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사는 지금, 2022년 7월까지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처음엔 도망으로 넘어온 제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곳으로 넘어온 나는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 도망이 운명인 거겠지.
나와 맞는 주파수를 가진 제주.
나는 현재 이곳에서 미래를 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선흘리에는 사랑스러운 숲이 하나 있다. 누구에게 알려주고 싶다가도, 아무도 모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숲 말이다. "엥, 이런 곳에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 있다고?"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동화 같은, 또 영화 같은 모습으로 사랑스럽게 빛났던 '선흘리 후박나무 길'을 오늘 이곳 두피디아에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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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과 노란빛이 뒤섞인 채 빛나는 후박나무
선흘리 후박나무 길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4140-5
제주시 조천읍 한라산 북쪽 사면 밑자락에 자리 잡은 중산간 마을 선흘리. 자연마을로 국장, 너상 거리, 단지, 돌바령, 강남 굴 등이 있는 이 시골 마을은 사랑스러운 것들이 많다. 거문 오름을 중심으로 다양한 오름들이 있고, 자연과 가까운 여행지가 다양한 형태로 숨겨져 있다. 특히 선흘리는 크게 알려지지 않아서 비밀스럽게 숨겨진 여행지가 많다. 선흘리에 있는 의자 동굴, 동백 습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오늘 소개할 곳은 바로 이곳 선흘리 후박나무 길이다. 선흘리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 놓인 이 길은 시멘트로 칠해진 국도 옆에서 빛나고 있다. 사랑스럽고도 비밀스러운 숲길. 이곳은 선흘리에서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만 찾는 로컬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후박 나무 The silver magnolia
높이 20m 정도로 자라며 수피는 갈색으로 껍질눈이 있으며 어린 가지는 녹색을 띤다. 노목은 수피가 비늘 조각처럼 떨어진다. 어긋나게 달리는 잎은 가지 끝에서 돌려난 것처럼 보이며, 도란형 또는, 장타원형으로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표면은 녹색이고, 질이 두꺼우며 양면에 털이 없다. 잎자루는 길이 2~3cm 정도로 굵은 편이다. 꽃은 양성화로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원추화서에 황록색의 꽃이 핀다. 열매는 장과로 둥글고 이듬해 7월에서 9월에 흑자색으로 익는다.
한국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울릉도와 남부 지방의 바닷가 산기슭에서 자라는 상록 활엽교목이다. 추위에 약하지만, 내조성이 강하며 비옥한 해안지방에서 잘 생육한다. 그렇기에 후박 나무는 제주도에 많이 자라고, 잘 자라며 후박나무 노목도 꽤 많이 존재한다.
선흘리 후박나무 길
교래리를 여행하고, 선흘리로 향하던 중 오랜만에 그리운 숲 하나가 떠올랐다. 아니, 숲이라고 하기엔 조금은 작아 숲길이라 말하는 게 맞겠다. 나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고, 오랜만의 조우에 새록새록 남아있는 추억들과 대조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곳 후박나무 길은 제주도 사는 사람들도 잘 모르는 길이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스냅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나 되어야 아는 길이라 많은 사람이 생소해 하는 곳이었다. 나는 우연한 기회로 이곳을 알게 됐고, 이따금 교래리나 선흘리를 여행할 때면 이곳을 찾게 됐다.
이곳을 찾으면 나는 곧바로 숲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횡단보도를 건너 건너편에 있는 너른 초원을 먼저 조우하고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부터 그렇게 했기에 더 그런듯싶다. 이 숲에도 루틴이 생긴 것이다. 보통 내가 찾는 계절엔 숲이 갈색빛으로 조금은 메마른 느낌이 강했는데, 여름날의 이곳은 초록빛으로 사랑스럽게 빛났다. 그리고 그 위를 뛰노는 말들은 여름날이 즐겁기라도 한 듯 초원 위를 열심히 뛰놀았다.
이곳이 보인다면 그냥 지나가지 마시오
선흘리 후박나무 길의 큰 변화가 있다면, 공사가 끝났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 이곳을 만났을 때, 두 번째 만났을 때, 심지어 세 번을 만났을 때도 이곳 후박나무 길 옆 다리와 그 옆으로 생기는 샛길은 한창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네 번째 찾았던 지금. 공사는 모두 완공되었고, 숲길은 우당탕탕 공사 소리에서 새들의 지저귐으로 바뀌어있었다. 여행을 하기에 더 좋아진 숲의 환경. 이곳을 본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곳이 보인다면 그냥 지나가지 마시오"라고.
길지 않지만 사랑스러운
솔직히 말하면 이 숲길은 그리 길지 않다. 총 길이로만 따져도 20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길 전체가 후박나무로 꾸며졌고, 굴곡진 멋이 마치 가우디를 연상케 했다. 나는 이 길을 천천히 거닐며 이 사랑스러움을 온몸으로 받았고, 숲길 위로 비치는 햇살을 양껏 받아들였다.
이 숲길을 사랑하는 이유를 또 곰곰이 떠올려봤다. 나는 이 숲길을 사랑하는 이유를 '길지 않다는 것'에서 찾았다. 길지 않아 질리지 않다. 또 이곳만을 목적지로 하지 않아 부담도 없다. 어느 여행지를 메인으로 두었을 때, 그 여행지에서 실망감을 느낄 때가 많다. 하지만, 지나가는 길목에서 만난 여행지에선 그리 실망하지 않는다. 그 원리가 통한 것이다.
너에게만 들려주는 거야
나는 이곳을 메인 여행지로 삼으라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길목 위에 놓인 사랑스러운 여행지로 기억해달라 말하고 싶다. 교래리, 선흘리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여행하자. 내 선택이 당신에게도 옳게 통할 테니. 또 만약, 사진이 여행의 주 목적이라면 메인으로 둬도 된다 말하고 싶다. 스냅 작가들이 이곳에서 웨딩 사진을 찍는 것을 더러 목격할 테니.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만 들려주고 싶은 숲길. 선흘리 후박나무 숲길이 당신의 여행의 보너스와 같은 곳이 되길 바라며 글을 줄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