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백일장 초등 저학년 운문 장원 =
엄마가 좋아하는 일
오승윤 (신명초등학교 1학년4반)
내가 안 다치는 것
내가 동생이랑 사이좋게 노는 것
내가 스스로 공부하는 것
내가 스스로 책 읽는 것
내가 스스로 혼자 자는 것
내가 스스로 뭐든지 하는 것
근대 힘들어요
효도는
힘이 드내요.
= 전국백일장 초등 고학년 운문 장원 =
통일
서영채 (율하초등학교 6학년3반)
연둣빛 물결이 예쁜 4월에
남한과 북한이 맞잡는 손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너도 나도 축하하네
대동강물과 한강물이 만나고
백두산 흙과 한라산 흙이 만나
키워낼 통일 소나무
쑥쑥 자라
연둣빛 물결 일으켜
하나된 우리나라 만들자
= 전국백일장 중등부 운문 장원 =
다름과 차이
(시제: 인간과 로봇)
한신우 (김해중앙여자중학교3학년3반)
한 아이가 넘어져서 울고 있다.
‘왜 우는 거지?’
사람들이 TV를 보며 웃고 있다.
‘왜 웃는 걸까.’
.... 왜 나는 이해하지 못 하는 걸까.
어느 순간 나를 가득 채운 뭔지 모를 무언가.
감정이란 무엇이고 생각이란 무엇일까.
처음 느껴보는 이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나는 왜 그들과 다른 걸까?
어느날 그들중 한명이 나에게 말했다.
“난 인간이고, 넌 로봇이야.”
= 전국백일장 고등부 운문 장원 =
별을 쫓는 사람
(시제:현대물질문명과 정신문화)
조상원 (김해제일고등학교3학년1반)
별을 쫓았다.
영롱한 그 빛이 너무 고와서
떨어지는 별비가 아름다워서
무작정 별을 쫓았다.
별을 쫓았다.
벚꽃잎 만개한 봄의 별비가
마음을 분홍빛으로 물들여서
수줍게 별을 쫓았다.
별을 쫓는다.
황금빛 별빛이 너무도 탐나서
별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며
탑을 쌓고 사다리 올려
미친 듯이 별을 쫓는다.
별에 닿을 듯한 거리.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그토록 바라던 별과 멀어졌다.
별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는데.
별만을 생각하며 버텨왔는데.
어째서 별을 쫓았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별이 나에게 무엇이었는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오늘도 별을 쫓는다.
= 전국백일장 일반부 운문 장원 =
딸기 한 소쿠리
(시제:인간과 로봇)
석미순 (김해시 봉황동)
어쩌다
이렇게 굳어버린
이 마음은 병이다
스스로 데워지지도
피어나지도 않을 이기적인 몹쓸 심사...
먼 하늘 어느 곳에 비가 떠돈다.
그 해 이른 봄
땀 내 나는 분주한 발걸음으로 향한 5일 장터.
귀하디 귀한 첫 딸기 한 소쿠리가 눈에 띄었던 그 때
분명
엄마는 헤진 손지갑 안
빤한 돈을 몇 번이고 세어보며
나를 떠올리셨을테지.
어쩔 수 없어
혼자 떨어져 생활하는 딸이 안쓰럽기만 해
몇 날 며칠의 찬꺼리는
송두리째 제쳐두고
그 마음이 나에게로 와버렸다.
말도 안될 빨간 호사가
내 고달픈 책상 위에 꽃처럼 피어있던 딸기 바구니!
돌같다 생각했던 내 마음에
부끄러운 눈물이 난다.
이런 저런 핑계로
쉽사리 봄을 허락하지 않았던 이번 계절이
몰래 놀던 동무 같아
힘없이 굽어진
내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자꾸 또 눈물이 난다.
내 마음 한 켠 자리 잡고 안겨있던 겨울도
봄처럼 피어날 딸기꽃 같이
어설픈 어른 놀이가 아닌
빨간 순수의 그해 봄으로
엄마 손 잡고 꽃구경 가야겠다.
= 전국백일장 초등 저학년 시조 장원 =
로봇
김시온 (신명초등학교 2학년7반)
터보모터 요리로봇 맛있는 떡볶이
삐꺽삐꺽 설거지도 로봇이 최고야
명령은 끊임없어도 열심히 일해요
= 전국백일장 초등 고학년 시조 장원 =
책 속 여행
최재원 (율하초등학교 6학년4반)
옛날엔 책이 있고 요즘엔 휴대폰
책들은 졸리고 휴대폰엔 빠져드네
언제나 편리하고도 정학하고 빠르게
그렇지만 휴대폰이 매일매일 좋기만 할까
배터리가 메모리가 데이터가 없다면
하나도 필요가 없는 쇳덩어리 뿐이네
시공간 넘어서 위인들과 만나고
상상속의 세계로 마음껏 넘나드는
책 여행, 스마트폰은 잠시 잊고 떠나보자
= 전국백일장 중등부 시조 장원 =
자리의 주인
박소이 (김해중앙여자중학교 3학년 3반)
주변이 채워지면 더욱더 비워지고
빈 것이 채울수록 더욱더 비어가고
나에게 부족한것은 그것들이 아님을
헤매고 헤매이다 발견한 행복감은
나에게 비워진 빈자리의 주인임을
행복한 그 하나만도 모든걸 알게했다.
= 전국백일장 고등부 시조 장원 =
애국심
최윤우 (진해고등학교 1학년7반)
뜨거운 태양아래 넘어진 민들레씨
아무도 안보이는 숲속에 넘어졌지
나무들 햇빛다받아 힘들어진 민들레
어느새 노랗게된 빛나는 민들레꽃
아래로 떨어지는 차가운 비 때문에
나무들 비는못막아 성장하는 민들레
하이얀 옷을입은 늠름한 민들레꽃
이제는 날아가자 시원한 바람타고
우리의 애국심처럼 퍼져가는 민들레
= 전국백일장 일반부 시조 장원 =
인간과 로봇
조석희 (창원시 성산구)
풀내음 짙게 깔린 실개천 뚝방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사리손 주인공들
오늘은 어떤 모양을 재미있게 꾸밀까?
뒤뚱뒤뚱 한발두발 쉴세없이 움직여도
땀한방울 안흐르고 지치지도 않는구나
불평도 하지않는게 너는 대체 누구냐.
아직은 내손안에 가만히 있지만은
언젠가 두손 번쩍 하늘을 찌르리라
이놈도 나만큼이나 배짱한번 크구나.
그래도 나에게는 꽃향기 묻어있고
기쁜일도 슬픈일도 눈물로써 표현하지
세상이 변한다해도 매일매일 샘솟지.
정신없이 스쳐가는 수많은 시간속에
너와 내가 공존하는 조화로운 이공간이
이제는 이상하게도 오랜친구 같구나.
= 전국백일장 초등 저학년 산문 장원 =
애국심
이시우(창원 동산초등학교 3학년 2반)
어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튀어나와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 선생님께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날이라고 하시는데 진짜예요?”
“그래, 오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날이야.”
“엄마, 오늘 한번만 밤 9시에 TV보게 해주시면 안돼요? 북한과 남한이 65년만에 통일 될지도 모르는 역사적인 날이잖아요~”
집에 가서 만화도 아니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뉴스를 땅바닥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봤다.
엄마가 말하셨다. 어른도 아닌 내가 이런 뉴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애국심이라고 하셨다.
내가 할 수 있는 애국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꿈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효도이자 애국심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내가 피아니스트가 돼서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것도 애국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열심히 다니고 책 많이 읽고 꿈을 향해 달린다면 꿈은 어떻게든 이룰 수 있다. 사람들은 애국심이 정말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애국심은 쉬운 거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애기 키우는 주부는 열심히 애기 키우면 되고, 회사 다니는 아빠들은 열심히 회사 다니면 되는 거 아닐까? 이렇게 각자 할 일을 잘만 한다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전쟁에 나가서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애국심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큰 일은 나는 물론 보통사람은 정말 하기 힘든 일이다. 전쟁에 나가 고문과 고통을 받으면서도 나라를 위해 큰 애국심을 발휘해 주신 위인들도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다. 그게 나일 수도 있지만・・・・・・.
어제 남북 정상의 만남이 세계의 평화에 큰 한걸음을 뗀 것처럼 나도 계속해서 나랏일에 관심을 가지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 전국백일장 초등 고학년 산문 장원 =
로봇, 인간
조예인 (관동초등학교 5학년3반)
로봇에는 인간처럼 생긴 인공지능이 있고 인간은 로봇을 만든다. 하지만 로봇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고 사람들이 기계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로봇은 자기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즉, 사이코패스처럼 말이다. 로봇은 편리함을 유지함으로써 만들어 낸 것이여서 우리에게 사이코패스처럼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는 감정이 대부분 없는 로봇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리고 그 로봇은 세계의 1/3정도를 차지하겠지. 그럼 우리 인간뿐만이 아니라 지구에는 로봇도 존재하게 된다. 즉 인간과 로봇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에는 지구의 1/3 정도가 로봇이 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지금 현재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 로봇의 생각 -
난 인공지능 로봇이다. 내이름은 프랭이다. 난 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난 친구가 없다. 인간 친구들은 날 이상하게 본다. 친구가 슬프거나 다치면 같이 슬퍼해주고 위로해 줘야 하는데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왜 안돼지? 나도 인간 친구와 친구가 되고 싶다. 나도 사람이랑 놀고 싶은데, 재밌게 놀고 친구하고 싶은데 친구는 내 손을 잡아줄까?
- 인간의 생각 -
난 조예인이다. 2025년, 난 19살. 로봇 프랭이 우리의 고등학교에 다닌다. 에이, 로봇한테 나이도 있나, 참 세상에 인간만 살면되지 로봇은 왜 살아? 난 이런 생각이 든다. 암튼 나의 생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프랭을 미워한다. 우리 반 친구가 다치면 위로도 안해주고 무표정으로 눈만 끔벅끔벅 거리며 서있다. 마치 사이코패스처럼. 나와 내 학교 친구들 리원이와 서연이도 프랭에 대한 관심이 없고 안좋은 추억들이 많다. 난 가끔 로봇 프랭이 왜 우리 학교에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우리 세계가 많이 발달했어도 난 로봇 프랭과 친구가 되기 싫다.
- 로봇의 생각 -
난 점점 왕따가 되고 있는 기분이다. 아이들도 날 비웃고 손가락질한다. 슬픈 것 같은데 슬프지 않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감정이 없으니까. 난 더더욱 인간과 친해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 인간의 생각 -
나도 요즘 프랭에게 많이 관심이 없어졌다. 하지만 2030년 쯤에는 인간과 로봇의 교류가 많아질 것이니까, 나도 더더욱 친해지려 노력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인간>과 로봇은 다른 생각을 한다. 이제 세계가 2025년 전에도 인간과 로봇이 같은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도 더 발달하여 인간과 로봇의 관계가 잘 이루어져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노력할 것이다.
= 전국백일장 중등부 산문 장원 =
기술적 특이점
(시제: 인간과 로봇)
김소영 (김해중앙여자중학교3학년3반)
미래에, 인류는 고도의 기계 문명을 이룩했다. 자연이 아닌 철을 선택한 것은 그것이 닳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며, 실제로 생물을 원료로 스스로를 복구하는 기계를 창조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광석을 분해해 그 속의 성분을 원료 남김없이 사용하니, 보석을 제외하고 남은 암석을 처리하기도 손쉬울 것이다. 또한 이러한 자원만 존재한다면 계속해서 자신을 복구해낼 수 있으니, 이는 불사에 가까운 어느 생물과 같으며, 자원이 없어진다면 생물마저 분해하여 원료로 사용하고, 설령 지구에 아무것도 없다 해도 기능을 정지한 체 새로운 자원이나 생물을 기다리면 그만이다.
이 점에 인류는 필시 매료된 것이다. 불로불사라 하면, 많은 이들이 상상하며 기도하는 것이기에 그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나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이유 등, 원인은 죽음의 두려움이다. 요컨대 인류는 알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고 알고 있는 것 또한 두려워한다. 그 모든 것들을 배제할 수 있다면 공포에 떨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인류는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영혼을, 그 자아를 기계에 이식하는 방법을. 일종의 유체이탈과 같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 자아를 받아들일 그릇이 될 기계 또한 최대한 인간과 가깝게 만들어야 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간과 기계(로봇)의 기원은 동일하면서도 다르다. 둘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물질 자체는 동일하지 않다. 그렇기에 철은 인간의 일부는 대체할 수 있으나, 완전한 하나의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기원에 같은 영혼이 깃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허나 그 이상으로 인류는 불로불사에 매료되어 있었다. 추위나 더위, 굶주림이나 질병에 상관없는 육체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정신의, 자아의 병은 어떨지는 아무도 몰랐다. 정확히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기에.
인간의 자아와 인간의 육체와 동일한 기계(로봇)이 육체를 연구했던 자들 안에서도 각자 다른 성분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이룰 수 있는 먼 미래라고 생각했으며, 누군가는 이룰 수 없는 덧없는 환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계의 설계도를 그리고 기계를 직접 만들어 내는 것도 인류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들 중 한 명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 우리들이 이때까지 이루어낸 것을 전부 계산하게 하여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것을 만들어 내자고, 그 제안은 인류에게 있어서 필시 달콤한 것이었다. 이때까지 만들어낸 수많은 기계들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나 인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계획하며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인공지능 하나만을 위해, 인류는 도시 전체를 기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장으로 변형시켰다. 이는 좀 더 빠르고 편하게 로봇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으며, 악의는 없었다.
이윽고 그 인공지능은 매우 인간적으로 만들어 졌다. 그 이름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기계만을 사용하여 인간을 창조해내려고 했다.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불가능 했으며 몇몇 비틀린 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진짜 인간을 사용하자!’고. 그 의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자들은 많았다. 실험에 참여해준다면 화려한 보상을 주겠다는 거짓으로 사람을 꿰어내어 실험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허나 이미 죽은 그 육체에 자아는 존재하지 않으며 깃들 수 없다. 도시 전체가 공장이 된 이후로부터 자원은 빠르게 실추하고 기계의 연료로는 존재하지 않는 자원을 대신해 생물이, 후에는 ‘인간’으로 대체되었다. 인류가 뼈밖에 남지 않자 철은 대지를 집어 삼키고 천공을 향해 점점 가지를 뻗어나갔다.
최후에, 대지는 모두 집어 삼켰으나 천공과 태양은 집어 삼키지 못한 체 죽음을 맞이한 것도 아니며 동면에 빠진 체 새로운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히 기능을 회전시키기 위해서, 기계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기 위해서 그로 인하여 지상은 멸망의 땅이 되었다. 지하에게는 단순한 동화의 이야기로 인식될 뿐이다. 철에 뒤덮인 지상을 본 자는 아무도 없기에, 그렇기에 지하는 지상을 이렇게 칭했다. ‘철의 세계’라고. 그 철들의 너머에 이상향이 있다고 믿으며.
= 전국백일장 고등부 산문 장원 =
노인 – ‘로봇인간’의 줄임말
(시제: 인간과 로봇)
배초은 (김해여자고등학교 1학년9반)
언제 어디일지 모를 한 행성에, 오래된 고철덩어리 하나가 있다. 이 행성은 온통 로봇 투성이 이지만 그 중에서도 온정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 동네엔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행성에서도 후미진 동네에 속하는 이 곳이, 더 후미진 집에 사는 늙은 로봇이 있다.
그는 올해로 236세였다. 인간으로 따지면 몇 세기나 거쳐 간 것이지만 로봇 나이로 치자면 그리 놀랄 만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동네 사람, 아니 로봇들은 온정을 늘 배척해오곤 했다. 나름 기름칠도 되어 있고, 도시의 인공적인 냄새를 풍기며 딱딱 정렬된 옷매무새를 뽐내는 다른 로봇들과는 달리 온정은 푸석푸석해져 보기 흉한 인공 머리털, 교체한지 오래인 부속품들, 낡고 초라한 청바지, 게다가 먼지 쌓인 퀴퀴한 자택까지 정말 남들 눈에 무섭게 보였을 만 했다.
온정 자신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도시의 자리는 차고 넘쳤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독한 쇠 냄새를 내는 200년산 로봇에게 내 줄 멋진 일자리 따위는 없었다. 돈을 벌 곳도 없고, 돌봐줄 곳도 없는 신세로 그는 그저 몸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집 안에서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온정은 오늘도 흔들의자에 앉아 3주치 양이 남은 캐모마일 향 오일을 마시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와 창 밖 멀리의 거대한 마천루들이 내는 조합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푹, 내쉬었으나 그 소리는 한숨과 동시에 난 ‘우당탕!’ 소리에 묻혀 버렸다.
“누, 누구야?” 놀라서 벌떡 일어난 온정이 말했다.
위층에서 누군가 끄응 앓는 소리가 났다. 온정은 선반 위에 있던 지저분한 프라이팬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곧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그것도 인간 아이가 지붕의 잔해 위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 인간?”
“헉! 할아버지, 로봇이예요?”
로봇들이랑은 사뭇 다른 말투와 억양을 가진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왔다.
“으아악!” 되려 놀란 온정은 층계참 밑으로 뛰어 내려갔고, 아이도 그 뒤를 따랐다.
“할배! 진정해요! 왜 그렇게 놀라세요?”
“이, 인간이잖아! 정말이군!”
온정은 이전에 인간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이야기이지. 늙은 로봇인 온정은 남은 시간 동안 살아 있는 인간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 이상한 사람 아녜요. 그냥 행성 탐사를 하러 온 것뿐이라고요.”
“탐사?”
“네. 저는 인간이 사는 곳에서 우주선을 타고 왔어요. 우리는 이제 막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여기는 마치 수십 년, 수백 년 뒤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도 무지 신기하게 생겼어요. 혼자 인간처럼 생활하다니!” 아이가 말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우리 마을에서도 고철이다. 그리고 너희 나라라니...”
“저희 행성은 기술력이 굉장해서, 곧 여기처럼 로봇이 잔뜩 생길 거예요. 학교에서도 요즘 이런 걸 배워요. 컴퓨터, 로봇 다루는 법 같은 거요. 모두 로봇을 좋아하고, 얼마 안 있으면 우리는 일 안해도 되는 세상이 올 걸요? 아, 기대된다!”
아이는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온정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 그게 ...... 정말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나?”
온정은 이미 수백 여년 전에 겪었다. 모두가 어떻게 끝을 맞았는지 머릿속의 기억 공간에 똑똑히 새겨졌기 때문이다. 과도한 욕심이 아름다운 행성을 ‘인공적이고, 일정하고, 규칙적이고, 기계화된’ 곳으로 만들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죠. 우리는 더 나아갈거라구요. 그래서 말인데, 할아버지가 제 연구의 샘플이 되어주시면 좋겠어요.”
“뭐, 뭐? 무슨 말이냐, 그게.”
온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이상한 물건 하나를 꺼내들고 온정에게 겨누었다. ‘푸슝’하는 소리와 함께 온정이 멈추었다. 제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이다. 아이가 온정의 부품을 분해하며 말했다.
“이걸로 학교 숙제 끝!”
= 전국백일장 일반부 산문 장원 =
효도
백영숙 (경남 밀양시)
요양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진정한 효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곤 한다.
내가 근무하는 병동은 말기 치매 환자로 와상환자가 많으므로 자식들이 찾아와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일주일에 두 번 100세를 넘긴 노모를 찾아뵙는 보호자가 계신다. 그 분 또한 팔순을 넘긴 백발의 노인이다.
어머니 병문안을 오실 때 항상 예전에 어머니께서 좋아하셨던 잡채와 국수를 삶아 오셔서 손수 떠먹여 드렸다. 노모는 마냥 아기처럼 입을 쩌억 벌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드시는 모습만 봐도 마음에서 우러나는 기쁜 미소로 대답이라도 하듯 하회탈을 연상케하였다. 그래, 바로 이것이 효도다.
나는 가끔 나 자신을 성찰하며 부모님께 어떻게 하였는지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부모님께 효도해 보고 싶지만 부모님은 이미 저 높은 하늘에서 하나님의 사람이 되셨기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갑작스런 병마가 찾아와서 휴직계를 내고 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한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그 아주머니는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에 보냈다고 하셨다. ‘하나 뿐인 자식을 보내고 얼마나 가슴이 시릴까?’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주루룩주루룩 흘러내렸다. 그 아주머니와 난 한참을 말없이 침묵으로 보냈다. 잠시후 아주머니께서 입을 여셨다. “내 딸 할래?” 나는 아무 생각없이 “네”라고 대답을 해버렸다.
그 뒤로 아주머니와 나는 마음으로 맺은 모녀지간이 되었고 내가 친부모님께 하지 못했던 효도를 실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어머니와 손을 맞잡고 시장에 가서 장도 보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예전에 그 분이 느꼈던 행복을 마음꼇 느껴보았다.
보통 사람들은 꼭 돈이나 선물 같은 물질적인 가치를 효도라고 잘못 생각하고 부모님께 효도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 내가 그랬듯이...
그 보호자분 덕택에 나는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진정한 효도는 아주 보잘 것 없지만 서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효’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와 함께 할 날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난 슬퍼하지 않고, 힘차고 강하게 병마와 싸워서 크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행복으로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
영원히 효도하는 그 날을 위해서....
전국백일장 심사평 -
❀ 초등 저학년 운문 심사평
효도를 참의미로 해석한 주제의 부각, 초등학교 1학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효의 내용이 원만한 구성요소였다. 효도는 다치지 않고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스스로 공부하고 책 읽는 자체가 효도라 생각하는 참신성과 효도는 어려워 실천하기 힘들다 해도 애써 노력하는 마음의 자세가 돋보였다. 순수한 마음으로 효도의 길을 알고 행하고자 하는 어린이의 태도가 동시에 나타나 장원으로 선정한 기준이 되었다.
❀ 초등부 시조 심사평 초등부에서 시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
시조는 정형시라서 시조만의 형식이 있다.
그래도 시조를 쓴 어린이들이 있어서 참 반가웠다.
그러나 시조는 종장의 첫 수가 세글자로 정해져 있어서 이것은 곡 지켜야 한다. 종장의 첫수르르 두글자나 네글자로 쓰면 안된다. 최재원어린이는 시조 내용은 참신하게 이끌고 있어 그점이 참 좋았다.
김시온 어린이는 시조의 형식을 장 지키며 좋은 글을 썼다.
김은서 어린이도 시조를 3수까지 이끌어 내려 쓰는 힘이 있어 앞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다.
김은찬, 이수민, 김민지 어린이도 열심히 시조를 썼기에 칭찬을 합니다.
❀ 초등 고학년 운문 심사평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주제로 잘 부각했고 시대적 흐름에 맞춘 표현이 적절했으며 희망과 평화를 연둣빛 물결로 비유하는 참신성이 좋았다. 일치단결되어 모두가 한마음 됨을 축하하는 문학적 표현과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에서 보고 느끼는 감정이 잘 어우러져 장원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 고등부 운문 심사평
참여한 학생들이 주로 선택한 ‘인간과 로봇’ 주제였다. 하지만 인간과 로봇을 표현한 비유와 참신성이 부족하여 아쉬웠다. 단면적으로 보이는 로봇에 대한 표현만 있고 그 속의 진정성이 없었고 인간과 로봇과의 관계성과 사고하지 못하는 기계성과 따뜻함이 없는 냉정성만 부각했다. 현실에서 보여주는 로봇대상에 치중하다 보니 문학적 형상화를 하는데 있어 부족한 점이 아쉬웠으나 나름 생각의 다양성을 표현했다는 것은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다양한 느낌을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 참여한 부분을 칭찬하는 바이다.
❀ 고등부 산문 심사평
이번 시제가 광활함에도 주제의 선명함은 보이고 있다.
이것은 물질문명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컴퓨터, 또는 로봇과의 관계에서 로봇화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노인’으로 한정한 배초은 학생은 상실과 재생의 로봇을 인간의 온정으로 놓고 풀어 간 것이 신선하다. 아파트의 층계에 사는 인간들이 로봇화되고 기계화되는 현실을 신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후미진 동네에 사는 인간과 로봇의 이야기 흥미롭다.
❀ 대학 • 일반부 산문 심사평
효도의 깊은 의미 그 가슴 따뜻함이 주제로 부각되었고, 진실성 있는 효의 실제 사례가 울림으로 연결되는 삶으로 느껴졌다. 경험을 풀어놓은 글이 재미와 감동으로 이어졌다. 진실성 있는 사례 표현이 선정기준이 되었다.
❀ 대학 • 일반부 시조 심사평
시조에 응모한 대학일반부 작품은 의외로 제출 건수가 적었다.
몇 편밖에 안되는 작품을 심사하였는데 모두 작품성이 아쉬웠다.
효도에 관한 내용은 다들 익히 아는 내용이서서 참신성이 덜하고 로봇에 대한 내용도 아직은 다가오지 않은 로봇과의 공존에 대하여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지만 시조형식에 충실한 점과 초, 중, 종장 등의 구별이 뚜렷한 점은 좋았다.
모두 4수나 5수까지 끌고 가는 저력면에서 칭찬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