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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알파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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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 스크랩 지태에서 강북 5산으로
푸른공작 추천 0 조회 536 11.05.24 10:22 댓글 24
게시글 본문내용

 

 

 

 

우르릉 " 버언~~ 쩍!!"

지태 출정의 새벽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이제 막 신혼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새댁 봄 아줌마의 히스테릭한 빗줄기 부터 시작했다.

 

꽃 그늘 아래서

하루가 천상의 꿈이 되고 마는 오월은

희디흰 기품의 여인 목련마져 못내 벌 나비의 사랑을 받아들여

한 잎씩 꽃잎 떨구고

철쭉은 처녀의 발그레한 도화빛 입술처럼 예뻐진채

고혹적인 향기와

사랑의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봄이 오면 쌀쌀한 바람에 고개 숙인채 말이 없던 산하가

피어나는 꽃과 연초록 새순들의 간지러움에 살풋이 눈을 뜨게 된다.

부드러운 햇살을 만나 신음을 "흐윽~~!" 터뜨리고

따스한 온기에 부풀은 몸은 코발트 빛 하늘로 쭈욱 쭉 다가서고 싶어 한다

 

생명은 태양의 시선에 파릇한 기지게를 펴고

저 너머 기다리던 님을 혹시 만나지 않을까 하며

바람에 흔들거리는 풀잎처럼 살랑 거린다.

 

존재하는 것들은 사랑을 하려하고, 사랑의 꿈에 젖고 싶어한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만나 환희의 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사랑이다.

빛이 하나의 존재를 우주적인 신비로 변모 시키고

작은 하나가 아닌 모두의 하나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마법의 전류가 흐르게 한다.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여지는 " 씨알" 에서

지구의 주인으로 성장한 인간은

존재계의 어느 누구 보다도 사랑을 필요로 하고 사랑 속에서 살고 싶어 한다.

 

보통은 이성의 사랑이 보편적이지만

본능의 자력에서 벗어난 인간은

육신을 넘어서는 초월적인 의식의 자력과 만나려 한다.

 

그 삼차원 시공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영혼의 갈구가

지리산 태극의 길을 가라 말 하였다...

 

 

 

================================================

 

 

"허억 헉~~!!" 벌목봉으로 오르는 급경사 오름길에서

뒤따라 오르는 대원들의 숨소리가 거칠게 들려 왔다.

 

 

자신의 능력을 확인 하고 싶은 산꾼 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지리산 태극종주

강인한 의지와 체력을 겸비한 13인의 태극 종주대는

덕산 들머리를 통하여 한적하고 평화로운 봄빛이 완연한 수양산을 지나

가파른 벌목봉을 오르고 있었다.

 

모두들 지태에 대한 기다림이 얼마나 컸던지

그리고 그 고행과 인고의 길에서 끝까지 완주 하고 싶은 욕구가 얼마나 컷던지

산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리산 야생의 동물처럼 걸어간다.

 

영준대장을 선두로

올해 삼태극 완주 목표를 세운 처복이 너무 많으신  강철의 산악인 설악님

단순 하지만 사나이의 매력이 넘치는 하라야님이 2번 3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어가고

 

오랜 고민 끝에 참석을 결정한 선한 소년 그니님

백두대간 종주대의 명예를 걸고 참석한 신선하고 발랄한 매력의 종주꾼 쥴리엣님

지난주 강남 20개산 종주를 마친 철의 남자 모아이님

술 도가 장인으로 요리 솜씨가 좋은 착한남자 검은돌님

태극에 취해  아들이 군대 갔지만 아직도 아가씨로 사는 찐주님

 

관악산의 지키미 성실한 빈뜰님

순진한 착한 청년이며  힘이 좋은 돌쇠님

먹는거를 보니 상류층 귀족 아줌마인 아레스님

무덤덤 조용함 속에 웃기는 개그끼를 숨긴 진양식님

모두들 산에서 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산꾼들이다.

 

 

 

" 빵 먹고 싶은 사람 이거좀 먹어요 "

내 말을 듣고 지태에서 배가고파 죽을까봐

일주일치 식량을 가득 지고온 설악님은

쇳덩이 처럼 무거운 배낭을 덜고 싶어 회원들에게 권하나

하나 같이 무겁게 배낭을 지고온 회원들은 어느 하나 고개를 기웃거리지 않는다...ㅎㅎ

 

 

영준대장이 벌목봉 오름길에서 빵을 하나 둘 버리기 시작하자

설악님도 이거 저거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다.. 도무지 무거워서 영~~@@!!...ㅎㅎ

<처음에는 무거워도 아까워서 그냥 버리래도 다 지고 갔음..ㅎㅎ>

 

회원들을 보니 모두 지태에 대한 열정은 엄청나게 컸었고

나름 준비도 많이 한 것 같았는데

밤머리재를 향한 동남능선에서

외국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된 영준대장은 힘에 부쳐서 자꾸 쉬려하고

 

빈뜰대장은 컨디션이 않좋아 창백해 진채 약까지 먹어가며 오고 있었고

돌쇠님은 발목이 안좋아 자꾸 뒤쳐지고

20개산 종주를 한 모아이님은 발바닥을 아파하고

찐주님도 의외로 힘이들어 쳐져가고.....

 

종주대 전체의 주력이 팽팽한 고무줄처럼 탄력이 있어야 하는데

나른한 봄 날씨처럼 맥이 없는 모습이었다.

 

종주대 중에서 제일 팔팔한 대원은 강남 7산에서 폭탄으로 하산한 쥴리엣님...ㅎㅎ

그동안 모래주머니를 차고 백두대간을 걸어갔으며

지난번의 중도 탈락 불명예를 벗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지태에 나섰는데

나의 예상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 버리는 당당한 종주꾼의 모습을 보여주었어요...아휴~!! 예뻐라~~!!ㅎㅎ

 

 

 

 

 

 

 

 

 

웅석봉에 도착하자 처음 지태에 온 회원은 웅석봉을 들러야 했으므로

흰 운무가 초록의 산을 도포자락처럼 덮어가는 산을 바라보며 웅석봉에 올라 인증사진을 찍는다.

웅석봉 삼거리에서 밤머리재로 출발 직전 설악님은 다시 쏘세지며 양갱

사랑하는 와이프가 바리바리 싸준 주먹밥등을 눈물을 머금고 막 버린다..<여보 미안해...훌쩍~~!!.>

버린 쏘세지는 양식님이 다시 줏어서 아레스님과 나눠먹고...ㅎㅎ

 

 

 

 

" 빠각 빠각!!!"" 

시원하게 시야시된 맥주를 어둑해져가는 밤머리재 야외 나무 테이블에서 마시며 종주의 여독을 푸는데

습기에 흐린 회색 하늘이 지리산의 날씨를 염려하게 한다.

 

시골집 연탄 아궁이에서 부친듯한 계란 프라이와

다소 심심한 국물 맛에 새콤한 맛이 도는 돼지고기 김치찌게로 저녘 식사를 하며

변화 무쌍한 지리산 날씨를 헤아리는데

영준대장은 기상청과 대피소 등에 전화를 하며

기상 예보를 점검 한다

 

지리산 태극종주는 밤머리재를 시작으로 도토리봉 올라가는 길에서 본격적인

원시의 동부능선 자연과 대면 해야 한다.

앞이 안보이게 빽빽한 산죽의 밀림을 온 몸으로 헤치며 지나가야 하고

날씨라도 좋으면 그나마 괜찮지만

하늘이 도와 주지 않으면 무진장 힘들게 지나가야 하는 아마존 밀림같은 산길이다.

 

토요일에 지리산을 비롯 전국적으로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에

종주대는 진행을 계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 갈등을 한다.

컨디션이 안 좋은 몇몇 대원과 영준대장은

이제 부터 실제적인 태극의 시작 길에서

새재까지 탈출 하려 해도 8시간 이상이 걸릴 종주에 자신있는 확신을 못하고

대원들의 의향을 묻는 의사 결정을 했다.

 

거수로 표결을 하는데 진행을 하길 원하는 대원은 6명

이대로 종주를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 하산 하자는 대원은 6명

 

신기 하게도 영준대장 빼고 계속 가자는 대원과 하산 하자는 대원 수가 똑 같았다...ㅎㅎ

두 번이나 손을 들어 보았지만 결과는 동일

캐스팅보드가 된 대장은 결국 지리산 빗줄기가 얼마나 산꾼들을 힘들게 하는지 말하며

권사장님 트럭 짐칸에 올라 씁쓸한 하산을 하고 말았다.

 

애들처럼 천진난만한 쥴리엣님은 덜컹거리며 내려가는 트럭 짐칸에서

이렇게 트럭 타고 가보는게 소원 이었다나...ㅎㅎ

어두운 밤이 내려온 시골의 도로를 자리가 좁아 빼곡이 낀채 하산하며

비록 종주는 포기 했지만 대원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금방 웃음 꽃을 피워댄다...ㅎㅎ

 

 

 

원지에 도착하여 서울행 심야 버스를 타기 위해

우리는 택시를 타고 다시 진주로 갔다

밤 12시에 감남 고속터미날 행 표를 끊고 시간의 텀이 두 시간 가량 있었으므로

진주 시내를 걸으며 호프집으로 들어가 미완의 태극 뒤풀이를 한다.

 

세번이나 태극종주를 하면서 시간이 없어 뒤풀이 같은 뒤풀이를 한번도 못해 봤는데

이번에는 종주를 하다 말고 와서 처음으로 뒤풀이를 해본다....ㅎㅎ

 

작년 가을 지태 때 엄청 힘들게 통과한 동부능선이

봄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무척 가고 싶었던 나는

대장의 결정에 하산을 하고 말았지만 이대로 그냥 바로 서울로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원지에 남아 내일 혼자만이라도 천왕봉에 올라 주능선 종주라도 하려 하는데

태극에 미련을 못버리는 쥴리엣님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진양식님 하라야님 아레스님 진주님에게도 의향을 묻고

나는 몇몇 회원을 모아 다음날 별도로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토요일 지리산은 물론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올 예정이란다.

결국 할 수 없이 생각을 바꾸고 차라리 서울로 올라가서 강북 5산 종주를 하자고 의견을 모은다.

 

아레스님에게  진양식님 쥴리엣님 하라야님 돌쇠님 나는 강북 5산 종주 회비를 즉석에서 다시 걷어 내고

연거푸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며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새벽 3시 30분 서울 강남 고속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상행 내내 술기운에 잠에 빠져있다가 깨어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강북 5산 종주니 뭐니 만사가 귀찮은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가던가 찜질방에서 잠을 자던가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서울의 밤 바람이 불어 몸을 식혀주자

그래 이대로는 절대 갈 수 없다.

오산종주를 향하여 go~~

집으로 가는 대원들과 담에 만나길 기약하고 이별하며

전철 다닐 시간이 안되었으므로 우리는 터미널에서 문을 연 식당으로 들어갔다.

 

5 산에 간다고 했다가 터미날에서 마음을 바꾸고 회비를 돌려 받고 집에 가던 돌쇠님은

다시 마음이 바꼈는지 조금있다가 돌아오고...ㅎㅎ

 

 

식당에서 밥만 팔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유머스럽고 재미있는 아줌마 한테

콩나물 해장국 동태찌게를 시키고

해장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고 5산으로 출발 준비를 하는데

 

내가 산에 가서 마실 막걸리 컵이 없어서

아줌마 한테 종이컵 있으면 하나 달래니

아줌마 하는 말이 종이컵은 없고 자기가 잠깐 눈 깜고 있을테니

스텐 물컵을 그냥 가져 가랜다...ㅎㅎ

 

불광역 장미공원에 들어서니 새벽 청량한 공기가 우리를 맞아준다.

탕춘대 능선을 오르며 우리는 삼각산에 오길 너무 잘했다고 서로들 말한다.

그래 저쪽 길이 막혔으면 이 쪽 길로 돌아서 가면 되는 거다.

향로봉을 오를적에 비내림처럼 땀을 흘리고 비봉을 우회하며 사모바위 광장에 도착한다

 

 

 

사모바위 앞 커다란 바위 위에서 아침 간식과 막걸리를 마시니

이른 아침이라 산객이 거의 없는 삼각산은 신령스러운 운무가 넘실거리고

상쾌한 느낌의 산내음이 물씬하게 출렁 거린다.

사가지고온 막걸리를 다 마셔서 검은돌님이 가져온 특별주를 병 뚜껑에 따라 마시니

톡 쏘는 강한 향기와 맛이 죽여준다.

 

 

종주대는 빠른 스피드로 산성길을 따라서 계속 걸어가고

대남문에서는 휴식중 변비에 걸렸는지 화장실 가서 소식이 감감인  진양식과 헤어져

따로 따로 위문을 향해 가는데

앞에 가던 아레스님이 힘이 붙었는지 바람의 속도로 걸어가 보이질 않는다.

 

숏다리 하라야님은 뚝심으로 신체적인 불리함을 커버해 가고

모래주머니의 전설 쥴리엣님은 조금도 쳐지질 않고 잘도 따라간다....ㅎㅎ

 

위문 직전에서 종주대는 다시 모두 합류를 하고 위문 인증 사진을 찍고

우리는 백운산장에 들러 캔맥주를 션하고 맛있게 마신다.

 

 

영봉을 지나 육모정으로 내려오며 도봉을 지나 5산을 전부 완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약간의 갈등이 인다.

사실 북한산 종주도 웬만한 등산객에게는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리산을 갔다가 버스에서 자고 다시 5 산을 종주 한다는 것은 지태 정도는 못되지만

일반 산객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힘든 길이다.

 

 

 

오크밸리에서 하라야님이 오늘은 여기서 그만하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거나 먹자고 한다.

이럴까 저럴까 오락가락 하다 술 마시는 얘기만 하면 귀가 번쩍뜨이는 나는

그래 그냥 하산하자 하고 말하는데

 

아래스님은 사패산까지만 가자고 하고

씩씩한 쥴리엣님은 그만가기가 영 찝찝한 듯한 표정이다.

양식이가 그래 그럼 계속 진행하자고 말해서 그래 가자 하고

길이 없는 오크밸리 옆 도봉산으로 올라간다

위에서 두런 거리는 말 소리를 듣고 능선길을 찾아 올라 서서이 오르는데 "쏴아아" 하며

도봉산에서 비가 내린다.

 

봄 비가 열정의 태극전사 종주대 걸음을 멈추게 했다.

아마도 지리산 산신령이 이 곳까지 오셔서 5 인의 종주대를 서게 만든거 같았다.

도봉의 비를 맞으며 우리는 하늘이 여기까지만 가라고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우이령 입구를 지나 북한산 그린파크로 하산한다

 

 

 

칼국수와 해물파전 보쌈으로 맛있고 재밋는 뒤풀이를 하고

쌍문역으로 두번째 뒤풀이를 간다

이어 지리산에서 못다한 노래를 부르고

양식 아레쓰 쥴리엣은 집으로 가고

하라야님과 친구 나는 또 다시 봄비를 마시듯 술을 마시고 헤어졌다.

차시간이 끊어진 관계로 나는 어차피 일요일까지 산행하기로 계획을 했기에

쌍문 해수 찜질 대피소에서 일박을 했다.

 

일요일 푸르게 맑은 아침

찜질 대피소에서 혼자 나온 나는 주변 뼈 해장국 식당에서 쐬주 1병과 해장국을 먹으며

꽃 색깔처럼 진하게 화장한 식당 아줌마 한테 우이동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물으니

" 아니 술 드시고 산에 어떻게 가세요? " 라고 의아한듯 웃으며 말한다....ㅎㅎ

 

향기로운 봄 날씨에 주향에 젖은 몸을 맡기며

나는 태극종주대의 명예를 걸고 혼자라도 강북 5산을 완주 하겠다는 결의들 다진다.

 

속세의 미진을 떨어내는

원통사 스님 독경을 들으며 일행이 없어 넉넉하게 걷는 우이암 가는 길에는

훈풍 속의 봄이라서 그런지

반바지 반팔의 오산종주 런다꾼들이 많이도 내려온다.

군살이 없이 탄탄한 60세 가량 산객이 보여 오산하시냐 물으니 "그렇습니다" 하고 우렁차게 대답한다.

 

자운봉을 우회로 지나가며 포대능선 바위에 앉아 사가지고온 막걸리를 마시니

내가 지금 하늘에 있는지 지상에 있는지 구분을 모르겠다.

봄 바람은 연하고 새순을 벗어난 나뭇잎새는 초록별처럼 반짝거리고

나는 그대로 바위에 누워 잠이 든다.

 

" 참 팔자 좋은 모습이지요 "

지나가는 어떤 여산객의 말 소리에 엷은 의식이 새어 들어 오며 잠에서 깨는데

나는 일어 나기가 싫다.

한 참을 그대로 누워 이래 저래 사람들 말 소리를 듣다 일어나  다시 사패산으로 향한다.

천천히 걸어가며 사패산에 다달으니

사패산 정상에 봄을 만끽하는 등산객들이 여기저기서 간식들을 먹고 있다.

 

범골로 하산중 노래 하며 걸어가는 아줌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내려오다

호암사를 지나 수락산 들머리로 향해 갔다.

 

회룡역을 지나 수락산 직전 명가 순대국 집에서 다시 쐬주 1병과 식사를 시켜놓고 기다리다

양식이는 산에 갔나 하고 심심해서 전화를 해보니 집에서 쉬고 있단다.

내가 혼자 5산 종주중 이라니까

형님 대단 하시다나....ㅎㅎ

 

다육 식물 전문 화원을 지나가며 안을 들여다 보니 온갖 다양한 형형색색의 다육이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화분에 붙은 가격을 보니 주먹 만한게 몇만원씩 하고....허걱!!

 

수락의 빠른 들머리를 화원에 있는 어떤 아줌마 한테 물어보는데

이 아줌마가 동남아 출신이다

엉성한 한국말로 더듬거리며

"쩌도 짤은 모르는데요. 쩌기 길 건너 쪽 고가 아래에 카면 올라가는 계단이 있쎄요. "

" 그리로 가면 ? 거예요 " 라고 말한다...ㅎㅎ

 

수락산 입구에는 저녘의 어스름이 내려오고 있었고 뉘엿하게 걸어 올라가는데

마대 자루에 막걸리 페트병을 산더미 처럼 채우고 머리에 인채로

수락산에서 막걸리 파는 아줌마가 내려온다.

그 모습이 하도 우습고 재밋어서 막 웃으니

아줌마 하는 말이

" 아니 아까 내려가더니 다시 올라 와요? " 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 첨으로 수락을 올라가는데 이 아줌마가 몬가 착각을 한 것이다..ㅎㅎ

 

도정봉과 기차바위 이정표를 보고 기차바위 쪽으로 가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도정봉으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헤고~~

기차바위로 바로 가야 훨씬 빠르게 주봉으로 갈 수 있는데 도정봉으로 갔으니

 

저번 오산종주 때도 도정봉에서 의정부로 내려가 알바를 한참 했는데 이번에도 또 알바를 하게 된 것이다.

< 수락산 하고 나하고 궁합이 안맞나 부다....ㅉㅉ >

랜턴을 키고 기차바위 밧줄을 잡고 대롱 대롱 거리며 아무도 없는 밤의 수락산 바위 직벽을 올라간다.

 

주봉을 지나 밤공기 속에 녹아가는 산객이 되어 내가 산인지 사람인지 분간이 가지 않은채로

불암산을 향하여 하염없이 걸어 간다.

 

수락의 끝자락에서 밤길에 또 불암산 길을 잘 못잡아 불암산 직전 계곡으로 내려가니

이 곳으로 내려가면 표지판이 수락산 역이란다.

 

다시 올라갈까 망설이다 밤도 늦었고 시간도 차 시간을 고려 해야 하는 상황이라

도정봉 거친 종주니 불암을 안찍어도 거의 5산 완주 비슷하게 했으니

에라~~ 그냥 내려가자 하고 내려가니

휘황한 도시의 불야성 속에 수락산 역 앞에는 청춘 남녀가 꼭 끌어 안고 춘정을 나누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웃으며 마트에 들러 캔맥주를 들이키고

 

사는 거처까지 가려면 시간이 걸리는지라 그냥 전철을 타고

상봉에서 경춘선으로 갈아타서

내가 사는 천마산 자락 마석에 도착하여

혼자만의 뒤풀이로 소고기 국밥에 쐬주 한병을 마시고

삼일간의 대장정 지태길을 멈추었다.......

 

 

서기 2011년 5월 20일 금요일 아침 6시 30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지태 태극종주대 12명과 출발하여

덕산에서 밤머리재까지 7시간 가량 종주후 하산하고

 

다음날 이른새벽 6인의 대원과 강북 5산 종주를 출발 돌쇠님은 하루재에서 도선사로 하산하고

5명의 대원 하라야 진양식 아레쓰 쥴리엣 도봉산 초입을 오르다 비내림으로 하산

친목의 시간을 갖고 헤어져

일요일 아침 홀로 강북 5산 종주를 다시 재개 했는데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도정봉을 오르고 수락산 주봉 정상을 지나

불암산 바로 직전에서 길을 잘못들어 수락산역으로 밤 10시에 하산함.

 

남부터미널 출발부터 총 64시간 동안 지태에서 부는 바람에 나부끼며 산을 걸어가다.....

 

                           2011년 5월 24일 화요일 새벽 2시에 일어나 아침 7시 30분까지

미완의 태극 종주기를 쓰다......

 

                                                                             사랑과 정열의 푸른공작

 

 

 

 

  지리산 태극종주 길에게 쓰는 편지

 

 

나 봄바람처럼

그대에게 가고 싶었다오

 

연분홍 진달래 꽃잎처럼

사랑으로 물든 열띤 마음 열고

 

바래봉 부운치 철쭉의 꽃무리에 뭍혀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오

 

그대는 비가 오신다 하였건만

그 말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은

 

떨어져 지낸 그동안이 너무 참기 힘들어

못내 그대에게 갈 수 밖에 없었소....

 

오랜만의 해후가

심술맞은 비 할미 성깔에 이내 이별 하게 되었지만

 

그토록 미워하던 동부능선 산죽에게

보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고

 

천왕봉 여명의 빛 웃음 소리 들으며

연하선경을 지나 꿈결같은 세석산장을 지나고

 

만복대 서북능선 길 

팔랑치 부운치 바래봉 천상의 화원에 핀

철쭉 아가씨 마중이 그리워

 

상심한 비 마음 이내 추스리고

기운차게 금방 걸어 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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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5.24 10:56

    첫댓글 함께한 시간들~ 즐거웠습니다. 또하나의 산길에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 작성자 11.05.25 13:08

    삼태극중 양식이랑 안해본게 지태인데 요번에 미완으로 끝나 쫌 아쉬웠다... 뭐 할 날이 있겠지... 그래도 나름 재밋었다...ㅎㅎ

  • 11.05.24 11:12

    진정한 산꾼이란 바로 푸른공작님을 두고 말하는거네요...멋져요. ^^

  • 작성자 11.05.25 13:12

    산꾼인지 술꾼인지 잘 모르겠어요... 설악 형은 훌륭한 산꾼 이시지요... 사실 좀 맑고 고요하게 산을 대면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질 않네요...

  • 11.05.24 14:07

    자연의 커다란 힘앞에 연약한 인간은 그저 개미같은 존재인것 같습니다. 함산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을 기약해 봅니다.~~

  • 작성자 11.05.25 13:19

    검은돌님 하고 지리산을 같이 걸어 가니 새소리가 더 예쁘게 들리는 것 같았어요... 지태는 못 했지만 다른 종주에서 많이 산행 하기로 해요... 그리고 가져온 술 아주 좋았고 잘 마셨어요..고마워요...잘지내시길...ㅎㅎ

  • 11.05.24 14:15

    ㅡㅡ;; 지쟈쓰~~~~ 지극히 서민적인 식성을 갖추었거늘~~~
    암튼~ 그넘의 알바에 날새는줄 모르시는군여~ 영봉에서도 없어져 사람을 냅따 달리게 만들더니...ㅜㅜ
    ㅋㅋㅋㅋ 그래도 므쪄여~~ 일욜날 누구는 방바닥에 방사선 찍고 있었는데 나머지를 돌다니~~

  • 작성자 11.05.25 13:22

    휴일에 집에서 방사선 엑스레이 찍으며 건강 검진 받으면 몸매에 마이너스예요.. 알바는 항상 알딸딸한 상태에서 산행을 하니 자꾸 하나봐요... 재밋는 아레스님 후글 빨리 올리고 담에 또 같이 지태 해용...ㅎㅎ

  • 11.05.24 14:31

    지태 후기라 하여 비장함이 단단히 서려있을거라 예상을 했는데 푸른공작님 서론은 뭐 무시기 숯처녀가 무너지는 거 같은 느낌의 글 ????? 본능의 자제력을 못벗어난건 난데 와 나보고구 지태에 가라 안하는건지 우짜든 아리송 삼각산 종주 왠만이 했음 됐지 집에 드가면 누가 잡아 묵나요 와 안들어가고 방황 이딴거 합니까
    아마도 속에서 천불나는걸 감당 못한거 같소 알바는 의도한거 같고 인자 방황 끝내고 잠시 쉬고 다시 함 해보이소

  • 작성자 11.05.25 13:25

    해오라기님 하고는 산행을 한번도 안해본거 같은데 언제나 하려나?..ㅎㅎ 산행을 하며 산에서 하는 방황은 행복해요. 행님....ㅎㅎ

  • 11.05.24 23:32

    푸른공작님 후글을 보면 참 대단한 분이시구나하는 느낌이 듭니다~~
    산행 실력만큼이나 멋진 글실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구요~~~
    계절의 여왕 5월의 풍경이 역시 아름답습니다~~~!!!^-^

  • 작성자 11.05.25 13:36

    백화사님 이번 주말에 설악산 신청 하신거 같던데 잘 다녀오세요... 제가 가끔은 뭐~~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그냥 평범한 산꾼이예요.. 예전엔 잘난척 하다 욕도 많이 듣고...ㅎㅎ 술 마시고 실수도 많이 하고...ㅎㅎ 원래 현실하고는 별로 잘 안맞고...ㅎㅎ 꽃 향기가 그윽한 봄, 누군가를 보고 싶어 길을 떠나는 날 산에서 만나고 싶군요.. 백화사님을...ㅎㅎ

  • 11.05.25 13:17

    나 이렇게 서성이고 있어요
    지금은 지리산 태극종주길에게 쓰는 편지만 읽고 가요 ~~~
    그 글만 읽어도 이토록 가슴이 벌렁거려요 ~~~

    아껴두고 아껴두고 읽고싶은 후글 ,,,,
    또 다시 올거예요
    봄 날 그 맑은 예찬을 들으려 ,,,,,

    지금은 편지만 가지고 가요 ......

  • 작성자 11.05.25 13:33

    새님 가뜩이나 5월 아카시아 꽃 향기가 아가씨들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데 진정 하시고 가볍게 읽으세요...ㅎㅎ

  • 11.05.25 16:25

    다시왔어요 님의 홀로걷는 발걸음 따라 나도 그 산길에서 살포시 님을 따라걸었어요
    찜질방대피소와 철쭉색깔로 곱게 화장을 한 국밥집 아주머니의 정감어린 걱정소리 ㅎㅎㅎ
    푸공님 ,,,, 님의 굳건한 약속과 홀로서 헤내는 종주길에 나도 쪼로롱 파랑새 되어 함께 따라걸었네요
    참 대단하신분 ,,,,,, 이렇게 글의 마력으로 날 불러들여 늘 깊은감동주시는 시간들에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 11.05.26 18:19

    요번 산행은 종주라기 보다도 천천히 걸어 걸어 갔으니 소풍 같은거 였지요... 이럴 때는 새님이 옆에서 충분히 같이 걸을 수 있었으련만 막걸리도 마셔가며...ㅎㅎ 다가오는 유월 더욱 재밋으시길....ㅎㅎ

  • 11.05.25 14:04

    정말 대단하세요,,

  • 작성자 11.05.25 15:10

    자유롭 선배님 과찬이십니다... 그냥 조용히 부드럽고 담담하게 살아가는게 삶의 모습으로서는 가장 좋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건안하세요...ㅎㅎ

  • 11.05.26 17:44

    수고 많으셨습니다.
    비록 실패를 하고 돌아왔으나 많은걸 또배우고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생각합니다.
    컨디션 난조로 기쁨을 맛볼순 없었지만 뼈에 새길만큼 배운 지.태엿습니다.
    혹시 다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자연에 순응하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태의 완주를 경험 하고 싶네요.
    푸른공작님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의 함산을 기대합니다.

  • 작성자 11.05.26 18:25

    빈뜰님이 많은 고려 속에 지태에 도전 했는데 컨디션이 안 따라주었어요... 아쉬웠으나 지리산은 품이 넓고 기다릴줄 아는 명산이니 준비 잘해서 다시 가면 되요.
    뜰애님 간식 맛있게 잘먹었고 고마웠어요.
    앞으로도 뜻깊고 아름다운 산행 같이 많이 하도록 해요....빈뜰님 화이팅~~!!

  • 11.05.26 23:28

    와우~넘 감동의 후글이야영.서두글 짱이구영,동글이 열개쓸 후글을 단한번에.멋지셈.모두 수고 하셨습니다,철의 사나이=푸른공작님.하하

  • 작성자 11.05.27 10:42

    동글이님 안녕 하시지요. 보니까 봉사 산행 다녀 오셧더군요. 저는 딱 한번 해보구서 도통 안나가는데 봉사 하시는 분들 보면 참 마음이 곱고 훌륭 하다 생각 합니다.. 그 아름다운 마음이 있기에 님들을 보면 봄빛이 더욱 파릇 하게 느껴집니다.. 정기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잘지내세요..ㅎㅎ

  • 11.05.27 06:14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참 멋지신 분들께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 작성자 11.05.27 10:45

    조용한 걸음으로 언제나 어울림 지키미로 계신 나목 선배님 감사합니다.. 일전 금병산에세 뵙고 쫌 되었군요. 어울림에 한번 가긴 가야겟는데 봉사정신이 약해서 통 안 나가지네요. 날씨 좋은날 푸른산에서 웃으면서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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