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이나 사유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대상으로 집을 바라보면 더 넓고 다채로운 신세계가 펼쳐진다.
집에 대한 다른 생각
집을 가진 사람도, 때를 놓쳐 안타까운 이도, 때를 잡을 기회조차 없는 사람도,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시대. 세금과 재개발 뉴스에 한껏 예민해지곤 하지만 육아와 살림에 치여 정작 집을 가꾸는 일도, 집의 의미를 헤아려보는 일도 소홀해진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을 선뜻 남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건 이렇게 어수선한 나의 마음을, 또는 긴장감 없는 일상을 남에게 들키진 않을까 싶어서다. 하지만 여기 자신의 집 대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 들어오길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내 집의 문을 열고, 기꺼이 남의 집 문을 예의 바르게 들어서며, 전 세계 어디든 나를 반기는 집이 있다는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우리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확고히 정립하고 타인과 연결될 수 있다.
옆집 거실에서 만나요
남의 집 프로젝트 김성용
빼꼼히 열린 문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건 누구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의 세계에 대한 원초적 궁금증이 일렁이기 때문이 아닐까. 기껏해야 가족이나 지인의 집 방문이 고작일 일상에 남의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일은 궁금함 이상의 설렘을 안겨준다. ‘남의 집 프로젝트’는 그런 호기심을 놓치지 않고 생전 모르는 이의 집에 찾아가 낯선 사람들과 취향을 나누는 모임을 기획했다. 호스트는 자신의 공간에 게스트를 초청해 취향을 나누고, 게스트는 설레는 마음으로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남의 집에 놀러 간다는 생각, 어떻게 시작됐나요?
몇 해 전 남자 셋이 마당이 딸린 이태원의 셰어 하우스에 살게 됐어요.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주 놀러 왔죠. 매일 퇴근하고 오면 모르는 사람들이 거실에 앉아 있었어요. 마치 거실이 공공재 같았죠. 거기에서 착안해 ‘거실에서 뭘 좀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8년 차 직장인인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후배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는 ‘멘토’ 역할이더라고요. 취준생, 사회 초년생을 위한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남의 집 멘토링’ 모임을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신청 글이 올라왔어요. 만나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죠. 또 저희 집 거실에 1000권 가까운 책이 있었기에 거실에 모여 북 카페처럼 책을 읽는 ‘남의 집 도서관’ 프로젝트를 연이어 시작했어요. 저희 집을 방문한 손님들이 자신의 집에서도 모임을 하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남의 집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죠.
주로 어떤 사람이 호스트가 되나요?
호스트가 되려면 거실에서 주제에 맞춰 대화하는 모임을 준비하거나, 자신의 거실에 찾아온 사람들이 자유롭게 머물다 가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주로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아 디자인한 공간을 내어주고 싶은 사람이라든지 건축, 음악, 요리 같은 특별한 주제, 예를 들어 ‘양말’, ‘하루키의 책’처럼 사소해 보일지라도 본인이 열렬히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신청하죠.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30대가 많은 편이에요. 싱글 비중이 높지만 커플, 부부, 모녀가 함께 참여하기도 해요. 무언가 홍보를 위한 요청이나 ‘재밌게 놀고 싶다’처럼 주제가 모호한 분들은 호스트로 삼지 않아요.
남의 집 문지기의 역할은 뭐죠?
저는 말 그대로 문지기예요. 다양한 호스트들의 이야기를 듣고, 중계를 하고, 서비스 플랫폼을 꾸려요.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남의 집 비스트로’, 신혼부부를 위한 ‘남의 집 청첩’까지 주제가 정말 다양해요.
모든 프로젝트는 ‘누구든 취향은 있다’는 명제에서 시작해요.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서든, 그 속에서 나누는 모임과 대화를 통해서든 명확한 주제만 있으면 프로젝트가 무궁무진해지죠. ‘취향의 X맨’ 같은 개념인데, 영화 <엑스맨>의 프로페서 X가 전 세계의 초능력자들을 소환하는 것처럼 별거 아니라 생각했던 취향이나 경험을 모임을 통해 공유하는 거죠. ‘남의 집 청첩’도 막 결혼한 신혼부부 호스트가 먼저 요청했어요. 결혼 준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경제적인 문제 같은 솔직한 얘기를 나누며 본인들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결혼 과정을 A to Z까지 알려주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남의 집에 함께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우선 홈페이지에서 프로젝트를 고른 뒤 어떤 일을 하는지, 업종이나 신청 동기, 운영하는 SNS 계정까지 밝힌 자기 소개서를 제출해요. 제가 신청서를 모아서 호스트에게 전달하면 호스트가 집으로 초대할 사람을 검토해 신청 후 2주 안에 답변을 줍니다. 호스트가 참가자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나와 말이 통하는 사람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는 편이에요. 참가 비용은 호스트에 따라 다른데, 4시간 정도 진행하는 경우 3만~4만원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요.
낯선 사람들이 모이면 어색하지 않나요?
어색함을 견디는 게 개더링의 묘미죠. 마치 여행에 갔을 때 게스트하우스에서 놀 듯 각자 준비한 이야기를 나누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얘기를 하며 타인과 하루 저녁을 보내는 거예요.
독서 모임, 에어비앤비 트립 같은 스몰 개더링 문화와 차이가 있다면요?
거실형 에어비앤비를 꿈꿔요. ‘오늘은 어느 곳에서 놀아볼까? 재미있는 거실이네, 여기서 놀아봐야지.’ 이런 여행 서비스의 일환이에요. 최근 제주도, 안동, 양평 같은 지방에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오래된 감귤 창고를 재생 건축을 통해 리모델링한 부부의 집을 부부 세 팀이 함께 탐방했죠. ‘남의 집 때문에 제주도까지 올까?’ 싶었는데 특별한 여행 경험을 만들 수 있었다며 만족해하시더라고요.
집 밖으로의 탈출이 절실한 육아맘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나요?
앞으로 공동 육아와 관련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싶어요. 아이들끼리 재밌게 놀도록 집으로 서로를 초대하는 ‘플레이 데이트’의 방식으로요. 몇 달 전 ‘남의 집 육아’라는 이름으로 두 쌍둥이, 아이 넷을 둔 맘 호스트와 모임을 꾸린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잘 뛰어놀 수 있게 집을 지은 분이셨는데 아이가 넷이니 육아에 아주 단련되셨죠. 가족 단위로 게스트를 모집해서 엄마, 아빠, 아이가 모두 모였는데 금세 부모들은 육아에 대해 얘기하며 친해지고, 아이들은 서로 잘 놀더라고요. 가족이 다 같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맘 카페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프라이빗한 개념 같기도 하고요. 다양한 기회를 남의 집에서 만들어드릴 테니 호스트, 게스트가 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취향과 공간을 나눌 누구나, 언제든 환영합니다.
집이 주는 특별함은 무엇인가요?
집은 우리 일상과 밀접한 공간이지만 전혀 모르는 이의 집에 갔을 때에는 설렌다는 점이 특별해요. 초인종을 누르고, 모르는 집 바닥에 철퍼덕 앉는 생경한 경험을 하면서 카페나 호텔에서 만나 개더링을 하는 것보다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죠. 20개월 동안 남의 집 벨을 수없이 누르며 알게 된 가치가 있어요.
일상이 또 다른 일상을 통해 다시 보인다는 점이에요. 좋아하는 일도 매일 하면 무뎌지는 것처럼 아무리 좋은 공간도 한 달만 살면 익숙해지잖아요. 그런데 제삼자의 피드백을 받으면 그들의 눈을 통해 내 일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죠. 집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건강한 일상을 꾸려갈 힘을 서로 주고받는 거예요.
우리 집에서
전세계를 만나는 경험
J H 하우스 신희춘·한효영 부부
우리 집을 잠시 여행자에게 내어주는 것만으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신희춘, 한효영 부부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한 달의 보름 이상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방을 빌려준다. 여행자들과의 시간에 푹 빠진 이들은 올해 초 여행자만을 위한 숙소로 손수 꾸민 집을 하나 더 마련했다.
내 집을 내어준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요.
2012년에 프랑스 파리를 3주간 여행하면서 에어비앤비를 처음 이용했어요. 에어비앤비가 글로벌 서비스를 론칭한 시기였어요. 원래 호스트가 살던 집을 렌트했기 때문에 개인용품을 다 내어주셨죠. 이전에 1년 정도 영국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하면서 유학생들과 셰어 하우스에 모여 살았고, 방학이면 친구들끼리 집을 빌려주는 모습도 보았기 때문에 남의 집에서 자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호스트가 동네 맛집 리스트나 자신의 소개를 받아왔다고 말하면 더 잘해줄 식당 같은 팁을 알려줘서 좋았어요. 머무는 시간 동안 이웃들이랑 친해지고요. 그때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어요. 특수교사로 일하다가 그만두면서 남편을 설득해 에어비앤비를 오픈했죠. 그러고 보니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사람 만나는 일은 서툴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한 단계 나아가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일을 하고 있네요. 남편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지만, 게스트의 질문과 답변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손님을 선택해서 받자는 데서 합의를 봤죠.
남편이 적응하느라 더 힘들었겠네요.
다행히도 첫 게스트를 잘 만났어요. 한국에서 공부하던 프랑스 아내와 여행 온 남편이 함께 한 달간 머물렀어요. 그런데 그분들도 프랑스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호스트더라고요. 머무는 동안 같이 저녁도 먹고 많은 이야길 했어요. 그때 남편이 괜찮겠구나 하고 마음을 바꾼 거죠. 또 역설적이게도 저희는 손님을 많이 받지 않는 게 모토예요.
처음부터 에어비앤비를 목표로 집을 구입했고 거기에 맞춰 리노베이션을 한 만큼 집도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한 달에 예약이 15~20일 정도 차면 더 이상 안 받았죠. 장기 투숙객은 대개 머물렀던 게스트의 추천을 받은 친구들이었고요. 저희 부부는 ‘인스턴트 부킹’이라고 결제만 하면 바로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막아두었어요. 저희가 보낸 질문지의 답변을 보고 예약 여부를 결정하죠.
손님을 결정하는 기준은요?
간단하게라도 모든 질문에 답하는 분을 손님으로 받고 있어요. ‘당신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취미는 무엇인가요’, ‘여행 와서 무엇을 할 것인가요’ 등 어려운 질문은 아니거든요. 또 그래야 집에 왔을 때 제가 도와주거나 소통할 수 있는 부분도 생기고요.
다양한 국적의 여행객을 만났겠어요.
4월부터 10월까지는 거의 유럽인 친구들이 머물러요. 겨울에는 아시아 친구들이 찾아오고요. 손님들의 취향이나 사생활 민감도가 달라요. 유럽 여행객은 방문 키를 주어도 항상 열어놓고 다니죠. 또 인테리어를 할 때 거실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썼는데, 유럽 친구들은 거실을 정말 방처럼 사용해요. 저랑 이야기도 나누고 음악도 듣고. 반대로 아시아 여행객들은 프라이빗을 중요시해서 문을 잠그고 거실에도 잘 안 나와요.
집 말고도 숙소를 하나 더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집을 꾸미고 관리하는 데에 관심이 생겼어요. 빈티지 가구, 조명도 모으게 되었고요. 묵혀두는 것보다 여행자들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죠. 또 제가 프랑스에서 경험한 것처럼 온전히 제 손길이 닿은 공간에 손님을 초대하고 싶었어요. 물론 ‘아늑한 하우스’를 오픈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일도 늘었죠.
부부의 역할 분담은요? 남편은 교사로 일하기 때문에 웬만한 건 제가 다 처리하고 짐 들기처럼 힘을 쓰는 일을 도와줘요. 아침 식사를 챙겨주는 건 제 담당인데 손님과 같이 주스, 빵을 먹으며 오늘은 어딜 가는지, 무얼 하는지 묻고 정보를 알려주죠. 아파트(집) 전체를 빌려주는 경우엔 보통 셀프체크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데, 저는 체크인할 때 꼭 가요. 손님과 30분 정도라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집을 사용하는 방법을 일러주거나 근처 맛집, 카페도 알려주죠. 체크아웃할 때는 게스트한테 공항 가는 길에 먹을 주먹밥이나 과일, 주스를 싸주기도 하고요.
낯선 이방인이 오가는 걸 이웃들이 싫어하진 않나요?
동네에 외국인이 많이 살아서인지 이웃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여행객들이 워낙 조용히 지내기도 하고요. 가끔 주민들이 에어비앤비 운영하는 것 맞냐고 물어볼 정도예요. 쓰레기 문제만 아니면 민원 생길 게 없어요. 체크인할 때 꼭 먹다 남은 음식 내놓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죠. 게스트와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을 배려하는 일이 더 중요해요.
집으로 여행객을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에 조언을 해준다면? 너무 겁먹지 마세요. 예쁘지 않아도 돼요. 집에서 쓰지 않는 방 한 칸만 내어줘도 전 세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집의 문을 연 이후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삶이 더 풍성해졌어요. 취미도 정말 많아졌고요. 집을 꾸미려 인테리어 공부를 했고, 집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도자기와 퀼트도 배우고요. 빈티지 가구, 조명 컬렉팅도 시작했죠. 또 가드닝도 배웠고요. 집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운 거죠. 또 여행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요. 반대로 제가 여행자가 되어 남의 집을 찾을 땐 그 나라 사람들과 더 친해지게 되죠. 연말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때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요. 다른 나라에 또 다른 고향, 친척이 생긴 기분이랄까요.
랜선에선 늘 열려 있는 집
하일리힐즈 김도현·함영이 부부
손길 안 닿은 곳 없이 취향과 관심사로 채운 이들의 집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하일리힐즈의 작업실이기도 하다. 거주와 일을 겸하는 하일리힐즈 스튜디오에 선약 없이 놀러 가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인스타그램!
하일리힐즈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올해로 하일리힐즈를 시작한 지 벌써 4년째예요. 남편과 제가 서로 다른 일을 하다가 무작정 그림을 그리고 싶어 시작한 브랜드예요. 직접 촬영한 사진과 그래픽 작업을 콜라주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을 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물 시리즈를 윈드, 오아시스, 샌디 베이지 등을 거쳐 최근 레몬 센트 시리즈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남편은 작품 작업 외의 모든 것을 담당해요.
지금 살고 있는 스튜디오 하우스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1층을 슈퍼로 운영하고 있던 이층집을 외관만 살리고 전부 리모델링했어요. 1층은 하일리힐즈의 제품을 전시하고 보여주는 스튜디오 겸 사무실이고 내부 계단으로 연결된 2층은 침실과 다이닝룸 등 저희 부부가 생활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하일리힐즈는 인스타그램을 메인으로 블로그와 공식 사이트가 홍보와 소통 수단의 전부예요. 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촬영 공간도 필요했고, 제가 작업할 수 있는 작업실도 있어야 했죠. 그래서 이곳을 저희의 첫 번째 신혼집이자 하일리힐즈의 스튜디오로 꾸리게 되었어요.
하일리힐즈의 첫 번째 스튜디오 하우스는 어떤 콘셉트인가요?
1층은 1년에 두세 번 출시하는 작품 콘셉트에 맞춰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어요. 작품의 소재나 색상, 분위기에 맞춰 그때그때 가구와 소품을 배치하죠. 지금은 거실처럼 꾸미고 케인 소재 가구와 식물들을 놓아 내추럴한 공간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저희 부부가 제일 좋아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요. 2층은 나무 소재 고유의 따뜻함을 바탕으로 조명 정도로 포인트를 주고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꾸몄어요. 그래서인지 주로 다이닝룸에서 작업을 하게 되네요.
집과 작업실, 즉 일과 삶의 공간을 공유하는 건 잘한 일인가요?
(아내) 브랜드를 론칭하고 지금까지 온전히 저희 부부가 모든 것을 도맡아 했기 때문에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또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이 좋아 자연스럽게 스튜디오 하우스를 떠올리게 됐죠. 일과 삶의 공간을 분리해야 안정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일과 삶을 동일시하며 살아와서인지 이 공간이 익숙하고 편해요.
(남편) 처음엔 좀 어색하더라고요. 출퇴근하는 회사 생활을 했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래서 1층에 제 사무 공간을 따로 만들어놓고 거기서만 업무를 보는 편이에요. 시간을 정해놓고 웬만하면 그 공간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해요.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어 일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익숙해지니 효율성이 굉장히 높아지더라고요. 불필요한 시간이 줄고 마음도 편하다 보니 집중력이 높아져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단축되고요.
개인의 작업실이자 ‘인친’들에는 열려 있는 묘한 공간이에요.
인스타그램에는 저희 부부의 얼굴만 빼고 모든 걸 공유해요. 처음에는 작품 위주의 사진이 많았는데, 이 집으로 온 뒤에는 작품과 저희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게 됐어요. 또 여행을 가거나 반려견 우디와 함께 노는 모습 등 저희의 생활까지도요. 자신의 개성이나 특징을 표현하는 수단이 다양한데 저희는 그걸 집과 라이프스타일로 봤어요. 우리의 생활 방식, 생활하는 공간을 솔직하게 오픈함으로써 제가 어떤 성향의 작가이고, 무슨 작업을 하는지 열심히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더라고요. ‘이런 모습들이 작품에 녹아 있구나’라고 생각하죠. 여건상 많은 이들과 직접 만날 순 없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는 누구나 놀러 올 수 있는 거죠.
부부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남편) 첫 번째 신혼집이자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전부 지켜봐와서인지 애착이 커요. 사랑하는 이들과 지내는 안식처이자 마음의 터전 같은 느낌이 들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편안하게 머물며 치유하는 회복의 공간이랄까요.
(아내) 일과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 저희의 취향과 관심사를 그대로 반영했기에 일의 효율도 올라가고 리프레시도 가능하죠. 휴식이 중요해지는 ‘워라밸’ 시대잖아요. 힐링을 찾는 많은 사람과 ‘집’에서 머무는 즐거움, 편안함을 공유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