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후배가 집으로 찾아와 영화를 보러가잔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기로 마음이 통했다.
후배와 더불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윈터스 차 한 잔 마시고
아들을 위한 식탁을 조각보로 덮어놓고 서둘러 영화관으로 갔다.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ㅎ 그런데 어머나, 어쩜 좋을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보려면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네.
그 영화를 보면 밤 12시쯤 끝나니 후배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너무 늦다.
생각 끝에 계획 없이 보게 된 영화가 언브로큰 이었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중단되지 않는, 깨어지지 않는, 부서지지 않는, 이라는 뜻으로
미국, 19세 최연소 국가대표 육상선수, 루이 잠페리니의 의지의 일생을
정적으로 조명한 영화다. 친미도, 반일도 아닌, 한 인간이 극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는 과정을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다.
우유병에 술을 담아 마시고 몰래 담배를 피우고 꿈도 미래에 대한 열망도 없던
사춘기의 반항아 루이는 정체성 없이 흔들리다 운명처럼 육상을 시작한다.
귀인, 즉 멘토가 생기면서 루이는 최연소 올림픽 국가 대표선수로 거듭난다.
삶에는 희비쌍곡선이 깃들기 마련으로 2차 세계대전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다가오고
루이는 공군에 입대, 폭격기로 작전 수행 중에 태평양으로 추락해
47일간의 망망대해를 공포 속에 견디어 낸다.
견딜 수 있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멘토의 말이 맴돈다.
나는 곧 죽을 거야, 아냐, 나는 죽지 않을 거야. 견디고 있는 각각의 정신이 갈등한다.
독수리를 잡아먹다 토하고 불가능할 거 같은, 무시무시한 상어도 잡아먹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풍랑에 견디면서 생존자 세 명은
신의 뜻이 무엇인가를 서로에게 묻는다.
루이는 답한다. 생명을 견딜 수 있도록 우리가 최선을 다하는 게 신의 뜻이라고.
그 말이 가슴에 꽂힌다.
일찌기 인간은 욕망으로 하여 낙원에서 쫓겨났다지만
우리는 이미 자유의지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야.
극한의 상황에서 밤하늘의 별은 이미 감상의 별은 아니다. 찰나와 찰나가 충돌해서
모든 계층이 충돌해서 하늘이 갈라진 것인가. 그 틈새로 많은 별들이 태어났는가.
망망대해 47일의 표류, 850일의 수용소의 극한 상황을 2시간의 간접 경험으로
나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극한의 공포 속에 맥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루이는 엄마가 만들어주던
수제비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맥을 위무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내가 만약 저런 극한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하고 상상을 하자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물밀 듯이 몰아친다.
서원기도 탓이었을까, 그들을 구해줄 군함을 발견하고 환성을 지르는데
어쩜 좋아, 일본군함이다. 극한에서 놓여나니 다시 전쟁 포로다. 포로로 잡히고
그 때부터 와타나베 일본군과 루이와의 정신의 대결이 시작된다.
수용소에서는 특별한 스토리 없이 어둡고 암담한 둘의 대결구도가 끝없이 이어진다.
일본군의 잔악상이 너무 약하게 드러났다고 불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영화의 의도 자체가 친미나 반일이 아니고
용서와 화해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나?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허리우드 영화가 주는 오락적인 재미는 덜 했지만 나는 오히려
잔잔한 터치의 영화가 사색과 더불어 여운을 남겨주어 좋았다.
결국은 정신 내지는 기 싸움에서 루이는 와타나베를 극복하게 되므로
이 영화에 대하여 일본 우익들이 극렬한 반응을 보이는 건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와타나베가 말한다. 우리는 둘 다 강하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너는 일본의 적이다.
끝없이 자존심을 짓밟고 혹독하게 루이를 괴롭히는 장면에서
인간의 존엄이 존재하지 않는 듯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나고
분노의 감정이 솟구치기도 했다.
결국 와타나베는 루이의 불굴의 정신 앞에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트린다.
루이는 언브로큰이고 와타나베는 브로큰인 셈이다.
일본 우익들은 이 영화를 감독한 안젤리나 졸리 입국반대서명운동까지 했다고 한다.
전범을 살려주고 예우까지 해준 결과물이 요즈음 일본 우익의 행태가 아니냐고
비난의 소리도 들려온다. 역사왜곡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 앞에
용서와 화해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갈지는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와타나베의 폭력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력으로
생사의 촛불앞에서 견디어낸 루이한테 국적에 관계없이 태극기 휘날리고는 아니지만,
후배와 나는 박수를 보냈다.
용서와 화해의 포석에 고개를 갸우뚱할 다른 속셈이 있는지 모른다 해도
인간승리의 위대함. 실화의 주인공의 삶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비록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놓치고 말았지만 말이다.
꼬랑지 : 견딜 수 있으면 해낼 수 있습니다. 뭐든 마찬가지 아닐까요?
춤 잘 못 춘다고 댄스 중에 상대가 손을 놓아버려 불쾌하다고 망신스럽다고
포기한 사람은 지금 즐거운 춤을 출 수 없을 것이니까요. 모든 것은 지나간다.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을 골고루 맛보는 것도 경험 아닐까요?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면 즐거운 시간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
ㅋㅋ
스마트님! 반가워요. 스마트님은 설마 여님과 추다가
손 놓아버린 적 없겠죠? ㅎ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명서비님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네요 ㅎ
그런데 어쩌자고 개를 잡는 확실한 방법으로 입력이
되었는지 몰라요 ㅎ 아마도 그건... 님의 상상력에 맡겨요.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등등 개성적인 연기파가 나오니 재미있을 듯 ^^
이렇게![↑](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7.gif)
격이 느껴지는 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우왕굳](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0724/texticon_79.gif)
![원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64.gif)
감사하고+고맙게 정독함미다..
@내안의평화쥬 내안의 평화님~ 언제나 감사드려요 ^^
좋은 글,
멋진 글,
생각 많게 하는 글 ~ ^^
푸른산맥 오르내리고 즐겁던 추억 생각나요 대구라시면
팔공산 갓바위 생각나요 ^^ 감사드려요
간접영화관람 잘했습니다
후니후니님~ 반가워요 오랜만이네요 ^^
@아네스 33 보기는 항상?!합니다