셨다에 참기름 한병 겁니다. 키도 크고 훈남이셔서 휘익~ 넘기면 아주 그냥~~~ ㅋㅋ ㅎㅎ
투쟁~ 영원한 투쟁, 너는 나의 동지~~ 이기자 부대 작년에 해체되었죠. 안녕 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